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예멘, 조혼에 희생되는 소녀

입력 2018.01.25 (20:34) 수정 2018.01.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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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혼은 어린 소녀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시집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멘은 아직 이런 조혼 관습이 남아 있는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내전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조혼에 내몰리는 어린 소녀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중동 특파원 연결합니다.

[리포트]

[앵커]
김형덕 특파원, 지난 2013년 예멘 정부가 18세 미만의 결혼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조혼이 계속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예멘의 8살 소녀가 40대 남성과 결혼한 첫 날, 과다 출혈과 장기 손상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 일로 인해 조혼과 관련된 논란이 확산되자 추진한 방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힌데다 이후 내전까지 시작되면서 법안 추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소녀의 나이는 고작 12살입니다.

하지만 소녀의 아버지는 최근 아이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할리마/12살 :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할리마와 다섯살 차이가 나는 언니는 13살일 때 자신보다 15살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카파 : "선택하라고 했다면 저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택했을 거예요.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결혼을 강요받았죠. 전 너무 어렸어요."]

[앵커]
이렇게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예멘에서 조혼이 불법이 아닌데다 어린 신부일수록 순종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또 빈곤도 한 원인입니다.

할리마의 아버지는 할리마의 언니를 결혼시키며 남편측으로부터 2천 달러, 우리돈 이백여만원의 돈을 받았습니다.

[압둘라/아버지 : "가족들을 부양할 돈이 필요했어. 너를 결혼 시킨 덕분에 동생들과 엄마가 살 수 있었어."]

그는 내전이 시작된 뒤 생활이 더 궁핍해져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압둘라/아버지 : "전쟁이 시작되고 포탄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녔어요. 집이 무너졌죠. 공습이 일어날 때마다 건물이 흔들렸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딸을 일찍 결혼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내전이 시작된 뒤 예멘에서 조혼에 내몰리는 소녀들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예멘에서 18살 이전에 결혼한 소녀들은 2명 중 한 명꼴이었지만, 지금은 3명중 2명 이상이라고 CNN은 전했습니다.

또 결혼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나이도 점점 더 어려지고 있습니다.

국제구호 단체 유니세프는 조혼하는 여자 가운데 44% 가량은 15살이 되기도 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결국 내전이 조혼을 심화시킨 건데요.

내전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조혼 뿐만 아니라 또다른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더 칠드런'의 대변인은 예멘의 음식값이 200%나 치솟았고 생활비도 최소 33%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적 위기가 커지면서 현재 예멘에서는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들이 2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백만여명은 콜레라에 시달렸으며 내전 중 사망하거나 다친 아이들도 5천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공습으로 천600개가 넘는 학교와 병원의 절반가량이 파괴되면서 아이들은 교육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일 넘게 이어지는 예멘 내전에 전쟁과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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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예멘, 조혼에 희생되는 소녀
    • 입력 2018-01-25 20:36:46
    • 수정2018-01-25 20:43:09
    글로벌24
[앵커]

조혼은 어린 소녀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시집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멘은 아직 이런 조혼 관습이 남아 있는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내전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조혼에 내몰리는 어린 소녀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중동 특파원 연결합니다.

[리포트]

[앵커]
김형덕 특파원, 지난 2013년 예멘 정부가 18세 미만의 결혼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조혼이 계속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예멘의 8살 소녀가 40대 남성과 결혼한 첫 날, 과다 출혈과 장기 손상으로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 일로 인해 조혼과 관련된 논란이 확산되자 추진한 방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힌데다 이후 내전까지 시작되면서 법안 추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소녀의 나이는 고작 12살입니다.

하지만 소녀의 아버지는 최근 아이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할리마/12살 :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할리마와 다섯살 차이가 나는 언니는 13살일 때 자신보다 15살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카파 : "선택하라고 했다면 저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택했을 거예요.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결혼을 강요받았죠. 전 너무 어렸어요."]

[앵커]
이렇게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예멘에서 조혼이 불법이 아닌데다 어린 신부일수록 순종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또 빈곤도 한 원인입니다.

할리마의 아버지는 할리마의 언니를 결혼시키며 남편측으로부터 2천 달러, 우리돈 이백여만원의 돈을 받았습니다.

[압둘라/아버지 : "가족들을 부양할 돈이 필요했어. 너를 결혼 시킨 덕분에 동생들과 엄마가 살 수 있었어."]

그는 내전이 시작된 뒤 생활이 더 궁핍해져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압둘라/아버지 : "전쟁이 시작되고 포탄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다녔어요. 집이 무너졌죠. 공습이 일어날 때마다 건물이 흔들렸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딸을 일찍 결혼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내전이 시작된 뒤 예멘에서 조혼에 내몰리는 소녀들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예멘에서 18살 이전에 결혼한 소녀들은 2명 중 한 명꼴이었지만, 지금은 3명중 2명 이상이라고 CNN은 전했습니다.

또 결혼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나이도 점점 더 어려지고 있습니다.

국제구호 단체 유니세프는 조혼하는 여자 가운데 44% 가량은 15살이 되기도 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결국 내전이 조혼을 심화시킨 건데요.

내전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조혼 뿐만 아니라 또다른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더 칠드런'의 대변인은 예멘의 음식값이 200%나 치솟았고 생활비도 최소 33%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적 위기가 커지면서 현재 예멘에서는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들이 2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백만여명은 콜레라에 시달렸으며 내전 중 사망하거나 다친 아이들도 5천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공습으로 천600개가 넘는 학교와 병원의 절반가량이 파괴되면서 아이들은 교육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일 넘게 이어지는 예멘 내전에 전쟁과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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