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몸사리는 미국 연말…파티에 모델 고용 ‘뭇매’도

입력 2017.12.24 (14:37) 수정 2017.12.26 (14: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성 추문 강타’ 변화된 미 연말 파티

바야흐로 연말연시, 파티의 계절입니다. 파티의 나라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겨울 휴가가 시작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부분 회사에서 파티를 엽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화려하게 꾸며놓고 인종, 민족, 지위고하를 초월해 모두가 어울려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올해는 어째 분위기가 쎄....합니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테인에서 시작된 성추행, 성폭행 파문이 여타 업계까지 확산일로로 번져나가면서 미국 기업들의 연말 파티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 겁니다.


하비 와인스테인과 성추행 피해를 당당히 드러내 ‘타임’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인사들하비 와인스테인과 성추행 피해를 당당히 드러내 ‘타임’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인사들

USA 투데이는 여러 사례를 들어 이런 변화된 분위기를 보도했습니다. 미국 전국자영업연맹(The 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es)은 업체들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미슬토’(mistletoe: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를 달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 회사는 ‘파티 모니터’ 요원을 배치해 놓고 사람들이 (성추행에 휘말릴) 위험한 행위를 하는지 감시하게 했다는 뉴스도 전해졌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미슬토. 이 아래에 선 남녀는 키스를 한다는 전통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미드 본즈‘BONES’의 두 주인공 본즈와 부스는 미슬토 아래에서 첫 키스를 나누죠.다양한 모양의 미슬토. 이 아래에 선 남녀는 키스를 한다는 전통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미드 본즈‘BONES’의 두 주인공 본즈와 부스는 미슬토 아래에서 첫 키스를 나누죠.

시카고의 한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회사의 49%만이 연말 파티에서 술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62%였는데, 매년 오르던 통계수치가 올 연말엔 급격히 떨어진 겁니다. 음주가 더 크고, 더 많은 추문을 불러일으키니 아예 술을 안 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거죠.

돈 많은 실리콘밸리, 모델 고용해 파티 벌여 뭇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전 세계의 투자금이 몰리는 테크 기업은 와인스테인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기 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파티에 직업 모델들을 고용하는 겁니다. 이른바 ‘물관리’를 위해서 젊고 매력적인 직업 모델들이 파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고용됩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언론에 따르면 고용된 모델들은 시간당 50달러에서 200달러 (5만 5천-22만 원)를 받습니다. 돈을 받고 파티에 고용된 일부 모델들은 그 회사 직원이나 초대된 인사인 것처럼 가짜 이름을 쓰고, 연기해야 할 인물의 배경 등 각종 지침을 따라야 하고, 비밀 유지 서약을 하기도 합니다.

테크 기업들이 모델을 고용해 연말 파티를 벌이는 행태를 지적하는 샌프란-베이 지역 언론의 최근 보도.테크 기업들이 모델을 고용해 연말 파티를 벌이는 행태를 지적하는 샌프란-베이 지역 언론의 최근 보도.

