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만나는 전라도의 맛…추자도 대물 밥상

입력 2017.11.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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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추자면에 위치한 추자도는 자연산 대물이 넘쳐나는 황금 그물의 땅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전라도의 맛이 공존하는 곳, '바람의 땅' 추자군도의 자연산 대물을 KBS '한국인의 밥상'(9일 저녁 7시 35분 방송, 1TV)에서 소개한다.



제주도에서 전라도의 맛을 만나다


제주에서도 북서쪽으로 50여km 떨어진 추자도는 쉽게 닿을 수 없는 땅이다. 제주에서 추자도로 가는 뱃길은 하루에 두 편밖에 없다.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셈이다. 추자도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자도는 전라도에서도 영암과 해남, 완도에 속해 있다가 1914년에 제주도로 편입됐다. 그래서 추자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제주에 속하면서도 음식이나 생활 풍습은 전라도와 많이 닮아있다.


추자도에서 나고 자란 고점숙 씨가 고모 지석자 씨와 엉겅퀴를 캐러 추자도 올레길 부근을 찾았다. 이곳에서 항각구로 불리는 엉겅퀴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라는데, 추자도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 재료이다.

깨끗이 씻어 썰어놓은 엉겅퀴는 추자도의 겨울 별미 자연산 삼치와 만나 천상의 맛을 낸다. 엉겅퀴삼치국부터 삼치껍질젓까지. 고점숙 씨와 지석자 씨는 섬에서 나는 것들로 솜씨를 발휘한다.

자연산 대물 삼치의 맛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이지만 추자항은 출항 준비를 하는 배들로 북적인다. 묵묵히 배의 줄을 푸는 고행복 씨는 이맘때면 쉴 틈 없이 올라오는 삼치를 잡기 위해 아내 김미자 씨와 바닷길을 나선다. 올해는 특히 삼치가 풍년이다.

줄줄이 올라오는 삼치를 부부는 손발을 척척 맞춰가며 잡아 올린다. 기분 좋게 대물 삼치 한 마리를 회 쳐 갓김치에 싸 남편에게 건네는 아내 김미자 씨. 밥+김치+삼치 삼합은 추자도 사람들이 삼치를 먹는 방식이다. 초고추장이 아닌 간장장에 찍어 먹는 것도 추자도만의 특징이다.


부부는 힘든 조업을 끝낸 뒤, 대물 삼치 두 마리를 들고 친구 이정호 씨를 찾는다. 고행복 씨와 이정호 씨는 선원들에게 밥을 해주던 열일곱 화장(火匠) 시절부터 서로를 의지해 온 친구 사이다.

두 사람에겐 선장 몰래 삼치에 상처를 내 팔지 못하게 한 다음 삼치를 먹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을 반찬 삼아 삼치몰가리(뼈)탕에 방어, 삼치 솔방울 구이까지 곁들이며 만찬을 즐긴다.

낚시꾼의 보물섬, 추자군도 대물을 찾아서

풍부한 어족자원과 최상의 지리적 조건으로 제주의 보물섬이라 불리는 추자군도는 낚시꾼들의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천혜의 어장이자 40여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져 어디에서 낚시를 해도 생선을 잡을 수 있다. 낚시꾼들은 요즘 자연산 돔을 대물로 꼽는다.


추자군도 무인도들의 낚시 포인트를 꿰고 있다는 고한덕 씨. 그는 추자도에서 살며 낚싯배를 운행한다. 낚시꾼들이 대물을 잡아 오면, 아내와 함께 하추자도에 살고 있는 장모 김영자 씨 집을 찾는다. 해녀 출신 장모는 생선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다.

이 마을에서 영자 씨 매운탕 실력을 따라갈 사람 찾기란 쉽지 않다. 칼칼한 맛을 위해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추자도 땅무와 된장으로 특별한 맛을 낸다는 영자 씨 표 매운탕. 여기에 사위가 가져온 귀한 돔에 불볼락으로 만든 찜, 물질해 잡아낸 자연산 홍합을 꿰어 만든 꼬치까지. 사위 사랑 가득한 장모 영자 씨의 밥상을 맛본다.

오직 한 가족만 사는 섬, 추포도

추자도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을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섬 안의 섬' 추포도. 그곳에는 딱 한 가족만이 산다. 제주 최연소 해녀라는 정소영 씨와 어머니 지기심 씨, 오빠 내외와 아버지 5명이 섬을 지키며 산다.

해녀로 명성이 자자했던 어머니의 설득에 해녀 일을 배우게 됐다는 소영 씨는 이제 어머니와 장난도 치며 물질을 할 정도로 능숙한 해녀가 됐다. 모녀는 손바닥보다 더 큰 자연산 전복에 지금이 딱 제철인 뿔소라, 추자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물캇(세실)까지 채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모녀는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갯것들로 음식을 한다. 물캇에 고구마를 넣어 물캇 냉국을 만든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추자도 사람들만의 별미다. 뿔소라를 넣은 미역국에, 작은 전복과 비슷한 군부로 만든 무침까지. 추포도 갯것들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려낸 추포도 밥상을 맛본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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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에서 만나는 전라도의 맛…추자도 대물 밥상
    • 입력 2017-11-09 08:10:49
    사회
제주시 추자면에 위치한 추자도는 자연산 대물이 넘쳐나는 황금 그물의 땅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전라도의 맛이 공존하는 곳, '바람의 땅' 추자군도의 자연산 대물을 KBS '한국인의 밥상'(9일 저녁 7시 35분 방송, 1TV)에서 소개한다.



