‘배터리 맨’ 머스크, 자사 배터리로 재난 구호하며 선전효과도

입력 2017.09.29 (21:28) 수정 2017.09.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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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맨'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만드는 핵미사일이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에 핵전쟁이라는 재앙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맨' 일론 머스크가 만드는 대용량 배터리는 세계의 각종 재난재해 현장의 해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일 대형 허리케인 어마에 풍비박산 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전력 공급을 위해 지붕 위 태양전지판과 연결해 사용하는 배터리인 파워월 수백 벌을 이곳에 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29일 전했다.

인구 350만 명의 푸에르토리코는 현재 발전 망이 완전히 붕괴해 병원 등 긴급한 곳만 발전기로 임시변통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주민은 1주일 넘게 각종 전력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허리케인 어마의 내습을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는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테슬라가 자사의 전기 차량 가운데 S와 X 모델에 대해 배터리 용량을 일시적으로 늘려줬다.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모델 차량의 배터리 용량은 최대 75kWh지만, 테슬라 측이 차량 값을 다소 내리는 대신 배터리 용량도 60~70kWh로 낮췄던 것을 임시로 최대 용량까지 늘려줌으로써 최대 40마일(64km)을 더 달릴 수 있게 해줬다. 운전자가 정비소로 차를 끌고 가거나 테슬라 직원들이 일일이 차량 소유주를 방문하는 방법이 아니라, 배터리 용량을 조절하는 차량 소프트웨어를 원격 가동하는 방법을 통했다.

테슬라는 한 운전자가 안전한 대피를 위해 배터리 용량을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아예 해당 지역 대상 차량 전체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머스크가 지난 7월 공언했던 세계 최대의 129MWh 배터리 건설 사업도 남호주 주에서 시작됐다. 이 배터리는 지난해 대규모 정전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남호주 주에 정전 대비책으로 세워진다. 남반구의 여름철로 전력 수요가 정점을 이루기 전에 오는 12월 1일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전했다.

이 배터리는 프랑스 풍력발전회사인 네오엔이 남호주 주에 세운 풍력발전소에 나란히 세워진다. 평소 풍력발전소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갑자기 바람이 끊기는 등으로 인해 풍력발전이 끊어지는 사이에 예컨대 15분 동안 전기를 공급하거나, 가스발전으로 임시전환하는 과정에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호주의 ABC방송에 따르면, 이 발전 소급 배터리를 최대한 가동하면 1시간 이상 최대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인 바람이 많아 풍력발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남호주에선 지난해 여름 거센 폭풍우로 전선이 끊어지는 등 전력망이 심한 손상을 입는 바람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이 때문에 재생 가능에너지 반대파들의 석탄 발전에 대한 지원 요구가 다시 거세지는 등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호주 정부는 테슬라의 초대용량 배터리가 앞으로 정전사태를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회의론자들은 여전히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전력 공급을 어떻게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할리우드식 해법"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시드니공대의 지속가능 미래연구소 연구실장 저프 제임스는 "장담컨대,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저장 가능성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배터리와 발전 시설을 같은 장소에 나란히 건설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되는 때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머스크의 배터리는 시드니 서부 교외 플럼프턴의 도미노 피자 가맹점이 전통적인 전력망 대신 테슬라의 배터리 파월2로 피자를 굽는 세계 최대의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 피자점은 영업이 끝난 밤에 전기료가 싼 심야 전기를 기존 전력망에서 받아 파월2에 저장했다가 낮에 피자를 굽는 오븐과 냉장·냉동기, 조명 등 모든 전기 수요를 파월2로 충당한다.

