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뒤흔든 미투…성폭력 병폐 뿌리뽑나

입력 2018.03.0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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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심리상담전문가
이선경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
이은의 변호사 :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
이주희 교수 : 이화여대 사회학과


□ 백운기 / 진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BS <공감토론> 백운기입니다. 미투운동이 최근 한 달간 우리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가 미투운동의 한가운데 있는 상황에서 자고 나면 새로운 이름, 새로운 피해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이제는 대학가와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제 미투운동은 들불처럼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성폭력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공감토론>에서 진단해 보겠습니다. KBS <공감토론> 시작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오늘 함께하실 패널 분들을 소개해 드릴 텐데요. 심리상담전문가 박상희 소장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상희
안녕하세요?

□ 백운기 / 진행
밖에 지금 비가 많이 오죠?

□ 박상희
비가 오고 지금 길도 막히고 여러 가지로 좀 오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주희
네, 안녕하세요?

□ 백운기 / 진행
제가 처음 인사할 때 왜 이렇게 머뭇거렸느냐 하면요. 오늘 함께하실 패널 지금 두 분이 오고 계시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이신 이선경 변호사, 또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 두 분이 아직 못 오고 계십니다. 제가 <공감토론> 진행한 이후로 패널 네 분이 다 여성인 것도 처음인데 패널 두 분이 시작이 되도록 못 오신 경우도 처음입니다.

□ 이주희
차가 너무 막힙니다.

□ 백운기 / 진행
오늘 비가 많이 오고 또 교통상황이 좋지 않아서 두 분이 늦으시는 것 같은데 일단 청취자 분들께 제가 대신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두 분 수고를 좀 해 주셔야겠는데요. 오시면 좀 본격적인 얘기를 나눠보기로 하고요. 먼저 지금 미투운동이 맨 처음 시작된 걸 꼽자면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 폭로로 시작이 됐다고 할 수 있으니까 이제 한 달 정도, 오늘로 꼭 한 달이 됐는데. 미투운동이 이렇게 확산되는 배경은 네 분 오시면 다 듣기로 하고, 현재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떤 심정으로 보고 계신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 이주희 교수님 먼저.

□ 이주희
네, 이게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일이죠. 타라나 버크라는 흑인여성이 2006년에 시작했는데 이걸 최근에 앨리사 밀라노라는 배우가 리트윗하면서 이게 미국 할리우드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전 세계, 게다가 우리도 지금 용기를 내주신 분들 때문에 지금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 익숙한 트라우마를 다룰 수 있게 해준 굉장히 중요한 사례고요. 저는 이게 우리 조직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또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이와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 사건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게 수십 년간 이루어진 변화보다 더 파급력과 폭발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께는 이런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오늘 저희가 <공감토론>에서 어떤 부분을 좀 집중적으로 다뤄봤으면 좋겠습니까?

□ 박상희
물론 저는 직업이 상담사기 때문에 이런 성폭행이나 성희롱이나 성적인 문제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분들을 상당히 오랫동안 한 20년 동안을 사실은 만나왔죠. 그런데 그분들이 항상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질문을 시작하고 상당히 분노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 내가 뭔가를 잘못했겠지’라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즉,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자책감을 갖고 살다 보면 굉장히 삶이 우울하고 회색빛으로 바뀌거든요. 앞에 나가는 것에도 자신이 없어하고. 그래서 그 피해자들이 이제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저는 이번 기회가 굉장히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바뀔 수 있는 기회고. 사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다, 이 얘기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피해자이면서 죄책감을 안고 온 이 땅의 한국의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주제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고맙습니다. 두 분 말씀하시는 동안에 이선경 변호사 오셨는데요. 안녕하십니까?

□ 이선경
안녕하십니까?

□ 백운기 / 진행
길이 많이 막혔죠?

□ 이선경
네.

□ 백운기 / 진행
일단 우리 청취자들께 사과의 말씀 먼저 하십시오.

□ 이선경
죄송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한 달 되어 가고 있는 미투운동 어떻게 보고 계신지 두 분 말씀 들었는데요. 이선경 변호사께서는 지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맡고 계시죠? 보고 계신 느낌이 사뭇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고 계십니까?

□ 이선경
저 같은 경우는, 사실 2016년에 이미 문화예술계에서 미투운동이 시작이 됐었고요.

□ 백운기 / 진행
2016년에?

□ 이선경
2016년 가을에, 그때는 미투라고 안 하고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시작을 했고 그렇게 해시태그를 붙여서 피해사실을 폭로하고 이런 일들이 있었고요. 문단에서 시작을 해서 그것이 사진계로도 갔었고 평론가도 갔었고 이런 식으로 이미 시작은 됐었고요.

□ 백운기 / 진행
그때는 어떤 게 계기가 됐습니까?

□ 이선경
그때에는 누군가가 트위터상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퍼져나갔던 거고 지금하고 비교를 하자면 지금이 훨씬 더 파급력이 큰 거죠. 실은 서지현 검사님이, 가장 우리 사회에서 공신력이 있다고 하는 법조인이 나와서 폭로를 하면서 파장이 좀 커졌고 그 이후에 또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범죄를 폭로하면서 이것이 많은 피해자들한테 용기를 주기도 하고 지금 약간 신드롬처럼 그렇게 퍼져나오는 중이긴 한데요. 그래서 저는 놀랍다 이런 것보다 지나간 과정들을 봤었기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도 있고, 또 한편 그동안 이걸 바라보면서 저는 그 생각을 좀 했었는데 미투라는 것은 지금 결국 권력의 문제인 거거든요. 몇몇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닌 거죠. 어떤 괴물 같은 몇몇 개인들을 폭로한 게 아니고요. 사실은 그 괴물 같은 사람들이 왜 계속 이 분야에서 명사로 그렇게 칭송을 받고 왜 피해자들은 그렇게 장시간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한테 알리지 못했는지, 왜 주변 사람들은 그걸 보고도 다 방관했는지 그 원인을 좀 분석을 해서, 결국 이게 권력의 문제인 거거든요. 부패한 권력이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문학계, 영화계, 예술계, 이렇게 나눠서 저희가 지금 좀 분석을 해서 이걸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 게다가 법적인 부분, 제도적인 부분을 좀 나눠서 보고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 백운기 / 진행
2016년도에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때는 왜 이렇게 번지지 않았죠?

□ 이선경
그때도 사실 SNS상에서는 충분히 논란이 있었고요. 검색해보시면 그때 나왔던 박범신 작가 정도는 아마 기억을 하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박범신 작가 나오고 그다음에 배용제 시인이 나오고 그다음에 일민미술관의 큐레이터 함영준. 함영준 큐레이터가 그것 때문에 또 사퇴를 하고 그리고 또 씨네21의 평론가였던 분이 또 다른 많은 평론가들한테 잘못을 저질렀었고. 그래서 쭉 나왔었고요. 지금 제가 언급한 것만 해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리고 고양예고 강사였던 배용제 시인이 자신의 제자들을 강간하고 추행한 죄로 실제로 구속돼서 기소돼서 재판도 받았고 김요일 시인 같은 경우에도 유죄판결을 받았죠.

□ 백운기 / 진행
지금 그렇게 사례를 다 말씀하시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요. 왜 그게 더 확산되지 않았는지 지금과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 그걸 여쭤보고 싶었는데요.

□ 이선경
사실은 언론도 그때 관심을,

□ 백운기 / 진행
말씀하시는 중에 이은의 변호사님 오셨으니까 한번 쭉 인사하고 그다음에 또 말씀을 이어가도록 하죠. 오늘 아주 길이 많이 막혀서 고생하셨겠지만 청취자들께서 오래 기다리셨으니까 우리 청취자들께 먼저 인사하시고요.

□ 이은의
안녕하세요? 이은의 변호사입니다.

□ 백운기 / 진행
늦어서 죄송합니다.

□ 이은의
늦어서 죄송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 맡고 계신다고 제가 소개를 드렸고요. 이제 네 분이 다 오셨습니다. 사실 이은의 변호사님 오실 때까지 제가 시간제한도 안 하면서 말씀 길게 하시라고 그냥 자르지 않고 기회를 드렸는데요. 이제 다 오셨으니까 전화기 꺼졌는지 한번 다시 확인해 주시고 앞으로는 발언시간을 1분 30초씩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꼭 지킬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 말씀하시는 게 제일 좋으니까요. 먼저 지금 세 분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 전반을 바라보는 소감을 여쭤봤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님도 짧게 말씀해 주시고 토론 들어가죠.

□ 이은의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 그런데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앞으로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 같은 이 상황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현재의 미투운동, 그리고 위드유로 이어지고 있고 좀 더 구체적인 구조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현재 이 상황에 대해서 지지를 보이고 싶고요. 다만 매우 걱정이 됩니다. 피해자들이 쉽게 나중에는 다른 종류의 가해자로 둔갑시켜져서 제2의 피해, 제3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혹은 이렇게 어렵게 냈던 용기가 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음으로써 용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되는. 그래서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타깝고 다행이고 걱정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고맙습니다. 네 분 말씀을 쭉 들어봤는데요. 초반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우리 <공감토론> 패널 네 분 전부 여성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마 이번에 우리 제작진이 모두 여성패널로 모신 것은 이번 미투운동의 피해자가 전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시각에서 한번 미투운동을 들여다보고자 모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남성 피해자도 나오지 말란 법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이선경 변호사님?

□ 이선경
네, 당연하죠. 남성 피해자 있습니다. 미국의 미투에는 아마 제가 알기로는 20∼30%가 남성이 답을 한 경우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성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당할 수 있는데 본인이 직접 당연히 예를 들어서 게이 관계라면 당할 수 있고요. 본인의 배우자한테도 성희롱이 가능하고요. 특히 하급직일 경우에. 그러므로 남성도 저는 이 문제에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가 지금 오늘 당연히 성범죄를 많이 얘기를 할 건데 우리 조직에서는 성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폭력도 많이 자행이 됩니다. 하급자나 혹은 젊은 남성에 대해서.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이 이슈에 남성들이 들어오는 게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리고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들여다보면 권력관계 그리고 또 가부장적인 문화 이런 것들이 분명히 저변에 깔려있으면서 발생한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정체성이 강해지면서 젊은 남성들도 자기 몸에 이렇게 접촉하는 것 아주 싫어하는 경우가 훨씬 늘어났거든요. 박상희 소장님, 그렇죠?

□ 박상희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은 원하지 않는 터치를 안 해 줄 수 있는 문화는 저는 선진문화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다 경계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경계선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본인의 일상생활의 행복도하고도 관계가 있는데, 내가 원하지 않는데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마음으로 함부로 침범을 하다 보면 그것이 굉장히 나한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게 되잖아요. 그래서 원하지 않을 때는 자기 범위를 지키게 해 주는 사회에 대해서 저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더 그런 방향으로 점점 더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 백운기 / 진행
지금 박상희 소장님께서는 정신건강연구소도 운영하고 계시죠?

□ 박상희
네, 심리상담소죠.

□ 백운기 / 진행
심리상담소. 남성들 상담도 많이 옵니까?

□ 박상희
요즘은 남성들 상담이 꽤 많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남성들이 내가 고통을 얘기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면 못났다, 남성스럽지 못하다, 굉장히 약하다, 이렇게 판단이 됐는데 요즘은 도리어 남성들이 자기감정에 솔직해지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저 사람은 굉장히 유연해, 저 사람은 뭔가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도리어 더 믿을 수 있어, 이렇게 좋은 평가를 주거든요. 그래서 남성들의 상담실 방문이 점점 더 늘고 있고요. 그리고 아까 교수님이 얘기하셨듯이 저도 이 폭력의 문제에, 이 미투운동에 남성들이 있다고 보는데 이게 권력의 문제다 보니까 남성들도 성추행이나 성희롱 비슷한 경험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게 동성으로 받는 경우도 있고 이성으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거기서 느끼는 수치감은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여성 상관에 남성 부하인 경우에도 같은 경우의 성추행, 성폭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거죠?

□ 이선경
그럼요. 동일하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간음죄가 성립할 수 있고 실제로 사례도 있습니다. 당연히 여자 상사가 회식자리나 이런 데서 남자 부하직원의 엉덩이를 탁 치면서 추행을 하게 되면 그건 당연히 추행인 거고요. 관련해서 당연히 제가 말씀을 드리죠.

□ 백운기 / 진행
수치심을 유발시키면.

□ 이선경
똑같습니다. 그 부분은 똑같고요. 실제로 어떤 사례도 있었느냐 하면 중학교 남자 담임선생님이 남학생한테 성희롱성 발언을 했고 그걸 징계를 했는데 이분은 남학생이니까 내가 남자 대 남자로 말한 거니까 남자애니까 수치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성희롱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만 우리 법원이 남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성적수치심이나 성적혐오감을 느낄 수 있고 따라서 징계는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그런 걸 보면 아직은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성범죄나 성폭력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개한 형태인 것 같아요.

□ 이은의
성폭력에 대해서만 미개한 게 아니라 그냥 전반적으로 폭력에 미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근대사의 역사 속에서 국가의 폭력에 노출되어 온 이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폭력이라든가 아니면 힘을 가진 상급자가 ‘야, 내가 하라면 하는 거지.’ 저희 다 아는 말 있잖아요. ‘까라면 깔 것이지’ 이런 의식이 많이 지배하고 있고 그런 속에서 일정 부분 그 폭력을 수인해 주는 게 충성으로 보는 거죠. 그래서 남자들에게는 좀 다른 종류의 폭력으로 다양하게 충성을 요구하는 양태가 일어난다면 조직 안에서는 여자들에게 성적착취의 부분으로 일어나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성범죄의 영역으로만 볼 게 아니라 폭력의 양태, 갑질의 양태로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아직은 미투운동에 남성이 동참하지 않았고 현재는 여성들이 동참하는 사례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위드유 같은 경우에는 남성들도 많이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 첫 번째 논점은 이 부분으로 정해서 토론을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문화예술계 전반이 이 미투운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데요. 왜 문화예술계일까 하는 부분을 좀 짚어보고 싶습니다. 문화예술계의 특성 때문인가, 아니면 미투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쪽의 여성이 훨씬 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인가. 그 이유가 어떤 쪽일까요?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문화예술계의 문제가 굉장히 많이 부각이 됐죠. 네, 저도 동의를 합니다. 미국에서도 할리우드에서 시작이 된 겁니다.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마사지 해 달라. 이거 이윤택 감독의 사례와 흡사한데요. 이것은 저는 아무래도 문화예술가가 부각된 건 물론 사례도 많지만 우리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솔직히 무슨 검사나 무슨 교수라고 하면 굉장히 유명한 분이 아닌 다음에야 우리가 인식을 못 하는데 문화예술가는 우리가 TV나 아니면 다른 매체를 통해서 매일 보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문화예술계에 크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이게 문화예술계에 한정된 문제라는 착시로 작용할까 봐 좀 우려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건 검찰이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의 문제를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단 여기는 거의 모 아니면 도, 권력집중도가 굉장히 높죠. 제왕적 존재라고 표현되는 거장들이 있고 그 거장이 많은 기회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그를 중심으로 한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구조고요. 또 조직운영방식이 최소한도의 규칙, 체크 앤 밸런스가 있는 합리적 조직구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민주적 참여의 원칙이 작동하고 있지 않은 조직이고요. 이게 폐쇄적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은 문화예술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관객의 취향이라는 게, 예를 들어 반 고흐는 그렇게 유명한 화가였음에도 생전에 한 편밖에 못 팔았거든요. 그래서 객관화시켜서 합리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고요. 마지막 조건으로 이게 다수 종사자들이 굉장히 저임금과 나쁜 조건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가지고 몰입하는 작업장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나쁜 일을 당해도 이게 본인의 삶과 삶의 목표가 달린 문제라 퇴거하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교묘한 통제에 노출되기가 쉽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착시 우려 분명히 제가 공감을 하고요. 일단 문화예술계 쪽에서 이렇게 활발하게 미투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이주희 교수님께서는 문화예술계 쪽의 특성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진단하시는 거죠?

