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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놀 게 없어 시작한’ 컬링…‘팀킴’ 매력포인트 다섯가지
입력 2018.02.24 (15:18) 수정 2018.02.24 (15:41) 취재K
‘놀 게 없어 시작한’ 컬링…‘팀킴’ 매력포인트 다섯가지

‘놀 게 없어 시작한’ 컬링…‘팀킴’ 매력포인트 다섯가지

경기장은 고요했다. 돌덩이보다 무겁고 빙판보다 차가운 긴장이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샷. 스톤이 호그라인을 지나자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안착(安着). 환호성이 터지고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중계석에 앉아있던 최승돈 아나운서는 말했다. "여러분, 어느 종목도 각광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 어떤 사람도 그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온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그래서 알지도 못했던 종목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결승 진출이었다. 한국 최초, 아니 아시아 최초다. 말 그대로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컬링이 어떻게 평창의 주인공이 됐을까?

[매력포인트 ①] 영화보다 영화같은 스토리

컬링 선수들은 모두 무선 마이크를 차고 경기를 치른다. 덕분에 중계방송에서는 '야를 때리고, 자를 치우고'같은 구수한 경북 사투리가 들린다. 말투에서 알 수 있듯 여자컬링 대표팀원 5명 가운데 4명이 경북 의성군 출신이다. 의성여고 친구 사이였던 김은정과 김영미가 '놀 게 없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가 합류했고 김경애를 따라 친구 김선영이 들어왔다. 이후 서울 출신 김초희까지 영힙하면서 지금의 '팀킴'이 완성됐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의성에서 취미로 운동을 시작한 동네 친구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영화와 같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영화 시나리오와 각 선수 배역을 맡을 배우, 영화 포스터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관기사]‘놀게 없어서’ 컬링 시작했다?…마늘소녀들 ‘매운맛’ 보여줬다

한 네티즌이 만든 가상의 ‘컬링 영화’ 포스터. 원본 출처 http://www.fmkorea.com/best/955858280한 네티즌이 만든 가상의 ‘컬링 영화’ 포스터. 원본 출처 http://www.fmkorea.com/best/955858280

[매력포인트 ②] 최고 유행어 '영미~!'

김영미는 대표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리드 역할을 맡는다. 스톤을 던지고 나면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해야 해서 김은정의 지시를 많이 받는다. 김은정이 김영미에게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워낙 "영미"를 많이 불러서 컬링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이 이 이름을 알게 됐다. 외국인들은 '영미'를 경기 용어로 잘못 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표팀 맏언니 김은정은 한 경기에서 '영미'를 몇 번이나 외칠까? KBS 제작진이 실제로 김은정이 경기 중 외치는 '영미'를 세어봤다. 예선전이었던 영국과의 경기에서는 모두 52번의 '영미'가 나왔다.

[바로가기] [영상] 한 경기에서 영미는 몇 번이나 나올까?

[매력포인트 ③] '안경 언니' 확실한 캐릭터

'영미'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들렸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역시 김은정이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연장 11엔드 마지막 샷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평소에도 단호한 경기 지시로 '근엄' 캐릭터를 만든 김은정은 이번에도 특유의 무표정으로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다.

김은정 얼굴이 중계화면에 클로즈업되기를 거듭하자 그가 쓴 안경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강렬한 눈빛과 어울린 안경은 그의 카리스마를 특징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를 따와 '안경 선배'라는 별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슈퍼맨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안경을 쓰지만,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빙판을 지배한다"며 '슈퍼맨의 반대'라고 표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은정의 상황별 표정 모음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은정의 상황별 표정 모음

[매력포인트 ④] 완벽 팀웍으로 'ONE TEAM' 완성

2006년 의성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컬링장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처음 한 팀을 이룬 건 2012년이었다. 가족과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한국의 컬링 환경은 너무나 척박했다. 의성 컬링장 외엔 마땅히 훈련할 장소도 없었고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기간 강릉컬링센터는 보수·정비 문제로 대표팀에 훈련 공간을 제대로 내주지 못했다. 연맹의 파행 운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평창올림픽 경기력 향상지원단'의 존재도 뒤늦게 알게되면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팀킴'은 10년 간 호흡을 맞춰왔다. 각자 맡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연전연승을 거두며 팀 사기도 오를 대로 올랐다. 이제 결승에서 스웨덴까지 한 번 더 이기면 대표팀은 여자컬링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선다.