이를 위해 1개당 1만1천 달러(1천260만 원)인 배터리를 10개 설치하는 비용이 들었지만, 당장 가게를 열 때 새로 교체해야 할 전기 설비가 이 액수의 절반에 해당한 점이나 앞으로 값싼 심야 전기료만 드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고 이는 결국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호주 언론들은 전했다. 기존 발전회사 입장에서도 남아도는 심야 전기를 팔게 되니 이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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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9 21:28:20
    • 수정2017-09-29 21: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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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맨'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만드는 핵미사일이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에 핵전쟁이라는 재앙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맨' 일론 머스크가 만드는 대용량 배터리는 세계의 각종 재난재해 현장의 해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일 대형 허리케인 어마에 풍비박산 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전력 공급을 위해 지붕 위 태양전지판과 연결해 사용하는 배터리인 파워월 수백 벌을 이곳에 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29일 전했다.

인구 350만 명의 푸에르토리코는 현재 발전 망이 완전히 붕괴해 병원 등 긴급한 곳만 발전기로 임시변통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주민은 1주일 넘게 각종 전력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허리케인 어마의 내습을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는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테슬라가 자사의 전기 차량 가운데 S와 X 모델에 대해 배터리 용량을 일시적으로 늘려줬다.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모델 차량의 배터리 용량은 최대 75kWh지만, 테슬라 측이 차량 값을 다소 내리는 대신 배터리 용량도 60~70kWh로 낮췄던 것을 임시로 최대 용량까지 늘려줌으로써 최대 40마일(64km)을 더 달릴 수 있게 해줬다. 운전자가 정비소로 차를 끌고 가거나 테슬라 직원들이 일일이 차량 소유주를 방문하는 방법이 아니라, 배터리 용량을 조절하는 차량 소프트웨어를 원격 가동하는 방법을 통했다.

테슬라는 한 운전자가 안전한 대피를 위해 배터리 용량을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아예 해당 지역 대상 차량 전체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머스크가 지난 7월 공언했던 세계 최대의 129MWh 배터리 건설 사업도 남호주 주에서 시작됐다. 이 배터리는 지난해 대규모 정전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남호주 주에 정전 대비책으로 세워진다. 남반구의 여름철로 전력 수요가 정점을 이루기 전에 오는 12월 1일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전했다.

이 배터리는 프랑스 풍력발전회사인 네오엔이 남호주 주에 세운 풍력발전소에 나란히 세워진다. 평소 풍력발전소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갑자기 바람이 끊기는 등으로 인해 풍력발전이 끊어지는 사이에 예컨대 15분 동안 전기를 공급하거나, 가스발전으로 임시전환하는 과정에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호주의 ABC방송에 따르면, 이 발전 소급 배터리를 최대한 가동하면 1시간 이상 최대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인 바람이 많아 풍력발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남호주에선 지난해 여름 거센 폭풍우로 전선이 끊어지는 등 전력망이 심한 손상을 입는 바람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이 때문에 재생 가능에너지 반대파들의 석탄 발전에 대한 지원 요구가 다시 거세지는 등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호주 정부는 테슬라의 초대용량 배터리가 앞으로 정전사태를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회의론자들은 여전히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전력 공급을 어떻게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할리우드식 해법"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시드니공대의 지속가능 미래연구소 연구실장 저프 제임스는 "장담컨대,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저장 가능성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배터리와 발전 시설을 같은 장소에 나란히 건설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되는 때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머스크의 배터리는 시드니 서부 교외 플럼프턴의 도미노 피자 가맹점이 전통적인 전력망 대신 테슬라의 배터리 파월2로 피자를 굽는 세계 최대의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 피자점은 영업이 끝난 밤에 전기료가 싼 심야 전기를 기존 전력망에서 받아 파월2에 저장했다가 낮에 피자를 굽는 오븐과 냉장·냉동기, 조명 등 모든 전기 수요를 파월2로 충당한다.

이를 위해 1개당 1만1천 달러(1천260만 원)인 배터리를 10개 설치하는 비용이 들었지만, 당장 가게를 열 때 새로 교체해야 할 전기 설비가 이 액수의 절반에 해당한 점이나 앞으로 값싼 심야 전기료만 드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고 이는 결국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호주 언론들은 전했다. 기존 발전회사 입장에서도 남아도는 심야 전기를 팔게 되니 이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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