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러시아서 남북 접촉 충분히 가능…북미·남북 대화 급물살 가능성 배제 못해” ①

입력 2017.10.19 (10:50) 수정 2017.10.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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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10월 19일(목요일)
□ 출연자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러시아서 남북 접촉 충분히 가능…북미·남북 대화 급물살 가능성 배제 못해”

[김준석] 오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비확산회의가 열립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어제 새벽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남북 국장급 당국자 접촉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스위스 국제회의에서 이미 남북 외교당국 간 부국장급 만남이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과의 접촉 얘기가 나오다 보니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는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연구위원과 관련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한범] 네, 안녕하십니까?

[김준석] 오늘부터 사흘 동안 열리게 되죠. 러시아가 어떤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상당히 이번 회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 비확산회의가 어떤 자리이고 여기에서는 뭘 이야기하게 되는지부터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조한범] 문자 그대로 핵 관련 핵무기의 확산 금지와 관련된 사항들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고요. 그러나 이게 1.5트랙 회의, 다시 말해서 비확산과 관련된 전현직 관리들이 참여하는 그런 회의이기 때문에 국제 협약이나 이런 것이 도출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반적인 비확산과 관련된 논의들이 되는 자리고요. 다만 북핵 문제 때문에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고 북한의 대외적인 핵 행보의 바로미터로 보이는 최선희 북미국장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고요. 러시아 외무부 역시 공식 후원을 하고 있고 환영 만찬도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개최되는 등 각별하게 러시아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준석] 잠깐 언급하셨습니다마는 최근 이 러시아를 보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 회의가 러시아에서 열린다는 것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한범] 네. 러시아가 최근 북핵과 관련된 행보, 발언 이런 것들을 지금 많이 보이고 있고요. 주목되는 게, 지금 최선희 북미국장이 지난달 말에 이어서 20여 일 만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거든요.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중국이 가장 큰 나라이기는 하지만 최근 북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특히 UN 제재 2375호까지 나왔습니다마는, 그 이전 2371호가 사실 북한에게 매우 아픈 조치고요. 여기에 석탄, 철광석, 수산물이라고 하는 3대 북한의 수출품, 대부분 중국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마는 이게 금지됐는데, 중국이 2371호부터 사실상 강력한 대북 제재 동참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북중 간에는 상당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중지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반면에 러시아의 행보는 상당히 눈에 띄고 위상도 강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모스크바 회의가 주목되는 것입니다. 또 러시아와 관련된 행동이나 의도, 이런 것들을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닌 거죠.

[김준석] 어떻습니까?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와 같은 국제회의, 그런 자리에 북한 고위급 관계자가 종종 참석합니까?

[조한범] 실제로 이렇게 본다고 하면, 최선희라는 인물에 대해서 조금 더 신경 써 봐야 됩니다. 북미국장이라고 하면 국장급으로 볼 수는 있지만 북한의 외무성 내에서, 지금 고위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최선희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실세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핵과 관련된 리용호 외무상보다 오히려 영향력이 큰 인물로 평가될 정도로 고위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봐야죠. 그리고 최선희 국장의 경우에 사실상 북핵 문제를 대외적으로 협상하는,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에 해당하는 인물로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최 국장의 잦은 모스크바 방문을 우리가 주목하는 거죠.

