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리포트] 마샬제도 섬 주민들 ‘방사능 유출’ 공포

입력 2017.11.29 (20:37) 수정 2017.11.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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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평양 중서부에 있는 마셜제도의 한 섬에는 핵폐기물로 가득 찬 콘크리트 돔이 설치돼있습니다.

지난 2013년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돔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최근 호주 ABC 방송이 방사성 물질 노출 우려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는 마셜제도 섬 주민들을 취재했습니다.

이흥철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2,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셜제도.

마셜제도를 구성하는 천여 개의 섬 중에는 에네웨타크라는 작은 산호초 섬이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에네웨타크 섬에는 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녹취> "우리는 폭탄, 총, 그리고 핵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산다네."

지난 1947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은 에네웨타크 섬 일대에서 40여 차례 핵 실험을 시행했습니다.

주민들은 핵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섬을 떠나야 했고, 30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에네웨타크 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루닛 섬에는 콘크리트 돔이 설치돼있는데요.

마치 UFO를 닮은 콘크리트 돔 안에는 85,000 세제곱미터에 이르는 방사성 폐기물이 보관돼있습니다.

미 정부가 핵 실험으로 생긴 구덩이에 핵폐기물을 묻고 지난 1979년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겁니다.

당시 이 같은 조치는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임시방편이었지만, 40년이 되도록 돔은 방치돼있습니다.

<녹취> 마이클 제라드(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 : "울타리도 없고 돔을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원하면 언제든 돔 근처에 갈 수 있습니다."

루닛 섬의 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미국 에너지부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입니다.

돔 주변 토양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돔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마이클 제라드(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 : "미 정부는 큰 태풍이 불어 닥치면 돔이 파괴돼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 정부는 돔 가까이에 위치한 에네웨타크 섬의 어류나 코코넛 등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주민들은 현지에서 생산한 식품 대신 수입 가공식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에네웨타크 섬에는 최근 수년간 침수 피해가 잦아지면서 주민들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방사능 유출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학 전문가들은 에네웨타크 섬이 수십 년 안에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녹취> 앨슨 켈렌(주민) : "돔 안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마셜제도뿐만 아니라 태평양 전체를 말하는 겁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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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리포트] 마샬제도 섬 주민들 ‘방사능 유출’ 공포
    • 입력 2017-11-29 20:31:36
    • 수정2017-11-29 20:50:10
    글로벌24
<앵커 멘트>

태평양 중서부에 있는 마셜제도의 한 섬에는 핵폐기물로 가득 찬 콘크리트 돔이 설치돼있습니다.

지난 2013년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돔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최근 호주 ABC 방송이 방사성 물질 노출 우려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는 마셜제도 섬 주민들을 취재했습니다.

이흥철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2,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셜제도.

마셜제도를 구성하는 천여 개의 섬 중에는 에네웨타크라는 작은 산호초 섬이 하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에네웨타크 섬에는 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녹취> "우리는 폭탄, 총, 그리고 핵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산다네."

지난 1947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은 에네웨타크 섬 일대에서 40여 차례 핵 실험을 시행했습니다.

주민들은 핵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섬을 떠나야 했고, 30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에네웨타크 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루닛 섬에는 콘크리트 돔이 설치돼있는데요.

마치 UFO를 닮은 콘크리트 돔 안에는 85,000 세제곱미터에 이르는 방사성 폐기물이 보관돼있습니다.

미 정부가 핵 실험으로 생긴 구덩이에 핵폐기물을 묻고 지난 1979년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겁니다.

당시 이 같은 조치는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임시방편이었지만, 40년이 되도록 돔은 방치돼있습니다.

<녹취> 마이클 제라드(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 : "울타리도 없고 돔을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원하면 언제든 돔 근처에 갈 수 있습니다."

루닛 섬의 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미국 에너지부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입니다.

돔 주변 토양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돔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마이클 제라드(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장) : "미 정부는 큰 태풍이 불어 닥치면 돔이 파괴돼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 정부는 돔 가까이에 위치한 에네웨타크 섬의 어류나 코코넛 등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주민들은 현지에서 생산한 식품 대신 수입 가공식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에네웨타크 섬에는 최근 수년간 침수 피해가 잦아지면서 주민들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방사능 유출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학 전문가들은 에네웨타크 섬이 수십 년 안에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녹취> 앨슨 켈렌(주민) : "돔 안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마셜제도뿐만 아니라 태평양 전체를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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