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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여진 공포”…포항 이재민들의 쓸쓸한 명절
입력 2018.02.19 (08:37) 수정 2018.02.19 (08:54)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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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가족 친지들과 새해 덕담과 따뜻한 정을 나누셨을 텐데요.

하지만 이번 명절이 유독 쓸쓸하고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진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 주민들입니다.

포항에선 지난해 11월, 규모 5.4의 지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설 직전에 규모 4.6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서 포항의 명절 분위기는 차가웠습니다.

여진 걱정에 자녀들의 귀성도 말리고, 집을 떠나 임시 구호소에서 쓸쓸한 명절을 보냈는데요.

포항 이재민들의 명절 모습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포항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입니다.

명절 때면 차례 용품을 마련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지만, 올해 설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대목을 앞두고 준비한 물건이 미처 다 팔리지 못하고, 한쪽에 쌓여 있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여진 걱정이 명절 분위기를 집어삼켰습니다.

[최정자/포항 죽도시장 상인 : "(손님이 예전의) 3분의 1도 안 돼요. 물건 보세요. 이거 전부 다 남았잖아요. 물건도 작년보다 적게 준비했는데도 아예 손님이 없어요. 그리고 물건값이라도 남기려고 아예 가격도 그냥 원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지금."]

연휴 때면 포항 해산물을 찾아오던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철을 맞은 과메기와 문어, 그리고 설 명절까지 겹쳐 예년 같으면 시장이 가장 붐빌 시기지만 상인들은 한숨만 깊어졌습니다.

[이외자/포항 죽도시장 상인 : "1년 중에서 최고의 날이었죠. 설 명절이. 올해 명절은 명절이 아닙니다. 너무너무 힘듭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석 달이 지났는데,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 아파트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출입이 통제되고 철거 결정이 났지만, 아직 아파트 두 개 동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 아파트 주민 : "불안하죠. 그런데 갈 데가 없으니까 사는 거예요. 갈 데가 없으니까."]

명절을 맞아 객지로 떠난 자녀들이 고향을 찾아온다고 해도, 언제 또 지진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귀성을 말렸습니다.

[지진 피해 아파트 주민 : "가족들이 안 오죠. 불안해서 어떻게 오겠어요. 너희들 왔을 때 (지진) 안 오라는 법 없다고 그냥 오지 말라고 그랬죠. 나는 괜찮은데 나는 살 만큼 살아서 괜찮은데 혹시 애들이 와서 젊은 애들이 와서 지진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안전 진단 결과 거주가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집도 갈라지고 깨진 벽을 보면 불안하기만 합니다.

[박상순/지진 피해 아파트 주민 : "전부 다 밀렸다니까요. 저 구석도 밀렸고, 저쪽도 다 밀렸고……."]

집이 이런 상황이라 차례만 간단히 지내기로 하고 자녀의 귀성을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고향을 찾아 먼 길을 왔습니다.

[박기형/경기도 안양시 :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들 오지 말고 우리끼리 있겠다고 하는데 또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이 계시는데 저희 혼자 살겠다고 안 내려올 수는 없잖아요."]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시간.

올해는 여진의 공포에 명절 덕담 대신 걱정과 한숨만 오갑니다.

[박기형/경기도 안양시 : "현 상황이 빨리 해결될 수 있는 강구책이 있어야 하는데……."]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4.6의 여진은 포항의 명절 분위기를 더 어둡게 했습니다.

임시구호소로 사용 중인 포항 흥해 체육관은 지난 11일 여진 이후 이재민이 더 늘었습니다.

자녀들의 집으로 역귀성을 떠난 몇몇 주민을 빼고는 대부분 이재민이 체육관에서 명절을 맞았습니다.

[조은호/지진 피해 이재민 : "제가 원래는 장손입니다. 고향이 경남 밀양인데 거기 가야 되는데 못 가니까 저를 비롯한 많은 이재민이 많이 고향을 못 찾고 있으니까 마음이 좀 쓸쓸합니다."]

[지진 피해 이재민 : "아침에 빨리 가서 차려놓고 그냥 절만 하고 쫓기듯 나오는 수밖에 없죠. 낮이고 밤이고 계속(여진이 발생하는데…….)"]

체육관에 마련된 작은 텐트 안에서 벌써 석 달이 넘게 지내면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가족들과 보내는 명절 못 진 않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마음을 달래봅니다.

[지진 피해 이재민 :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한 사람만 있으면 무섭잖아요. 그래서 모이는 거예요. 모여야지 덜 무섭죠. 서로 의지가 돼요."]

설 아침에는 임시구호소 한쪽 천막 아래에 이재민을 위한 합동 차례가 열렸습니다.

정성스레 과일과 떡을 올려놓고 조상에게 예를 갖춥니다.

매년 가족들과 함께 모여 마련했던 차례상이었지만, 오늘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그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남중호/지진 피해 이재민 : "집에서 따뜻한 데서 자식들이 와서 같이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서글프네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차례상에 절을 올립니다.

[지진 피해 이재민 : "장소가 누추하지만 많이 잡수시고 가십시오."]

더 이상의 지진 피해가 없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습니다.

