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없는 대회’…일본, APBC 개막 앞두고 ‘잠잠’

입력 2017.11.16 (07:53) 수정 2017.11.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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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일본에서 '국기(國技)' 대접을 받는 종목이다.

어딜 가나 야구선수를 모델로 한 광고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신문을 펼쳐도 온통 야구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일본은 자국 대표팀을 가리키던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별명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24세·프로 3년 차 이하 선수가 주축이 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 대표팀 역시 사무라이 재팬에 포함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프로야구 기구가 함께 창설한 APBC는 올해가 1회 대회다.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과 일본전을 시작으로 17일 한국-대만전, 18일 일본-대만전이 열린다. 대회 마지막 날인 19일은 결승이다.

그러나 대회 개막을 눈앞에 둔 15일까지 일본에서 이 대회의 열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신문을 펼쳐도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TV 뉴스에서는 일본 대표팀 훈련 소식을 짧게 전할 뿐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APBC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고, 15일에는 대회 개막을 예고하는 짧은 기사만 게재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떠들썩했던 2015년 프리미어 12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붐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분위기는 서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종류의 잡지가 나오는 국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 12와 같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서점에 관련 잡지가 쫙 깔린다.

그러나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쿄돔 서점에서도 APBC 관련 책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야구잡지 코너에는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별 2017시즌 리뷰부터 오타니 쇼헤이(23·닛폰햄 파이터스)의 해외 진출 예상을 담은 책자만 가득했다.

KBO 리그 선수 명감 표지에서만 'APBC 2017에 나설 한국 선수들의 정보를 담았다'는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돔 근처를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김정희(25) 씨는 "여기서 대회가 열리는 건 몰랐다.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들도 이 대회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2년 전 도쿄돔에서 한국과 일본은 프리미어 12 준결승을 치렀다.

한국은 0-3으로 끌려가다 9회 초 4점을 뽑아 대역전승을 거뒀고, 결승에서 미국까지 물리쳐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에서 5만5천 석 도쿄돔은 가득 찼고, 일본 내 시청률(TBS) 25.2%로 2015년 연간 최고 시청률 8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16일 한국과 일본의 APBC 대회 개막전에서는 만원 관중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오늘(15일)까지 2만 장 정도 예매됐다고 하더라. 일본 쪽에서도 '매진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난다면 분위기는 좀 더 달아오를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이 대회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스타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타니다.

올해 23세인 오타니는 이 대회 출전 자격을 갖췄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불참한다.

대신 오타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 KBO리그 전문가인 무로이 마사야 기자는 "오타니 등 슈퍼스타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라 분위기가 프리미어 12나 WBC만큼 올라오진 않는다. 대회 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의 관심도와는 별개로,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에 소중한 기회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한국 야구대표팀의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당시의 주축 가운데 2020년까지 출전을 기대할만한 선수는 김현수(29), 김광현(29·SK 와이번스), 강민호(32·롯데 자이언츠) 정도가 전부다.

선수는 경험을 먹고 자란다. 선동열(54) 야구대표팀 감독이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은 것도 한 명이라도 많은 선수에게 도쿄돔 출전 경험을 주기 위해서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일본에서도 대회 흥행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2회, 3회 대회를 더하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젊은 선수가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위치와 과제를 확인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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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6 07:53:48
    • 수정2017-11-16 07:57:34
    연합뉴스
야구는 일본에서 '국기(國技)' 대접을 받는 종목이다.

어딜 가나 야구선수를 모델로 한 광고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신문을 펼쳐도 온통 야구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일본은 자국 대표팀을 가리키던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별명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24세·프로 3년 차 이하 선수가 주축이 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 대표팀 역시 사무라이 재팬에 포함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프로야구 기구가 함께 창설한 APBC는 올해가 1회 대회다.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과 일본전을 시작으로 17일 한국-대만전, 18일 일본-대만전이 열린다. 대회 마지막 날인 19일은 결승이다.

그러나 대회 개막을 눈앞에 둔 15일까지 일본에서 이 대회의 열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신문을 펼쳐도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TV 뉴스에서는 일본 대표팀 훈련 소식을 짧게 전할 뿐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APBC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고, 15일에는 대회 개막을 예고하는 짧은 기사만 게재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떠들썩했던 2015년 프리미어 12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붐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분위기는 서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종류의 잡지가 나오는 국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 12와 같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서점에 관련 잡지가 쫙 깔린다.

그러나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쿄돔 서점에서도 APBC 관련 책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야구잡지 코너에는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별 2017시즌 리뷰부터 오타니 쇼헤이(23·닛폰햄 파이터스)의 해외 진출 예상을 담은 책자만 가득했다.

KBO 리그 선수 명감 표지에서만 'APBC 2017에 나설 한국 선수들의 정보를 담았다'는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돔 근처를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김정희(25) 씨는 "여기서 대회가 열리는 건 몰랐다.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들도 이 대회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2년 전 도쿄돔에서 한국과 일본은 프리미어 12 준결승을 치렀다.

한국은 0-3으로 끌려가다 9회 초 4점을 뽑아 대역전승을 거뒀고, 결승에서 미국까지 물리쳐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에서 5만5천 석 도쿄돔은 가득 찼고, 일본 내 시청률(TBS) 25.2%로 2015년 연간 최고 시청률 8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16일 한국과 일본의 APBC 대회 개막전에서는 만원 관중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오늘(15일)까지 2만 장 정도 예매됐다고 하더라. 일본 쪽에서도 '매진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난다면 분위기는 좀 더 달아오를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이 대회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스타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타니다.

올해 23세인 오타니는 이 대회 출전 자격을 갖췄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불참한다.

대신 오타니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 KBO리그 전문가인 무로이 마사야 기자는 "오타니 등 슈퍼스타가 출전하지 않는 대회라 분위기가 프리미어 12나 WBC만큼 올라오진 않는다. 대회 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의 관심도와는 별개로,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에 소중한 기회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한국 야구대표팀의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당시의 주축 가운데 2020년까지 출전을 기대할만한 선수는 김현수(29), 김광현(29·SK 와이번스), 강민호(32·롯데 자이언츠) 정도가 전부다.

선수는 경험을 먹고 자란다. 선동열(54) 야구대표팀 감독이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은 것도 한 명이라도 많은 선수에게 도쿄돔 출전 경험을 주기 위해서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일본에서도 대회 흥행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2회, 3회 대회를 더하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젊은 선수가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위치와 과제를 확인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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