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기로에 선 ‘위안부 합의’

입력 2017.12.28 (07:43) 수정 2017.12.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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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2년 전 오늘 한일 양국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고 위안부 TF가 밝혔습니다. 또 8차례의 고위급 비공개 협의가 협상을 주도한 밀실 협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재협상을 공약한 가운데, TF의 검토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존폐의 기로에 섰습니다.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가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 성격의 돈을 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험로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지 못하면서 결국 외교적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한일 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죄와 보상을 권고한 보편적 인권 문제를 당시 정부가 외교 문제로 다루면서 가장 중요한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벌어진 일입니다. 외교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양측이 해석을 달리하는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외교상 이례적인 문구까지 합의문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게 전 정부의 탓만은 아닙니다. 근본적 원인은 가해자인 일본이 진정으로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결자해지에 나섰다면, 부족한 합의가 나오지도 않았고 한일 관계도 좋아졌을 것입니다.

정부는 TF의 검토 결과가 나왔지만, 당장 위안부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재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분위기입니다.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일어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TF의 조사와 발표 과정에서 30년간 공개하지 않는 외교 문서의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이 외교적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협상 폐기든 보완이든 선택은 정부의 몫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피해 당사자인 강제종군위안여성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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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기로에 선 ‘위안부 합의’
    • 입력 2017-12-28 07:47:36
    • 수정2017-12-28 07: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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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2년 전 오늘 한일 양국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고 위안부 TF가 밝혔습니다. 또 8차례의 고위급 비공개 협의가 협상을 주도한 밀실 협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재협상을 공약한 가운데, TF의 검토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존폐의 기로에 섰습니다.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가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 성격의 돈을 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험로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지 못하면서 결국 외교적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한일 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죄와 보상을 권고한 보편적 인권 문제를 당시 정부가 외교 문제로 다루면서 가장 중요한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벌어진 일입니다. 외교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양측이 해석을 달리하는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외교상 이례적인 문구까지 합의문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게 전 정부의 탓만은 아닙니다. 근본적 원인은 가해자인 일본이 진정으로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결자해지에 나섰다면, 부족한 합의가 나오지도 않았고 한일 관계도 좋아졌을 것입니다.

정부는 TF의 검토 결과가 나왔지만, 당장 위안부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재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분위기입니다.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일어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TF의 조사와 발표 과정에서 30년간 공개하지 않는 외교 문서의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이 외교적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협상 폐기든 보완이든 선택은 정부의 몫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피해 당사자인 강제종군위안여성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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