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이냐 보호주의냐…체코대선, 유럽민심 풍향계로 주목

입력 2018.01.16 (17:37) 수정 2018.01.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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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대통령 선거가 결선투표를 남겨둔 가운데 이번 대선이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최근 유럽 각국에서 진행된 선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면서 유럽 민심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는 26∼27일 체코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밀로시 제만 현 대통령(73)과 과학자 출신 정치 신인 지리 드라호시(68) 후보의 대결이 지난 2년간 유럽 선거에서 보여온 좌우 진영의 대결 양상을 재현하고 있다.

이번 결선투표는 2016년 트럼프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간 대결 구도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고 통신은 전했다.

친(親) 러시아 성향으로 EU(유럽연합)와 대립각을 세워온 제만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38.6%의 득표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쫓는 드라호시 후보는 친서방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EU에 우호적인 정책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아 26.6%로 득표 순위 2위를 차지하면서 제만 대통령과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체코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총리를 선임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며 정치·경제·사회 이슈에서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현재 체코의 유권자들은 EU 잔류·개방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양분된 상태다.

토마스 클바나 뉴욕대(NYU) 프라하캠퍼스 교수는 제만 대통령의 지지층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쪽에는 개방과 경제 통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등교육을 받은 성공한 젊은층이 있고 다른 쪽에는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지역 거주 저소득층이 있다"며 제만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후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차 투표에서 드라호시 후보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수도 프라하에서 승리했으나 제만 대통령은 1989년 체코 공산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벨벳 혁명' 이후 줄곧 빈곤에 허덕인 나머지 지역들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들의 격돌은 지난 2016년 12월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 데어벨렌과 국수주의, 반이민 성향이 짙어 '트럼프의 쌍둥이'로 불리던 극우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와의 대결을 연상시킨다고 클바나는 지적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극단적인 보수주의, 반세계화를 부르짖은 극우 포퓰리스트 마린 르펜에 맞서 EU 탈퇴와 보호주의·국수주의에 반대한 에마뉘엘 마크롱의 대결과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제만 대통령은 난민 문제에서는 극우 세력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일 민족임을 내세워온 체코는 그동안 EU의 난민할당제에 단호하게 반대해왔다.

드라호시 후보도 EU의 난민 할당제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요건을 갖춘 난민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차 투표에서 제만 대통령이 드라호시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따돌렸지만 개표 직후 총 득표수의 32.6%를 차지한 나머지 후보 5명이 모두 드라호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상태라 결선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선거 전문가 마레크 보첼은 "제만 대선캠프의 목표는 드라호시 후보의 절대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들이 드라호시 후보에 투표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주민 문제는 모두를 움직이는 주제인 만큼 후보토론의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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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6 17:37:31
    • 수정2018-01-16 17:44:17
    국제
체코 대통령 선거가 결선투표를 남겨둔 가운데 이번 대선이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최근 유럽 각국에서 진행된 선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면서 유럽 민심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는 26∼27일 체코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밀로시 제만 현 대통령(73)과 과학자 출신 정치 신인 지리 드라호시(68) 후보의 대결이 지난 2년간 유럽 선거에서 보여온 좌우 진영의 대결 양상을 재현하고 있다.

이번 결선투표는 2016년 트럼프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간 대결 구도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고 통신은 전했다.

친(親) 러시아 성향으로 EU(유럽연합)와 대립각을 세워온 제만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38.6%의 득표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쫓는 드라호시 후보는 친서방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EU에 우호적인 정책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아 26.6%로 득표 순위 2위를 차지하면서 제만 대통령과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체코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총리를 선임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며 정치·경제·사회 이슈에서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현재 체코의 유권자들은 EU 잔류·개방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양분된 상태다.

토마스 클바나 뉴욕대(NYU) 프라하캠퍼스 교수는 제만 대통령의 지지층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쪽에는 개방과 경제 통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등교육을 받은 성공한 젊은층이 있고 다른 쪽에는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지역 거주 저소득층이 있다"며 제만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후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차 투표에서 드라호시 후보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수도 프라하에서 승리했으나 제만 대통령은 1989년 체코 공산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벨벳 혁명' 이후 줄곧 빈곤에 허덕인 나머지 지역들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들의 격돌은 지난 2016년 12월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 데어벨렌과 국수주의, 반이민 성향이 짙어 '트럼프의 쌍둥이'로 불리던 극우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와의 대결을 연상시킨다고 클바나는 지적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에서 극단적인 보수주의, 반세계화를 부르짖은 극우 포퓰리스트 마린 르펜에 맞서 EU 탈퇴와 보호주의·국수주의에 반대한 에마뉘엘 마크롱의 대결과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제만 대통령은 난민 문제에서는 극우 세력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일 민족임을 내세워온 체코는 그동안 EU의 난민할당제에 단호하게 반대해왔다.

드라호시 후보도 EU의 난민 할당제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요건을 갖춘 난민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차 투표에서 제만 대통령이 드라호시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따돌렸지만 개표 직후 총 득표수의 32.6%를 차지한 나머지 후보 5명이 모두 드라호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상태라 결선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선거 전문가 마레크 보첼은 "제만 대선캠프의 목표는 드라호시 후보의 절대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들이 드라호시 후보에 투표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주민 문제는 모두를 움직이는 주제인 만큼 후보토론의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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