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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미군 F16 어장에 연료통 투하…뒷수습에 정신 없는 日 정부
입력 2018.02.24 (19:27) 특파원 리포트
지난 2월 20일 아침 8시 40분쯤 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시의 미군 기지 소속 F16 전투기 한대 가 이륙 직후 연료탱크 2개를 인근 오가와라 호수에 떨어뜨렸다. F16 표준 연료탱크는 길이 약 4.5 m, 직경 약 1m에 이른다.

엔진을 투기한 전투기는 이륙 약 3분 만에 기지로 무사히 돌아갔다.

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미군 기지 전경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미군 기지 전경

사고 당시 수면 일부는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연료탱크가 떨어진 곳에는 직경 10 m 가량의 구멍이 생겼다. 사고 직후 수면에는 50cm 가량의 부품 파편이 떠 있었으며, 기름 냄새가 났다고 NHK는 전했다.

미군 F16기가 떨어뜨린 연로통 파편미군 F16기가 떨어뜨린 연로통 파편

전투기 낙하물에 어민들 혼비백산…조업 중단

탱크가 떨어진 오가와라 호수의 면적은 약 63.2㎢. 도호쿠(동북)지에서 두번 째로 큰 호수로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다. 조개류 등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200∼3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어선 5∼6척이 조개잡이를 하고 있었다. 어민들은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허겁지겁 조업을 중단하고 대피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미군기가 집 근처 상공을 자주 비행하기 때문에 항공기 부속품이 떨어질까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해 물질 유출을 우려해 호수 인근을 통과하는 약 5km 구간의 통행을 오후까지 차단했다.

‘다급한’ 日 피해자와 ‘느긋한’ 美 가해자?

오도데라 방위상은 20일 오전 11시 반쯤 취재진 앞에 나타나 "미 공군 미사와 기지 사령관에게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철저한 안전관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외무성도 주일 미국대사관에 신속한 정보 제공과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군이 전투기 연로통을 떨어뜨린 오가와라 호수미군이 전투기 연로통을 떨어뜨린 오가와라 호수

20일 낮 12시쯤 미사와 미군기지의 위기 관리 및 홍보 담당자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어업인의 안내로 어선을 타고 연료탱크 낙하 지점으로 이동해 약 30분 간 사진을 촬영하는 등 간단한 조사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현장에 모인 취재진에게는 사고 상황과 관련해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나중에 미군이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들끓은 지역 여론…일본 정부, 항의는 했는데…

미사와 시장과 아오모리 현 지사는 이번 사고가 대형참사의 불안감을 주민들에게 줬다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미사와 부시장과 마을 대표 등은 미군 기지를 항의 방문했다.

미군 측은 "이륙한 뒤 엔진에서 불이 났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중량물을 분리해 피해가 나지 않을 곳으로 콘트롤해 떨어뜨렸다"면서 "원인 규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민에게 불안과 동요를 줘 미안하다. 기체 정비 점검과 조종사 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사과했다.

아베 총리도 나섰다. "미국 측에 철저한 안전 관리와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도 "미군기의 비행은 안전 확보가 대전제이다. 사고 등으로 지역 주민에게 큰 불안을 주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업 중단 후폭풍…사고 수습은 日자위대가…

항공기 연료가 유출된 호수에서는 수질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어협 측은 금어 조치에 따른 피해규모가 하루 300만 엔(약 3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조개와 빙어 등이 풍부한 어장 자체가 어떤 영향을 받을 지는 예측조차 어려웠다.

사고는 미군이 냈지만, 실제 수습에서는 일본 방위성이 바빠졌다.


22일, 아오모리 현의 지원 요청을 받은 방위성이 해상자위대를 투입해 잔해 회수 등을 위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4개 지점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 것이 확인됐다.

23일, 오노데라 방위상은 "어민들이 휴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실태 조사 등을 조속히 실시해 피해에 대해 성의를 갖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오노데라 방위상이 현장을 방문해 아오모리 현 지사와 마을 대표 등을 만나 요구사항을 청취했다. "주민들에게 우려를 끼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어민 보상 등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투기·공격 헬기·수송기 잇단 사고…추락·불시착·부품 낙하까지

주일 미군의 항공기가 추락 또는 불시착하거나 부품을 민가에 떨어뜨리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아오모리 현 해상에서, 2017년 7월에는 쿠릴 열도 인근 태평양 해상에서 F16 전투기 추락 사고가 났다.