□ 이주희
네. 그렇지만 그 특성은 우리나라 거의 모든 조직에 상당 부분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선경 변호사님 의견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사실 서지현 검사가 맨 처음에 폭로를 했고요. 그랬을 때 대체로 형태는 맨 처음에 문제를 제기한 조직에서 쭉 잇따라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형태일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문화예술계로 바로 옮아지면서 문화예술계 쪽에서 확 일어났단 말이에요. 그 이유를 뭐라고 보셨습니까?

□ 이선경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텐데 제가 봤던 건 아까 이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런 원인이 하나가 있고요. 법률가 측면에서 봤을 때는 문화예술계는 외형적으로 어떤 단일한 조직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물론 그 안에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또 조직과 카르텔이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딱히 신고를 할 만한 창구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KBS를 예로 들면 인사팀이 있고 노무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고충센터 같은 데에 고충을 넣으면 조사를 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징계여부를 결정을 하는데 문화예술계는 아주 영세하거나 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할지. 10인 미만의 사업장도 굉장히 많단 말이죠. 그랬을 때 어디에 말해야 될지를 모르는 게 하나고요. 또 하나는 굉장히 적은 권력입니다만 그 권력을 거의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 거죠. 오늘 국회토론회에서 문단 내 성폭력 및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을 했었는데 거기에서 한국여성예술인연합에서 발제한 내용 중에 뭐가 있냐 하면 어떤 한 명의 교수님, 교수이자 평론가이자 시인이죠. 그분이 몇 개의 문학상에 심사위원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을 했는데요. 보면 한 해에 어떤 교수님은 5개, 6개의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그분이 하고 있는 거죠.

□ 백운기 / 진행
독점하는군요.

□ 이선경
독점하는 거죠. 소수의 인원이 그걸 독점을 하니까 예컨대 이 교수님이 학교에서 학생을 추행했다 하더라도 그걸 쉽게 폭로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저는 신고창구도 없고 그 사람들이 너무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그걸 견제할 장치가 없고 그것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서 유독 더 많이 미투가 나온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 왜 문화예술계,

□ 박상희
저도 두 분의 말씀에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두 가지만 얘기를 해보면, 일단은 대중의 반향이 큰 인물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나온 것만도 법조계, 문단, 문화계, 군, 종교계 나왔고요. 지금 학계나 방송계, 체육계도 곧이어 터진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완전히 구조화되어 있던 건데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계가 첫 번째로 나온 것은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면 대중들의 관심이 확 몰릴 수가 있잖아요. 대중적 반향이 큰 인물들이 일단은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우리나라 연예계나 방송계나 너무너무 경쟁이 치열한데 이 연예계나 문화예술계로 진입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 대학생들, 특히 10대 같은 경우에 너무 꿈에 대한 마음이 절절합니다. 너무나 절실하다 보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나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데 문화예술계라는 것이 예를 들면 고시처럼 고시를 패스하거나 무슨 과정을 패스하거나 이런 것이 정확하게 명확하지가 않아요. 소문에 의하면 빽이 있었다더라, 누가 밀어줬다더라, 배역을 줬다더라, 이런 것 갖고 실제로 그렇게 누구한테 잘 보이면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으면 사실 10대나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 저 교수님이라면 내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놓을 수가 없어요. 그런 문화예술계의 토양, 구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저는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은의 변호사님 분석을 한번 들어볼까요?

□ 이은의
아까 이선경 변호사님께서 하셨던 얘기에 몇 가지 부언을 하고 싶습니다. 업무상 위력 관계가 적용되어야 된단 말이에요. 보통 이렇게 서열이 있는 곳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진입하고자 하는 어떤 주체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하는 경우에 그게 실제로나 구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구체적으로 협박을 하겠냐는 거죠. 그게 필요가 없어요. 지금 두 분 다른 패널들께서도, 선생님들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암묵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어난단 말이죠. 그리고 그게 반복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하면 잘 되느냐? 잘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강제추행, 강간, 준강간 여기에는 요건이 맞지가 않고요. 업무상 위력관계를 적용하려고 보면 아예 이윤택 씨처럼 단원과 단장의 관계 이런 게 적용이 돼요. 그런데 그런 관계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거죠. 문화예술계가 먼저 터져나온 이유 중에 하나는 그동안 누적되고 말 못 했던 사안들이 많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아까 이선경 변호사님께서 국회에서 이번에 문단 내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서 나왔던 권력 집중화 현상을 얘기하셨는데, 이런 문화예술계가 가해자와 신고를 받는 주체가 같습니다. 어쨌든 동일선상에 있는 거예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당사자이기도 하고 당사자 친구이기도 한 거죠. 이런 문제들을 법조가 뒷받침해 줄 때 피해자들이 법률의 제도권 하에 와서 이걸 다툴 수가 있는데 그게 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우리가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꼭 덧붙이고 싶은데, 우리 법조계 안에 그런 얘기들이 있습니다. 법조계라기보다 여기자님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어요. 술집여자 말을 믿어주는 경찰이 없어, 이렇게 속된 말로 얘기합니다. 술집 종업원이라든가 연극에 종사한다, 배우지망생이다, 이러면 일단 어떤 편견이 있습니다. ‘네가 먼저 유혹한 거 아니야?’ 같은 유의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시각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속으로 이 말을 하기까지 마음앓이를 했을지를 꼭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첫 번째로 왜 문화예술계에서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가 그 배경을 한번 네 분께 부탁을 드려봤는데요. 이주희 교수님께서는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 그리고 비합리적인 구도, 폐쇄적인 조직, 거기에 열악한 환경까지 더해진 것을 꼽아주셨고요. 이선경 변호사님은 신고할 만한 창구가 특별히 없다. 소수가 독점하는 권력 부분을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박상희 소장께서는 무엇보다도 대중적인 반향이 큰 인물들, 유명인사가 많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은 절절한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그런 문제를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님은 무엇보다도 신고 대상자가 한통속이라는 말씀인 거죠?

□ 이은의
네, 그렇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런 부분이 상당히 큰,

□ 이은의
그리고 업무상 위력의 부분이 법조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의 괴리가 크다는 부분을 말씀드렸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대체로 지금 네 분 말씀을 종합을 해보면 문화예술계가 다른 쪽보다 훨씬 더 성폭력이라든지 이런 문제들이 자라날 만한 그런 조건을 더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꼭 그렇게만 보기 힘든 게 미투운동은 내가 당했다, 나도 당했다는 것을 제기했기 때문에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조직은 과연 이렇게 많지 않았을까? 저는 분명히 앞으로 들불처럼 번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계만 그러겠느냐? 일반적인 시각이 그렇지 않습니까? 앞으로 더 그럴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가 먼저 이렇게 번지게 된 것은 용기 있게 나도 당했다고 하는 것을 폭로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박상희 소장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희
그러니까 일단은 용기 있는 여성들이 나와주었다는 게 사실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예술계에 있는 여성들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대중 앞에 섰던 여성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자기 얘기를 하기 쉽지 않은 여성들일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실명을 밝히고 얼굴을 드러내서 용기 있게 얘기해 주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용기 있는 여성들이 문화예술계에서 대거 지금 나와주고 있다는 것이 미투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의견은요?

□ 이선경
글쎄요, 이게 저는 어떤 일이든 다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되는 거니까요. 굉장히 오랫동안 그런 피해가 누적되어 있었고 그런데 참아왔고 그러다가 최영미 시인 같은 분이 폭로를 시작을 하면서 촉매제가 됐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을 내가 차마 말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런데 누군가가 폭로를 한 거죠. 최영미 시인의 폭로가 왜 의미가 있냐 하면 이윤택 감독에 대해서 피해자들이 ‘그는 우리 연극계의 왕이었다’ 이런 표현을 했잖아요. 고은 시인도 문단의 왕이었단 말이죠. 뉴스 나오는 걸로 보면 2, 30년간 계속 그런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아니하고 문단의 가장 높은 어르신으로 다들 세워주고 추앙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라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그 왕처럼 보이는 그런 존재에 대해서 아주 낱낱이 추문이 폭로가 되면서 다른 피해자들이 ‘아, 나도 말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 그 얘기를 했었어요. 고은 시인의 성범죄를 폭로하면 대한민국 문단의 역적이 되는 것이다. 문단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죠. 그게 금기였거든요. 그런데 그 금기를 최영미 시인이 깨버린 거죠. 그러니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다른 피해자들도 나도 말해도 되는구나. 이래서 폭로를 시작하게 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러니까 지금 저희가 여기에서 좀 생각해보고 싶은 논점은 그거거든요. 문화예술계가 이렇게 가장 많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이유가 그런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냐, 아니면 실제로 미투운동에 동참하게 된 문화예술계 쪽의 인사들이 훨씬 더 의식이 강하고 또 용기가 있었기 때문도 있느냐, 이런 부분인데 이선경 변호사님은 어느 쪽이라고 보세요?

□ 이선경
사실 정확히 조사해보기 전까지는 문화예술계가 다른 분야보다 더 그런 사례가 많다 적다를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고요. 다만 지금 드러난 것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왜 많이 이쪽에서 드러나고 있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한데 문화예술계 특성상 모여서 같이 집단생활도 많이 하고요. 필연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면서 같이 연습을 하거나 지도를 하는 것들이 피할 수가 없는 거죠. 그 과정에서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 모를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로 그런 피해가 많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요. 또 반면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이 최근의 미투운동을 계기로 해서 많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

□ 백운기 / 진행
이주희 교수님 의견 들어볼까요?

□ 이주희
저는 기본적으로 그것은 수를 조사해서 정확하게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한 다음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고요. 사회자님께서 이쪽의 여성분들이 용기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

□ 백운기 / 진행
더 용기가 있는 것인가.

□ 이주희
네, 더 용기가 있는 것인가. 이것도 저는 그 용기를 내주신 분들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용기를 안 냈다고 해서, 그러니까 그것이 용기가 없는 것이냐. 예를 들어서 이것은 개인마다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그 개인의 선택이고요. 저는 어떤 선택이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사를 해봤으면 좋겠네요.

□ 백운기 / 진행
이게 확산되는 것에 따라서 전체적인 조사도 한번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 이주희
네, 저는 이번이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혹시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이런 부분 전체적인, 전수조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좀 다 사회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은의
다들 오해하고 계시는데 제가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피해자 법률지원 지정변호사들이 있어요. 그 지정변호사이기는 하지만 제가 여가부에서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는 전반적으로 저를 사선으로 선임해 오시는 피해자든 피고인이든 어쨌든 여러 종류의 사건들을 하는 변호사라고 보시면 되고요. 다만, 제가 아까 얘기 들으면서 전수조사는 필요한데 지금 하셨던 질문이 전수조사를 한다고 나올 수 있는 답의 유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 질문을 좀 전까지 계속 들으면서 했던 생각은, 우리 피해자들이 사실은 문화예술계에만 이런 사건들이 있는 게 아니고 사실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말을 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성폭력 관련 사건을 아무래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많은 과거의 저의 의뢰인들부터 시작해서 현재진행형 의뢰인들이 저에게 서지현 검사가 부럽습니다, 혹은 이윤택 피해자들이 부러워요, 조민기 교수의 사건이 부럽습니다, 이렇게,

□ 백운기 / 진행
무슨 뜻일까요?

□ 이은의
이게 왜 그러냐 하면 내가 말한다고 해서 이슈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문화예술계가 부각되는 이유에는 문화예술계의 피해가 많은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소비해 주고 있는가, 언론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도 이번 기회에 좀 돌아봐야 됩니다.

□ 백운기 / 진행
공감이 가는 지적인데요. 박상희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희
저도 이은의 변호사님하고 비슷한 맥락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저는 제 내담자들, 그러니까 제가 상담하는 사람들이 문화계, 예술계 혹은 연예인이라든가 연기를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요. 일반 대학생들이나 일반 여성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봤을 때 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겉이 화려해 보이고 언변도 뛰어나 보이고 이러지만 그들의 사회적인 것들을 벗어내고 그냥 일대일, 사람 대 사람, 상담사와 내담자로 만나봤을 때는 문화예술계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나 다른 전공을 갖거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나 고민은 다 비슷한데 그 안에 분명히 성적인 요소들은 상당히 많다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성적인 접촉을 당해야 했고 그러고 나서 굉장히 억울한 상황에 처한. 그래서 저도 문화예술계가 지금 제1번으로 드러났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회 전반에서 비슷한 목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심지어 여성이 숫자적으로 적다는 군이나 경찰 쪽에서도 저는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어느 쪽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지 그런 부분 지금 미리 성급하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은의 변호사님께서 제가 궁금해 하는 부분 가장 정확하게 잘 이해해 주시고 답변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를 드리고요. 지금 문화예술계에서 이렇게 나오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보면서 분명히 그런 생각은 들어요. 더 관심이 가는 사람들,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그런 부분들이 좀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그런 측면도 있기는 있다고 봐야 되겠죠?

□ 이은의
네, 그렇습니다. 제가 사실 오늘 오전에도 받았던 전화에는 제가 하는 사건 중에 대학원생이 교수로부터 어쨌든 성추행이든 단순폭행이든지 당한 다음에 자기가 알아보니 그동안 이런 사건들을 당한 지도학생들이 많았던 거예요. 학교에 얘기를 했더니 학교가 지도교수 변경을 안 해줍니다. 이래서 이 친구가 제적도 당했다가 온갖 여러 가지를 겪고 이제 이게 보도가 됩니다, 이 친구가 1인 시위 같은 것을 하면서. 그러고 난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하면 명예훼손으로 피소가 됩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는 경찰조사만 제가 아는 것만 4회 정도 갔는데요. 제가 이걸 보면서 답답한 게 이 사건이 종래에는 불기소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 피해자가 겪고 있는 마음고생, 비용, 시간 이런 것은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좀 돌아봐야 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아까도 이주희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피해자가 오히려 당하고 있는 그런 문화들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저희가 후반부에 한번 저희가 대책을 다루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 우리 청취자 분들의 관심도 매우 뜨거운 것 같은데요. 문자들을 많이 보내주고 계십니다. 문자 소개해 드리고 토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휴대전화 뒷자리 8697 쓰시는 분입니다. “참 문화예술계는 바람 잘 날이 없네요. 블랙리스트다 뭐다 해서 논란이 되더니 이번에는 성폭력 문제라니요. 아무리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성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했으면 좋겠습니다.”
5596 쓰시는 분 “패널로 나오신 분이 ‘까라면 깐다’ 표현을 하셨는데 그런 말은 성희롱이 아닌가 궁금해요.”

□ 이은의
제가 속칭으로 그렇게 많이 나오는 말을 쓰다 보니까 인용한 겁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저도 그 말씀 하실 때 섬찟했는데.
1359님 “실력이 있지만 그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결국은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이 먼저인 게 현실이죠. 진짜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이런 피해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인 것 같습니다.”
김미숙 청취자님 “지금도 피해자를 추궁하거나 비난하는 듯한 말을 생각 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더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내 가족의 일일 수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296 쓰시는 분 “30대 딸을 가진 엄마인데요. 팀장의 성추문 회사에 말했다가 딸아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명예훼손으로 벌금만 냈는데 혹시 미투에 동참하면 전과자 되는 건 아닌가요?” 이은의 변호사님 아까 말씀하신 사례하고 비슷한데 이분께 좀 조언을 해 주신다면?

