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생태계 보고’ 갯벌의 귀환, 생명이 돌아오다

입력 2017.10.23 (08:04) 수정 2017.10.2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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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막아 간척한 땅보다 갯벌이 가치가 높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밀물에는 물속에 잠기지만, 썰물에는 드러나는 땅. 갯벌은 해양생태계에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우리나라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유럽 북해 연안, 그리고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갯벌이 지난 몇십 년간 바다를 메워 땅을 얻는 간척사업으로 사라졌다. 경기도와 충남, 전북, 전남 등에 전체 국토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갯벌만이 남았다. 문제는 갯벌을 없애고 조성한 간척지가 농업·산업 용지로도 구실을 못하는 데다 육상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서 환경 피해까지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며 간척지를 갯벌로 되돌리려는 곳이 늘고 있다. 제 기능을 못 하는 간척지를 원래 갯벌 상태로 복원하는 '역(逆) 간척' 사업이다.

이익보다 폐해 큰 간척 사업

1961년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시작된 간척 사업은 한반도 지도를 바꿨다. 총 13만 5,100ha의 새로운 땅을 만들었고 여의도 면적의 150배가량의 간척지가 생겨났다. 문제는 간척된 농지에 염분이 많은 데다 물 빠짐이 나빠 농작물 재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안생태계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담수호가 오염되는 등 환경파괴가 가속됐다.

한때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였던 충남 천수만은 간척의 신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15년간 간척사업이 진행됐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천수만의 담수호인 보령호는 수질 상태가 '매우 나쁨' 상태다. 대단위 축사 등 오염원이 인근에 산재해 수질이 악화하면서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결국, 과거 갯벌을 없애고 간척지를 조성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환경파괴만 가속화된 셈이다.


갯벌 되살리니 '자연'과 '수익'은 덤

전 세계적으로 갯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독일 등 유럽에서 갯벌을 막았던 제방을 허물고 '역간척'으로 갯벌의 생태를 복원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한국 또한 역간척을 통해 환경을 되살리고 주민소득 증대도 꾀하고 있다. 갯벌을 되살린 성공 사례는 전남 신안의 '증도'다. 방조제를 트자 생명이 돌아왔다. 증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으로 한국의 갯벌 생태 관광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이제 증도에 가면 짱뚱어와 낙지, 백합이 사람들을 맞는다. 간척을 통해 땅을 얻는 대신 갯벌을 되살려 사람들을 모았다. 우리나라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 또한 간척사업으로 면적이 감소했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우리나라 환경오염을 상징하던 경기도 시화호는 이제 국제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할 정도로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2000년 12월 시화호에 바닷물을 유입하며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대규모 갈대 습지공원과 자연형 하천을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만든 습지지만 복원과정에서 사람들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1997년 17.4ppm이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서해의 수질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제 시화호엔 매년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한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역간척 사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전남 진도군 소포리에서는 역간척 사업이 좌초됐다. 방조제를 쌓을 당시부터 직접 참여한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다, 토지보상비 등의 현실적 문제로 사업추진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생태를 복원하는 것만큼 주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사기획 창(24일(화) 밤 9시 40분, KBS 1TV)'은 국내외 간척사업의 폐해와 부작용 등을 들여다보고 갯벌 복원을 통한 생태환경의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미래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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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생태계 보고’ 갯벌의 귀환, 생명이 돌아오다
    • 입력 2017-10-23 08:04:28
    • 수정2017-10-23 08:14:29
    사회
갯벌을 막아 간척한 땅보다 갯벌이 가치가 높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밀물에는 물속에 잠기지만, 썰물에는 드러나는 땅. 갯벌은 해양생태계에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우리나라 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유럽 북해 연안, 그리고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갯벌이 지난 몇십 년간 바다를 메워 땅을 얻는 간척사업으로 사라졌다. 경기도와 충남, 전북, 전남 등에 전체 국토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갯벌만이 남았다. 문제는 갯벌을 없애고 조성한 간척지가 농업·산업 용지로도 구실을 못하는 데다 육상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서 환경 피해까지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며 간척지를 갯벌로 되돌리려는 곳이 늘고 있다. 제 기능을 못 하는 간척지를 원래 갯벌 상태로 복원하는 '역(逆) 간척' 사업이다.

이익보다 폐해 큰 간척 사업

1961년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시작된 간척 사업은 한반도 지도를 바꿨다. 총 13만 5,100ha의 새로운 땅을 만들었고 여의도 면적의 150배가량의 간척지가 생겨났다. 문제는 간척된 농지에 염분이 많은 데다 물 빠짐이 나빠 농작물 재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안생태계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담수호가 오염되는 등 환경파괴가 가속됐다.

한때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였던 충남 천수만은 간척의 신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15년간 간척사업이 진행됐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천수만의 담수호인 보령호는 수질 상태가 '매우 나쁨' 상태다. 대단위 축사 등 오염원이 인근에 산재해 수질이 악화하면서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결국, 과거 갯벌을 없애고 간척지를 조성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환경파괴만 가속화된 셈이다.


갯벌 되살리니 '자연'과 '수익'은 덤

전 세계적으로 갯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독일 등 유럽에서 갯벌을 막았던 제방을 허물고 '역간척'으로 갯벌의 생태를 복원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한국 또한 역간척을 통해 환경을 되살리고 주민소득 증대도 꾀하고 있다. 갯벌을 되살린 성공 사례는 전남 신안의 '증도'다. 방조제를 트자 생명이 돌아왔다. 증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으로 한국의 갯벌 생태 관광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이제 증도에 가면 짱뚱어와 낙지, 백합이 사람들을 맞는다. 간척을 통해 땅을 얻는 대신 갯벌을 되살려 사람들을 모았다. 우리나라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 또한 간척사업으로 면적이 감소했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우리나라 환경오염을 상징하던 경기도 시화호는 이제 국제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할 정도로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2000년 12월 시화호에 바닷물을 유입하며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대규모 갈대 습지공원과 자연형 하천을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만든 습지지만 복원과정에서 사람들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1997년 17.4ppm이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서해의 수질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제 시화호엔 매년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한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역간척 사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전남 진도군 소포리에서는 역간척 사업이 좌초됐다. 방조제를 쌓을 당시부터 직접 참여한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다, 토지보상비 등의 현실적 문제로 사업추진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생태를 복원하는 것만큼 주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사기획 창(24일(화) 밤 9시 40분, KBS 1TV)'은 국내외 간척사업의 폐해와 부작용 등을 들여다보고 갯벌 복원을 통한 생태환경의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미래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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