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연인? No!”…아이스댄스 파트너 구하기 어렵네

입력 2018.02.19 (10:41) 수정 2018.02.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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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녀 한 쌍이 빙판 위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무도회를 하듯 춤을 춘다. 얼핏보면 쉬운 것 같지만, 남녀가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선, 남녀 싱글 선수들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놀라운 스케이팅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인엣지와 아웃엣지를 자유자재로 깊게 구사하는 능력은 남녀 싱글 선수들에겐 감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데다, 대부분 연인 느낌의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치기 때문에 아이스댄스 선수들은 대부분 연인이 아니냐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상외로 아이스댄스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경우가 많다. 피겨계에서는 좋은 아이스댄스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남편 고르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스댄스는 국적을 옮기는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이기도 한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나선 24팀 가운데, 절반인 12팀이나 최소한 파트너 한 명이 국적을 바꿨다.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민유라-겜린이 팀을 이룬 것이 조금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스댄스에서 만큼은 좋은 파트너를 고르기 위한 국적 변경이 일상화된 편이다. 캐나다 팀 2팀은 미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들은 2명이나 이스라엘, 폴란드로 국적을 바꿔 이번 올림픽에 나선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캐나다를 거점으로 활동하다가 체코로 국적을 바꾼 사례도 있다. 그만큼 좋은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기에 국적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선수 중 부부팀이 한 팀 존재한다. 프랑스의 마르자드 로리오-르 가크 커플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2살로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일찌감치 결혼한 가운데 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쇼트프로그램 당시 이들은 연기 막판 독창적인 리프트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결혼하진 않았지만 연인 관계로 공인된 커플은 2팀이다. 미국의 매디슨 초크-에반 베이츠는 2011년 처음 파트너가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각각의 파트너가 따로 있는 경쟁자 관계였다. 그러다가 팀을 결성한 이후 자연스럽게 우정이 싹텄고, 그 우정이 사랑으로 변한 경우다. 5번의 영국 챔피언을 지낸 쿰스-버클랜드 조 역시 공인 커플이다.


국내 피겨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캐나다의 버츄-모이어 팀은 파트너 변경이 일상화된 아이스댄스계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이들이 처음 팀을 이룬 것은 1997년,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데 단 한 번의 파트너 변경 없이 세계 정상의 한길을 가고 있는 팀이다. 이들은 뛰어난 기술과 연기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연인 연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은 커플이 아니다. 많은 피겨팬은 이들이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친구 관계임을 밝힌 바 있다.

아이스댄스 팀 중 한 명이 결혼한 경우도 3팀이나 있다. 이탈리아의 카펠리니와 러시아의 보르로바는 모두 아이스댄스 선수가 아닌 페어 선수와 결혼했다. 스페닝의 카리아빈은 전 파트너와 결혼한 뒤, 전 파트너의 부상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구한 경우다. 올림픽 페어에서 4전 5기 끝에 금메달을 딴 독일의 사브첸코 역시 결혼한 뒤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꿈을 이룬 경우다. 이들 기혼자는 제2의 사브첸코를 꿈꾸며 빙판 위의 파트너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경우다.


지난 토리노 올림픽 아이스댄스에서 은메달을 딴 타니스 벨빈은 그의 파트너 벤 아고스토와 함께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들의 최대 라이벌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이자,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인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였다. 같은 미국 대표팀인 데다 코치까지 같아서 이들 사이의 라이벌 의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관계 속에서 이상한 방식의 애정 관계가 형성되었다. 타니스 벨빈이 라이벌팀 남자 파트너였던 찰리 화이트와 교제를 했고, 결국 결혼까지 이어진 것이다. 빙판에서는 아이스댄스 파트너와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다가, 실제 생활에서는 라이벌팀 선수와 사랑을 나누게 된 경우이다. 사실 이들팀은 코치가 같은 상황에서 코치 아들과의 복잡한 관계까지 이어져, 자세히 살펴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와도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스댄스 사상 최고의 연기를 펼친 팀, 가장 유명한 음악을 남긴 팀이라면 단연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을 장식했던 영국의 토빌-딘 팀이다. 이들이 연기한 '볼레로'는 올림픽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음악이 되었고, 토빌-진딘은딘 심판으로부터 만점을 받으면서 전설적인 팀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정말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고, 아직도 볼레로 기념 연기를 할 정도로 뛰어난 '케미'를 자랑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그다지 친하다고 할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인 러시아의 옥사나 그리슉-예브게니 플라토프의 경우는 더 심한 경우이다. 이들이 연기한 '메모리얼'과 '리베르 탱고'는 아이스댄스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남아있다. 스케이팅 기술, 연기력, 음악과의 조화 등 이들은 아이스댄스의 끝을 보여줬다고 할 만큼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 팀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뒤 팀을 해산하고 말았다.