□ 이은의
이런 사례는 무궁무진한데요. 미투운동에 동참하실 때 내가 이런 사안을 어떻게 오픈할 것이냐,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오픈할 것이냐가 결국은 명예훼손죄에 결론적으로 적용이 될 것이냐를 가리게 됩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런 걸 하기 전에는 이미 어떤 처벌이력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법률가와 상담하셔서 어떤 방식을 취했으면 좋겠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뭐든지 얘기한다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강정문 청취자님 “문화적 흐름에 미필적 과실이 누누이 있었다면 법적인 보호를 진즉 만들었어야죠.” 좀 표현이 어렵네요. “진의나 과정에 특정 죄를 묻기는 어렵다 보이기는 하는데요. 이제 선진문화화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거부권이나 경고가 제한해야 처벌의 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이선경 변호사님, 이거 제가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 이선경
일단 미필적 과실이라는 개념은 우리 법에 없는 개념이고요.

□ 백운기 / 진행
미필적 고의라는 말은 들어봤어도요.

□ 이선경
미필적 고의는 있습니다만 미필적 과실은 없어서 저도 지금 처음 듣는 얘기고요. 거부권 얘기를 하셔서, 그냥 싫다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 백운기 / 진행
이분 말씀이 저는 이렇게 받아들여지는데요. 예를 들어서 확실한 거부의사를 밝혔다든지 또는 경고를 했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확실하게 더 처벌을 강화하는 그런 기준이 좀 필요하다, 그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 우리 법에 지금 그렇게 하고 있죠? 예를 들어서 본인이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혔다거나 이런 경우에도 계속적인 성폭력을 가했다면.

□ 이선경
사실은 피해 당시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는가가 기준이 되지는 않고요. 당장 그때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싫다고 말했고 발버둥을 치는 이게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때 당시 상황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느냐가 기준이고요. 예를 들자면 직장 안에서 예컨대 복사기 앞에서 복사를 하고 있는데 뒤에 와서 직장상사가 슬쩍 엉덩이를 만진다, 이랬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만지지 마세요, 뭐 하는 짓이에요, 이런 식으로 꼭 거부의사를 표현해야만 그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냐?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당사자의 관계가 상사와 부하 사이에 있다고 본다고 하면 당연히 우리 법률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것은 상사에 의한 추행이라고 판단이 되기 때문에요. 그런 거부의사를 표시했는가가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렇군요. 그런데 박상희 소장님, 외국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싫으면 ‘No’라고 말하게 가르치지 않습니까? 그것도 중요한 교육 아닌가요?

□ 박상희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죠. 특히 성적인 것에 대해서는 ‘No’라고 얘기하라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교육하고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문화 자체가 여성들이 ‘No,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면 그 여성을, 그 여자아이를 좋아해 주느냐 하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 그리고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누군가가 나를 아껴주고 좋아해 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사랑받고 싶다는 본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너 이걸 해라, 이렇게 말을 해라, ‘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사실 주어졌느냐 하는 것이죠. 그래서 특히 내 몸을 만지려고 하거나 터치하려고 할 때 ‘No’라고 얘기하라고 가르치고는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제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실현할 수 있게 해 주는 사회로 좀 더 발전해야 된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KBS <공감토론> 오늘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 짚어보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전문가 박상희 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이신 이선경 변호사,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 함께하고 계십니다.

□ 백운기 / 진행
<공감토론> 이어가겠습니다. 앞부분에 문화예술계에 이렇게 번지고 있는 이유가 뭔지 그 배경을 한번 진단해 봤는데요. 그 부분에서 조금 더 짚어보고 싶은 게요. 지금 여러 유명인사들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계 쪽에 배우들 이름이 나오는데요. 특히 아주 유명한 영화에 많이 나와서 상당히 인기가 높은 오달수 씨 같은 경우에요. 최근에 맨 처음에 그 문제가 제기가 됐을 때 부인을 했단 말이에요. 그랬다가 또 엄지영 씨가 다시 실명을 공개하면서 사실을 폭로하니까 뒤늦게 시인을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박상희 소장님, 심리적으로 먼저 좀 분석을 해보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부인하고 싶겠죠?

□ 박상희
그런데 지금 오달수 씨뿐만 아니라 조재현 씨, 조민기 씨, 여러 분 다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발언을 하지 않고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나 보거나 아니면 무응답으로 하거나 아니면 일단은 아니다, 사실관계가 다르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나면 이제 입장을 바꿉니다. 뭐냐 하면 한 명이었다가 한 명이 아니게 두 명, 세 명, 여러 명으로 바뀌어요. 그러면 이제 대중들이 굉장히 그 여성들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무게감이 있어지잖아요. 두 번째, 그 중의 누군가가 실명을 오픈하는 겁니다. 거기에 얼굴까지 공개하고. 지금 실명을 드러내신 분들 중에 현역 배우들이 나왔어요. 그러다 보면 그 여배우들이 도대체 왜 내 이름을 걸고 내 얼굴을 드러내면서 이 문제를 고백하느냐 하는 대중들의 호응이 굉장히 이어지잖아요. 그런데 지금 오달수 씨 같은 경우에는 아직 정확하게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죠. 그렇지만 천만요정이라고 얘기를 해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충격이 큰데 그래서 사실은,

□ 백운기 / 진행
오늘 입장표명을 했습니다. 시인했습니다.

□ 박상희
했습니까? 아, 네. 어제까지만 해도 저는 사실은 엄지영 씨가 나오기 전에는 오달수 씨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곽도원 씨나 오달수 씨는. 그런데 실명인 인물이 여러 명이 나오면 이제 대중으로서는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런데 맨 처음부터 진실을 말해 주면 참 좋을 텐데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진실이 나오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주희 교수님께서는 일단 부인하고 보자, 이런 것 어떻게 보십니까?

□ 이주희
아까 말씀드렸던 와인스타인이라는 할리우드 제작자가 나는 이건 그냥 내가 알던 일이다. 6, 70년대 히피문화 하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걸 가지고 왜 여자들이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변호사가 이 사람은 공룡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고 새로운 규칙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변호를 하거든요. 무슨 뜻이냐 하면 저는 지금 성범죄를 저지른 많은 남성들이 이게 진짜 범죄인지 실제로 자기 자신도 사과한다고는 말하지만 아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전반적으로 우리 조직에 퍼진 문화이기 때문에. 이게 남성사회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여자들이 들어와서 저러는 것일까? 저는 그래서 두 가지 사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제재되어 본 경험이 없고, 또 다른 분야에서 저 사람도 하고 저 사람도 하는데 내가 이걸 했다고 왜 나만 가지고 이러지? 그저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그 심정으로 나는 기억이 안 난다든지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또 밝혀졌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모든 다른 사례에서 이런 사례들이 대강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이거 했네? 그래도 이런 사정도 있고 저런 사정도 있었으니까 실제로 징계가 강하게 가해지지도 않고 조금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고 오히려 여자가 피해자가 되는 이런 걸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이번도 그런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맨 처음에 오달수 씨에 대해서 성폭행 문제가 제기가 됐을 때 30년 전인가 그때로 돌아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 없었다, 이렇게 변명을 했지 않습니까? 그랬다가 이제 엄지영 씨가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자기도 당했다는 입장을 밝히니까 오늘 공식입장을 내면서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뭐라고 덧붙였느냐 하면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이든 상처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연애감정. 그리고 또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자리도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다.’ 이런 내용의 사과문을 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은의
‘뭐래?’라고 생각이 들고요. 제가 아까도 비속어를 너무 대놓고 써서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어쩌면 이렇게 가해자 분들은 비슷한 말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한 해에 상담건수는 수백 건이고 사실 사건 돌려서 실제로 고소․고발을 해보거나 아니면 법정으로 가거나 하는 사건도 수십 건씩 보면서 아주 대부분의 사건이 부인하는 경우에는, 안 했다고 하는 경우에는, 그게 추행이 아니야, 그게 성폭력이 아니야, 할 때는 연애했다고 얘기합니다. 혹은 썸 탔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연애가 뭔가요?’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연애는 서로 상호 간에 감정이 오고 가는 게 연애입니다. 썸도 마찬가지예요. 혼자 탄다고 타지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데 늘 그렇게 주장을 하죠. 비극은 이걸 듣는 수사주체, 판단주체가 비슷한 걱정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 하면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는 걸 피해자가 입증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 감정이 아니었단 걸.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없었던 걸 입증하는 게 더 힘듭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증거를 내보이면 돼요. 같이 찍은 사진, 다정하게 안고 뽀뽀를 한 사진이라든가 서로 주고받은 각종 선물들, 내밀한 텍스트들 이런 게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런 걸 내지 않아도 오히려 이쪽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그런 관계로 오인 받아서 합리적 의심이라는 미명하에 잘 안 되는 사건들 꽤 많습니다. 제가 저의 사건을 일례로 간단하게 들고 싶습니다. 제가 연말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업계 관계자예요. 그런데 이 관계가 갑을병정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제 입장에서 어쨌든 뭔가 부탁을 하거나 그럴 만한 일들이 있는, 정보를 좀 취득해야 되는 그런 관계선상에 있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밥을 먹자고 해서 밥을 먹었는데 밥 먹는 자리에서 갑자기 제가 막 얘기를 하는데 제 양손을 딱 잡으면서 자기가 무슨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서 좋은 기를 받고 싶어서 그런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혹시 이걸 문제 삼으면 뭐라고 할까요? 우리는 좋은 감정이었다, 이런 얘기 하지 않을까요? 안 그랬으면 저녁을 왜 같이 먹었어, 이런 얘기 들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애초에 그냥 연락을 끊는 정도로 그냥 치웁니다. 그런데 일반 여성분들은 어떨까를 생각하면 그놈의 썸, 그놈의 연애감정, 정말 이제는 넌덜머리가 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선경 변호사님, 지금 보면 아예 대응을 안 하는 사람, 또 공개가 되기도 전에 미리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요. 처음에 부인했다가 이제 어쩔 수 없이 시인하는 경우들이 나오고 있는데 오달수 씨 같은 경우에도 오늘 사과문을 냈고, 또 영화배우 조민기 씨 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에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지금 열한 번째 폭로가 나오니까 이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들 이렇게 일단 부인하고 보려고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선경
왜들 그러는지 이해를 하기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비슷한 양태들은 보이고 계신 거죠. 교수님 말씀하고 좀 비슷한 것 같은데 본인들이 실제로 그게 범죄라고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고 혹은 범죄인 건 알지만 자기의 권력을 그냥 향유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냥 궁지에 몰렸으니까 일단 부인해보고 ‘감히 네가 너 자신을 드러내고 나를 공개하겠어?’ 이런 오만함도 좀 작용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인을 했던 것이고. 그런데 지금 사과하시는 분들의 사과도 사실상 믿기가 어렵습니다. 2016년에 이미 해시태그 운동 나왔을 때 구구절절이 사과문을 올리셨던 박범신 작가부터 시작해서 배용제 시인 이런 분들이요. 특히 배용제 시인은 지난주에도 제가 법정에서 뵀죠. 그분의 사과문 매우 잘 쓰셨는데 역시 동일하게 법정에서는 ‘내가 그때 사과했던 건 도의적으로 사과문 올린 것이고 사실 나는 이 학생들하고 합의하에 한 것이다. 학생들이 나를 좋아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주장을 하세요.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다, 이런 얘기 하시고 해서. 지금 사과문들 많이 올리시는데 저는 진정한 사과는 이분들이 법적 책임까지를 다 인정하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형사처벌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한테 민사상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때 그 사람들의 사과가 진정한 사과다, 이렇게 믿어야 된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제 앞으로 두 가지 논점 더 생각해보고 싶은데요. 지금 이선경 변호사님 말씀하셨듯이 지금 드러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하는 부분, 그리고 또 하나는 이게 어디까지 번질 것으로 보시는지 이런 부분을 좀 생각해보고 싶은데요. 그전에 사과 얘기가 나왔으니까요. 이주희 교수님, 진정한 사과 어떤 걸까요? 피해자에 대해서. 벌을 받는 걸까요? 교도소에 가는 걸까요?

□ 이주희
법적으로 책임질 만한 일을 졌으면 당연히 교도소에도 가고 벌금도 내고 민사상의 피해보상도 해야 되는 게 진정한 사과일 것이고. 미국 같은 데서는, 제가 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요. 왜냐하면 제가 대학원 때 클라렌스 토마스 판사하고 아니타 힐 교수 간에 성희롱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14명의 백인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에서 기각됐거든요. 왜냐하면 클라렌스 토마스 판사가 왜 흑인인 나에 대해서 린치를 하느냐. 그랬더니 흑인들 공격하는 걸 좀 두려워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그냥 내보냈습니다. 그때도 이게 크게 될 뻔했는데 그냥 사라졌고 지금 다시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미국에서도 그때 그런 걸 보면서 이번이 좀 특별하다. 그때 묻혔던 사건까지 지금 다시 나오니까. 그래서 말씀드렸던 대로 진정한 사과는 법적 책임, 민사상의 책임을 지는 것이고 또 공소시효가 지나서 지금 민사상의 책임, 법적 책임을 질 의무까지는 없는 상황이라면 저는 진정한 사과의 의미로서는 자기 직업을 내려놓는 것도. 왜냐하면 미국에서도 CEO가 CEO직을 그만둔 사례도 굉장히 많고요. 예를 들어서 재선에 나가지 않는 정치인들도 굉장히 많고요. 그러므로 저는 진정한 사과는 그런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성은 조직 내에서, 지금 말씀을 해 주셨지만 이게 굉장히 젠더화된 조직이거든요. 상층은 전부 다 남성만 있습니다. 하층 제일 밑바닥 직업은 여성만 있고, 모든 게 다 통제나 아이덴티티 형성이나 남녀 구분된 상태에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성희롱의 기준은 뭔가요? 성희롱은 예를 들어 불쾌감을 느껴야 되고 또 그게 합리적인 사람 혹은 합리적인 여성의 입장에서 리즈너블한 불쾌감이어야 되는 것인데 그 불쾌감을 판정하는 사람, 판사, 혹은 기업의 CEO, 혹은 리더십, 인사팀, 이런 사람들이 전부 다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걸 판정하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 것이죠. 그러므로 지금 이런 기회를 틈타서 적어도 책임지는 모습은 다들 보여주시는 게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순서를 좀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사과 이전에 처벌 가능성부터 먼저 좀 따져보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요. 이은의 변호사님, 지금 보면 아주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시효에 걸리기도 하죠?

□ 이은의
대부분 시효에 결려서 처벌되지 않는 사건이 현재 많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법을 바꿔서 이제부터 다 처벌할 거야, 소급적용을 하겠어, 이건 사실상 어렵고요. 저는 통상 제가 사건을 해보면 직장 내 성희롱,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습관적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만약에 피해자가 다수가 나오고 있다면 사실은 최근까지의 피해자도 있을 것으로 추정은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이 의지를 가지고 전수조사를 하는 방법도 있어요, 사실. 그렇지만 이왕 이만큼 터져나온 사건들에 잠재되어 있는 피해자 분들은 법적 조치를 취하시는 걸 고민하는 게 어떨까. 그런 부분들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방송에 상습인 경우에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를 어떤 법조인 분들이 하셨지만 사실은 그걸 따져보는 것도 그 상습의 마지막 행위가 시효 안으로 들어와야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피해자를 발견해내고 혹은 최근의 피해자가 용기를 내고 이런 과정이 어쨌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필요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게 시효 기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이미 시효가 넘은 것은 처벌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아직 시효가 살아있는 경우에 그 부분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다면, 시효가 지난 부분도 만약에 있었을 경우에는 상습범으로 인정이 됩니까?

□ 이은의
그것은 한 사람에게, 그러니까 어떤 피해자가 있는데 그 피해자가 장기간 피해를 입어온 거예요. 그래서 그 피해의 마지막 부분이 이 시효 안에 있다면 이 사람에 대한 행위로서는 앞부분까지를 상습범으로서 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것은 형으로서 가중이 되는 거죠, 엄밀히 얘기하면. 그런데 한 사람에 대한 행위가 인정된다고 여러 사람에 대한 것을 한꺼번에 처벌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용기나 희망을 잃으면 안 되는 게 우리는 법정에서 죄질이라는 것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강간, 같은 추행도 같은 처벌의 수위에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질로서 반영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 터져나온 미투가 법률적으로 어떻게 당장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게 무의미한 부분이 아니고요. 그리고 추가적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주는 부분들이 있다면, 수사기관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판단을 해 줄 수 있다면, 노력을 해 줄 수 있다면 저는 희망이 없는 건 아니지, 라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 문제는 이런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용기를 내서 몇 십 년 전 일을 털어놓았는데 이미 시효가 지나서 처벌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당사자는 몇 십 년 동안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울 것 같은데.