[조은호/지진 피해 이재민 : "이런 일이 안 일어나면 좋죠. 항상 웃고 즐겁게 그리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포항에서는 100차례 가까운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주민들은 하루빨리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 [뉴스 따라잡기] “여진 공포”…포항 이재민들의 쓸쓸한 명절
    • 입력 2018-02-19 08:42:20
    • 수정2018-02-19 08:54:10
    아침뉴스타임
[앵커]

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가족 친지들과 새해 덕담과 따뜻한 정을 나누셨을 텐데요.

하지만 이번 명절이 유독 쓸쓸하고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진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 주민들입니다.

포항에선 지난해 11월, 규모 5.4의 지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설 직전에 규모 4.6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서 포항의 명절 분위기는 차가웠습니다.

여진 걱정에 자녀들의 귀성도 말리고, 집을 떠나 임시 구호소에서 쓸쓸한 명절을 보냈는데요.

포항 이재민들의 명절 모습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포항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입니다.

명절 때면 차례 용품을 마련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지만, 올해 설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대목을 앞두고 준비한 물건이 미처 다 팔리지 못하고, 한쪽에 쌓여 있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여진 걱정이 명절 분위기를 집어삼켰습니다.

[최정자/포항 죽도시장 상인 : "(손님이 예전의) 3분의 1도 안 돼요. 물건 보세요. 이거 전부 다 남았잖아요. 물건도 작년보다 적게 준비했는데도 아예 손님이 없어요. 그리고 물건값이라도 남기려고 아예 가격도 그냥 원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지금."]

연휴 때면 포항 해산물을 찾아오던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철을 맞은 과메기와 문어, 그리고 설 명절까지 겹쳐 예년 같으면 시장이 가장 붐빌 시기지만 상인들은 한숨만 깊어졌습니다.

[이외자/포항 죽도시장 상인 : "1년 중에서 최고의 날이었죠. 설 명절이. 올해 명절은 명절이 아닙니다. 너무너무 힘듭니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석 달이 지났는데,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 아파트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출입이 통제되고 철거 결정이 났지만, 아직 아파트 두 개 동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 아파트 주민 : "불안하죠. 그런데 갈 데가 없으니까 사는 거예요. 갈 데가 없으니까."]

명절을 맞아 객지로 떠난 자녀들이 고향을 찾아온다고 해도, 언제 또 지진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귀성을 말렸습니다.

[지진 피해 아파트 주민 : "가족들이 안 오죠. 불안해서 어떻게 오겠어요. 너희들 왔을 때 (지진) 안 오라는 법 없다고 그냥 오지 말라고 그랬죠. 나는 괜찮은데 나는 살 만큼 살아서 괜찮은데 혹시 애들이 와서 젊은 애들이 와서 지진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안전 진단 결과 거주가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집도 갈라지고 깨진 벽을 보면 불안하기만 합니다.

[박상순/지진 피해 아파트 주민 : "전부 다 밀렸다니까요. 저 구석도 밀렸고, 저쪽도 다 밀렸고……."]

집이 이런 상황이라 차례만 간단히 지내기로 하고 자녀의 귀성을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고향을 찾아 먼 길을 왔습니다.

[박기형/경기도 안양시 :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들 오지 말고 우리끼리 있겠다고 하는데 또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이 계시는데 저희 혼자 살겠다고 안 내려올 수는 없잖아요."]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시간.

올해는 여진의 공포에 명절 덕담 대신 걱정과 한숨만 오갑니다.

[박기형/경기도 안양시 : "현 상황이 빨리 해결될 수 있는 강구책이 있어야 하는데……."]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4.6의 여진은 포항의 명절 분위기를 더 어둡게 했습니다.

임시구호소로 사용 중인 포항 흥해 체육관은 지난 11일 여진 이후 이재민이 더 늘었습니다.

자녀들의 집으로 역귀성을 떠난 몇몇 주민을 빼고는 대부분 이재민이 체육관에서 명절을 맞았습니다.

[조은호/지진 피해 이재민 : "제가 원래는 장손입니다. 고향이 경남 밀양인데 거기 가야 되는데 못 가니까 저를 비롯한 많은 이재민이 많이 고향을 못 찾고 있으니까 마음이 좀 쓸쓸합니다."]

[지진 피해 이재민 : "아침에 빨리 가서 차려놓고 그냥 절만 하고 쫓기듯 나오는 수밖에 없죠. 낮이고 밤이고 계속(여진이 발생하는데…….)"]

체육관에 마련된 작은 텐트 안에서 벌써 석 달이 넘게 지내면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가족들과 보내는 명절 못 진 않겠지만, 주변 사람들과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마음을 달래봅니다.

[지진 피해 이재민 :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한 사람만 있으면 무섭잖아요. 그래서 모이는 거예요. 모여야지 덜 무섭죠. 서로 의지가 돼요."]

설 아침에는 임시구호소 한쪽 천막 아래에 이재민을 위한 합동 차례가 열렸습니다.

정성스레 과일과 떡을 올려놓고 조상에게 예를 갖춥니다.

매년 가족들과 함께 모여 마련했던 차례상이었지만, 오늘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그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남중호/지진 피해 이재민 : "집에서 따뜻한 데서 자식들이 와서 같이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서글프네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차례상에 절을 올립니다.

[지진 피해 이재민 : "장소가 누추하지만 많이 잡수시고 가십시오."]

더 이상의 지진 피해가 없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습니다.

[조은호/지진 피해 이재민 : "이런 일이 안 일어나면 좋죠. 항상 웃고 즐겁게 그리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포항에서는 100차례 가까운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주민들은 하루빨리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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