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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부’ 장옥순 여사의 기억찾기 여행
입력 2017.11.20 (08:00) 수정 2017.11.21 (19:17) 사회
홀로 일곱 남매를 키운 엄마가 기억 너머에서 길을 잃었다.

엄마, 장옥순(82). 자식들의 기억 속에 그녀는 늘 강했다. 옥순 씨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지독한 가난 앞에서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아들딸은 물론, 동네 사람들마저 옥순 씨를 여장부라 불렀다. 한평생 억척같이 일하며, 일곱 남매를 시집장가보냈고, 식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집도 마련했다. 옥순 씨 집 1층에는 여섯째 신재민(45) 씨 가족이, 2층에는 넷째 신승희(52) 씨 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


'이제 편히 쉴 일만 남았다'며 좋아하던 옥순 씨가 기억 저 너머에서 길을 잃었다. 4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옥순 씨는 똑같은 질문만 수십 번, 치매약을 거르는 날에는 작은 일에도 불같이 역정을 낸다. 그럴 때면 중년의 아들딸이 만사 제쳐놓고 엄마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눈물을 삼키고, '이번에는 엄마에게 뭘 해줄까?'를 궁리한다.

"한평생 저희 위해 고생한 엄마가 기억을 잃어가요"

42년 전, 옥순 씨는 나이 마흔에 남편을 저승으로 떠나보내고 혼자가 됐다. 두 돌이 된 막내부터 스무 살 큰딸까지 줄줄이 딸린 자식만 일곱 명. '아이들은 굶기지 말자'는 일념으로 태백에서 서울로 올라와,7남매를 위해서라면 안 해본 일이 없다. 막노동하며 포장마차를 운영했고, 냄비, 멸치, 그릇 장사도 했다.


옥순 씨가 새벽같이 나가 일을 해도 육성회비 내는 건 늘 꼴찌였다. 여덟 식구는 좁은 단칸방에서 다닥다닥 붙어 잤다. 옥순 씨는 곤궁한 살림에 사위까지 거뒀다. 딸들이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연 뒤에는 손주를 돌보며, 온종일 깻잎을 씻어 뒷바라지 했다. 옥순 씨의 헌신에 가게는 날로 번창했고, 7남매 모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긴 세월 빚진 일곱 남매가 이제야 옥순 씨에게 진 빚을 갚을 형편이 됐는데 옥순 씨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들딸 돌아가며 흉을 보거나, 장소를 불문하고 불같이 역정을 냈다. 검사 결과 '경도 치매' 판정을 받았다.


희미해지는 엄마의 기억을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7남매가 똘똘 뭉쳤다. 치매에 대한 공부는 물론 수시로 집에 들러 엄마 옥순 씨의 말벗이 되어주고, 함께 운동을 다닌다. 가난 속에서 그랬듯, 칠 남매는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더욱 끈끈해졌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같은 말을 하는 엄마에게 짜증은커녕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엄마는 어릴 적 내 옹알이를 받아줬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 빚을 갚을 시간을 준 것 같아 고맙다"고 말한다.

옥순 씨와 가족들이 여행길에 올랐다. 7남매는 물론, 사위에, 며느리 그리고 옥순 씨의 단짝, 안사돈까지, 옥순 씨를 위해 준비한 '장옥순 여사의 기억 찾기 여행'이다. 목적지는 옥순 씨가 젊은 시절을 보낸 강원도 태백이다.

'잊지 말아요, 엄마'

오늘도 '큰 아이' 옥순 씨 때문에 집안이 시끌벅적하다. 일곱 살 손녀도 하지 않는 밥투정을 하기 일쑤고, 돈을 잃어버렸다며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기억을 잃어 아이처럼 되어가는 와중에도 옥순 씨는 여전히 매일 밤 자식과 손주를 위해 기도한다. "아직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치매 걸릴 때가 아니다"라며 막내아들 식당에 고사를 지내줘야 한다며 말레이시아까지 갈 마음을 먹었다.

일곱 남매는 그런 엄마 옥순 씨의 남은 날들을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주고 싶다. "내일이 오면, 엄마는 오늘을 잊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래도 엄마가 우리가 함께한 이 순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인간극장(월~금 오전 7시 50분, KBS 1TV)'에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 장옥순 씨와 사라져 가는 엄마의 기억을 붙들고 싶어하는 일곱 남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 ‘여장부’ 장옥순 여사의 기억찾기 여행
    • 입력 2017-11-20 08:00:13
    • 수정2017-11-21 19:17:35
    사회
홀로 일곱 남매를 키운 엄마가 기억 너머에서 길을 잃었다.