□ 박상희
네, 그래서 이윤택 씨가 기자회견을 할 때 어떤 분이 이런 글을 들고 있었어요. ‘사과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서에’. 그러니까 저는 사과라는 것은 물론 법적처벌도 일벌백계해야 되지만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물론 법적처벌이 있어야 되는데 저는 사과의 주체가 누구냐. 가장 중요한 사람은 피해자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피해자한테 가서 사과를 하고 어떻게 해야 당신의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든가 트라우마라든가 이런 것들을 내가 보상을 해 줄 수 있느냐 하고 물어봐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윤택 씨 같은 경우에 나중에 더 화가 났던 것이 뭐냐 하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법적책임을 질 시기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인물이었다는 것. 그래서 법적책임을 자기가 지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법적책임을 안 져도 되는 걸 알고 그랬다는 것. 두 번째, 그 사과 기자회견을 리허설을 했다는 거죠. 그건 뭐냐 하면 진정성이 없는 사과였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저는 진정성이라고 보고 그 진정성에서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마음을 읽어서 거기에 대고 사과를 해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이 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민사상의 보상일 수도 있고 자기의 직업이나 이런 걸 내려놓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릎을 꿇고 정말 사과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피해자라는 것, 저는 그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지금 처벌과 관련해서 의견을 듣고 있는데요. 이주희 교수님은 당사자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된다. 이은의 변호사님은 시효가 아직 살아있는 경우에는 더 용감하게 제기를 해서 벌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박상희 소장님께서는 당사자에게 사과를 해야 된다. 이주희 교수님 제가 잘못 표현했습니까?

□ 이주희
아니요, 맞으신데 저는 그냥 단지 이런 나쁜 짓을 했으니 벌로써,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일을 했으면 책임을 지는 올바른 방식이 조직이 조금 더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 그런 죄를 짓고도 계속해서 그런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 이선경
일단 처벌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성폭력 관련 법령이 다른 법령하고 비교해서 굉장히 많이 개정이 됐고요. 공소시효 규정도 아주 자주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단지 그냥 최근에 나오는 것처럼 2013년 6월 19일 친고죄 폐지 일자만 기준으로 해서 그 이전 것은 처벌 못 하고 이후 것은 가능하고 이렇게 단편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요. 개별적인 피해 사실에 따라서 2013년 6월 19일 이전이라도 처벌이 가능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이 부분은 경찰서라든지 법률구조공단이나 이런 데 가서 면밀히 상담을 받아보고 그리고 처벌이 가능하면 처벌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 백운기 / 진행
그 부분 조금만 더 설명을 해 주시죠, 우리 청취자 분들을 위해서. 그전에 가능한 것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이선경
예를 들면 피해자가 피해 발생 당시에 미성년자였다고 한다면 그때는 2010년 4월 15일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이 되면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때로부터 시효가 진행한다. 그래서 시효가 연장이 된 것이죠. 그런데 이것도 깊이 들어가면 2010년 4월 15일 법 개정 당시에 시효가 완성되지는 않았어야 해요. 깊이 말씀해 달라고 하시니.

□ 백운기 / 진행
도움이 됐습니다.

□ 이선경
두 번째로는 그때 당시에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2013년 2월 19일 이전을 말씀드립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 만약에 상해를 입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상해진단서가 남아있거나 혹은 육체적인 상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일시 이전에는 치료 받은 기록이 없으나 그 사건 일시 이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정신적 상해라는 게 인정이 됩니다. 그러면 강간, 강제추행이 아니라 강간치상 또는 강제추행치상이 되고요. 이것은 친고죄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고소기간 1년 제한도 없을 뿐더러 공소시효도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상담을 좀 받아서 내가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보고, 그리고 처벌이 가능하면 처벌을 하는 것이 당연히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일반적인 정서로 보면요. 시효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잘못한 사람들은 다 벌을 줘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 게 일반적인 정서겠지만 쉽지 않죠. 그런 경우에 정말 이렇게 공개적으로 망신 준 것만 가지고 벌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을 텐데. 처벌과 관련해서 네 분 의견을 들어봤습니다만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주희 교수님, 어떻게 좀 더 확실하게 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이주희
저는 벌은 행한 죄에 비례해서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우리가 흥분해서 모두 다 한꺼번에 묶어서 평가해서는 안 되고 굉장히 경미한 것도 있고요. 언어적, 그게 안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하지만 거의 강간에 가까운 일을 여러 차례 저지른 분도 있고 이것은 우리가 분명히 구분해서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혹시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피해자가 폭로했죠. 그런데 실제로 더 큰 피해를 당했을 수도 있는데 본인이 너무 처참해질 수도 있고 또 보호받을 필요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피해의 정도를 낮추어서 고백했을 가능성도 저는 있다고 봅니다.

□ 이은의
저는 오히려 고백을 하신 분들이 그걸 구분해서 얘기하실 가능성이 있을까, 세상의 일에는 모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말을 못 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그 가능성이 상당히 있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일단은 시효 여부를 떠나서 문제가 제기된 사람들을 다 조사를 할 수는 있죠?

□ 이선경
당연하죠. 관련해서 사실은 여성예술인들이 주장을 하고 있는 게 분야별로 실태조사를 좀 해라. 실태조사를 해야지 언제 어느 장소에서 그런 일이, 그러니까 시간과 장소뿐이 아니라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하고, 즉 그것은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저항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원인 규명도 될 것이고요. 대책도 거기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 환경만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환경을 다 종합해서 조사를 하라는 것이고 그 조사를 통해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를 사실은 2016년부터 계속 해오고 있고요. 문체부에서 일단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발표는 지금 하신 상태고 그렇게 해서 결과가 나오면 저는 우리가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속한 기관이라든지 사회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징계수단을 이용해서 지은 죄에 맞게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 죄를 지었으니까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어느 범죄보다도 더 나쁜 범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 박상희
네, 그런데 저는 아까 이 교수님께서 얘기하신 사안별로 아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요. 과연 우리가 미투운동에 동의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몇몇의 잘못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굉장히 사회적으로 매장을 하고 이런 것일까 하고 묻는다면 저는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런 권력에 의해서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고 말도 안 되는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이 만연히 깔려 있는 이런 사회가 이제는 좀 클린사회로 되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어떤 잘못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지 우리가 지금 무슨 분노를 계속 표현을 하거나 화풀이를 하거나 이러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잘못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분명히 법적인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를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고맙습니다. 청취자 분들 문자 많이 보내주시는데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하기는 힘들지만 제가 되는 대로 좀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 뒷자리 0300 쓰시는 분이요. “저도 문화예술인 가운데 한 명이고 또 대학강사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문화예술인 여성이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전혀 아닙니다.”
0139님 “자신들이 선생님이다, 교수님이다, 불렀던 사람들이고 더구나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선배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용기에 더 응원을 보냅니다.”
1842 쓰시는 분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당했다고 폭로하신 여성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용기 있는 행동만이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0419 쓰시는 분 “의료인들의 환자나 같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추행도 너무 많이 숨겨져 있거든요. 제 딸도 당했는데 잊어버리자고 달래고 말았지요.”
6624님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작은 회사에서 회식 등에서 추행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들은 말도 못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0135님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권력층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동안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가 흐지부지됐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0230 쓰시는 분 “전체를 털어도 먼지는 날 거고 안 털어도 난다는 건 적폐, 즉 권력의 중심에 남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바로잡아갔으면 합니다.”
박옥련 청취자님 “예전부터 회식 자리에서 남자선배의 스킨십과 음담패설은 당연한 것처럼 여겼습니다. 꼭 문화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당연시됐죠. 이번 기회에 짧은 촛불이 아닌 영구적인 촛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7306 쓰시는 분 “애청자입니다. 미투운동은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무시하는 인식이 바꿔가는 사회로 변화하는 초석이 마음입니다.”
아까 소개했던 문자에 대한 피드백인데요. 강정문 청취자님 “미필적 과실은 이 정도는 괜찮으니 문제 안 되겠지 하는 실수나 과실을 하게 된 개념에 가까운 의미로, 20년 전부터 법률용어와 달리 실생활에 쓰이던 표현입니다.”

□ 이선경
죄송합니다. 제가 몰랐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런 문자들이 왔는데요. 소개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좀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0761 쓰시는 분이요. “패널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많은 남성들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꽃뱀에 의해서 당한 사례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답변해 주시겠습니까? 박상희 소장님.

□ 박상희
저는 법조인은 아니지만 꽃뱀이라는 단어는 정말로 어려운, 저는 요즘 사건이나 사고를 심리적으로 많이 분석을 하다 보니까, 솔직히 있습니다. 솔직히 거짓된 사랑을 가지고 남성에게 접근해서 결혼을 빌미로 해서 금품을 탈취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의 꽃뱀과 서지현 검사의, 법조계에서도 무슨 얘기를 했느냐 하면요. 이런 얘기를 법조계에서도 할 수 없는 게 마치 이렇게 내가 어떤 성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얘기하면 시간이 지나놓고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꽃뱀 아니야?’라는 2차 피해가 생긴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꽃뱀이라는 용어가 미투운동에서는 2차 피해를 나타낼 수 있는 굉장히 예민한 용어이기 때문에 정말 미투운동에서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싶고요. 그렇지만 또 꽃뱀이라는 진짜 범죄가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무고의 범위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어떤 몇 개의 잘못된 미투도 있을 수 있죠. 그런 것 때문에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허위, 잘못된 미투운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또 면밀한 검토를, 사실관계를 파악을 해야죠. 파악을 못 하면 안 되죠. 그렇지만 그것이 미투운동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되고 미투운동에서 얘기하는 꽃뱀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2차 피해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현상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짚어보고요. 대책을 좀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문자 보내주신 분 대학가에서, 또 의료계에서 이런 문제들 얘기하셨는데요. 오늘 아침에 어떤 매체를 보니까 가장 지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국회다, 그런 얘기도 있습니다. 특히 보좌진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말도 못 하고 있는데 누구 한 사람만 터뜨리면 와르르 터질 것이다, 그런 글도 올라왔다고 해요. 혹시 짐작건대 지금 의료계라든지 국회라든지 다른 곳, 대체로 권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계 우리가 짚어봤듯이요. 어떤 쪽에서 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시는지, 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예단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좀 촉구를 한다면 어디를 얘기하고 싶으신지요.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우리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참 사람들이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물론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졌습니다. 필요조건입니다. 그런데 충분조건은 아니고요.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졌어도 실업자라고 집에 있으면 그 성의식을 발현할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에 진짜 범죄적 마인드를 가지지 않는 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즉, 권력 안 가진 남성도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질 수 있죠. 물론 권력을 가지고도 안 가질 수도 있고요. 저는 그래서 이 사건은 성 그 자체보다도, 그러니까 성을 탐했다기보다도 어떤 면에서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한 통제권, 그 권력의 맛을 즐겼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권력의 핵심부에서 많이 터지는 것이고요. 그 핵심부위는 말씀하셨다시피 당연히 우리가 얘기하는 정치권력이 있고 또 언론권력이 있고요. 당연히 학계도 권력집단이라면 권력집단이고. 그래서 그런 조직에서, 검찰도 대표적인 권력집단이고. 그래서 거기서 터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위계구조에 성별차별이 들어가 있고 이런 곳은 당연히 많이 노출이 될 것이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권력이 있는 곳에서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집단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지금 사회자님께서 읽어주신 독자,

□ 백운기 / 진행
청취자들이요.

□ 이주희
청취자 분들의 문자에서 되게 감명을 많이 받은 게, 아까도 말씀이 나왔지만 실제로 이게 기업에서도 되게 만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알듯이, 저번에 성희롱 때도 얘기를 했다시피. 그러므로 오히려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또 얘기를 해 봤자 언론이 주의를 기울여주지 않는, 비정규직 여성이라든지 하청 고리에 있는 여성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포괄해서 저는 만연한 사회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딱 짚기가 힘드네요.

□ 백운기 / 진행
네, 어디로 번져갈 것인지 전망을 좀 여쭤봤는데요. 사실 지금 권력기관에서 그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주희 교수님 그렇게 지적을 하셨는데 그 권력기관의 권력은 외부를 향한 권력이고 성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내부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구별이 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이주희
그런데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 보통 자신의 잘못을 많이 보호받을 수가 있죠.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전망을 한번 하신다면.

□ 이선경
전망을 꼭 해야 되겠죠. 사실은 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요. 또 한편은 2016년처럼 살짝 타올랐다가 그냥 꺼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다만 이것은 전망이 아니라 제 바람입니다만 어쩌면 이건 대한민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선진국가로 도약하느냐 아니냐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노래방에 가면 블루스를 추고 블루스를 추는 것이 추행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그런 시대에서 이제는 그런 것을 하면 당연히 징계 받는 시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그런 시대로 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께서는요?

□ 이은의
저는 이번에도 다시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 전망이 왜 필요할까요?’라고 반문하고 싶은 게 사실은 문화예술계가 제일 문제가 많아서 이렇게 터져나왔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그 전망을 하는 게 무의미한 건 어디가 제일 문제가 많을 것이다 같은 전망, 어떤 그 기준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혹은 피해자들이 어느 직군이 제일 용감할 것이다, 이런 전망인 건가. 그런데 그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언론이 다룰 만한 곳들, 그리고 대중이 관심을 갖는 곳들이 어쨌든 우리 눈에 보이게 드러나겠죠. 그런데 저는 그 전망을 하는 대신에 ‘이건 어떻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론은 자유로운가요? KBS는 자유로운가요? 그동안 내부, 예를 들면 기자가 비정규직 여사원을 추행한 문제 같은 것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해왔나요? 징계 다 하셨습니까? 하고 방송사들에도 신문사들에도 이렇게 다 개별적으로 한번 묻고 싶습니다. 그뿐인가요? 언론이 이런 문제를 대중들에게 배달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법부는 어땠나요? 경찰은 어땠나요? 검찰은 어땠나요? 우리는 이번에 터져나오는 이야기들 속에서 국민이 이 정도면 이것은 폭력이다, 이것은 성폭력이다, 하고 느끼는 지점이 어느 수위인지를, 국민 법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가 나는 추행이고 이 정도면 성폭력을 당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가지고 법조로 온다고 다 판단되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적 안정성의 문제 때문에 과거 판례를 따라서 계속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한번 우리가 어느 정도를 폭력으로서 사회가 좀 보호하고 그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는가. 그래서 현재의 이 미투가, 현재 이렇게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이 법조에도 어떻게 반영이 되고 또 그게 어떻게 선순환되는지 저는 그것이 무척 궁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우문에 현답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희 소장님, 내친 김에 어리석은 질문 제가 마치고 싶은데요.