이런 문제점은 ‘남초’ 기업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모델 에이전시에 따르면 모델들을 고용하는 수가 올해 기록적이었다는데요. 첨단, 진보, 자유 등의 긍정적인 단어가 연상되는 실리콘밸리, 하지만 연말 파티를 통해 추잡한 뒷모습을 드러내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일부 기업이 벌인 일을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팰로앨토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병원의 연말 파티를 가봤는데요,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춤을 출 수 있도록 댄스 플로어를 마련해뒀지만 춤추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예년보다 참석자 모두 술도 적게 먹고 귀가 시간도 빨라졌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테크 기업의 흥청망청 분위기보다는 와인스테인 사건에 더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부터 연초까지 길게 휴가를 내고 가족, 친지와 함께 보내는 시기로 인식되다 보니 파티를 하더라도 집으로 사람들을 불러 바베큐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술!술! 과거형 연말 회식…올 연말 유통가 키워드는 ‘홈파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분이라면 누구든 술로 점철된 연말 회식에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술자리 다툼은 물론 성희롱이 일어나기도 하고 회식 이튿날이면 고약한 술병에 시달리거나 누가 음주 단속에 걸렸다더라는 나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 크리스마스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유통가에서 ‘홈 파티’를 키워드로 잡았다고 해서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는데 회식까지 반복되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괴롭습니까.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먹고 마시더라도 부부동반으로 집에서 함께 파티를 마련하면 사건 사고에 휘말릴 우려 없이 오붓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는 데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성추문에 몸사리는 미국 연말…파티에 모델 고용 ‘뭇매’도
    • 입력 2017-12-24 14:37:09
    • 수정2017-12-26 14:13:34
    김가림의 생생 샌프란
‘성 추문 강타’ 변화된 미 연말 파티 바야흐로 연말연시, 파티의 계절입니다. 파티의 나라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겨울 휴가가 시작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부분 회사에서 파티를 엽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화려하게 꾸며놓고 인종, 민족, 지위고하를 초월해 모두가 어울려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올해는 어째 분위기가 쎄....합니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테인에서 시작된 성추행, 성폭행 파문이 여타 업계까지 확산일로로 번져나가면서 미국 기업들의 연말 파티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 겁니다. 하비 와인스테인과 성추행 피해를 당당히 드러내 ‘타임’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인사들 USA 투데이는 여러 사례를 들어 이런 변화된 분위기를 보도했습니다. 미국 전국자영업연맹(The 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es)은 업체들에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미슬토’(mistletoe: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를 달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 회사는 ‘파티 모니터’ 요원을 배치해 놓고 사람들이 (성추행에 휘말릴) 위험한 행위를 하는지 감시하게 했다는 뉴스도 전해졌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미슬토. 이 아래에 선 남녀는 키스를 한다는 전통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미드 본즈‘BONES’의 두 주인공 본즈와 부스는 미슬토 아래에서 첫 키스를 나누죠. 시카고의 한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회사의 49%만이 연말 파티에서 술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62%였는데, 매년 오르던 통계수치가 올 연말엔 급격히 떨어진 겁니다. 음주가 더 크고, 더 많은 추문을 불러일으키니 아예 술을 안 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거죠. 돈 많은 실리콘밸리, 모델 고용해 파티 벌여 뭇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전 세계의 투자금이 몰리는 테크 기업은 와인스테인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기 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파티에 직업 모델들을 고용하는 겁니다. 이른바 ‘물관리’를 위해서 젊고 매력적인 직업 모델들이 파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고용됩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언론에 따르면 고용된 모델들은 시간당 50달러에서 200달러 (5만 5천-22만 원)를 받습니다. 돈을 받고 파티에 고용된 일부 모델들은 그 회사 직원이나 초대된 인사인 것처럼 가짜 이름을 쓰고, 연기해야 할 인물의 배경 등 각종 지침을 따라야 하고, 비밀 유지 서약을 하기도 합니다. 테크 기업들이 모델을 고용해 연말 파티를 벌이는 행태를 지적하는 샌프란-베이 지역 언론의 최근 보도. 이런 문제점은 ‘남초’ 기업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모델 에이전시에 따르면 모델들을 고용하는 수가 올해 기록적이었다는데요. 첨단, 진보, 자유 등의 긍정적인 단어가 연상되는 실리콘밸리, 하지만 연말 파티를 통해 추잡한 뒷모습을 드러내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일부 기업이 벌인 일을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팰로앨토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병원의 연말 파티를 가봤는데요,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춤을 출 수 있도록 댄스 플로어를 마련해뒀지만 춤추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예년보다 참석자 모두 술도 적게 먹고 귀가 시간도 빨라졌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테크 기업의 흥청망청 분위기보다는 와인스테인 사건에 더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부터 연초까지 길게 휴가를 내고 가족, 친지와 함께 보내는 시기로 인식되다 보니 파티를 하더라도 집으로 사람들을 불러 바베큐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술!술! 과거형 연말 회식…올 연말 유통가 키워드는 ‘홈파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분이라면 누구든 술로 점철된 연말 회식에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술자리 다툼은 물론 성희롱이 일어나기도 하고 회식 이튿날이면 고약한 술병에 시달리거나 누가 음주 단속에 걸렸다더라는 나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 크리스마스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유통가에서 ‘홈 파티’를 키워드로 잡았다고 해서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는데 회식까지 반복되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괴롭습니까.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먹고 마시더라도 부부동반으로 집에서 함께 파티를 마련하면 사건 사고에 휘말릴 우려 없이 오붓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는 데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