[김준석] 그러니까 러시아의 역할 그리고 최선희 국장의 행보, 이것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남북 간 접촉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조한범] 네. 충분히 그렇다고 보고요. 지금 일각에서 여러 접촉 가능성도 있고 북한의 당국자들이 남북한 대화의 가능성이나 이런 부분에서 별로 여지를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마는 큰 틀에서 보면 지난 9월 15일 이후, 지금 한 달이 넘었습니다마는 북한의 도발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10여 차례 도발을 했고 그다음에 핵실험까지 치른 상황에서 한 달 이상 도발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은 처음입니다. 조금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마는 여러 가지 전언에 의하면 북한 역시 평창올림픽 참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첩보도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지금 상황에서 북한 역시, 물론 도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6차 핵실험과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실거리 발사 이후 북한도 역시 고강도의 대북 제재,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 군사적인 압박에 직면해서 나름대로 대화 국면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물론 파격적인 핵 포기라든지 이런 걸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마는 그런 걸 본다면, 북한 역시 대화 재개 명분, 형식 이런 것을 가지고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남북 접촉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고 북미 대화도 사실은 양측 모두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준석] 그렇다면 꼭 회의장이 아니라고 해도 회의장 밖에서라도,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최선희 국장을 뜻하는 것이 되겠습니다마는, 북한 당국자와 대화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한범] 일단은 북한측 반응을 보면 현재까지는 공식적인 그런 반응은 없습니다마는 충분히 접촉의 여지는 있다고 봐야 되는 거고요. 지난달 말 최선희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이번에는 별다른 얘기 없이 공항에서 빠져나와서 숙소로 갔습니다마는, 그러나 지난번 모스크바 방문 때는 기자들이 질문했을 때 협상하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본다면 조심스러운 추론을 하자면, 충분히 접촉 가능성이 있습니다. 접촉이 안 된다고 해도 북미 간에 이미 틸러슨 장관이 지난번에 2, 3개의 북미 채널이 열리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제 사견입니다마는, 남북 간에도 어느 정도 공식적인 채널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물밑 접촉이 있다고 봐야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로 북미 접촉은 물론이거니와 남북 간 접촉도 사전적인 단계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준석] 지난번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남북 당국자가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비공개 접촉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였고 어떤 인사들이 만난 겁니까?

[조한범] 역시 동북아 안보 핵 관련 국제회의였고요. 지난달 11일부터 역시 3일간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 관련 국제회의였습니다. 여기에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핵 관련 전현직 관리들이 참석한 회의로 알려져 있고요. 이번 회의보다는 급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측에서는 부국장급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북한 외무성에서는 북미국이 가장 강력한 부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무성 안에 따로 독립적인 외무성이라고 볼 정도로 강력한 외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북미국 부국장이 참석했고 여기에서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은 안 됐습니다마는, 남북한 간에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결국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내기 전까지는 대화에 가지 않는다, 그리고 적대시 정책은 결국 군사 훈련 중단 그리고 대북 제재 해제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남북 대화의 경우에도, 물론 전면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이 막으면 결국 진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관심이 없다고 말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준석] 북한측이 그렇게 얘기하고, 특히 핵무기 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면 이번 모스크바 핵 비확산회의에서 만일에 남북 당국자 간에 접촉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렇게 핵무기 협상은 없다고 강조하고 그런 주장을 내세우게 되면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것인가, 좀 힘이 빠지지 않을까요?

[조한범] 지금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왜냐하면 최선희 국장도 그렇고 최강일 부국장도 그렇고 리용호 외무상도 그렇고 대외적인 발언에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분명히 없다는 걸 강조하고 있거든요. 그다음에 7기 2차 전원 회의에서도 핵무기를 계속 보유할 뜻을 분명히 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관료들이 핵협상을 하겠다, 핵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는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공개적인 발언의 자구 하나하나에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고요.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마는, 북한이 한 달 이상 도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 과거에 남한의 최고 지도자를 북한이 부를 때 역도라든지 패당이라든지 험담을 많이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런 험담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중립적인 용어로 남조선 최고의 집권자, 이런 형태로 비난을 해 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비교해 봤을 때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극언이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외형과 달리 남북 관계에 대해서 모두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역시 북미 관계에서 정치 외교 안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관계에서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투 트랙의 기본 입장이 변함없기 때문에 북한 역시 남북 관계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김준석] 지금 말씀의 연장선상에서, 만일에 접촉이 이루어지면 접촉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조한범] 의미가 있죠.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비핵화, 강력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되, 그러나 남북 관계의 끈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북한의 절대적인 대상일 뿐만 아니라 통일을 위한 대상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는 가져가야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평창올림픽에 대해서도 계속 참가를 종용하고 있고 북한 역시 그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보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만일에 이번에 접촉이 이루어진다면 북미 간에도 긴장은 고조되고 있지만 대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렇다면 북미 간 대화는 사실상 외형과 달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와 있다고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남북 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하면 북미 간 남북 대화 부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준석] 네.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었습니다. 조한범 위원님, 말씀 고맙습니다.