□ 박상희
저는 방송계, 학계, 체육계, 군, 경찰, 종교계, 의료계, 재계 다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저는 법조계, 종교계까지라면 사실 우리를 가장 지켜줘야 되는 사법, 법조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그리고 우리 윤리성의 마지막 보루라고 하는 종교계에서도 지금 굉장히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죠. 종교계까지도 다 미투운동의 열풍. 그러니까 저는 사회에 만연해있을 거라고 거의 확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다만, 이 운동이 저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 미투운동은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목표가 되어야지 저는 정말 성대결로 치닫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주희 교수님 어떤 말씀,

□ 이주희
저는 예측이라고 그러셨는데 솔직히 저 정도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2, 30년 하다 보면 이게 하나도 무슨 예측이 아니라 그냥 체득한, 그리고 여러 가지 간접경험으로 아는 사항들이거든요. 그러므로 특히 예측이 필요 없고, 종교계도 예를 들어서 가톨릭 신부들이 남자 아기들 성추행하는 것으로 쓴 돈도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정말 이미 굉장히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가 지금 처음 드러나기 시작해서 이 미투운동을 통해서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오실 수 있지만 실제로 사회생활을 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만연하다는 것은 지금 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사실 천주교 사제 한 분도 문제가 됐는데. 이주희 교수님, 어떻게 보면 이번 미투운동이 아니었더라면 그 사제의 성폭력 문제가 드러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 이주희
저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건이 예전에 안 일어났던 게 당연히 아니어서, 저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소셜미디어를 안 하거든요. 너무 정신이 산란하고 보지도 않고 그런데 저는 이번 일을 기화로 테크놀로지 발전이 도와주는 것도 굉장히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모든 변화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다면 우리가 이 사실을 잘 알고 해석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에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KBS <공감토론> 오늘은 미투운동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남은 시간 이제 미투운동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라고 할까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결실을 맺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대책일 수도 있는데요. 지금 강력한 처벌을 해야 된다, 또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 된다, 무엇보다도 사회문화의식이 달라져야 된다, 그런 얘기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먼저 대책과 관련해서요. 일단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 미투운동이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분명히 정부 쪽에서도 어떤 대책은 좀 세우고 있을 것 같고요. 문재인 대통령도 강력하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문화가 바뀌는 것 맨 마지막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당장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그런 대책이 과연 세워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은데. 박상희 소장님,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을까요?

□ 박상희
저는 사실 상담사입니다. 제가 맨 처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상담사이기 때문에 법적인 대책, 정부의 대책 이런 것은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다른 패널들께서 다 얘기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성희롱 문제나 성추행 문제가 있을 때 제가 맨 처음에도 말씀을 드렸듯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얘기하면서 결국에 시간이 지나면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얘기하고 그다음에 그 해결이 되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8년, 10년, 20년, 27년, 이렇게 지나온 겁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얘기해? 한참 지났는데 지금 와서 얘기하는 의도가 뭐야?’라고 얘기를 하면 27년 동안 그 트라우마는 안 잊히고 그냥 고통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시공간을 초월한 고통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지지해 주지 않았어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당신은 피해자야.’라고 얘기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얘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줄 알았던 거죠. 그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저도 상담사지만 누군가가 찾아오면 상담을 해 주지 적극적으로 그런 분들에게 가서 손을 내밀지는 못하거든요. 그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되는데 누가 해줘야 되나? 결국 여가부나 문체부나 이런 정부기관들이라든가 그 여성들이 언제나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어떤 기관이나 사람들이 저는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다음에 1차 피해는 물론이고 지금 2차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투, 나 정말 괴로웠어, 하고 얘기를 해서 정말 아픈 부분을 개복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다 지나고 나서 그 개복된 것을 수술을 통해서 꿰매주지 않으면 이분들은 또 얘기해놓고 더 아프게 시간이 지나갈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2차 피해가 없도록 같이 개복의 현장에 있어 주는 것, 공감을 넘어서 연대까지 가주는 것, 저는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들이 나와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은의 변호사님, 대책을 세운다면 어떤 대책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이은의
일단 저는 우리나라 사법부에도 성범죄를 전담적으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재판부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왜냐하면 기존에 적용되어 왔던 기준들이 사실은 굉장히 가해 남성 중심의 시선에 좀 몰입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신중한 것도 좋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좋은데 그걸 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실제적 진실의 발견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에 대해서 너무 오랜 세월 법적 안정성의 부분에만 착안해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에서 나오는 정책 혹은 행정부 각종 부처에서 나오는 정책들을 보고 있는데요. 가령 지금 어젠가 그제만 해도 벌금 2, 300만 원 이상 넘으면 어떻게 하겠다, 이런 것들 나오잖아요. 그런데 당장 오늘 저는 저의 의뢰인과 관련해서 서울시에 질의를 했는데요. 그 사건이 부하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했어요. 벌금 500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징계는 정직 15일인가 한 달이 나왔어요. 굉장히 경한 징계인데 이걸 중한 징계라고 얘기하면서 법조문을 붙여서 보내는 게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책을 맨날 내보내면 뭐하나요? 그 정책을 실제로 실천하는 부서도 없죠, 그걸 실천해서 모니터링 하는 부서도 없죠, 그게 잘 안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대안은 그 정책에 빠져 있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 표면적으로만 내세우는 정책 얘기하지 말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좀 차분히 내세울 수 있는, 그걸 좀 기다려주는 사회문화도 물론 필요하겠죠. 그런 것들이 아쉽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사법부에서 운영하는 전담재판부는 뭐뭐 있습니까?

□ 이은의
그게 전담재판부라고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 사건만 다루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전문적으로 하는 판사진들로 운영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만이 문제가 아니라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서 성폭력에 관한 무고사건이라든가 성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을 해서 만약에 피소가 된 사건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런 시각을 견지한 재판부가 있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대책이 있다면요?

□ 이선경
제가 어제 오늘 계속 토론회 때 하도 문체부하고 여가부 대책을 비판을 많이 해놔서. 아무튼 그래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 해야 되는 것은요. 지금 미투를 했거나 하려고 준비 중인 피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피해자들이 홀로 글을 쓴 이후에 두려워하면서 떨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한테 변호사를 붙여주고요. 심리상담 받을 수 있게 상담기관을 연계해 주고 상담료를 지원해 주고 이것이 가장 지금 필요하고, 무분별하게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피해사실을 선정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는 언론. 언론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보도방향을 좀 다시 잡을 필요가 있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피해자한테 언론에 대고 이렇게 따지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해서 문체부나 여가부가 그런 지침을 좀 내려주셔야 되는 거죠. 지금 당장은 그렇게 개별피해자들을 보호를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해야 합니다. 관련해서 국회에 제출할 의견서를 지금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에서 준비하려고 하고 있고요. 준비 중에 있고. 그 밖에도 비동의간음죄 신설과 같은 그런 대책들, 아까 말씀드렸던 실태조사라든지 권력구조 개편이라든지 이런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여가부, 문체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았길래 혼을 내셨는지 궁금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 시간이 다 돼서 여쭤보지 못하겠습니다.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그 여가부, 문체부 저도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여가부, 문체부가 보통 100일간 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만들어서 운영한다, 공무원에게 이런저런 처벌을 더 한다, TF를 만든다, 이런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나쁘지 않고요. 없는 것보다는 좋고요. 일단 저는 정부부처 중에서 제일 중요한 부처가 고용노동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 관련 민간사업장을 관할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이고 특히 위계적인 권력 남용에 의한 성폭력은 직군 분리 같은 성별 직무격리 때문에 여성이 고위직에 없고 토큰만 일부 있는, 여성을 낮은 지위에 묶어두고자 하는 성차별이 핵심적인 이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노동부가 차별 및 성희롱 구제 그리고 예방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노동위원회에서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구제절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서 그것은 굉장히 여러 가지 실효성 있게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가장 핵심적인 대안은 이겁니다. 일단은 문화권력을 포함해서, 문체부에서는 이런 신고센터를 운영해도 좋고요. 그것에 더해서 가능한 한 독립예술인 지원이라든지 아까 말씀하신 권력집중을 해소하는 방안을 생각을 해야 되고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우리는 조직 내 지배구조, 그리고 조직 운영상의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됩니다.

□ 백운기 / 진행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대책들 필요하다고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이제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미투운동과 관련해서 꼭 이것만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 듣고 싶습니다. 30초씩밖에 못 드릴 것 같은데요. 이은의 변호사님.

□ 이은의
우리 사회는 자꾸 피해자들한테 뭐 하라고 얘기하죠. 그리고 아직 피해자들을 잘 보호하지 못합니다. 억울하면 소명하기에 앞서서 억울한 일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는데도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다시 이 질문을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는 판단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누군가의 주변인이시기도 할 거고요. 증인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어떤 참고인이 되시기도 할 겁니다. 그런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를, 피해자들에게 뭔가 얘기하거나 피해자들에게 뭔가 요구하기에 앞서서 그런 부분들을 돌아볼 때 우리 사회는 그래도 아프지만 진일보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고맙습니다. 이선경 변호사님.

□ 이선경
이은의 변호사님 말씀에 동의하고, 괴물을 키운 건 사실 우리 자신들일 수도 있습니다. 방관하고 묵인하면서 그 괴물의 권력이 커진 거라서요. 스스로 괴물을 키우는 공범이 되지 않도록 되돌아봐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지금 현재 나타난 미투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다음 타자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조속한 정부의 대책을 요청 드립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이게 이전에도 있었지만 왜 지금 이랬을까? 저는 우리가 지금 겪었던 촛불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데요. 우리가 정치적 민주화, 형식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집단, 조직 내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되살리면서 이번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단체도 우리와 같은 전문가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이 부분을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감사합니다. 박상희 소장님.

□ 박상희
참 좋은 영어단어였어요. 미투, 위드유. 우리나라 말로는 나도 마찬가지였어, 나는 너와 함께 있어, 이런 얘기인데 이 너와 함께 있는 것은 우리가 지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끝까지 본인의 주체성을 찾을 때까지 함께 있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우리 딸들이 사는 세상은 다시는 이런 권력에 의한 갑질 같은 것들은 이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고맙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네 분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패널
수고하셨습니다.

□ 백운기 / 진행
KBS <공감토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KBS <공감토론> 백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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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회 뒤흔든 미투…성폭력 병폐 뿌리뽑나
    • 입력 2018-03-05 09:36:28
    KBS공감토론
박상희 심리상담전문가
이선경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
이은의 변호사 :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
이주희 교수 : 이화여대 사회학과


□ 백운기 / 진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BS <공감토론> 백운기입니다. 미투운동이 최근 한 달간 우리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가 미투운동의 한가운데 있는 상황에서 자고 나면 새로운 이름, 새로운 피해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이제는 대학가와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제 미투운동은 들불처럼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성폭력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공감토론>에서 진단해 보겠습니다. KBS <공감토론> 시작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오늘 함께하실 패널 분들을 소개해 드릴 텐데요. 심리상담전문가 박상희 소장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상희
안녕하세요?

□ 백운기 / 진행
밖에 지금 비가 많이 오죠?

□ 박상희
비가 오고 지금 길도 막히고 여러 가지로 좀 오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주희
네, 안녕하세요?

□ 백운기 / 진행
제가 처음 인사할 때 왜 이렇게 머뭇거렸느냐 하면요. 오늘 함께하실 패널 지금 두 분이 오고 계시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이신 이선경 변호사, 또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 두 분이 아직 못 오고 계십니다. 제가 <공감토론> 진행한 이후로 패널 네 분이 다 여성인 것도 처음인데 패널 두 분이 시작이 되도록 못 오신 경우도 처음입니다.

□ 이주희
차가 너무 막힙니다.

□ 백운기 / 진행
오늘 비가 많이 오고 또 교통상황이 좋지 않아서 두 분이 늦으시는 것 같은데 일단 청취자 분들께 제가 대신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두 분 수고를 좀 해 주셔야겠는데요. 오시면 좀 본격적인 얘기를 나눠보기로 하고요. 먼저 지금 미투운동이 맨 처음 시작된 걸 꼽자면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 폭로로 시작이 됐다고 할 수 있으니까 이제 한 달 정도, 오늘로 꼭 한 달이 됐는데. 미투운동이 이렇게 확산되는 배경은 네 분 오시면 다 듣기로 하고, 현재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떤 심정으로 보고 계신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 이주희 교수님 먼저.

□ 이주희
네, 이게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일이죠. 타라나 버크라는 흑인여성이 2006년에 시작했는데 이걸 최근에 앨리사 밀라노라는 배우가 리트윗하면서 이게 미국 할리우드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전 세계, 게다가 우리도 지금 용기를 내주신 분들 때문에 지금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 익숙한 트라우마를 다룰 수 있게 해준 굉장히 중요한 사례고요. 저는 이게 우리 조직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또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이와 관련된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 사건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게 수십 년간 이루어진 변화보다 더 파급력과 폭발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께는 이런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오늘 저희가 <공감토론>에서 어떤 부분을 좀 집중적으로 다뤄봤으면 좋겠습니까?

□ 박상희
물론 저는 직업이 상담사기 때문에 이런 성폭행이나 성희롱이나 성적인 문제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분들을 상당히 오랫동안 한 20년 동안을 사실은 만나왔죠. 그런데 그분들이 항상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질문을 시작하고 상당히 분노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 내가 뭔가를 잘못했겠지’라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즉,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자책감을 갖고 살다 보면 굉장히 삶이 우울하고 회색빛으로 바뀌거든요. 앞에 나가는 것에도 자신이 없어하고. 그래서 그 피해자들이 이제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저는 이번 기회가 굉장히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바뀔 수 있는 기회고. 사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다, 이 얘기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피해자이면서 죄책감을 안고 온 이 땅의 한국의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주제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고맙습니다. 두 분 말씀하시는 동안에 이선경 변호사 오셨는데요. 안녕하십니까?

□ 이선경
안녕하십니까?

□ 백운기 / 진행
길이 많이 막혔죠?

□ 이선경
네.

□ 백운기 / 진행
일단 우리 청취자들께 사과의 말씀 먼저 하십시오.

□ 이선경
죄송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한 달 되어 가고 있는 미투운동 어떻게 보고 계신지 두 분 말씀 들었는데요. 이선경 변호사께서는 지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맡고 계시죠? 보고 계신 느낌이 사뭇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고 계십니까?

□ 이선경
저 같은 경우는, 사실 2016년에 이미 문화예술계에서 미투운동이 시작이 됐었고요.

□ 백운기 / 진행
2016년에?

□ 이선경
2016년 가을에, 그때는 미투라고 안 하고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시작을 했고 그렇게 해시태그를 붙여서 피해사실을 폭로하고 이런 일들이 있었고요. 문단에서 시작을 해서 그것이 사진계로도 갔었고 평론가도 갔었고 이런 식으로 이미 시작은 됐었고요.

□ 백운기 / 진행
그때는 어떤 게 계기가 됐습니까?

□ 이선경
그때에는 누군가가 트위터상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퍼져나갔던 거고 지금하고 비교를 하자면 지금이 훨씬 더 파급력이 큰 거죠. 실은 서지현 검사님이, 가장 우리 사회에서 공신력이 있다고 하는 법조인이 나와서 폭로를 하면서 파장이 좀 커졌고 그 이후에 또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범죄를 폭로하면서 이것이 많은 피해자들한테 용기를 주기도 하고 지금 약간 신드롬처럼 그렇게 퍼져나오는 중이긴 한데요. 그래서 저는 놀랍다 이런 것보다 지나간 과정들을 봤었기 때문에 우려되는 지점도 있고, 또 한편 그동안 이걸 바라보면서 저는 그 생각을 좀 했었는데 미투라는 것은 지금 결국 권력의 문제인 거거든요. 몇몇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닌 거죠. 어떤 괴물 같은 몇몇 개인들을 폭로한 게 아니고요. 사실은 그 괴물 같은 사람들이 왜 계속 이 분야에서 명사로 그렇게 칭송을 받고 왜 피해자들은 그렇게 장시간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한테 알리지 못했는지, 왜 주변 사람들은 그걸 보고도 다 방관했는지 그 원인을 좀 분석을 해서, 결국 이게 권력의 문제인 거거든요. 부패한 권력이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문학계, 영화계, 예술계, 이렇게 나눠서 저희가 지금 좀 분석을 해서 이걸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 게다가 법적인 부분, 제도적인 부분을 좀 나눠서 보고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 백운기 / 진행
2016년도에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때는 왜 이렇게 번지지 않았죠?

