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누워 간다는 ‘와운마을’을 아시나요?

입력 2017.09.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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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장엄하게 이어지는 지리산 산줄기. 전북 남원 뱀사골에는 지리산 해발 800m 고지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 있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켜왔다는 마을 이름은 '와운(臥雲)'. 지나가던 구름도 힘이 들어 드러눕는다는 오지 중 오지이다.

와운마을은 산속 오지라는 이유로 문명과는 동떨어져 있던 외로운 마을이었다. 피땀 흘려 농사지은 밭작물은 산짐승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눈이라도 내리면 집 안에만 갇힌 채 비축해 둔 식량으로 겨우 한겨울을 날 수 있었다. 가난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이 지금 와운마을 주민들이다.


이 마을 터줏대감 공안수(65) 씨는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무려 6대째 이곳을 지켜오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그는 알아주는 버섯 심마니이다.

두 아들도 각박한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지리산에 들어온 지 한참 됐다.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부자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구름조차 힘겨워한다는 오지마을에 뿌리내린 공 씨네 부자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공 씨네 부자의 좌충우돌 산중일기


길조차 없는 지리산 골짜기 험준한 산속, 공 씨는 그곳을 날마다 오르내린다. 그가 걷는 산길에는 귀하디 귀한 잎새버섯부터 노루궁둥이버섯, 말굽버섯, 석이버섯 등 온갖 진귀한 버섯들이 있다. 오랜 세월 심마니로 산을 누볐기에 그에겐 지도나 나침반이 필요하지 않다.

거친 산세 때문에 위험한 순간도 더러 있지만, 지게 가득 버섯을 채워 돌아가는 길은 조금도 힘들지 않다. 둘째 아들 공상훈(38) 씨는 그런 아버지 뒤를 쫓아가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을 택했지만, 아직 그에게 버섯 심마니로서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어김없이 아버지를 따라나선 산길에서 상훈 씨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슬아슬한 절벽과 물리면 죽는다는 독사였다. 오래전 독사에 물려 열흘이 넘게 몸져누웠다는 아버지의 무용담은 상훈 씨를 더욱 겁먹게 한다. 도망치듯 산으로 들어왔지만, 그는 산 생활 역시 녹록지 않음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반면, 큰아들 성훈(45) 씨는 그럭저럭 산 생활에 적응해 제법 심마니의 면모를 보인다. 아버지 공안수 씨는 아직도 산이 어렵기만 하다는 상훈 씨가 불안하다. 공 씨가 아들을 채근해도 은근슬쩍 산행을 피하기 일쑤라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언제고 아들을 품에 안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두 아들이 준비만 된다면, 공 씨는 지리산에 뿌리내린 그의 삶을 온전히 아들들에게 전해 주고 떠날 생각이다. 과연 공 씨네 두 아들은 이 생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첩첩산중 오지…와운마을 사람들이 사는 법

공 씨의 둘도 없는 단짝은 마을 이장 박금모(68) 씨이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이 산골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닌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이, 이장! 그렇게 농사지을 거면 짓지 마! 허허허."


두 사람이 매일같이 투닥거려도 오가는 말 한마디에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은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뒤늦게 귀농을 한 초보농사꾼을 돕는 일도, 온 마을 식구를 불러들여 잔치를 여는 것도 모두 이 단짝 몫이다.

두 사람에게는 도시로 나간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 산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 이장 금모 씨 아들도 와운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가난하고 살기 힘든 산골짜기 오지라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제 발로 돌아오며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돌아온 아들들은 산에 사는 법을 배우며 아버지의 유산, 지리산을 물려받을 준비를 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모든 걸 다 쥘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의 산골 살이. 지리산에 사는 이들에게 산은 어떤 의미일까? 언제나 외롭게 떨어져 있던 작은 산골 마을의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세한 내용은 오는 30일(토) 방송되는 KBS '다큐공감'(저녁 7시 10분 방송,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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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도 누워 간다는 ‘와운마을’을 아시나요?
    • 입력 2017-09-30 08:18:44
    방송·연예
굽이굽이 장엄하게 이어지는 지리산 산줄기. 전북 남원 뱀사골에는 지리산 해발 800m 고지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 있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켜왔다는 마을 이름은 '와운(臥雲)'. 지나가던 구름도 힘이 들어 드러눕는다는 오지 중 오지이다.