피겨스케이팅 변방이던 아시아는 이미 남녀 싱글에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올림픽 챔피언을 배출했고, 페어에선 중국이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아이스댄스만은 여전히 한·중·일 아시아 3국이 모두 변방에 머물러 있는 종목이다. 아이스댄스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링크장 등 인프라의 뒷받침 속에 체계적인 지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남녀 파트너를 잘 육성하든 것이 무엇보다 절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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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10:41:43
    • 수정2018-02-19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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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녀 한 쌍이 빙판 위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무도회를 하듯 춤을 춘다. 얼핏보면 쉬운 것 같지만, 남녀가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선, 남녀 싱글 선수들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놀라운 스케이팅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인엣지와 아웃엣지를 자유자재로 깊게 구사하는 능력은 남녀 싱글 선수들에겐 감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데다, 대부분 연인 느낌의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치기 때문에 아이스댄스 선수들은 대부분 연인이 아니냐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상외로 아이스댄스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경우가 많다. 피겨계에서는 좋은 아이스댄스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남편 고르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스댄스는 국적을 옮기는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이기도 한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나선 24팀 가운데, 절반인 12팀이나 최소한 파트너 한 명이 국적을 바꿨다.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민유라-겜린이 팀을 이룬 것이 조금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스댄스에서 만큼은 좋은 파트너를 고르기 위한 국적 변경이 일상화된 편이다. 캐나다 팀 2팀은 미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들은 2명이나 이스라엘, 폴란드로 국적을 바꿔 이번 올림픽에 나선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캐나다를 거점으로 활동하다가 체코로 국적을 바꾼 사례도 있다. 그만큼 좋은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기에 국적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선수 중 부부팀이 한 팀 존재한다. 프랑스의 마르자드 로리오-르 가크 커플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2살로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일찌감치 결혼한 가운데 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쇼트프로그램 당시 이들은 연기 막판 독창적인 리프트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결혼하진 않았지만 연인 관계로 공인된 커플은 2팀이다. 미국의 매디슨 초크-에반 베이츠는 2011년 처음 파트너가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각각의 파트너가 따로 있는 경쟁자 관계였다. 그러다가 팀을 결성한 이후 자연스럽게 우정이 싹텄고, 그 우정이 사랑으로 변한 경우다. 5번의 영국 챔피언을 지낸 쿰스-버클랜드 조 역시 공인 커플이다.


국내 피겨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캐나다의 버츄-모이어 팀은 파트너 변경이 일상화된 아이스댄스계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이들이 처음 팀을 이룬 것은 1997년,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데 단 한 번의 파트너 변경 없이 세계 정상의 한길을 가고 있는 팀이다. 이들은 뛰어난 기술과 연기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연인 연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은 커플이 아니다. 많은 피겨팬은 이들이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친구 관계임을 밝힌 바 있다.

아이스댄스 팀 중 한 명이 결혼한 경우도 3팀이나 있다. 이탈리아의 카펠리니와 러시아의 보르로바는 모두 아이스댄스 선수가 아닌 페어 선수와 결혼했다. 스페닝의 카리아빈은 전 파트너와 결혼한 뒤, 전 파트너의 부상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구한 경우다. 올림픽 페어에서 4전 5기 끝에 금메달을 딴 독일의 사브첸코 역시 결혼한 뒤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꿈을 이룬 경우다. 이들 기혼자는 제2의 사브첸코를 꿈꾸며 빙판 위의 파트너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경우다.


지난 토리노 올림픽 아이스댄스에서 은메달을 딴 타니스 벨빈은 그의 파트너 벤 아고스토와 함께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들의 최대 라이벌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이자,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인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였다. 같은 미국 대표팀인 데다 코치까지 같아서 이들 사이의 라이벌 의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관계 속에서 이상한 방식의 애정 관계가 형성되었다. 타니스 벨빈이 라이벌팀 남자 파트너였던 찰리 화이트와 교제를 했고, 결국 결혼까지 이어진 것이다. 빙판에서는 아이스댄스 파트너와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다가, 실제 생활에서는 라이벌팀 선수와 사랑을 나누게 된 경우이다. 사실 이들팀은 코치가 같은 상황에서 코치 아들과의 복잡한 관계까지 이어져, 자세히 살펴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와도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스댄스 사상 최고의 연기를 펼친 팀, 가장 유명한 음악을 남긴 팀이라면 단연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을 장식했던 영국의 토빌-딘 팀이다. 이들이 연기한 '볼레로'는 올림픽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음악이 되었고, 토빌-진딘은딘 심판으로부터 만점을 받으면서 전설적인 팀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정말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고, 아직도 볼레로 기념 연기를 할 정도로 뛰어난 '케미'를 자랑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그다지 친하다고 할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인 러시아의 옥사나 그리슉-예브게니 플라토프의 경우는 더 심한 경우이다. 이들이 연기한 '메모리얼'과 '리베르 탱고'는 아이스댄스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남아있다. 스케이팅 기술, 연기력, 음악과의 조화 등 이들은 아이스댄스의 끝을 보여줬다고 할 만큼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 팀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뒤 팀을 해산하고 말았다.

피겨스케이팅 변방이던 아시아는 이미 남녀 싱글에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올림픽 챔피언을 배출했고, 페어에선 중국이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아이스댄스만은 여전히 한·중·일 아시아 3국이 모두 변방에 머물러 있는 종목이다. 아이스댄스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링크장 등 인프라의 뒷받침 속에 체계적인 지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남녀 파트너를 잘 육성하든 것이 무엇보다 절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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