□ 이선경
그때도 사실 SNS상에서는 충분히 논란이 있었고요. 검색해보시면 그때 나왔던 박범신 작가 정도는 아마 기억을 하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박범신 작가 나오고 그다음에 배용제 시인이 나오고 그다음에 일민미술관의 큐레이터 함영준. 함영준 큐레이터가 그것 때문에 또 사퇴를 하고 그리고 또 씨네21의 평론가였던 분이 또 다른 많은 평론가들한테 잘못을 저질렀었고. 그래서 쭉 나왔었고요. 지금 제가 언급한 것만 해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리고 고양예고 강사였던 배용제 시인이 자신의 제자들을 강간하고 추행한 죄로 실제로 구속돼서 기소돼서 재판도 받았고 김요일 시인 같은 경우에도 유죄판결을 받았죠.

□ 백운기 / 진행
지금 그렇게 사례를 다 말씀하시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요. 왜 그게 더 확산되지 않았는지 지금과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 그걸 여쭤보고 싶었는데요.

□ 이선경
사실은 언론도 그때 관심을,

□ 백운기 / 진행
말씀하시는 중에 이은의 변호사님 오셨으니까 한번 쭉 인사하고 그다음에 또 말씀을 이어가도록 하죠. 오늘 아주 길이 많이 막혀서 고생하셨겠지만 청취자들께서 오래 기다리셨으니까 우리 청취자들께 먼저 인사하시고요.

□ 이은의
안녕하세요? 이은의 변호사입니다.

□ 백운기 / 진행
늦어서 죄송합니다.

□ 이은의
늦어서 죄송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 맡고 계신다고 제가 소개를 드렸고요. 이제 네 분이 다 오셨습니다. 사실 이은의 변호사님 오실 때까지 제가 시간제한도 안 하면서 말씀 길게 하시라고 그냥 자르지 않고 기회를 드렸는데요. 이제 다 오셨으니까 전화기 꺼졌는지 한번 다시 확인해 주시고 앞으로는 발언시간을 1분 30초씩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꼭 지킬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 말씀하시는 게 제일 좋으니까요. 먼저 지금 세 분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 전반을 바라보는 소감을 여쭤봤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님도 짧게 말씀해 주시고 토론 들어가죠.

□ 이은의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 그런데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앞으로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 같은 이 상황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다만 현재의 미투운동, 그리고 위드유로 이어지고 있고 좀 더 구체적인 구조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현재 이 상황에 대해서 지지를 보이고 싶고요. 다만 매우 걱정이 됩니다. 피해자들이 쉽게 나중에는 다른 종류의 가해자로 둔갑시켜져서 제2의 피해, 제3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혹은 이렇게 어렵게 냈던 용기가 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음으로써 용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되는. 그래서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타깝고 다행이고 걱정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고맙습니다. 네 분 말씀을 쭉 들어봤는데요. 초반에 제가 말씀드렸듯이 우리 <공감토론> 패널 네 분 전부 여성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마 이번에 우리 제작진이 모두 여성패널로 모신 것은 이번 미투운동의 피해자가 전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시각에서 한번 미투운동을 들여다보고자 모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남성 피해자도 나오지 말란 법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이선경 변호사님?

□ 이선경
네, 당연하죠. 남성 피해자 있습니다. 미국의 미투에는 아마 제가 알기로는 20∼30%가 남성이 답을 한 경우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성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당할 수 있는데 본인이 직접 당연히 예를 들어서 게이 관계라면 당할 수 있고요. 본인의 배우자한테도 성희롱이 가능하고요. 특히 하급직일 경우에. 그러므로 남성도 저는 이 문제에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가 지금 오늘 당연히 성범죄를 많이 얘기를 할 건데 우리 조직에서는 성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폭력도 많이 자행이 됩니다. 하급자나 혹은 젊은 남성에 대해서.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이 이슈에 남성들이 들어오는 게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리고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들여다보면 권력관계 그리고 또 가부장적인 문화 이런 것들이 분명히 저변에 깔려있으면서 발생한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정체성이 강해지면서 젊은 남성들도 자기 몸에 이렇게 접촉하는 것 아주 싫어하는 경우가 훨씬 늘어났거든요. 박상희 소장님, 그렇죠?

□ 박상희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은 원하지 않는 터치를 안 해 줄 수 있는 문화는 저는 선진문화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다 경계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경계선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본인의 일상생활의 행복도하고도 관계가 있는데, 내가 원하지 않는데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마음으로 함부로 침범을 하다 보면 그것이 굉장히 나한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게 되잖아요. 그래서 원하지 않을 때는 자기 범위를 지키게 해 주는 사회에 대해서 저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더 그런 방향으로 점점 더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 백운기 / 진행
지금 박상희 소장님께서는 정신건강연구소도 운영하고 계시죠?

□ 박상희
네, 심리상담소죠.

□ 백운기 / 진행
심리상담소. 남성들 상담도 많이 옵니까?

□ 박상희
요즘은 남성들 상담이 꽤 많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남성들이 내가 고통을 얘기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면 못났다, 남성스럽지 못하다, 굉장히 약하다, 이렇게 판단이 됐는데 요즘은 도리어 남성들이 자기감정에 솔직해지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저 사람은 굉장히 유연해, 저 사람은 뭔가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도리어 더 믿을 수 있어, 이렇게 좋은 평가를 주거든요. 그래서 남성들의 상담실 방문이 점점 더 늘고 있고요. 그리고 아까 교수님이 얘기하셨듯이 저도 이 폭력의 문제에, 이 미투운동에 남성들이 있다고 보는데 이게 권력의 문제다 보니까 남성들도 성추행이나 성희롱 비슷한 경험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게 동성으로 받는 경우도 있고 이성으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거기서 느끼는 수치감은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여성 상관에 남성 부하인 경우에도 같은 경우의 성추행, 성폭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거죠?

□ 이선경
그럼요. 동일하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간음죄가 성립할 수 있고 실제로 사례도 있습니다. 당연히 여자 상사가 회식자리나 이런 데서 남자 부하직원의 엉덩이를 탁 치면서 추행을 하게 되면 그건 당연히 추행인 거고요. 관련해서 당연히 제가 말씀을 드리죠.

□ 백운기 / 진행
수치심을 유발시키면.

□ 이선경
똑같습니다. 그 부분은 똑같고요. 실제로 어떤 사례도 있었느냐 하면 중학교 남자 담임선생님이 남학생한테 성희롱성 발언을 했고 그걸 징계를 했는데 이분은 남학생이니까 내가 남자 대 남자로 말한 거니까 남자애니까 수치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성희롱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만 우리 법원이 남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성적수치심이나 성적혐오감을 느낄 수 있고 따라서 징계는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그런 걸 보면 아직은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성범죄나 성폭력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개한 형태인 것 같아요.

□ 이은의
성폭력에 대해서만 미개한 게 아니라 그냥 전반적으로 폭력에 미개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근대사의 역사 속에서 국가의 폭력에 노출되어 온 이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폭력이라든가 아니면 힘을 가진 상급자가 ‘야, 내가 하라면 하는 거지.’ 저희 다 아는 말 있잖아요. ‘까라면 깔 것이지’ 이런 의식이 많이 지배하고 있고 그런 속에서 일정 부분 그 폭력을 수인해 주는 게 충성으로 보는 거죠. 그래서 남자들에게는 좀 다른 종류의 폭력으로 다양하게 충성을 요구하는 양태가 일어난다면 조직 안에서는 여자들에게 성적착취의 부분으로 일어나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성범죄의 영역으로만 볼 게 아니라 폭력의 양태, 갑질의 양태로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아직은 미투운동에 남성이 동참하지 않았고 현재는 여성들이 동참하는 사례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위드유 같은 경우에는 남성들도 많이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 첫 번째 논점은 이 부분으로 정해서 토론을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문화예술계 전반이 이 미투운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데요. 왜 문화예술계일까 하는 부분을 좀 짚어보고 싶습니다. 문화예술계의 특성 때문인가, 아니면 미투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쪽의 여성이 훨씬 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인가. 그 이유가 어떤 쪽일까요?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문화예술계의 문제가 굉장히 많이 부각이 됐죠. 네, 저도 동의를 합니다. 미국에서도 할리우드에서 시작이 된 겁니다.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마사지 해 달라. 이거 이윤택 감독의 사례와 흡사한데요. 이것은 저는 아무래도 문화예술가가 부각된 건 물론 사례도 많지만 우리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솔직히 무슨 검사나 무슨 교수라고 하면 굉장히 유명한 분이 아닌 다음에야 우리가 인식을 못 하는데 문화예술가는 우리가 TV나 아니면 다른 매체를 통해서 매일 보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문화예술계에 크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이게 문화예술계에 한정된 문제라는 착시로 작용할까 봐 좀 우려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건 검찰이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의 문제를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단 여기는 거의 모 아니면 도, 권력집중도가 굉장히 높죠. 제왕적 존재라고 표현되는 거장들이 있고 그 거장이 많은 기회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그를 중심으로 한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구조고요. 또 조직운영방식이 최소한도의 규칙, 체크 앤 밸런스가 있는 합리적 조직구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민주적 참여의 원칙이 작동하고 있지 않은 조직이고요. 이게 폐쇄적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은 문화예술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관객의 취향이라는 게, 예를 들어 반 고흐는 그렇게 유명한 화가였음에도 생전에 한 편밖에 못 팔았거든요. 그래서 객관화시켜서 합리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고요. 마지막 조건으로 이게 다수 종사자들이 굉장히 저임금과 나쁜 조건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가지고 몰입하는 작업장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나쁜 일을 당해도 이게 본인의 삶과 삶의 목표가 달린 문제라 퇴거하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교묘한 통제에 노출되기가 쉽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착시 우려 분명히 제가 공감을 하고요. 일단 문화예술계 쪽에서 이렇게 활발하게 미투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이주희 교수님께서는 문화예술계 쪽의 특성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진단하시는 거죠?

□ 이주희
네. 그렇지만 그 특성은 우리나라 거의 모든 조직에 상당 부분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선경 변호사님 의견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사실 서지현 검사가 맨 처음에 폭로를 했고요. 그랬을 때 대체로 형태는 맨 처음에 문제를 제기한 조직에서 쭉 잇따라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형태일 수 있잖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문화예술계로 바로 옮아지면서 문화예술계 쪽에서 확 일어났단 말이에요. 그 이유를 뭐라고 보셨습니까?

□ 이선경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텐데 제가 봤던 건 아까 이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런 원인이 하나가 있고요. 법률가 측면에서 봤을 때는 문화예술계는 외형적으로 어떤 단일한 조직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물론 그 안에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또 조직과 카르텔이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딱히 신고를 할 만한 창구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KBS를 예로 들면 인사팀이 있고 노무관리하는 사람도 있고 고충센터 같은 데에 고충을 넣으면 조사를 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징계여부를 결정을 하는데 문화예술계는 아주 영세하거나 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할지. 10인 미만의 사업장도 굉장히 많단 말이죠. 그랬을 때 어디에 말해야 될지를 모르는 게 하나고요. 또 하나는 굉장히 적은 권력입니다만 그 권력을 거의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 거죠. 오늘 국회토론회에서 문단 내 성폭력 및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을 했었는데 거기에서 한국여성예술인연합에서 발제한 내용 중에 뭐가 있냐 하면 어떤 한 명의 교수님, 교수이자 평론가이자 시인이죠. 그분이 몇 개의 문학상에 심사위원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을 했는데요. 보면 한 해에 어떤 교수님은 5개, 6개의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그분이 하고 있는 거죠.

□ 백운기 / 진행
독점하는군요.

□ 이선경
독점하는 거죠. 소수의 인원이 그걸 독점을 하니까 예컨대 이 교수님이 학교에서 학생을 추행했다 하더라도 그걸 쉽게 폭로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저는 신고창구도 없고 그 사람들이 너무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그걸 견제할 장치가 없고 그것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서 유독 더 많이 미투가 나온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 왜 문화예술계,

□ 박상희
저도 두 분의 말씀에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두 가지만 얘기를 해보면, 일단은 대중의 반향이 큰 인물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나온 것만도 법조계, 문단, 문화계, 군, 종교계 나왔고요. 지금 학계나 방송계, 체육계도 곧이어 터진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완전히 구조화되어 있던 건데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계가 첫 번째로 나온 것은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면 대중들의 관심이 확 몰릴 수가 있잖아요. 대중적 반향이 큰 인물들이 일단은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우리나라 연예계나 방송계나 너무너무 경쟁이 치열한데 이 연예계나 문화예술계로 진입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 대학생들, 특히 10대 같은 경우에 너무 꿈에 대한 마음이 절절합니다. 너무나 절실하다 보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나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데 문화예술계라는 것이 예를 들면 고시처럼 고시를 패스하거나 무슨 과정을 패스하거나 이런 것이 정확하게 명확하지가 않아요. 소문에 의하면 빽이 있었다더라, 누가 밀어줬다더라, 배역을 줬다더라, 이런 것 갖고 실제로 그렇게 누구한테 잘 보이면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으면 사실 10대나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 저 교수님이라면 내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놓을 수가 없어요. 그런 문화예술계의 토양, 구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저는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은의 변호사님 분석을 한번 들어볼까요?

□ 이은의
아까 이선경 변호사님께서 하셨던 얘기에 몇 가지 부언을 하고 싶습니다. 업무상 위력 관계가 적용되어야 된단 말이에요. 보통 이렇게 서열이 있는 곳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진입하고자 하는 어떤 주체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하는 경우에 그게 실제로나 구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구체적으로 협박을 하겠냐는 거죠. 그게 필요가 없어요. 지금 두 분 다른 패널들께서도, 선생님들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면 이런 것들이 굉장히 암묵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어난단 말이죠. 그리고 그게 반복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하면 잘 되느냐? 잘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강제추행, 강간, 준강간 여기에는 요건이 맞지가 않고요. 업무상 위력관계를 적용하려고 보면 아예 이윤택 씨처럼 단원과 단장의 관계 이런 게 적용이 돼요. 그런데 그런 관계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거죠. 문화예술계가 먼저 터져나온 이유 중에 하나는 그동안 누적되고 말 못 했던 사안들이 많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아까 이선경 변호사님께서 국회에서 이번에 문단 내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서 나왔던 권력 집중화 현상을 얘기하셨는데, 이런 문화예술계가 가해자와 신고를 받는 주체가 같습니다. 어쨌든 동일선상에 있는 거예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당사자이기도 하고 당사자 친구이기도 한 거죠. 이런 문제들을 법조가 뒷받침해 줄 때 피해자들이 법률의 제도권 하에 와서 이걸 다툴 수가 있는데 그게 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우리가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꼭 덧붙이고 싶은데, 우리 법조계 안에 그런 얘기들이 있습니다. 법조계라기보다 여기자님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어요. 술집여자 말을 믿어주는 경찰이 없어, 이렇게 속된 말로 얘기합니다. 술집 종업원이라든가 연극에 종사한다, 배우지망생이다, 이러면 일단 어떤 편견이 있습니다. ‘네가 먼저 유혹한 거 아니야?’ 같은 유의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시각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속으로 이 말을 하기까지 마음앓이를 했을지를 꼭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첫 번째로 왜 문화예술계에서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가 그 배경을 한번 네 분께 부탁을 드려봤는데요. 이주희 교수님께서는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 그리고 비합리적인 구도, 폐쇄적인 조직, 거기에 열악한 환경까지 더해진 것을 꼽아주셨고요. 이선경 변호사님은 신고할 만한 창구가 특별히 없다. 소수가 독점하는 권력 부분을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박상희 소장께서는 무엇보다도 대중적인 반향이 큰 인물들, 유명인사가 많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은 절절한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그런 문제를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님은 무엇보다도 신고 대상자가 한통속이라는 말씀인 거죠?

