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처럼, 오빠처럼’…히딩크가 조언한 ‘밥 데용 리더십’

입력 2018.02.23 (14:56) 수정 2018.02.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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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혼자 노선영 위로하던 밥 데용 코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예선이 열린 지난 19일. 팀워크와 인터뷰 논란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분노를 금치 못할 때 이 한 장의 사진이 그나마 작은 위로를 주었다. 체력이 떨어져 홀로 결승선을 늦게 통과한 노선영 선수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를 건넨 밥 데용 코치가 그 주인공.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착오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한 노선영 선수가 훈련에 복귀할 때도 먼저 달려가서 반겼던 사람도 바로 밥 데용이었다.

1월 29일 노선영 선수가 대표팀에 복귀할 때 모습1월 29일 노선영 선수가 대표팀에 복귀할 때 모습

이승훈 무등 태우던 선수가 이젠 담당 코치

밥 데용 코치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밥 데용은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로 이승훈 선수와 남자 10,000m 경기에서 경쟁을 펼쳤다. 장거리 최강자였던 자국의 스벤 크라머가 실격처리되고 이승훈이 깜짝 금메달을 땄는데 밥 데용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이반 스콥레프와 함께 이승훈을 무등을 태워 관심을 끌었다.

후에 밥 데용 코치는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난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이승훈을 지도하는 코치로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다.


네덜란드 간판선수…히딩크 조언이 결정적

네덜란드 빙상의 전설인 스벤 크라머보다 선배인 밥 데용은 선수 시절에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2006년에 금메달 1개, 1998년에 은메달 1개, 그리고 2010년과 2014년에 동메달 2개를 땄고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무려 7번이나 우승을 한 네덜란드의 간판 장거리 선수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5월부터 우리나라 대표팀 코치로 부임하게 된 건 히딩크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밥 데용은 "어디서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코치 제안 메일을 보냈다"며 "망설이고 있을 때 히딩크 감독이 '나처럼 마음을 열고 열심히 일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형처럼 오빠처럼…따뜻한 리더십 화제

밥 데용 코치는 빙상종목 최강국인 네덜란드의 스케이팅 기술과 레이스 운영법 등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은 물론 따뜻한 리더십이 늘 화제였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우리 선수들에게 오빠나 형처럼 선수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선수들에게도 신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에 선수들과 같이 간식을 먹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훈련 도중 여자 선수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 출저: 밥 데용 트위터사진 출저: 밥 데용 트위터

이런 정성에 감동한 대표팀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티셔츠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밥 데용'이란 글씨를 적어 선물하기도 했다. 밥 데용 역시 지난 21일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우리나라가 노르웨이에 아쉽게 패하자 허공에 발차기를 하고 모자를 집어 던지며 큰 아쉬움을 표현해 '이젠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농담까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여자 팀추월 경기의 아쉬운 모습이 고질적인 빙상계의 파벌 싸움 때문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밥 데용 코치의 이 같은 열정적이고 따뜻한 리더십이 대표팀을 추스르는 데 큰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선수 때도 겸손한 모습…팀 구심점 역할 할 것”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밥 데용에 대해 "선수 시절 같이 경기할 때도 살펴보면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이기적인 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밥 데용은 거만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또 "코치진은 잘한 선수는 잘한 대로 격려해주고 못한 선수는 못한 대로 위로를 해주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밥 데용 코치는 본인도 훌륭한 선수여서 그런지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다독일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감독이 아니라 코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자신의 역할 내에서 선수들의 구심점이 되어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며 "매스 스타트 등 남은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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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처럼, 오빠처럼’…히딩크가 조언한 ‘밥 데용 리더십’
    • 입력 2018-02-23 14:56:21
    • 수정2018-02-23 15:04:28
    취재K

묵묵히 혼자 노선영 위로하던 밥 데용 코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예선이 열린 지난 19일. 팀워크와 인터뷰 논란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분노를 금치 못할 때 이 한 장의 사진이 그나마 작은 위로를 주었다. 체력이 떨어져 홀로 결승선을 늦게 통과한 노선영 선수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를 건넨 밥 데용 코치가 그 주인공.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착오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한 노선영 선수가 훈련에 복귀할 때도 먼저 달려가서 반겼던 사람도 바로 밥 데용이었다.

1월 29일 노선영 선수가 대표팀에 복귀할 때 모습
이승훈 무등 태우던 선수가 이젠 담당 코치

밥 데용 코치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밥 데용은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로 이승훈 선수와 남자 10,000m 경기에서 경쟁을 펼쳤다. 장거리 최강자였던 자국의 스벤 크라머가 실격처리되고 이승훈이 깜짝 금메달을 땄는데 밥 데용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이반 스콥레프와 함께 이승훈을 무등을 태워 관심을 끌었다.

후에 밥 데용 코치는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난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이승훈을 지도하는 코치로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다.


네덜란드 간판선수…히딩크 조언이 결정적

네덜란드 빙상의 전설인 스벤 크라머보다 선배인 밥 데용은 선수 시절에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2006년에 금메달 1개, 1998년에 은메달 1개, 그리고 2010년과 2014년에 동메달 2개를 땄고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무려 7번이나 우승을 한 네덜란드의 간판 장거리 선수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5월부터 우리나라 대표팀 코치로 부임하게 된 건 히딩크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밥 데용은 "어디서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코치 제안 메일을 보냈다"며 "망설이고 있을 때 히딩크 감독이 '나처럼 마음을 열고 열심히 일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형처럼 오빠처럼…따뜻한 리더십 화제

밥 데용 코치는 빙상종목 최강국인 네덜란드의 스케이팅 기술과 레이스 운영법 등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은 물론 따뜻한 리더십이 늘 화제였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우리 선수들에게 오빠나 형처럼 선수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선수들에게도 신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에 선수들과 같이 간식을 먹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훈련 도중 여자 선수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 출저: 밥 데용 트위터
이런 정성에 감동한 대표팀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티셔츠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밥 데용'이란 글씨를 적어 선물하기도 했다. 밥 데용 역시 지난 21일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우리나라가 노르웨이에 아쉽게 패하자 허공에 발차기를 하고 모자를 집어 던지며 큰 아쉬움을 표현해 '이젠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농담까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여자 팀추월 경기의 아쉬운 모습이 고질적인 빙상계의 파벌 싸움 때문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밥 데용 코치의 이 같은 열정적이고 따뜻한 리더십이 대표팀을 추스르는 데 큰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선수 때도 겸손한 모습…팀 구심점 역할 할 것”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밥 데용에 대해 "선수 시절 같이 경기할 때도 살펴보면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이기적인 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밥 데용은 거만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또 "코치진은 잘한 선수는 잘한 대로 격려해주고 못한 선수는 못한 대로 위로를 해주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밥 데용 코치는 본인도 훌륭한 선수여서 그런지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다독일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감독이 아니라 코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자신의 역할 내에서 선수들의 구심점이 되어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며 "매스 스타트 등 남은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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