지난해 12월 13일 초등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헬기 부품지난해 12월 13일 초등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헬기 부품

지난해 12월 7일, 오키나와에서는 보육원에 헬기 부품이 떨어졌다. 13일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헬기의 금속 창틀이 떨어졌다.

올해 2월 9일에는 미군의 첨단 수송기 오스프리의 부품이 떨어진 채 발견됐다. 미 해병대 측은 해당 부품이 없어진 사실을 일본 측에 즉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6일엔 다목적 헬기가 모래사장에, 8일에는 공격용 헬기가 호텔 인근 폐기물 처리장에, 그리고 23일에는 지자체 운영헬기장에 공격용 헬기가 불시착하기도 했다.

오키나와 지사는 "미군이 제어 불능 상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의회는 항의 결의문을 만장 일치로 채택했다.

1월 25일 일본 내각부의 마스모토 부장관은 '인명피해가 없는 불시착에 대해 그렇게까지 비판할 필요가 없다'고 망언해 비난여론에 불을 붙였다. 결국 사죄하고 사퇴했다.

항공기 사고, 항의, 사과, 그리고 다시 사고…

주민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군 항공기의 비행이 반복되면서 지역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고 이후에도 초등학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는 미군 헬기사고 이후에도 초등학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는 미군 헬기

실제로 2월 23일 오후 3시 반쯤 미군 헬기 한 대가 오키나와 현의 초등학교 상공을 가로질러 비행하는 장면이 NHK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이 지역에서 헬기 창문이 땅에 떨어진 이후 주민들은 비행 중지를 요구해왔지만, 벌써 2번째나 비행이 확인된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미군 측에 철저한 재발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군 측은 23일 밤, 비행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하고, 조사 결과는 일본 측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주일 미군의 각종 항공기 관련 사고는 2017년에만 20건 이상이 발생했다. 일본 언론은 사고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는데, 미군 측은 오히려 사고가 줄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군기 사고 → 주민 반발 → 정부 항의 → 사과·재발방지 약속 → 미군기 사고'. 이러한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일본의 현주소가 아닐까?

[대문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 [특파원리포트] 미군 F16 어장에 연료통 투하…뒷수습에 정신 없는 日 정부
    • 입력 2018-02-24 19:27:39
    특파원 리포트
지난 2월 20일 아침 8시 40분쯤 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시의 미군 기지 소속 F16 전투기 한대 가 이륙 직후 연료탱크 2개를 인근 오가와라 호수에 떨어뜨렸다. F16 표준 연료탱크는 길이 약 4.5 m, 직경 약 1m에 이른다.

엔진을 투기한 전투기는 이륙 약 3분 만에 기지로 무사히 돌아갔다.

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미군 기지 전경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미군 기지 전경

사고 당시 수면 일부는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연료탱크가 떨어진 곳에는 직경 10 m 가량의 구멍이 생겼다. 사고 직후 수면에는 50cm 가량의 부품 파편이 떠 있었으며, 기름 냄새가 났다고 NHK는 전했다.

미군 F16기가 떨어뜨린 연로통 파편미군 F16기가 떨어뜨린 연로통 파편

전투기 낙하물에 어민들 혼비백산…조업 중단

탱크가 떨어진 오가와라 호수의 면적은 약 63.2㎢. 도호쿠(동북)지에서 두번 째로 큰 호수로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다. 조개류 등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200∼3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어선 5∼6척이 조개잡이를 하고 있었다. 어민들은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허겁지겁 조업을 중단하고 대피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미군기가 집 근처 상공을 자주 비행하기 때문에 항공기 부속품이 떨어질까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해 물질 유출을 우려해 호수 인근을 통과하는 약 5km 구간의 통행을 오후까지 차단했다.

‘다급한’ 日 피해자와 ‘느긋한’ 美 가해자?