□ 이은의
네, 그렇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런 부분이 상당히 큰,

□ 이은의
그리고 업무상 위력의 부분이 법조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의 괴리가 크다는 부분을 말씀드렸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대체로 지금 네 분 말씀을 종합을 해보면 문화예술계가 다른 쪽보다 훨씬 더 성폭력이라든지 이런 문제들이 자라날 만한 그런 조건을 더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꼭 그렇게만 보기 힘든 게 미투운동은 내가 당했다, 나도 당했다는 것을 제기했기 때문에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조직은 과연 이렇게 많지 않았을까? 저는 분명히 앞으로 들불처럼 번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계만 그러겠느냐? 일반적인 시각이 그렇지 않습니까? 앞으로 더 그럴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가 먼저 이렇게 번지게 된 것은 용기 있게 나도 당했다고 하는 것을 폭로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박상희 소장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희
그러니까 일단은 용기 있는 여성들이 나와주었다는 게 사실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예술계에 있는 여성들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대중 앞에 섰던 여성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자기 얘기를 하기 쉽지 않은 여성들일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실명을 밝히고 얼굴을 드러내서 용기 있게 얘기해 주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용기 있는 여성들이 문화예술계에서 대거 지금 나와주고 있다는 것이 미투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의견은요?

□ 이선경
글쎄요, 이게 저는 어떤 일이든 다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되는 거니까요. 굉장히 오랫동안 그런 피해가 누적되어 있었고 그런데 참아왔고 그러다가 최영미 시인 같은 분이 폭로를 시작을 하면서 촉매제가 됐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을 내가 차마 말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런데 누군가가 폭로를 한 거죠. 최영미 시인의 폭로가 왜 의미가 있냐 하면 이윤택 감독에 대해서 피해자들이 ‘그는 우리 연극계의 왕이었다’ 이런 표현을 했잖아요. 고은 시인도 문단의 왕이었단 말이죠. 뉴스 나오는 걸로 보면 2, 30년간 계속 그런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아니하고 문단의 가장 높은 어르신으로 다들 세워주고 추앙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라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그 왕처럼 보이는 그런 존재에 대해서 아주 낱낱이 추문이 폭로가 되면서 다른 피해자들이 ‘아, 나도 말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 그 얘기를 했었어요. 고은 시인의 성범죄를 폭로하면 대한민국 문단의 역적이 되는 것이다. 문단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죠. 그게 금기였거든요. 그런데 그 금기를 최영미 시인이 깨버린 거죠. 그러니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다른 피해자들도 나도 말해도 되는구나. 이래서 폭로를 시작하게 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러니까 지금 저희가 여기에서 좀 생각해보고 싶은 논점은 그거거든요. 문화예술계가 이렇게 가장 많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이유가 그런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냐, 아니면 실제로 미투운동에 동참하게 된 문화예술계 쪽의 인사들이 훨씬 더 의식이 강하고 또 용기가 있었기 때문도 있느냐, 이런 부분인데 이선경 변호사님은 어느 쪽이라고 보세요?

□ 이선경
사실 정확히 조사해보기 전까지는 문화예술계가 다른 분야보다 더 그런 사례가 많다 적다를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고요. 다만 지금 드러난 것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왜 많이 이쪽에서 드러나고 있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한데 문화예술계 특성상 모여서 같이 집단생활도 많이 하고요. 필연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면서 같이 연습을 하거나 지도를 하는 것들이 피할 수가 없는 거죠. 그 과정에서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 모를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래서 실제로 그런 피해가 많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요. 또 반면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이 최근의 미투운동을 계기로 해서 많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

□ 백운기 / 진행
이주희 교수님 의견 들어볼까요?

□ 이주희
저는 기본적으로 그것은 수를 조사해서 정확하게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한 다음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고요. 사회자님께서 이쪽의 여성분들이 용기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

□ 백운기 / 진행
더 용기가 있는 것인가.

□ 이주희
네, 더 용기가 있는 것인가. 이것도 저는 그 용기를 내주신 분들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용기를 안 냈다고 해서, 그러니까 그것이 용기가 없는 것이냐. 예를 들어서 이것은 개인마다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그 개인의 선택이고요. 저는 어떤 선택이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사를 해봤으면 좋겠네요.

□ 백운기 / 진행
이게 확산되는 것에 따라서 전체적인 조사도 한번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 이주희
네, 저는 이번이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혹시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이런 부분 전체적인, 전수조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좀 다 사회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은의
다들 오해하고 계시는데 제가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피해자 법률지원 지정변호사들이 있어요. 그 지정변호사이기는 하지만 제가 여가부에서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는 전반적으로 저를 사선으로 선임해 오시는 피해자든 피고인이든 어쨌든 여러 종류의 사건들을 하는 변호사라고 보시면 되고요. 다만, 제가 아까 얘기 들으면서 전수조사는 필요한데 지금 하셨던 질문이 전수조사를 한다고 나올 수 있는 답의 유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 질문을 좀 전까지 계속 들으면서 했던 생각은, 우리 피해자들이 사실은 문화예술계에만 이런 사건들이 있는 게 아니고 사실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말을 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성폭력 관련 사건을 아무래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많은 과거의 저의 의뢰인들부터 시작해서 현재진행형 의뢰인들이 저에게 서지현 검사가 부럽습니다, 혹은 이윤택 피해자들이 부러워요, 조민기 교수의 사건이 부럽습니다, 이렇게,

□ 백운기 / 진행
무슨 뜻일까요?

□ 이은의
이게 왜 그러냐 하면 내가 말한다고 해서 이슈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문화예술계가 부각되는 이유에는 문화예술계의 피해가 많은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소비해 주고 있는가, 언론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도 이번 기회에 좀 돌아봐야 됩니다.

□ 백운기 / 진행
공감이 가는 지적인데요. 박상희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희
저도 이은의 변호사님하고 비슷한 맥락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저는 제 내담자들, 그러니까 제가 상담하는 사람들이 문화계, 예술계 혹은 연예인이라든가 연기를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요. 일반 대학생들이나 일반 여성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봤을 때 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겉이 화려해 보이고 언변도 뛰어나 보이고 이러지만 그들의 사회적인 것들을 벗어내고 그냥 일대일, 사람 대 사람, 상담사와 내담자로 만나봤을 때는 문화예술계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나 다른 전공을 갖거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나 고민은 다 비슷한데 그 안에 분명히 성적인 요소들은 상당히 많다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성적인 접촉을 당해야 했고 그러고 나서 굉장히 억울한 상황에 처한. 그래서 저도 문화예술계가 지금 제1번으로 드러났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회 전반에서 비슷한 목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심지어 여성이 숫자적으로 적다는 군이나 경찰 쪽에서도 저는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어느 쪽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지 그런 부분 지금 미리 성급하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은의 변호사님께서 제가 궁금해 하는 부분 가장 정확하게 잘 이해해 주시고 답변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를 드리고요. 지금 문화예술계에서 이렇게 나오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보면서 분명히 그런 생각은 들어요. 더 관심이 가는 사람들,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그런 부분들이 좀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그런 측면도 있기는 있다고 봐야 되겠죠?

□ 이은의
네, 그렇습니다. 제가 사실 오늘 오전에도 받았던 전화에는 제가 하는 사건 중에 대학원생이 교수로부터 어쨌든 성추행이든 단순폭행이든지 당한 다음에 자기가 알아보니 그동안 이런 사건들을 당한 지도학생들이 많았던 거예요. 학교에 얘기를 했더니 학교가 지도교수 변경을 안 해줍니다. 이래서 이 친구가 제적도 당했다가 온갖 여러 가지를 겪고 이제 이게 보도가 됩니다, 이 친구가 1인 시위 같은 것을 하면서. 그러고 난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하면 명예훼손으로 피소가 됩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는 경찰조사만 제가 아는 것만 4회 정도 갔는데요. 제가 이걸 보면서 답답한 게 이 사건이 종래에는 불기소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 피해자가 겪고 있는 마음고생, 비용, 시간 이런 것은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좀 돌아봐야 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아까도 이주희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피해자가 오히려 당하고 있는 그런 문화들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저희가 후반부에 한번 저희가 대책을 다루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 우리 청취자 분들의 관심도 매우 뜨거운 것 같은데요. 문자들을 많이 보내주고 계십니다. 문자 소개해 드리고 토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휴대전화 뒷자리 8697 쓰시는 분입니다. “참 문화예술계는 바람 잘 날이 없네요. 블랙리스트다 뭐다 해서 논란이 되더니 이번에는 성폭력 문제라니요. 아무리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성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했으면 좋겠습니다.”
5596 쓰시는 분 “패널로 나오신 분이 ‘까라면 깐다’ 표현을 하셨는데 그런 말은 성희롱이 아닌가 궁금해요.”

□ 이은의
제가 속칭으로 그렇게 많이 나오는 말을 쓰다 보니까 인용한 겁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저도 그 말씀 하실 때 섬찟했는데.
1359님 “실력이 있지만 그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결국은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이 먼저인 게 현실이죠. 진짜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이런 피해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인 것 같습니다.”
김미숙 청취자님 “지금도 피해자를 추궁하거나 비난하는 듯한 말을 생각 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더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내 가족의 일일 수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296 쓰시는 분 “30대 딸을 가진 엄마인데요. 팀장의 성추문 회사에 말했다가 딸아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명예훼손으로 벌금만 냈는데 혹시 미투에 동참하면 전과자 되는 건 아닌가요?” 이은의 변호사님 아까 말씀하신 사례하고 비슷한데 이분께 좀 조언을 해 주신다면?

□ 이은의
이런 사례는 무궁무진한데요. 미투운동에 동참하실 때 내가 이런 사안을 어떻게 오픈할 것이냐,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오픈할 것이냐가 결국은 명예훼손죄에 결론적으로 적용이 될 것이냐를 가리게 됩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런 걸 하기 전에는 이미 어떤 처벌이력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법률가와 상담하셔서 어떤 방식을 취했으면 좋겠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뭐든지 얘기한다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강정문 청취자님 “문화적 흐름에 미필적 과실이 누누이 있었다면 법적인 보호를 진즉 만들었어야죠.” 좀 표현이 어렵네요. “진의나 과정에 특정 죄를 묻기는 어렵다 보이기는 하는데요. 이제 선진문화화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거부권이나 경고가 제한해야 처벌의 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이선경 변호사님, 이거 제가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 이선경
일단 미필적 과실이라는 개념은 우리 법에 없는 개념이고요.

□ 백운기 / 진행
미필적 고의라는 말은 들어봤어도요.

□ 이선경
미필적 고의는 있습니다만 미필적 과실은 없어서 저도 지금 처음 듣는 얘기고요. 거부권 얘기를 하셔서, 그냥 싫다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 백운기 / 진행
이분 말씀이 저는 이렇게 받아들여지는데요. 예를 들어서 확실한 거부의사를 밝혔다든지 또는 경고를 했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확실하게 더 처벌을 강화하는 그런 기준이 좀 필요하다, 그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 우리 법에 지금 그렇게 하고 있죠? 예를 들어서 본인이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혔다거나 이런 경우에도 계속적인 성폭력을 가했다면.

□ 이선경
사실은 피해 당시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는가가 기준이 되지는 않고요. 당장 그때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싫다고 말했고 발버둥을 치는 이게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때 당시 상황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느냐가 기준이고요. 예를 들자면 직장 안에서 예컨대 복사기 앞에서 복사를 하고 있는데 뒤에 와서 직장상사가 슬쩍 엉덩이를 만진다, 이랬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만지지 마세요, 뭐 하는 짓이에요, 이런 식으로 꼭 거부의사를 표현해야만 그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냐?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당사자의 관계가 상사와 부하 사이에 있다고 본다고 하면 당연히 우리 법률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것은 상사에 의한 추행이라고 판단이 되기 때문에요. 그런 거부의사를 표시했는가가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그렇군요. 그런데 박상희 소장님, 외국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싫으면 ‘No’라고 말하게 가르치지 않습니까? 그것도 중요한 교육 아닌가요?

□ 박상희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있죠. 특히 성적인 것에 대해서는 ‘No’라고 얘기하라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교육하고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문화 자체가 여성들이 ‘No,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면 그 여성을, 그 여자아이를 좋아해 주느냐 하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 그리고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누군가가 나를 아껴주고 좋아해 주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사랑받고 싶다는 본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너 이걸 해라, 이렇게 말을 해라, ‘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사실 주어졌느냐 하는 것이죠. 그래서 특히 내 몸을 만지려고 하거나 터치하려고 할 때 ‘No’라고 얘기하라고 가르치고는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제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실현할 수 있게 해 주는 사회로 좀 더 발전해야 된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KBS <공감토론> 오늘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 짚어보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전문가 박상희 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이신 이선경 변호사, 여성가족부 법률지원 지정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 함께하고 계십니다.

□ 백운기 / 진행
<공감토론> 이어가겠습니다. 앞부분에 문화예술계에 이렇게 번지고 있는 이유가 뭔지 그 배경을 한번 진단해 봤는데요. 그 부분에서 조금 더 짚어보고 싶은 게요. 지금 여러 유명인사들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계 쪽에 배우들 이름이 나오는데요. 특히 아주 유명한 영화에 많이 나와서 상당히 인기가 높은 오달수 씨 같은 경우에요. 최근에 맨 처음에 그 문제가 제기가 됐을 때 부인을 했단 말이에요. 그랬다가 또 엄지영 씨가 다시 실명을 공개하면서 사실을 폭로하니까 뒤늦게 시인을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박상희 소장님, 심리적으로 먼저 좀 분석을 해보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부인하고 싶겠죠?

□ 박상희
그런데 지금 오달수 씨뿐만 아니라 조재현 씨, 조민기 씨, 여러 분 다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발언을 하지 않고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나 보거나 아니면 무응답으로 하거나 아니면 일단은 아니다, 사실관계가 다르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나면 이제 입장을 바꿉니다. 뭐냐 하면 한 명이었다가 한 명이 아니게 두 명, 세 명, 여러 명으로 바뀌어요. 그러면 이제 대중들이 굉장히 그 여성들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무게감이 있어지잖아요. 두 번째, 그 중의 누군가가 실명을 오픈하는 겁니다. 거기에 얼굴까지 공개하고. 지금 실명을 드러내신 분들 중에 현역 배우들이 나왔어요. 그러다 보면 그 여배우들이 도대체 왜 내 이름을 걸고 내 얼굴을 드러내면서 이 문제를 고백하느냐 하는 대중들의 호응이 굉장히 이어지잖아요. 그런데 지금 오달수 씨 같은 경우에는 아직 정확하게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죠. 그렇지만 천만요정이라고 얘기를 해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충격이 큰데 그래서 사실은,

□ 백운기 / 진행
오늘 입장표명을 했습니다. 시인했습니다.

□ 박상희
했습니까? 아, 네. 어제까지만 해도 저는 사실은 엄지영 씨가 나오기 전에는 오달수 씨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곽도원 씨나 오달수 씨는. 그런데 실명인 인물이 여러 명이 나오면 이제 대중으로서는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런데 맨 처음부터 진실을 말해 주면 참 좋을 텐데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진실이 나오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주희 교수님께서는 일단 부인하고 보자, 이런 것 어떻게 보십니까?

