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폭로 ‘En선생’은 고은 시인?…류근 “몰랐다고? 모두가 공범”

입력 2018.02.07 (15:41) 수정 2018.02.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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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폭로 ‘En선생’은 고은 시인?…류근 “몰랐다고? 모두가 공범”

최영미 폭로 ‘En선생’은 고은 시인?…류근 “몰랐다고? 모두가 공범”

최영미(57)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고발한 문단 내 성폭력 문제의 가해자로 유명 원로 시인이 거론되면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 시인은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에서 한 문단 원로를 'En'으로 지칭하며 이 시인이 후배 작가와 편집자 등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최 시인은 작품에서 성추행을 가한 문단 원로를 "En", "노털상(노벨상의 은어) 후보", "100권의 시집을 펴낸", "삼십 년 선배"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로 시작한다.

시는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 내가 소리쳤다 / "이 교활한 늙은이야!" /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며 "100권의 시집을 펴낸 /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 불쌍한 대중들"로 이어진다.

시는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 이 나라를 떠나야지 /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 괴물을 키운 뒤에 /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로 마무리된다.

최 시인이 작품에서 문단 원로를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한 탓에 SNS 등에서는 특정 원로 시인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시 '괴물'에서 묘사된 'En'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은 원로 시인 고은(85)이다.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데뷔한 고은 시인은 1992년 데뷔한 최 시인의 34년 문단 선배다. 또 고은 시인은 최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벨상 시즌 때마다 국내외에서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해당 인물을 지칭하는 'En'이라는 표현도 고은의 영문 이름 표기인 'Ko Un'과 매우 비슷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겨레는 6일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과 통화한 뒤 해당 원로 시인이 "아마도 30여 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통화한 원로 시인은 바로 고은 시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영미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는 "처음 시를 쓸 때 누구를 주제로 써야겠다 생각하지만,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 들어온다"며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하고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시인은 '괴물'로 지목된 원로 시인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명과 관련해 "저는 우선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상습범입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희가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고요."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류근 시인은 자신의 SNS에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며 고은 시인을 직접 거명했다.

류근 시인은 '몰랐다고?'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페이스북 글에서 "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고, 하필이면 이 와중에 연예인 대마초 사건 터트리듯 물타기에 이용당하는 듯한 정황 또한 지겹고도 지겹다"고 꼬집었다.

류근 시인은 "솔직히 말해 보자. 나는 한 번도 끼어들지 못한 소위 '문단' 근처에라도 기웃거린 내 또래 이상의 문인들 가운데 고은 시인의 기행과 비행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 얼마나 되나. 심지어는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라며 고은 시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문단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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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7 15:41:20
    • 수정2018-02-07 19:24:04
    사회
최영미(57)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고발한 문단 내 성폭력 문제의 가해자로 유명 원로 시인이 거론되면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 시인은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에서 한 문단 원로를 'En'으로 지칭하며 이 시인이 후배 작가와 편집자 등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최 시인은 작품에서 성추행을 가한 문단 원로를 "En", "노털상(노벨상의 은어) 후보", "100권의 시집을 펴낸", "삼십 년 선배"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로 시작한다. 시는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 내가 소리쳤다 / "이 교활한 늙은이야!" /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며 "100권의 시집을 펴낸 /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 불쌍한 대중들"로 이어진다. 시는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 이 나라를 떠나야지 /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 괴물을 키운 뒤에 /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로 마무리된다. 최 시인이 작품에서 문단 원로를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한 탓에 SNS 등에서는 특정 원로 시인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시 '괴물'에서 묘사된 'En'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은 원로 시인 고은(85)이다.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데뷔한 고은 시인은 1992년 데뷔한 최 시인의 34년 문단 선배다. 또 고은 시인은 최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벨상 시즌 때마다 국내외에서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해당 인물을 지칭하는 'En'이라는 표현도 고은의 영문 이름 표기인 'Ko Un'과 매우 비슷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겨레는 6일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과 통화한 뒤 해당 원로 시인이 "아마도 30여 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통화한 원로 시인은 바로 고은 시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영미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는 "처음 시를 쓸 때 누구를 주제로 써야겠다 생각하지만,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 들어온다"며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하고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시인은 '괴물'로 지목된 원로 시인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명과 관련해 "저는 우선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상습범입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희가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고요."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류근 시인은 자신의 SNS에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며 고은 시인을 직접 거명했다. 류근 시인은 '몰랐다고?'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페이스북 글에서 "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고, 하필이면 이 와중에 연예인 대마초 사건 터트리듯 물타기에 이용당하는 듯한 정황 또한 지겹고도 지겹다"고 꼬집었다. 류근 시인은 "솔직히 말해 보자. 나는 한 번도 끼어들지 못한 소위 '문단' 근처에라도 기웃거린 내 또래 이상의 문인들 가운데 고은 시인의 기행과 비행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 얼마나 되나. 심지어는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라며 고은 시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문단의 침묵을 비판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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