오도데라 방위상은 20일 오전 11시 반쯤 취재진 앞에 나타나 "미 공군 미사와 기지 사령관에게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철저한 안전관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외무성도 주일 미국대사관에 신속한 정보 제공과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군이 전투기 연로통을 떨어뜨린 오가와라 호수미군이 전투기 연로통을 떨어뜨린 오가와라 호수

20일 낮 12시쯤 미사와 미군기지의 위기 관리 및 홍보 담당자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어업인의 안내로 어선을 타고 연료탱크 낙하 지점으로 이동해 약 30분 간 사진을 촬영하는 등 간단한 조사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현장에 모인 취재진에게는 사고 상황과 관련해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나중에 미군이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들끓은 지역 여론…일본 정부, 항의는 했는데…

미사와 시장과 아오모리 현 지사는 이번 사고가 대형참사의 불안감을 주민들에게 줬다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미사와 부시장과 마을 대표 등은 미군 기지를 항의 방문했다.

미군 측은 "이륙한 뒤 엔진에서 불이 났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중량물을 분리해 피해가 나지 않을 곳으로 콘트롤해 떨어뜨렸다"면서 "원인 규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민에게 불안과 동요를 줘 미안하다. 기체 정비 점검과 조종사 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사과했다.

아베 총리도 나섰다. "미국 측에 철저한 안전 관리와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도 "미군기의 비행은 안전 확보가 대전제이다. 사고 등으로 지역 주민에게 큰 불안을 주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업 중단 후폭풍…사고 수습은 日자위대가…

항공기 연료가 유출된 호수에서는 수질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어협 측은 금어 조치에 따른 피해규모가 하루 300만 엔(약 3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조개와 빙어 등이 풍부한 어장 자체가 어떤 영향을 받을 지는 예측조차 어려웠다.

사고는 미군이 냈지만, 실제 수습에서는 일본 방위성이 바빠졌다.


22일, 아오모리 현의 지원 요청을 받은 방위성이 해상자위대를 투입해 잔해 회수 등을 위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4개 지점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 것이 확인됐다.

23일, 오노데라 방위상은 "어민들이 휴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실태 조사 등을 조속히 실시해 피해에 대해 성의를 갖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오노데라 방위상이 현장을 방문해 아오모리 현 지사와 마을 대표 등을 만나 요구사항을 청취했다. "주민들에게 우려를 끼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어민 보상 등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투기·공격 헬기·수송기 잇단 사고…추락·불시착·부품 낙하까지

주일 미군의 항공기가 추락 또는 불시착하거나 부품을 민가에 떨어뜨리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아오모리 현 해상에서, 2017년 7월에는 쿠릴 열도 인근 태평양 해상에서 F16 전투기 추락 사고가 났다.

지난해 12월 13일 초등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헬기 부품지난해 12월 13일 초등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헬기 부품

지난해 12월 7일, 오키나와에서는 보육원에 헬기 부품이 떨어졌다. 13일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헬기의 금속 창틀이 떨어졌다.

올해 2월 9일에는 미군의 첨단 수송기 오스프리의 부품이 떨어진 채 발견됐다. 미 해병대 측은 해당 부품이 없어진 사실을 일본 측에 즉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6일엔 다목적 헬기가 모래사장에, 8일에는 공격용 헬기가 호텔 인근 폐기물 처리장에, 그리고 23일에는 지자체 운영헬기장에 공격용 헬기가 불시착하기도 했다.

오키나와 지사는 "미군이 제어 불능 상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의회는 항의 결의문을 만장 일치로 채택했다.

1월 25일 일본 내각부의 마스모토 부장관은 '인명피해가 없는 불시착에 대해 그렇게까지 비판할 필요가 없다'고 망언해 비난여론에 불을 붙였다. 결국 사죄하고 사퇴했다.

항공기 사고, 항의, 사과, 그리고 다시 사고…

주민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군 항공기의 비행이 반복되면서 지역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고 이후에도 초등학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는 미군 헬기사고 이후에도 초등학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는 미군 헬기

실제로 2월 23일 오후 3시 반쯤 미군 헬기 한 대가 오키나와 현의 초등학교 상공을 가로질러 비행하는 장면이 NHK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이 지역에서 헬기 창문이 땅에 떨어진 이후 주민들은 비행 중지를 요구해왔지만, 벌써 2번째나 비행이 확인된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미군 측에 철저한 재발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군 측은 23일 밤, 비행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하고, 조사 결과는 일본 측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주일 미군의 각종 항공기 관련 사고는 2017년에만 20건 이상이 발생했다. 일본 언론은 사고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는데, 미군 측은 오히려 사고가 줄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군기 사고 → 주민 반발 → 정부 항의 → 사과·재발방지 약속 → 미군기 사고'. 이러한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일본의 현주소가 아닐까?

[대문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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