엄마, 장옥순(82). 자식들의 기억 속에 그녀는 늘 강했다. 옥순 씨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지독한 가난 앞에서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아들딸은 물론, 동네 사람들마저 옥순 씨를 여장부라 불렀다. 한평생 억척같이 일하며, 일곱 남매를 시집장가보냈고, 식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집도 마련했다. 옥순 씨 집 1층에는 여섯째 신재민(45) 씨 가족이, 2층에는 넷째 신승희(52) 씨 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


'이제 편히 쉴 일만 남았다'며 좋아하던 옥순 씨가 기억 저 너머에서 길을 잃었다. 4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옥순 씨는 똑같은 질문만 수십 번, 치매약을 거르는 날에는 작은 일에도 불같이 역정을 낸다. 그럴 때면 중년의 아들딸이 만사 제쳐놓고 엄마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눈물을 삼키고, '이번에는 엄마에게 뭘 해줄까?'를 궁리한다.

"한평생 저희 위해 고생한 엄마가 기억을 잃어가요"

42년 전, 옥순 씨는 나이 마흔에 남편을 저승으로 떠나보내고 혼자가 됐다. 두 돌이 된 막내부터 스무 살 큰딸까지 줄줄이 딸린 자식만 일곱 명. '아이들은 굶기지 말자'는 일념으로 태백에서 서울로 올라와,7남매를 위해서라면 안 해본 일이 없다. 막노동하며 포장마차를 운영했고, 냄비, 멸치, 그릇 장사도 했다.


옥순 씨가 새벽같이 나가 일을 해도 육성회비 내는 건 늘 꼴찌였다. 여덟 식구는 좁은 단칸방에서 다닥다닥 붙어 잤다. 옥순 씨는 곤궁한 살림에 사위까지 거뒀다. 딸들이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연 뒤에는 손주를 돌보며, 온종일 깻잎을 씻어 뒷바라지 했다. 옥순 씨의 헌신에 가게는 날로 번창했고, 7남매 모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긴 세월 빚진 일곱 남매가 이제야 옥순 씨에게 진 빚을 갚을 형편이 됐는데 옥순 씨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들딸 돌아가며 흉을 보거나, 장소를 불문하고 불같이 역정을 냈다. 검사 결과 '경도 치매' 판정을 받았다.


희미해지는 엄마의 기억을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7남매가 똘똘 뭉쳤다. 치매에 대한 공부는 물론 수시로 집에 들러 엄마 옥순 씨의 말벗이 되어주고, 함께 운동을 다닌다. 가난 속에서 그랬듯, 칠 남매는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더욱 끈끈해졌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같은 말을 하는 엄마에게 짜증은커녕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엄마는 어릴 적 내 옹알이를 받아줬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 빚을 갚을 시간을 준 것 같아 고맙다"고 말한다.

옥순 씨와 가족들이 여행길에 올랐다. 7남매는 물론, 사위에, 며느리 그리고 옥순 씨의 단짝, 안사돈까지, 옥순 씨를 위해 준비한 '장옥순 여사의 기억 찾기 여행'이다. 목적지는 옥순 씨가 젊은 시절을 보낸 강원도 태백이다.

'잊지 말아요, 엄마'

오늘도 '큰 아이' 옥순 씨 때문에 집안이 시끌벅적하다. 일곱 살 손녀도 하지 않는 밥투정을 하기 일쑤고, 돈을 잃어버렸다며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기억을 잃어 아이처럼 되어가는 와중에도 옥순 씨는 여전히 매일 밤 자식과 손주를 위해 기도한다. "아직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치매 걸릴 때가 아니다"라며 막내아들 식당에 고사를 지내줘야 한다며 말레이시아까지 갈 마음을 먹었다.

일곱 남매는 그런 엄마 옥순 씨의 남은 날들을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주고 싶다. "내일이 오면, 엄마는 오늘을 잊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래도 엄마가 우리가 함께한 이 순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인간극장(월~금 오전 7시 50분, KBS 1TV)'에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 장옥순 씨와 사라져 가는 엄마의 기억을 붙들고 싶어하는 일곱 남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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