[바로가기] [영상]9년 전 ‘안경 선배’…이때도 영미 불렀을까?

[매력포인트 ⑤] 확실한 실력으로 '도장깨기'

'팀킴'의 예선 성적은 경이롭다. 일본에 1패를 당했지만 준결승에서 멋지게 설욕했다. 그 외 승리를 거둔 팀은 세계 1위 캐나다와 종주국 영국 등 강호였다. 선전이 이어지자 외신도 주목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너선 청 서울지국장은 21일 '노로바이러스를 피했는데 컬링병에 걸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여자컬링팀의 활약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여자컬링팀이 컬링 강국들을 상대로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며 "올림픽 주최국의 신데렐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날 '한국의 깜짝 컬링 슈퍼스타'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사로잡혔다"며 "과소평가된 쿨한 한국 여성 컬러들이 거물들을 물리치고 있으며 메달도 딸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스피드 스케이팅, 봅슬레이, 여자하키 등 한국에서 관심이 쏠린 여러 종목도 "'갈릭 걸스'를 향한 국가적 열광에는 필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NBC뉴스도 "한국 여자컬링팀이 컬링 준결승전에서 더 많은 역사를 만들려고 한다"며 "이들의 승리는 경기장을 가득 채워 응원하는 한국 팬들에게 큰 히트였다"고 열광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NBC는 "한국 여자컬링팀의 부상은 한국 밖에서 거의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이 팀의 좋은 점은 그들이 세계 최강 팀들을 이겼는데도 컬링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 ‘놀 게 없어 시작한’ 컬링…‘팀킴’ 매력포인트 다섯가지
    • 입력 2018-02-24 15:18:52
    • 수정2018-02-24 15:41:02
    취재K
경기장은 고요했다. 돌덩이보다 무겁고 빙판보다 차가운 긴장이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샷. 스톤이 호그라인을 지나자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안착(安着). 환호성이 터지고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중계석에 앉아있던 최승돈 아나운서는 말했다. "여러분, 어느 종목도 각광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 어떤 사람도 그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온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그래서 알지도 못했던 종목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결승 진출이었다. 한국 최초, 아니 아시아 최초다. 말 그대로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컬링이 어떻게 평창의 주인공이 됐을까?

[매력포인트 ①] 영화보다 영화같은 스토리

컬링 선수들은 모두 무선 마이크를 차고 경기를 치른다. 덕분에 중계방송에서는 '야를 때리고, 자를 치우고'같은 구수한 경북 사투리가 들린다. 말투에서 알 수 있듯 여자컬링 대표팀원 5명 가운데 4명이 경북 의성군 출신이다. 의성여고 친구 사이였던 김은정과 김영미가 '놀 게 없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가 합류했고 김경애를 따라 친구 김선영이 들어왔다. 이후 서울 출신 김초희까지 영힙하면서 지금의 '팀킴'이 완성됐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의성에서 취미로 운동을 시작한 동네 친구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영화와 같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영화 시나리오와 각 선수 배역을 맡을 배우, 영화 포스터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관기사]‘놀게 없어서’ 컬링 시작했다?…마늘소녀들 ‘매운맛’ 보여줬다

한 네티즌이 만든 가상의 ‘컬링 영화’ 포스터. 원본 출처 http://www.fmkorea.com/best/955858280한 네티즌이 만든 가상의 ‘컬링 영화’ 포스터. 원본 출처 http://www.fmkorea.com/best/955858280

[매력포인트 ②] 최고 유행어 '영미~!'