[조한범]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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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러시아서 남북 접촉 충분히 가능…북미·남북 대화 급물살 가능성 배제 못해” ①
    • 입력 2017-10-19 10:50:57
    • 수정2017-10-19 10:56:03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10월 19일(목요일)
□ 출연자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러시아서 남북 접촉 충분히 가능…북미·남북 대화 급물살 가능성 배제 못해”

[김준석] 오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비확산회의가 열립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어제 새벽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남북 국장급 당국자 접촉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스위스 국제회의에서 이미 남북 외교당국 간 부국장급 만남이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과의 접촉 얘기가 나오다 보니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는 건지 궁금해지는데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연구위원과 관련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한범] 네, 안녕하십니까?

[김준석] 오늘부터 사흘 동안 열리게 되죠. 러시아가 어떤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상당히 이번 회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 비확산회의가 어떤 자리이고 여기에서는 뭘 이야기하게 되는지부터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조한범] 문자 그대로 핵 관련 핵무기의 확산 금지와 관련된 사항들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고요. 그러나 이게 1.5트랙 회의, 다시 말해서 비확산과 관련된 전현직 관리들이 참여하는 그런 회의이기 때문에 국제 협약이나 이런 것이 도출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반적인 비확산과 관련된 논의들이 되는 자리고요. 다만 북핵 문제 때문에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고 북한의 대외적인 핵 행보의 바로미터로 보이는 최선희 북미국장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고요. 러시아 외무부 역시 공식 후원을 하고 있고 환영 만찬도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개최되는 등 각별하게 러시아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준석] 잠깐 언급하셨습니다마는 최근 이 러시아를 보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 회의가 러시아에서 열린다는 것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한범] 네. 러시아가 최근 북핵과 관련된 행보, 발언 이런 것들을 지금 많이 보이고 있고요. 주목되는 게, 지금 최선희 북미국장이 지난달 말에 이어서 20여 일 만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거든요.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중국이 가장 큰 나라이기는 하지만 최근 북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특히 UN 제재 2375호까지 나왔습니다마는, 그 이전 2371호가 사실 북한에게 매우 아픈 조치고요. 여기에 석탄, 철광석, 수산물이라고 하는 3대 북한의 수출품, 대부분 중국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마는 이게 금지됐는데, 중국이 2371호부터 사실상 강력한 대북 제재 동참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북중 간에는 상당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중지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반면에 러시아의 행보는 상당히 눈에 띄고 위상도 강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모스크바 회의가 주목되는 것입니다. 또 러시아와 관련된 행동이나 의도, 이런 것들을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닌 거죠.

[김준석] 어떻습니까?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와 같은 국제회의, 그런 자리에 북한 고위급 관계자가 종종 참석합니까?

[조한범] 실제로 이렇게 본다고 하면, 최선희라는 인물에 대해서 조금 더 신경 써 봐야 됩니다. 북미국장이라고 하면 국장급으로 볼 수는 있지만 북한의 외무성 내에서, 지금 고위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최선희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실세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핵과 관련된 리용호 외무상보다 오히려 영향력이 큰 인물로 평가될 정도로 고위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봐야죠. 그리고 최선희 국장의 경우에 사실상 북핵 문제를 대외적으로 협상하는,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에 해당하는 인물로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최 국장의 잦은 모스크바 방문을 우리가 주목하는 거죠.