와운마을은 산속 오지라는 이유로 문명과는 동떨어져 있던 외로운 마을이었다. 피땀 흘려 농사지은 밭작물은 산짐승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눈이라도 내리면 집 안에만 갇힌 채 비축해 둔 식량으로 겨우 한겨울을 날 수 있었다. 가난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이 지금 와운마을 주민들이다.


이 마을 터줏대감 공안수(65) 씨는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무려 6대째 이곳을 지켜오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그는 알아주는 버섯 심마니이다.

두 아들도 각박한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지리산에 들어온 지 한참 됐다.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부자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구름조차 힘겨워한다는 오지마을에 뿌리내린 공 씨네 부자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공 씨네 부자의 좌충우돌 산중일기


길조차 없는 지리산 골짜기 험준한 산속, 공 씨는 그곳을 날마다 오르내린다. 그가 걷는 산길에는 귀하디 귀한 잎새버섯부터 노루궁둥이버섯, 말굽버섯, 석이버섯 등 온갖 진귀한 버섯들이 있다. 오랜 세월 심마니로 산을 누볐기에 그에겐 지도나 나침반이 필요하지 않다.

거친 산세 때문에 위험한 순간도 더러 있지만, 지게 가득 버섯을 채워 돌아가는 길은 조금도 힘들지 않다. 둘째 아들 공상훈(38) 씨는 그런 아버지 뒤를 쫓아가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을 택했지만, 아직 그에게 버섯 심마니로서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어김없이 아버지를 따라나선 산길에서 상훈 씨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슬아슬한 절벽과 물리면 죽는다는 독사였다. 오래전 독사에 물려 열흘이 넘게 몸져누웠다는 아버지의 무용담은 상훈 씨를 더욱 겁먹게 한다. 도망치듯 산으로 들어왔지만, 그는 산 생활 역시 녹록지 않음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반면, 큰아들 성훈(45) 씨는 그럭저럭 산 생활에 적응해 제법 심마니의 면모를 보인다. 아버지 공안수 씨는 아직도 산이 어렵기만 하다는 상훈 씨가 불안하다. 공 씨가 아들을 채근해도 은근슬쩍 산행을 피하기 일쑤라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언제고 아들을 품에 안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두 아들이 준비만 된다면, 공 씨는 지리산에 뿌리내린 그의 삶을 온전히 아들들에게 전해 주고 떠날 생각이다. 과연 공 씨네 두 아들은 이 생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첩첩산중 오지…와운마을 사람들이 사는 법

공 씨의 둘도 없는 단짝은 마을 이장 박금모(68) 씨이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이 산골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닌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이, 이장! 그렇게 농사지을 거면 짓지 마! 허허허."


두 사람이 매일같이 투닥거려도 오가는 말 한마디에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은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뒤늦게 귀농을 한 초보농사꾼을 돕는 일도, 온 마을 식구를 불러들여 잔치를 여는 것도 모두 이 단짝 몫이다.

두 사람에게는 도시로 나간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 산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 이장 금모 씨 아들도 와운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가난하고 살기 힘든 산골짜기 오지라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제 발로 돌아오며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돌아온 아들들은 산에 사는 법을 배우며 아버지의 유산, 지리산을 물려받을 준비를 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모든 걸 다 쥘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의 산골 살이. 지리산에 사는 이들에게 산은 어떤 의미일까? 언제나 외롭게 떨어져 있던 작은 산골 마을의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세한 내용은 오는 30일(토) 방송되는 KBS '다큐공감'(저녁 7시 10분 방송,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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