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50m’ 매봉산 고랭지 배추 ‘92일의 기록’

입력 2017.10.20 (10:12) 수정 2017.10.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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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고도 1,250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길도, 쏟아지는 비를 막을 길도 없다.

6월의 가뭄과 평년보다 더웠던 7월의 이상 된더위, 그리고 갑자기 몰아친 8월의 기습 폭우까지. 배추 한 포기가 견뎌낸 92일의 여름을 '다큐 공감(21일 저녁 7시 5분, 1TV)'에서 다룬다.


가뭄에 녹는 배추 모종 3백만 개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해발 고도 1,25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곳에서 키우는 배추는 6백만 포기로 우리나라의 한 해 배추 가격은 매봉산에서 정해진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6월 가뭄이 심각하다. 3백만 개의 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한 달 가까이 비가 오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에 아기 손보다 작은 모종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린다.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배추밭 전체가 망가질 것이다.


"우리나라 배추는 할머니들이 다 심는다"

6월 25일, 반가운 비가 내린다. 배추가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하자 배추밭 고랑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풀도 빠르게 자라난다. 이제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40도가 넘는 경사진 밭을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들이 넘나든다. 김매는 할머니들의 나이는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매봉산의 거친 돌이 어떻게 배추를 키우는지 잘 안다. 낮 동안 뜨겁게 달궈진 돌이 차가운 공기를 만나 물방울이 맺히면 배추가 받아먹는다. 할머니들은 이를 두고 '돌이 오줌을 싼다'고 말한다.


배추 농사 35년 경력의 권오성 씨는 집이 산 아래에 있지만,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매봉산에 올라온다.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배추의 상태를 점검하고 비료를 주거나 솎아줘야 그만큼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권 씨는 매봉산에서 배추를 가장 잘 키우는 사람으로 불린다. 한 해에 1500번쯤 매봉산에 올라와야 배추를 키울 수 있다.

"출하 일주일 남았는데…."

매봉산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다. 이상폭염 때문이다. 90%의 수분을 가진 배추는 날이 너무 뜨겁거나 습해도 쉽게 물러버린다. 이제 배추밭의 절반 가량이 자라 35일 후면 출하다. 그때까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무름병'이다. 무름병에 걸린 배추는 점차로 물러져 썩고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진다.

경사진 밭에서 바짝 마른 토양이 위태롭다. 그런데 폭염 끝에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진다. 풀은 무성하게 자라고 배추는 무르기 시작한다. 매봉산보다 해발 고도가 낮은 아래 지역의 고랭지 배추밭에서는 다 자란 배추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상 폭염과 기습적인 폭우로 배추 6백만 포기의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제 수확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일주일이다. 농민들은 출하 일주일을 남겨두고 속수무책이다. 폭염 속에서 고랑 사이를 누빈 할머니들의 노고는 과연 빛나는 수확으로 이어질까?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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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발 1,250m’ 매봉산 고랭지 배추 ‘92일의 기록’
    • 입력 2017-10-20 10:12:46
    • 수정2017-10-20 14:03:30
    사회
해발 고도 1,250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길도, 쏟아지는 비를 막을 길도 없다.

6월의 가뭄과 평년보다 더웠던 7월의 이상 된더위, 그리고 갑자기 몰아친 8월의 기습 폭우까지. 배추 한 포기가 견뎌낸 92일의 여름을 '다큐 공감(21일 저녁 7시 5분, 1TV)'에서 다룬다.


가뭄에 녹는 배추 모종 3백만 개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해발 고도 1,25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곳에서 키우는 배추는 6백만 포기로 우리나라의 한 해 배추 가격은 매봉산에서 정해진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6월 가뭄이 심각하다. 3백만 개의 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한 달 가까이 비가 오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에 아기 손보다 작은 모종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린다.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배추밭 전체가 망가질 것이다.


"우리나라 배추는 할머니들이 다 심는다"

6월 25일, 반가운 비가 내린다. 배추가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하자 배추밭 고랑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풀도 빠르게 자라난다. 이제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40도가 넘는 경사진 밭을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들이 넘나든다. 김매는 할머니들의 나이는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매봉산의 거친 돌이 어떻게 배추를 키우는지 잘 안다. 낮 동안 뜨겁게 달궈진 돌이 차가운 공기를 만나 물방울이 맺히면 배추가 받아먹는다. 할머니들은 이를 두고 '돌이 오줌을 싼다'고 말한다.


배추 농사 35년 경력의 권오성 씨는 집이 산 아래에 있지만,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매봉산에 올라온다.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배추의 상태를 점검하고 비료를 주거나 솎아줘야 그만큼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권 씨는 매봉산에서 배추를 가장 잘 키우는 사람으로 불린다. 한 해에 1500번쯤 매봉산에 올라와야 배추를 키울 수 있다.

"출하 일주일 남았는데…."

매봉산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다. 이상폭염 때문이다. 90%의 수분을 가진 배추는 날이 너무 뜨겁거나 습해도 쉽게 물러버린다. 이제 배추밭의 절반 가량이 자라 35일 후면 출하다. 그때까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무름병'이다. 무름병에 걸린 배추는 점차로 물러져 썩고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진다.

경사진 밭에서 바짝 마른 토양이 위태롭다. 그런데 폭염 끝에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진다. 풀은 무성하게 자라고 배추는 무르기 시작한다. 매봉산보다 해발 고도가 낮은 아래 지역의 고랭지 배추밭에서는 다 자란 배추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상 폭염과 기습적인 폭우로 배추 6백만 포기의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제 수확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일주일이다. 농민들은 출하 일주일을 남겨두고 속수무책이다. 폭염 속에서 고랑 사이를 누빈 할머니들의 노고는 과연 빛나는 수확으로 이어질까?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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