제주도에서 전라도의 맛을 만나다


제주에서도 북서쪽으로 50여km 떨어진 추자도는 쉽게 닿을 수 없는 땅이다. 제주에서 추자도로 가는 뱃길은 하루에 두 편밖에 없다.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셈이다. 추자도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자도는 전라도에서도 영암과 해남, 완도에 속해 있다가 1914년에 제주도로 편입됐다. 그래서 추자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제주에 속하면서도 음식이나 생활 풍습은 전라도와 많이 닮아있다.


추자도에서 나고 자란 고점숙 씨가 고모 지석자 씨와 엉겅퀴를 캐러 추자도 올레길 부근을 찾았다. 이곳에서 항각구로 불리는 엉겅퀴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라는데, 추자도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 재료이다.

깨끗이 씻어 썰어놓은 엉겅퀴는 추자도의 겨울 별미 자연산 삼치와 만나 천상의 맛을 낸다. 엉겅퀴삼치국부터 삼치껍질젓까지. 고점숙 씨와 지석자 씨는 섬에서 나는 것들로 솜씨를 발휘한다.

자연산 대물 삼치의 맛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이지만 추자항은 출항 준비를 하는 배들로 북적인다. 묵묵히 배의 줄을 푸는 고행복 씨는 이맘때면 쉴 틈 없이 올라오는 삼치를 잡기 위해 아내 김미자 씨와 바닷길을 나선다. 올해는 특히 삼치가 풍년이다.

줄줄이 올라오는 삼치를 부부는 손발을 척척 맞춰가며 잡아 올린다. 기분 좋게 대물 삼치 한 마리를 회 쳐 갓김치에 싸 남편에게 건네는 아내 김미자 씨. 밥+김치+삼치 삼합은 추자도 사람들이 삼치를 먹는 방식이다. 초고추장이 아닌 간장장에 찍어 먹는 것도 추자도만의 특징이다.


부부는 힘든 조업을 끝낸 뒤, 대물 삼치 두 마리를 들고 친구 이정호 씨를 찾는다. 고행복 씨와 이정호 씨는 선원들에게 밥을 해주던 열일곱 화장(火匠) 시절부터 서로를 의지해 온 친구 사이다.

두 사람에겐 선장 몰래 삼치에 상처를 내 팔지 못하게 한 다음 삼치를 먹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을 반찬 삼아 삼치몰가리(뼈)탕에 방어, 삼치 솔방울 구이까지 곁들이며 만찬을 즐긴다.

낚시꾼의 보물섬, 추자군도 대물을 찾아서

풍부한 어족자원과 최상의 지리적 조건으로 제주의 보물섬이라 불리는 추자군도는 낚시꾼들의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천혜의 어장이자 40여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져 어디에서 낚시를 해도 생선을 잡을 수 있다. 낚시꾼들은 요즘 자연산 돔을 대물로 꼽는다.


추자군도 무인도들의 낚시 포인트를 꿰고 있다는 고한덕 씨. 그는 추자도에서 살며 낚싯배를 운행한다. 낚시꾼들이 대물을 잡아 오면, 아내와 함께 하추자도에 살고 있는 장모 김영자 씨 집을 찾는다. 해녀 출신 장모는 생선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다.

이 마을에서 영자 씨 매운탕 실력을 따라갈 사람 찾기란 쉽지 않다. 칼칼한 맛을 위해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추자도 땅무와 된장으로 특별한 맛을 낸다는 영자 씨 표 매운탕. 여기에 사위가 가져온 귀한 돔에 불볼락으로 만든 찜, 물질해 잡아낸 자연산 홍합을 꿰어 만든 꼬치까지. 사위 사랑 가득한 장모 영자 씨의 밥상을 맛본다.

오직 한 가족만 사는 섬, 추포도

추자도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을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섬 안의 섬' 추포도. 그곳에는 딱 한 가족만이 산다. 제주 최연소 해녀라는 정소영 씨와 어머니 지기심 씨, 오빠 내외와 아버지 5명이 섬을 지키며 산다.

해녀로 명성이 자자했던 어머니의 설득에 해녀 일을 배우게 됐다는 소영 씨는 이제 어머니와 장난도 치며 물질을 할 정도로 능숙한 해녀가 됐다. 모녀는 손바닥보다 더 큰 자연산 전복에 지금이 딱 제철인 뿔소라, 추자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물캇(세실)까지 채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모녀는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갯것들로 음식을 한다. 물캇에 고구마를 넣어 물캇 냉국을 만든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추자도 사람들만의 별미다. 뿔소라를 넣은 미역국에, 작은 전복과 비슷한 군부로 만든 무침까지. 추포도 갯것들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려낸 추포도 밥상을 맛본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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