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처녀가 마릴린 먼로?…‘동상 설치’ 논란 휩싸여

입력 2018.01.03 (11:40) 수정 2018.01.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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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처녀가 마릴린 먼로?…‘동상 설치’ 논란 휩싸여

소양강 처녀가 마릴린 먼로?…‘동상 설치’ 논란 휩싸여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가에 세운 마릴린 먼로 동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달 21일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준공하면서 소양강 변 광장에 마릴린 먼로 동상을 세웠는데 한 문화예술인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비난하면서부터다.

인제 소양강 변 마릴린 먼로 동상 논란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길이 4.12㎞의 강 주변에 산책길과 광장, 생활체육시설 등을 만드는 사업인데 동상 제작에만 5500여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제에 마릴린 먼로의 야한 동상이 세워졌다고 후배가 사진을 보냈다. 먼로가 인제 미군기지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을 기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기념이라고 여기는 설치자들의 수준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동상은 영화 '7년 만의 외출'(1955)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뉴욕 지하철 환기구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를 붙잡고 있는 먼로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말 강원 인제군 인제읍 소양강 변 광장에 설치한 마릴린 먼로 동상. (사진제공: 원주지방국토관리청)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말 강원 인제군 인제읍 소양강 변 광장에 설치한 마릴린 먼로 동상. (사진제공: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역사·문학·정체성 있나?" vs "관광객 유입 활성화"

원주국토관리청은 지난달 준공 보도자료에서 관광객 유입 활성화를 위해 마릴린 먼로의 인제 방문(1954년 미군 부대 위문공연)을 스토리텔링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지역 언론들도 마릴린 먼로 동상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평우 소장은 "박정희 동상 논란과 같이 기념물이라는 것은 집단의 기억이다. 당시 먼로는 인제에 온 것으로 볼 수도 없다. 한국 주소도 쓰지 않는 미군기지에 미군을 만나러 온 것에 불과하다. 인제의 문화·역사·자연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기념물로서 기억해야 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먼로는 나흘 동안 인제뿐 아니라 대구, 동두천, 서울 등을 돌며 10여 차례 위문공연을 했다. 하지만 먼로 방문을 기념해 동상을 세운 곳은 한 곳도 없다.

황 소장 글을 읽은 누리꾼들도 "소양강에 먼로라니 생뚱맞다" "소양강 처녀가 먼로였다니" "이런 것을 설치하려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3일 "인제군이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릴린 먼로 스토리텔링을 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해 설치했다"라며 "좋은 의미에서 공원을 조성했는데, 일부 다른 시각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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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양강 처녀가 마릴린 먼로?…‘동상 설치’ 논란 휩싸여
    • 입력 2018-01-03 11:40:40
    • 수정2018-01-03 13:59:42
    취재K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가에 세운 마릴린 먼로 동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달 21일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준공하면서 소양강 변 광장에 마릴린 먼로 동상을 세웠는데 한 문화예술인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비난하면서부터다.

인제 소양강 변 마릴린 먼로 동상 논란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길이 4.12㎞의 강 주변에 산책길과 광장, 생활체육시설 등을 만드는 사업인데 동상 제작에만 5500여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제에 마릴린 먼로의 야한 동상이 세워졌다고 후배가 사진을 보냈다. 먼로가 인제 미군기지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을 기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기념이라고 여기는 설치자들의 수준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동상은 영화 '7년 만의 외출'(1955)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뉴욕 지하철 환기구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를 붙잡고 있는 먼로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 말 강원 인제군 인제읍 소양강 변 광장에 설치한 마릴린 먼로 동상. (사진제공: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역사·문학·정체성 있나?" vs "관광객 유입 활성화"

원주국토관리청은 지난달 준공 보도자료에서 관광객 유입 활성화를 위해 마릴린 먼로의 인제 방문(1954년 미군 부대 위문공연)을 스토리텔링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지역 언론들도 마릴린 먼로 동상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평우 소장은 "박정희 동상 논란과 같이 기념물이라는 것은 집단의 기억이다. 당시 먼로는 인제에 온 것으로 볼 수도 없다. 한국 주소도 쓰지 않는 미군기지에 미군을 만나러 온 것에 불과하다. 인제의 문화·역사·자연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기념물로서 기억해야 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먼로는 나흘 동안 인제뿐 아니라 대구, 동두천, 서울 등을 돌며 10여 차례 위문공연을 했다. 하지만 먼로 방문을 기념해 동상을 세운 곳은 한 곳도 없다.

황 소장 글을 읽은 누리꾼들도 "소양강에 먼로라니 생뚱맞다" "소양강 처녀가 먼로였다니" "이런 것을 설치하려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3일 "인제군이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릴린 먼로 스토리텔링을 사업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해 설치했다"라며 "좋은 의미에서 공원을 조성했는데, 일부 다른 시각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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