[김준석] 그러니까 러시아의 역할 그리고 최선희 국장의 행보, 이것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남북 간 접촉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조한범] 네. 충분히 그렇다고 보고요. 지금 일각에서 여러 접촉 가능성도 있고 북한의 당국자들이 남북한 대화의 가능성이나 이런 부분에서 별로 여지를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마는 큰 틀에서 보면 지난 9월 15일 이후, 지금 한 달이 넘었습니다마는 북한의 도발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10여 차례 도발을 했고 그다음에 핵실험까지 치른 상황에서 한 달 이상 도발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은 처음입니다. 조금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마는 여러 가지 전언에 의하면 북한 역시 평창올림픽 참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첩보도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지금 상황에서 북한 역시, 물론 도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6차 핵실험과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실거리 발사 이후 북한도 역시 고강도의 대북 제재,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 군사적인 압박에 직면해서 나름대로 대화 국면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물론 파격적인 핵 포기라든지 이런 걸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마는 그런 걸 본다면, 북한 역시 대화 재개 명분, 형식 이런 것을 가지고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남북 접촉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고 북미 대화도 사실은 양측 모두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준석] 그렇다면 꼭 회의장이 아니라고 해도 회의장 밖에서라도,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최선희 국장을 뜻하는 것이 되겠습니다마는, 북한 당국자와 대화를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한범] 일단은 북한측 반응을 보면 현재까지는 공식적인 그런 반응은 없습니다마는 충분히 접촉의 여지는 있다고 봐야 되는 거고요. 지난달 말 최선희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이번에는 별다른 얘기 없이 공항에서 빠져나와서 숙소로 갔습니다마는, 그러나 지난번 모스크바 방문 때는 기자들이 질문했을 때 협상하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을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본다면 조심스러운 추론을 하자면, 충분히 접촉 가능성이 있습니다. 접촉이 안 된다고 해도 북미 간에 이미 틸러슨 장관이 지난번에 2, 3개의 북미 채널이 열리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제 사견입니다마는, 남북 간에도 어느 정도 공식적인 채널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물밑 접촉이 있다고 봐야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로 북미 접촉은 물론이거니와 남북 간 접촉도 사전적인 단계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준석] 지난번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남북 당국자가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비공개 접촉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였고 어떤 인사들이 만난 겁니까?

[조한범] 역시 동북아 안보 핵 관련 국제회의였고요. 지난달 11일부터 역시 3일간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 관련 국제회의였습니다. 여기에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핵 관련 전현직 관리들이 참석한 회의로 알려져 있고요. 이번 회의보다는 급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측에서는 부국장급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북한 외무성에서는 북미국이 가장 강력한 부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무성 안에 따로 독립적인 외무성이라고 볼 정도로 강력한 외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북미국 부국장이 참석했고 여기에서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은 안 됐습니다마는, 남북한 간에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결국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내기 전까지는 대화에 가지 않는다, 그리고 적대시 정책은 결국 군사 훈련 중단 그리고 대북 제재 해제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남북 대화의 경우에도, 물론 전면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이 막으면 결국 진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관심이 없다고 말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준석] 북한측이 그렇게 얘기하고, 특히 핵무기 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면 이번 모스크바 핵 비확산회의에서 만일에 남북 당국자 간에 접촉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렇게 핵무기 협상은 없다고 강조하고 그런 주장을 내세우게 되면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것인가, 좀 힘이 빠지지 않을까요?

[조한범] 지금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왜냐하면 최선희 국장도 그렇고 최강일 부국장도 그렇고 리용호 외무상도 그렇고 대외적인 발언에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분명히 없다는 걸 강조하고 있거든요. 그다음에 7기 2차 전원 회의에서도 핵무기를 계속 보유할 뜻을 분명히 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관료들이 핵협상을 하겠다, 핵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는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공개적인 발언의 자구 하나하나에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고요.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마는, 북한이 한 달 이상 도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 과거에 남한의 최고 지도자를 북한이 부를 때 역도라든지 패당이라든지 험담을 많이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런 험담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중립적인 용어로 남조선 최고의 집권자, 이런 형태로 비난을 해 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비교해 봤을 때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극언이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외형과 달리 남북 관계에 대해서 모두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역시 북미 관계에서 정치 외교 안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관계에서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투 트랙의 기본 입장이 변함없기 때문에 북한 역시 남북 관계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김준석] 지금 말씀의 연장선상에서, 만일에 접촉이 이루어지면 접촉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조한범] 의미가 있죠.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비핵화, 강력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되, 그러나 남북 관계의 끈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북한의 절대적인 대상일 뿐만 아니라 통일을 위한 대상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는 가져가야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평창올림픽에 대해서도 계속 참가를 종용하고 있고 북한 역시 그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보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만일에 이번에 접촉이 이루어진다면 북미 간에도 긴장은 고조되고 있지만 대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렇다면 북미 간 대화는 사실상 외형과 달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와 있다고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남북 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하면 북미 간 남북 대화 부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준석] 네.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었습니다. 조한범 위원님, 말씀 고맙습니다.

[조한범]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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