김영미는 대표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리드 역할을 맡는다. 스톤을 던지고 나면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해야 해서 김은정의 지시를 많이 받는다. 김은정이 김영미에게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워낙 "영미"를 많이 불러서 컬링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이 이 이름을 알게 됐다. 외국인들은 '영미'를 경기 용어로 잘못 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표팀 맏언니 김은정은 한 경기에서 '영미'를 몇 번이나 외칠까? KBS 제작진이 실제로 김은정이 경기 중 외치는 '영미'를 세어봤다. 예선전이었던 영국과의 경기에서는 모두 52번의 '영미'가 나왔다.

[바로가기] [영상] 한 경기에서 영미는 몇 번이나 나올까?

[매력포인트 ③] '안경 언니' 확실한 캐릭터

'영미'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들렸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역시 김은정이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연장 11엔드 마지막 샷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평소에도 단호한 경기 지시로 '근엄' 캐릭터를 만든 김은정은 이번에도 특유의 무표정으로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다.

김은정 얼굴이 중계화면에 클로즈업되기를 거듭하자 그가 쓴 안경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강렬한 눈빛과 어울린 안경은 그의 카리스마를 특징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를 따와 '안경 선배'라는 별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슈퍼맨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안경을 쓰지만,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빙판을 지배한다"며 '슈퍼맨의 반대'라고 표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은정의 상황별 표정 모음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은정의 상황별 표정 모음

[매력포인트 ④] 완벽 팀웍으로 'ONE TEAM' 완성

2006년 의성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컬링장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처음 한 팀을 이룬 건 2012년이었다. 가족과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한국의 컬링 환경은 너무나 척박했다. 의성 컬링장 외엔 마땅히 훈련할 장소도 없었고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기간 강릉컬링센터는 보수·정비 문제로 대표팀에 훈련 공간을 제대로 내주지 못했다. 연맹의 파행 운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평창올림픽 경기력 향상지원단'의 존재도 뒤늦게 알게되면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팀킴'은 10년 간 호흡을 맞춰왔다. 각자 맡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연전연승을 거두며 팀 사기도 오를 대로 올랐다. 이제 결승에서 스웨덴까지 한 번 더 이기면 대표팀은 여자컬링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선다.

[바로가기] [영상]9년 전 ‘안경 선배’…이때도 영미 불렀을까?

[매력포인트 ⑤] 확실한 실력으로 '도장깨기'

'팀킴'의 예선 성적은 경이롭다. 일본에 1패를 당했지만 준결승에서 멋지게 설욕했다. 그 외 승리를 거둔 팀은 세계 1위 캐나다와 종주국 영국 등 강호였다. 선전이 이어지자 외신도 주목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너선 청 서울지국장은 21일 '노로바이러스를 피했는데 컬링병에 걸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여자컬링팀의 활약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여자컬링팀이 컬링 강국들을 상대로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며 "올림픽 주최국의 신데렐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날 '한국의 깜짝 컬링 슈퍼스타'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사로잡혔다"며 "과소평가된 쿨한 한국 여성 컬러들이 거물들을 물리치고 있으며 메달도 딸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스피드 스케이팅, 봅슬레이, 여자하키 등 한국에서 관심이 쏠린 여러 종목도 "'갈릭 걸스'를 향한 국가적 열광에는 필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NBC뉴스도 "한국 여자컬링팀이 컬링 준결승전에서 더 많은 역사를 만들려고 한다"며 "이들의 승리는 경기장을 가득 채워 응원하는 한국 팬들에게 큰 히트였다"고 열광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NBC는 "한국 여자컬링팀의 부상은 한국 밖에서 거의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이 팀의 좋은 점은 그들이 세계 최강 팀들을 이겼는데도 컬링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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