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에서 사라진 ‘독도’…이순신 장군도 가려야

입력 2018.02.07 (19:10) 수정 2018.02.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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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 대표팀이 지난 4일, 세계 5위의 강호 스웨덴 대표팀과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첫 평가전을 치렀다. 어딜 가든 화제를 모으는 단일팀답게 경기장에 내·외신의 이목이 쏠렸고, 응원 열기도 남달랐다. 아쉽게도 경기 결과는 3 대 1 패배였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대뜸 스포츠와 별 관계가 없는 일본 관방성에서 해당 경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장에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가 게양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기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항의했다"며 "한국 측에 대해 계속해서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가 평창올림픽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단일팀 평가전에서 게양된 한반도기. 독도가 표기 돼 있다.단일팀 평가전에서 게양된 한반도기. 독도가 표기 돼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6일 일본 측의 우려를 전달받았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주최 행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바탕 소동끝에 결국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와 전례 등을 고려해 남북은 평창올림픽에서 사용하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단복 역시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 패치가 부착될 예정이다.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낸 피겨 아이스댄스팀에도 '독도 논란'의 여파가 이어졌다.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조가 쓰는 프리댄스 음악인 '아리랑'의 가사에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라는 구절이 포함된 이유로, 가사 없이 음악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피겨 아이스댄스팀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IOC의 규정에 따라 '독도'라는 단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문의했고,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맹 측은 ISU의 결과가 나오면 대한체육회를 통해 IOC에 정식 문의할 예정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헬맷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헬맷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캐나다에서 귀화해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골키퍼)를 맡은 맷 달튼(32)도 봉변(?)을 당했다. 평창올림픽을 맞아 헬맷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새겼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IOC가 장비 점검을 하다 이순신 장군 그림을 '정치적인 문구'라고 해석하면서 착용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달튼은 "IOC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규정이 그렇다면 고쳐서 쓰겠지만,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수정할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달튼은 이순신 장군 그림을 테이프로 가릴 예정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전에 승리한 뒤 ‘독도 세리머리’를 하는 박종우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전에 승리한 뒤 ‘독도 세리머리’를 하는 박종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독도 논란은 지난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 때다.

당시 축구대표팀의 박종우가 일본과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가 IOC의 제재로 동메달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종우의 즉흥적인 세리머니가 아닌 미리 의도한 일로 밝혀졌다면 우리 축구대표팀의 동메달까지도 박탈당할 수 있었던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한반도기가 다시 등장한 평창올림픽에서도 우리 영토 독도는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등 공식 행사가 아닌 민간단체 주관 행사나 응원 때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관중은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흔들 수 있게 됐다.

비록 한반도기에서는 사라지지만,일본 아베 총리가 참가하는 개회식에서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는 관중석에서나마 펄럭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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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기에서 사라진 ‘독도’…이순신 장군도 가려야
    • 입력 2018-02-07 19:10:22
    • 수정2018-02-07 20:17:38
    취재K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 대표팀이 지난 4일, 세계 5위의 강호 스웨덴 대표팀과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첫 평가전을 치렀다. 어딜 가든 화제를 모으는 단일팀답게 경기장에 내·외신의 이목이 쏠렸고, 응원 열기도 남달랐다. 아쉽게도 경기 결과는 3 대 1 패배였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대뜸 스포츠와 별 관계가 없는 일본 관방성에서 해당 경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장에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가 게양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기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항의했다"며 "한국 측에 대해 계속해서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가 평창올림픽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단일팀 평가전에서 게양된 한반도기. 독도가 표기 돼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6일 일본 측의 우려를 전달받았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주최 행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바탕 소동끝에 결국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와 전례 등을 고려해 남북은 평창올림픽에서 사용하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단복 역시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 패치가 부착될 예정이다.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낸 피겨 아이스댄스팀에도 '독도 논란'의 여파가 이어졌다.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조가 쓰는 프리댄스 음악인 '아리랑'의 가사에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라는 구절이 포함된 이유로, 가사 없이 음악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피겨 아이스댄스팀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IOC의 규정에 따라 '독도'라는 단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문의했고,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맹 측은 ISU의 결과가 나오면 대한체육회를 통해 IOC에 정식 문의할 예정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헬맷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캐나다에서 귀화해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골키퍼)를 맡은 맷 달튼(32)도 봉변(?)을 당했다. 평창올림픽을 맞아 헬맷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새겼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IOC가 장비 점검을 하다 이순신 장군 그림을 '정치적인 문구'라고 해석하면서 착용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달튼은 "IOC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규정이 그렇다면 고쳐서 쓰겠지만,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수정할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달튼은 이순신 장군 그림을 테이프로 가릴 예정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전에 승리한 뒤 ‘독도 세리머리’를 하는 박종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독도 논란은 지난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 때다.

당시 축구대표팀의 박종우가 일본과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가 IOC의 제재로 동메달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박종우의 즉흥적인 세리머니가 아닌 미리 의도한 일로 밝혀졌다면 우리 축구대표팀의 동메달까지도 박탈당할 수 있었던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한반도기가 다시 등장한 평창올림픽에서도 우리 영토 독도는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등 공식 행사가 아닌 민간단체 주관 행사나 응원 때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관중은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흔들 수 있게 됐다.

비록 한반도기에서는 사라지지만,일본 아베 총리가 참가하는 개회식에서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는 관중석에서나마 펄럭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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