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낯설게 느껴질 때의 공포감…영화 ‘기억의 밤’

입력 2017.11.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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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유석(김무열 분)은 '엄친아' 대학생이다.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밤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돌아오더니 사람이 변했다. 집을 떠나있던 기간의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동생 진석(강하늘)이 밤에 몰래 외출하는 형을 미행해봤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다. 동생이 보기에 이 사람은 진짜 형이 아니다.

반면 형이 본 동생은 이렇다. 신경쇠약에 걸린 삼수생인데 환각과 악몽에 시달린다. 밤새 옆에서 함께 잤는데도 형을 의심하고 경계한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약을 제때 먹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은 형제의 불완전한 기억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유석과 진석의 생각을 각각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차례로 들이댄다. 관객은 자동반사적으로 형과 동생 중 한명을 의심하고, 다른 쪽은 믿으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뚜렷하진 않다. 아버지(문성근)와 어머니(나영희)마저 미심쩍은 말과 행동을 시작하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진석은 가족 행세를 하는 이들에게 속고 있거나, 환각에 빠졌다. 이제 스스로도 기억을 믿지 못한다. 형제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실해진다.

영화는 막판 짜맞추기식 반전에 싫증 난 관객을 의식한 듯, 비교적 일찌감치 반전을 내놓는다. 역순으로 돌려보면 대단치 않은 식상한 반전이 아니다. 이야기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흐름이 뒤바뀐다. 완전히 다른 두 이야기를 잇대 놓은 듯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형제와 주변 인물들의 실체에 이야기가 집중되는 후반부는 비교적 친절한 편이다. 스릴러물로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얽힌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리며 긴장감을 붙들려 한다. 그러나 다소 비현실적인 사건 전개에 신파까지 가미된 탓에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사의 구조를 뒤트는 반전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례적으로 전반부 60분만 보여주는 특별시사회를 열고 스포일러 방지 서약을 받았을 정도다. 눈 밝은 스릴러 팬이라면 곳곳의 복선을 통해 반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속임수도 있다.

지난 9월 입대한 강하늘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진석의 복잡한 내면을 정교하게 연기했다. 김무열 역시 '삐딱한 모범생' 같은 외모를 밑천 삼아 선과 악을 번갈아 내보이는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와 '불어라 봄바람'(2003), 드라마 '싸인'(2011)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 1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고쳐 쓰며 공을 들였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출처 :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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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이 낯설게 느껴질 때의 공포감…영화 ‘기억의 밤’
    • 입력 2017-11-23 09:03:12
    연합뉴스
형 유석(김무열 분)은 '엄친아' 대학생이다.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밤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돌아오더니 사람이 변했다. 집을 떠나있던 기간의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동생 진석(강하늘)이 밤에 몰래 외출하는 형을 미행해봤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다. 동생이 보기에 이 사람은 진짜 형이 아니다.

반면 형이 본 동생은 이렇다. 신경쇠약에 걸린 삼수생인데 환각과 악몽에 시달린다. 밤새 옆에서 함께 잤는데도 형을 의심하고 경계한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약을 제때 먹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은 형제의 불완전한 기억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유석과 진석의 생각을 각각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차례로 들이댄다. 관객은 자동반사적으로 형과 동생 중 한명을 의심하고, 다른 쪽은 믿으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뚜렷하진 않다. 아버지(문성근)와 어머니(나영희)마저 미심쩍은 말과 행동을 시작하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진석은 가족 행세를 하는 이들에게 속고 있거나, 환각에 빠졌다. 이제 스스로도 기억을 믿지 못한다. 형제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실해진다.

영화는 막판 짜맞추기식 반전에 싫증 난 관객을 의식한 듯, 비교적 일찌감치 반전을 내놓는다. 역순으로 돌려보면 대단치 않은 식상한 반전이 아니다. 이야기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흐름이 뒤바뀐다. 완전히 다른 두 이야기를 잇대 놓은 듯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형제와 주변 인물들의 실체에 이야기가 집중되는 후반부는 비교적 친절한 편이다. 스릴러물로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얽힌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리며 긴장감을 붙들려 한다. 그러나 다소 비현실적인 사건 전개에 신파까지 가미된 탓에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사의 구조를 뒤트는 반전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례적으로 전반부 60분만 보여주는 특별시사회를 열고 스포일러 방지 서약을 받았을 정도다. 눈 밝은 스릴러 팬이라면 곳곳의 복선을 통해 반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속임수도 있다.

지난 9월 입대한 강하늘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진석의 복잡한 내면을 정교하게 연기했다. 김무열 역시 '삐딱한 모범생' 같은 외모를 밑천 삼아 선과 악을 번갈아 내보이는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와 '불어라 봄바람'(2003), 드라마 '싸인'(2011)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 1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고쳐 쓰며 공을 들였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출처 :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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