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에 숨겨진 스포츠 과학

입력 2018.02.10 (07:03) 수정 2018.02.10 (08: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대한민국에 안길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서이라(26·화성시청),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은 10일 오후 7시부터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남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 출전한다. 결승전은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오후 9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쇼트트랙의 강자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 26개 가운데 21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올 정도였다. '대한민국=쇼트트랙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에는 스포츠 과학도 빼놓을 수 없다.


①휘어진 스케이트 날

얼핏 보면 쇼트트랙에서 선수들이 신는 스케이트 날은 쭉 뻗은 직선 형태로 보이지만, 사실 스케이트 날은 휘어져 있다. 만약 날이 가운데에 직선으로 달려 있으면 곡선 주행을 하면서 신발을 왼쪽으로 기울일 때 빙판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직선으로 곧게 뻗은 날은 빠른 속도가 필수적인 스피드 스케이팅에 적합하다.

쇼트트랙 선수 양발의 스케이트 날은 곡선 주행에서 원심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중심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몸을 눕히는 것처럼 기울여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곡선 주행 방향과 같은 쪽으로 날을 휘게 만든 결과다.

자신의 주법에 따라 스케이트 날의 각도를 조절하는 '벤딩' 작업은 필수다. 일부 선수들은 스케이트 날 가운데를 볼록하게 남기고 앞과 뒤를 둥글게 깎기도 한다. 얼음판에 닿는 날의 면적을 줄일수록 마찰력도 줄어 곡선구간을 부드럽게 주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개구리 장갑

쇼트트랙 구간은 111.12m이며, 곡선 구간은 53.41m로 절반에 가까운 거리다. 어떻게 곡선 구간을 잘 주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평균 시속 45km로 곡선 구간을 주행하는 선수들은 곡선의 중심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을 극복하기 위해 빙판을 왼손으로 짚고 몸을 안쪽으로 기울인다. 이때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빙판에 손을 짚으면서 마찰이 생기고 속도가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해결책으로 장갑에 발수제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를 붙였다. 과거 이준호 전 대표팀 코치, 김기훈 전 대표팀 감독이 선수 시절 장갑에 본드를 붙여 만든 것이 유래된 것으로 '개구리 장갑'이라 불린다.


③공기 저항 최소화한 유니폼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도 과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몸에 달라붙는 형태였다면, 이번 평창올림픽 때 선수들이 착용할 유니폼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허리를 굽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ㄱ'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표면은 공기 저항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작은 돌기로 마감했다. 만약 유니폼 표면이 매끄러우면 공기가 몸에 닿은 후 뒤로 밀려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공기가 몸을 뒤로 잡아 끄는 '견인 현상'이 발생해 속도가 떨어진다. 유니폼 표면을 돌기와 홈으로 마감한 이유다. 허벅지 안쪽에는 마찰을 막는 특수소재 안감이 부착됐다.

한국 쇼트트렉이 세계 최강이 된 것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지도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런 스포츠 과학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에 숨겨진 스포츠 과학
    • 입력 2018-02-10 07:03:47
    • 수정2018-02-10 08:12:25
    취재K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대한민국에 안길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서이라(26·화성시청),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은 10일 오후 7시부터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남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 출전한다. 결승전은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오후 9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쇼트트랙의 강자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 26개 가운데 21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올 정도였다. '대한민국=쇼트트랙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에는 스포츠 과학도 빼놓을 수 없다.


①휘어진 스케이트 날

얼핏 보면 쇼트트랙에서 선수들이 신는 스케이트 날은 쭉 뻗은 직선 형태로 보이지만, 사실 스케이트 날은 휘어져 있다. 만약 날이 가운데에 직선으로 달려 있으면 곡선 주행을 하면서 신발을 왼쪽으로 기울일 때 빙판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직선으로 곧게 뻗은 날은 빠른 속도가 필수적인 스피드 스케이팅에 적합하다.

쇼트트랙 선수 양발의 스케이트 날은 곡선 주행에서 원심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중심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몸을 눕히는 것처럼 기울여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곡선 주행 방향과 같은 쪽으로 날을 휘게 만든 결과다.

자신의 주법에 따라 스케이트 날의 각도를 조절하는 '벤딩' 작업은 필수다. 일부 선수들은 스케이트 날 가운데를 볼록하게 남기고 앞과 뒤를 둥글게 깎기도 한다. 얼음판에 닿는 날의 면적을 줄일수록 마찰력도 줄어 곡선구간을 부드럽게 주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개구리 장갑

쇼트트랙 구간은 111.12m이며, 곡선 구간은 53.41m로 절반에 가까운 거리다. 어떻게 곡선 구간을 잘 주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평균 시속 45km로 곡선 구간을 주행하는 선수들은 곡선의 중심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을 극복하기 위해 빙판을 왼손으로 짚고 몸을 안쪽으로 기울인다. 이때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빙판에 손을 짚으면서 마찰이 생기고 속도가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해결책으로 장갑에 발수제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를 붙였다. 과거 이준호 전 대표팀 코치, 김기훈 전 대표팀 감독이 선수 시절 장갑에 본드를 붙여 만든 것이 유래된 것으로 '개구리 장갑'이라 불린다.


③공기 저항 최소화한 유니폼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도 과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몸에 달라붙는 형태였다면, 이번 평창올림픽 때 선수들이 착용할 유니폼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허리를 굽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ㄱ'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표면은 공기 저항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작은 돌기로 마감했다. 만약 유니폼 표면이 매끄러우면 공기가 몸에 닿은 후 뒤로 밀려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공기가 몸을 뒤로 잡아 끄는 '견인 현상'이 발생해 속도가 떨어진다. 유니폼 표면을 돌기와 홈으로 마감한 이유다. 허벅지 안쪽에는 마찰을 막는 특수소재 안감이 부착됐다.

한국 쇼트트렉이 세계 최강이 된 것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지도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런 스포츠 과학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