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김영란법’ 취지 흔들려선 안돼

입력 2017.12.13 (07:42) 수정 2017.12.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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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부정청탁방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이 개정됐습니다. 식사비 상한 3만 원은 유지했지만, 선물비는 농수축산물에 한해 기존 5만 원의 두배인 10만 원까지 허용했습니다. 경조사비는 기존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추되, 화환은 10만 원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명절 선물 수요 등이 크게 줄어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농어민들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또 김영란법이 경조사비를 10만 원으로 오히려 올려놓아 서민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일각의 지적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취지는 일견 이해가 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은 여러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우선, 불과 1년여 만에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월 3백여 건에 달하던 위반 신고 건수가 최근에는 한 두 건에 불과하다는 경찰청 통계가 말해주듯, 벌써 사회 분위기가 느슨해졌고, 이런저런 편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이 법 무시나 위반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대가성 있는 선물 제공이나 접대는 아예 하지 않도록 해 부패의 근원을 없애자는 본래 입법 취지가 정치와 경제 논리에 밀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어민 못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요식업계 등도 시행령의 추가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명절 선물이 농수축산물로 쏠리게 돼, 다른 업계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실시된 김영란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범국민적 합의의 산물이었습니다. 물론 시행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법 시행에 따른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섣부른 개정이 교각살우의 우로 이어져선 안 될 것입니다. 만일,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다시 추진되는 일이 있다면, 오히려 입법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본래 입법 취지를 더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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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07:45:27
    • 수정2017-12-13 07: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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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부정청탁방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이 개정됐습니다. 식사비 상한 3만 원은 유지했지만, 선물비는 농수축산물에 한해 기존 5만 원의 두배인 10만 원까지 허용했습니다. 경조사비는 기존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추되, 화환은 10만 원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명절 선물 수요 등이 크게 줄어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농어민들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또 김영란법이 경조사비를 10만 원으로 오히려 올려놓아 서민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일각의 지적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취지는 일견 이해가 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은 여러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우선, 불과 1년여 만에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월 3백여 건에 달하던 위반 신고 건수가 최근에는 한 두 건에 불과하다는 경찰청 통계가 말해주듯, 벌써 사회 분위기가 느슨해졌고, 이런저런 편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이 법 무시나 위반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대가성 있는 선물 제공이나 접대는 아예 하지 않도록 해 부패의 근원을 없애자는 본래 입법 취지가 정치와 경제 논리에 밀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어민 못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요식업계 등도 시행령의 추가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명절 선물이 농수축산물로 쏠리게 돼, 다른 업계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실시된 김영란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범국민적 합의의 산물이었습니다. 물론 시행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법 시행에 따른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섣부른 개정이 교각살우의 우로 이어져선 안 될 것입니다. 만일,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이 다시 추진되는 일이 있다면, 오히려 입법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본래 입법 취지를 더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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