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도 씁쓸한 사랑의 불꽃…영화 ‘포르토’

입력 2018.01.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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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당신도 내가 할 말을 미리 알잖아. 우린 서로의 마음을 읽고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워."

아주 오래된 연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겨우 두세 번, 그것도 어쩌다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이다. 그 마음이란 게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단순하고 우연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사실은 상관없다. 두 사람은 "운명보다 강한 힘"으로 묶였다고 여긴다.

영화 '포르토'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시 포르투에서 강렬하고 짧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유래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유서 깊은 도시는 낭만적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건축물로 구석구석까지 채워졌다. 남녀 모두 이곳 출신은 아니다.

프랑스 여자 마티(루시 루카스 분)는 고고학 학위를 준비하며 포르투에서 유물발굴 작업을 한다. 마티보다 몇 살 어린 미국 남자 제이크(안톤 옐친)는 가족과 떨어져 포르투에서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산다. 제이크가 발굴현장에서 짐 나르는 일을 하면서 두 사람이 만난다.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가 희미할 정도였지만, 우연이 반복되면서 상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한밤중 카페에서 또 우연히 마티를 본 제이크가 이번엔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은 곧바로 사랑을 확인한다.

멋진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 '포르토'는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게 하는 힘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닮은 듯 다르게 흘러간다. 영화는 발굴터와 카페, 포르투의 거리와 마티의 집에서의 일들을 세 가지 시선으로 재구성해 반복한다. 영화에서 순서상으로는 불꽃 같은 사랑보다 그 이후의 지독한 현실이 앞선다.

첫 번째 '제이크의 이야기'.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나서 돌연 태도를 바꾼 마티를 바라보는 제이크는 황망하다. 차가워진 상대와 달리 어제의 느낌을 여전히 간직한 제이크는 허무함 속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어지는 '마티의 이야기'는 그런 제이크에 대한 마티의 해명에 해당한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이런 분위기 탓에 포르투의 거리는 낭만적이기보다 쓸쓸해 보인다. 영화평론가이자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신인 게이브 클링거 감독이 다양한 포맷으로 촬영한 화면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하다. 2016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안톤 옐친의 유작이다.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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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겁고도 씁쓸한 사랑의 불꽃…영화 ‘포르토’
    • 입력 2018-01-24 09:10:49
    연합뉴스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당신도 내가 할 말을 미리 알잖아. 우린 서로의 마음을 읽고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워."

아주 오래된 연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겨우 두세 번, 그것도 어쩌다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이다. 그 마음이란 게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단순하고 우연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사실은 상관없다. 두 사람은 "운명보다 강한 힘"으로 묶였다고 여긴다.

영화 '포르토'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시 포르투에서 강렬하고 짧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유래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유서 깊은 도시는 낭만적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건축물로 구석구석까지 채워졌다. 남녀 모두 이곳 출신은 아니다.

프랑스 여자 마티(루시 루카스 분)는 고고학 학위를 준비하며 포르투에서 유물발굴 작업을 한다. 마티보다 몇 살 어린 미국 남자 제이크(안톤 옐친)는 가족과 떨어져 포르투에서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산다. 제이크가 발굴현장에서 짐 나르는 일을 하면서 두 사람이 만난다.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가 희미할 정도였지만, 우연이 반복되면서 상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한밤중 카페에서 또 우연히 마티를 본 제이크가 이번엔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은 곧바로 사랑을 확인한다.

멋진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 '포르토'는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게 하는 힘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닮은 듯 다르게 흘러간다. 영화는 발굴터와 카페, 포르투의 거리와 마티의 집에서의 일들을 세 가지 시선으로 재구성해 반복한다. 영화에서 순서상으로는 불꽃 같은 사랑보다 그 이후의 지독한 현실이 앞선다.

첫 번째 '제이크의 이야기'.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나서 돌연 태도를 바꾼 마티를 바라보는 제이크는 황망하다. 차가워진 상대와 달리 어제의 느낌을 여전히 간직한 제이크는 허무함 속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어지는 '마티의 이야기'는 그런 제이크에 대한 마티의 해명에 해당한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이런 분위기 탓에 포르투의 거리는 낭만적이기보다 쓸쓸해 보인다. 영화평론가이자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신인 게이브 클링거 감독이 다양한 포맷으로 촬영한 화면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하다. 2016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안톤 옐친의 유작이다.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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