□ 이주희
아까 말씀드렸던 와인스타인이라는 할리우드 제작자가 나는 이건 그냥 내가 알던 일이다. 6, 70년대 히피문화 하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걸 가지고 왜 여자들이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변호사가 이 사람은 공룡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고 새로운 규칙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변호를 하거든요. 무슨 뜻이냐 하면 저는 지금 성범죄를 저지른 많은 남성들이 이게 진짜 범죄인지 실제로 자기 자신도 사과한다고는 말하지만 아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전반적으로 우리 조직에 퍼진 문화이기 때문에. 이게 남성사회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여자들이 들어와서 저러는 것일까? 저는 그래서 두 가지 사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제재되어 본 경험이 없고, 또 다른 분야에서 저 사람도 하고 저 사람도 하는데 내가 이걸 했다고 왜 나만 가지고 이러지? 그저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그 심정으로 나는 기억이 안 난다든지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또 밝혀졌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모든 다른 사례에서 이런 사례들이 대강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이거 했네? 그래도 이런 사정도 있고 저런 사정도 있었으니까 실제로 징계가 강하게 가해지지도 않고 조금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고 오히려 여자가 피해자가 되는 이런 걸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이번도 그런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맨 처음에 오달수 씨에 대해서 성폭행 문제가 제기가 됐을 때 30년 전인가 그때로 돌아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일 없었다, 이렇게 변명을 했지 않습니까? 그랬다가 이제 엄지영 씨가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자기도 당했다는 입장을 밝히니까 오늘 공식입장을 내면서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뭐라고 덧붙였느냐 하면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이든 상처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연애감정. 그리고 또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자리도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다.’ 이런 내용의 사과문을 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은의
‘뭐래?’라고 생각이 들고요. 제가 아까도 비속어를 너무 대놓고 써서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어쩌면 이렇게 가해자 분들은 비슷한 말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한 해에 상담건수는 수백 건이고 사실 사건 돌려서 실제로 고소․고발을 해보거나 아니면 법정으로 가거나 하는 사건도 수십 건씩 보면서 아주 대부분의 사건이 부인하는 경우에는, 안 했다고 하는 경우에는, 그게 추행이 아니야, 그게 성폭력이 아니야, 할 때는 연애했다고 얘기합니다. 혹은 썸 탔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연애가 뭔가요?’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연애는 서로 상호 간에 감정이 오고 가는 게 연애입니다. 썸도 마찬가지예요. 혼자 탄다고 타지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데 늘 그렇게 주장을 하죠. 비극은 이걸 듣는 수사주체, 판단주체가 비슷한 걱정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 하면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는 걸 피해자가 입증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 감정이 아니었단 걸.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없었던 걸 입증하는 게 더 힘듭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증거를 내보이면 돼요. 같이 찍은 사진, 다정하게 안고 뽀뽀를 한 사진이라든가 서로 주고받은 각종 선물들, 내밀한 텍스트들 이런 게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런 걸 내지 않아도 오히려 이쪽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그런 관계로 오인 받아서 합리적 의심이라는 미명하에 잘 안 되는 사건들 꽤 많습니다. 제가 저의 사건을 일례로 간단하게 들고 싶습니다. 제가 연말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업계 관계자예요. 그런데 이 관계가 갑을병정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제 입장에서 어쨌든 뭔가 부탁을 하거나 그럴 만한 일들이 있는, 정보를 좀 취득해야 되는 그런 관계선상에 있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밥을 먹자고 해서 밥을 먹었는데 밥 먹는 자리에서 갑자기 제가 막 얘기를 하는데 제 양손을 딱 잡으면서 자기가 무슨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서 좋은 기를 받고 싶어서 그런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제가 혹시 이걸 문제 삼으면 뭐라고 할까요? 우리는 좋은 감정이었다, 이런 얘기 하지 않을까요? 안 그랬으면 저녁을 왜 같이 먹었어, 이런 얘기 들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애초에 그냥 연락을 끊는 정도로 그냥 치웁니다. 그런데 일반 여성분들은 어떨까를 생각하면 그놈의 썸, 그놈의 연애감정, 정말 이제는 넌덜머리가 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선경 변호사님, 지금 보면 아예 대응을 안 하는 사람, 또 공개가 되기도 전에 미리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요. 처음에 부인했다가 이제 어쩔 수 없이 시인하는 경우들이 나오고 있는데 오달수 씨 같은 경우에도 오늘 사과문을 냈고, 또 영화배우 조민기 씨 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에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지금 열한 번째 폭로가 나오니까 이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들 이렇게 일단 부인하고 보려고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선경
왜들 그러는지 이해를 하기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비슷한 양태들은 보이고 계신 거죠. 교수님 말씀하고 좀 비슷한 것 같은데 본인들이 실제로 그게 범죄라고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고 혹은 범죄인 건 알지만 자기의 권력을 그냥 향유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냥 궁지에 몰렸으니까 일단 부인해보고 ‘감히 네가 너 자신을 드러내고 나를 공개하겠어?’ 이런 오만함도 좀 작용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인을 했던 것이고. 그런데 지금 사과하시는 분들의 사과도 사실상 믿기가 어렵습니다. 2016년에 이미 해시태그 운동 나왔을 때 구구절절이 사과문을 올리셨던 박범신 작가부터 시작해서 배용제 시인 이런 분들이요. 특히 배용제 시인은 지난주에도 제가 법정에서 뵀죠. 그분의 사과문 매우 잘 쓰셨는데 역시 동일하게 법정에서는 ‘내가 그때 사과했던 건 도의적으로 사과문 올린 것이고 사실 나는 이 학생들하고 합의하에 한 것이다. 학생들이 나를 좋아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주장을 하세요.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다, 이런 얘기 하시고 해서. 지금 사과문들 많이 올리시는데 저는 진정한 사과는 이분들이 법적 책임까지를 다 인정하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형사처벌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한테 민사상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때 그 사람들의 사과가 진정한 사과다, 이렇게 믿어야 된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제 앞으로 두 가지 논점 더 생각해보고 싶은데요. 지금 이선경 변호사님 말씀하셨듯이 지금 드러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하는 부분, 그리고 또 하나는 이게 어디까지 번질 것으로 보시는지 이런 부분을 좀 생각해보고 싶은데요. 그전에 사과 얘기가 나왔으니까요. 이주희 교수님, 진정한 사과 어떤 걸까요? 피해자에 대해서. 벌을 받는 걸까요? 교도소에 가는 걸까요?

□ 이주희
법적으로 책임질 만한 일을 졌으면 당연히 교도소에도 가고 벌금도 내고 민사상의 피해보상도 해야 되는 게 진정한 사과일 것이고. 미국 같은 데서는, 제가 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요. 왜냐하면 제가 대학원 때 클라렌스 토마스 판사하고 아니타 힐 교수 간에 성희롱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14명의 백인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에서 기각됐거든요. 왜냐하면 클라렌스 토마스 판사가 왜 흑인인 나에 대해서 린치를 하느냐. 그랬더니 흑인들 공격하는 걸 좀 두려워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그냥 내보냈습니다. 그때도 이게 크게 될 뻔했는데 그냥 사라졌고 지금 다시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미국에서도 그때 그런 걸 보면서 이번이 좀 특별하다. 그때 묻혔던 사건까지 지금 다시 나오니까. 그래서 말씀드렸던 대로 진정한 사과는 법적 책임, 민사상의 책임을 지는 것이고 또 공소시효가 지나서 지금 민사상의 책임, 법적 책임을 질 의무까지는 없는 상황이라면 저는 진정한 사과의 의미로서는 자기 직업을 내려놓는 것도. 왜냐하면 미국에서도 CEO가 CEO직을 그만둔 사례도 굉장히 많고요. 예를 들어서 재선에 나가지 않는 정치인들도 굉장히 많고요. 그러므로 저는 진정한 사과는 그런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성은 조직 내에서, 지금 말씀을 해 주셨지만 이게 굉장히 젠더화된 조직이거든요. 상층은 전부 다 남성만 있습니다. 하층 제일 밑바닥 직업은 여성만 있고, 모든 게 다 통제나 아이덴티티 형성이나 남녀 구분된 상태에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성희롱의 기준은 뭔가요? 성희롱은 예를 들어 불쾌감을 느껴야 되고 또 그게 합리적인 사람 혹은 합리적인 여성의 입장에서 리즈너블한 불쾌감이어야 되는 것인데 그 불쾌감을 판정하는 사람, 판사, 혹은 기업의 CEO, 혹은 리더십, 인사팀, 이런 사람들이 전부 다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걸 판정하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 것이죠. 그러므로 지금 이런 기회를 틈타서 적어도 책임지는 모습은 다들 보여주시는 게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순서를 좀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사과 이전에 처벌 가능성부터 먼저 좀 따져보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요. 이은의 변호사님, 지금 보면 아주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시효에 걸리기도 하죠?

□ 이은의
대부분 시효에 결려서 처벌되지 않는 사건이 현재 많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법을 바꿔서 이제부터 다 처벌할 거야, 소급적용을 하겠어, 이건 사실상 어렵고요. 저는 통상 제가 사건을 해보면 직장 내 성희롱,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습관적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만약에 피해자가 다수가 나오고 있다면 사실은 최근까지의 피해자도 있을 것으로 추정은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이 의지를 가지고 전수조사를 하는 방법도 있어요, 사실. 그렇지만 이왕 이만큼 터져나온 사건들에 잠재되어 있는 피해자 분들은 법적 조치를 취하시는 걸 고민하는 게 어떨까. 그런 부분들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방송에 상습인 경우에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를 어떤 법조인 분들이 하셨지만 사실은 그걸 따져보는 것도 그 상습의 마지막 행위가 시효 안으로 들어와야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피해자를 발견해내고 혹은 최근의 피해자가 용기를 내고 이런 과정이 어쨌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반드시 필연적으로 필요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게 시효 기간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이미 시효가 넘은 것은 처벌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아직 시효가 살아있는 경우에 그 부분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다면, 시효가 지난 부분도 만약에 있었을 경우에는 상습범으로 인정이 됩니까?

□ 이은의
그것은 한 사람에게, 그러니까 어떤 피해자가 있는데 그 피해자가 장기간 피해를 입어온 거예요. 그래서 그 피해의 마지막 부분이 이 시효 안에 있다면 이 사람에 대한 행위로서는 앞부분까지를 상습범으로서 처벌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것은 형으로서 가중이 되는 거죠, 엄밀히 얘기하면. 그런데 한 사람에 대한 행위가 인정된다고 여러 사람에 대한 것을 한꺼번에 처벌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용기나 희망을 잃으면 안 되는 게 우리는 법정에서 죄질이라는 것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강간, 같은 추행도 같은 처벌의 수위에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질로서 반영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 터져나온 미투가 법률적으로 어떻게 당장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게 무의미한 부분이 아니고요. 그리고 추가적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주는 부분들이 있다면, 수사기관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판단을 해 줄 수 있다면, 노력을 해 줄 수 있다면 저는 희망이 없는 건 아니지, 라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 문제는 이런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용기를 내서 몇 십 년 전 일을 털어놓았는데 이미 시효가 지나서 처벌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당사자는 몇 십 년 동안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잖아요. 그런데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울 것 같은데.

□ 박상희
네, 그래서 이윤택 씨가 기자회견을 할 때 어떤 분이 이런 글을 들고 있었어요. ‘사과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서에’. 그러니까 저는 사과라는 것은 물론 법적처벌도 일벌백계해야 되지만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물론 법적처벌이 있어야 되는데 저는 사과의 주체가 누구냐. 가장 중요한 사람은 피해자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피해자한테 가서 사과를 하고 어떻게 해야 당신의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든가 트라우마라든가 이런 것들을 내가 보상을 해 줄 수 있느냐 하고 물어봐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윤택 씨 같은 경우에 나중에 더 화가 났던 것이 뭐냐 하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법적책임을 질 시기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인물이었다는 것. 그래서 법적책임을 자기가 지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법적책임을 안 져도 되는 걸 알고 그랬다는 것. 두 번째, 그 사과 기자회견을 리허설을 했다는 거죠. 그건 뭐냐 하면 진정성이 없는 사과였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저는 진정성이라고 보고 그 진정성에서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마음을 읽어서 거기에 대고 사과를 해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이 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민사상의 보상일 수도 있고 자기의 직업이나 이런 걸 내려놓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릎을 꿇고 정말 사과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피해자라는 것, 저는 그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지금 처벌과 관련해서 의견을 듣고 있는데요. 이주희 교수님은 당사자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된다. 이은의 변호사님은 시효가 아직 살아있는 경우에는 더 용감하게 제기를 해서 벌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박상희 소장님께서는 당사자에게 사과를 해야 된다. 이주희 교수님 제가 잘못 표현했습니까?

□ 이주희
아니요, 맞으신데 저는 그냥 단지 이런 나쁜 짓을 했으니 벌로써,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일을 했으면 책임을 지는 올바른 방식이 조직이 조금 더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 그런 죄를 짓고도 계속해서 그런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옳지 않다는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 이선경
일단 처벌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성폭력 관련 법령이 다른 법령하고 비교해서 굉장히 많이 개정이 됐고요. 공소시효 규정도 아주 자주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단지 그냥 최근에 나오는 것처럼 2013년 6월 19일 친고죄 폐지 일자만 기준으로 해서 그 이전 것은 처벌 못 하고 이후 것은 가능하고 이렇게 단편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요. 개별적인 피해 사실에 따라서 2013년 6월 19일 이전이라도 처벌이 가능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이 부분은 경찰서라든지 법률구조공단이나 이런 데 가서 면밀히 상담을 받아보고 그리고 처벌이 가능하면 처벌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 백운기 / 진행
그 부분 조금만 더 설명을 해 주시죠, 우리 청취자 분들을 위해서. 그전에 가능한 것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이선경
예를 들면 피해자가 피해 발생 당시에 미성년자였다고 한다면 그때는 2010년 4월 15일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이 되면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때로부터 시효가 진행한다. 그래서 시효가 연장이 된 것이죠. 그런데 이것도 깊이 들어가면 2010년 4월 15일 법 개정 당시에 시효가 완성되지는 않았어야 해요. 깊이 말씀해 달라고 하시니.

□ 백운기 / 진행
도움이 됐습니다.

□ 이선경
두 번째로는 그때 당시에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2013년 2월 19일 이전을 말씀드립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 만약에 상해를 입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상해진단서가 남아있거나 혹은 육체적인 상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일시 이전에는 치료 받은 기록이 없으나 그 사건 일시 이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정신적 상해라는 게 인정이 됩니다. 그러면 강간, 강제추행이 아니라 강간치상 또는 강제추행치상이 되고요. 이것은 친고죄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고소기간 1년 제한도 없을 뿐더러 공소시효도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상담을 좀 받아서 내가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보고, 그리고 처벌이 가능하면 처벌을 하는 것이 당연히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일반적인 정서로 보면요. 시효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잘못한 사람들은 다 벌을 줘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 게 일반적인 정서겠지만 쉽지 않죠. 그런 경우에 정말 이렇게 공개적으로 망신 준 것만 가지고 벌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을 텐데. 처벌과 관련해서 네 분 의견을 들어봤습니다만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주희 교수님, 어떻게 좀 더 확실하게 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이주희
저는 벌은 행한 죄에 비례해서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우리가 흥분해서 모두 다 한꺼번에 묶어서 평가해서는 안 되고 굉장히 경미한 것도 있고요. 언어적, 그게 안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하지만 거의 강간에 가까운 일을 여러 차례 저지른 분도 있고 이것은 우리가 분명히 구분해서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 혹시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피해자가 폭로했죠. 그런데 실제로 더 큰 피해를 당했을 수도 있는데 본인이 너무 처참해질 수도 있고 또 보호받을 필요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피해의 정도를 낮추어서 고백했을 가능성도 저는 있다고 봅니다.

□ 이은의
저는 오히려 고백을 하신 분들이 그걸 구분해서 얘기하실 가능성이 있을까, 세상의 일에는 모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말을 못 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그 가능성이 상당히 있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 일단은 시효 여부를 떠나서 문제가 제기된 사람들을 다 조사를 할 수는 있죠?

□ 이선경
당연하죠. 관련해서 사실은 여성예술인들이 주장을 하고 있는 게 분야별로 실태조사를 좀 해라. 실태조사를 해야지 언제 어느 장소에서 그런 일이, 그러니까 시간과 장소뿐이 아니라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하고, 즉 그것은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저항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원인 규명도 될 것이고요. 대책도 거기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 환경만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환경을 다 종합해서 조사를 하라는 것이고 그 조사를 통해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를 사실은 2016년부터 계속 해오고 있고요. 문체부에서 일단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발표는 지금 하신 상태고 그렇게 해서 결과가 나오면 저는 우리가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속한 기관이라든지 사회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징계수단을 이용해서 지은 죄에 맞게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박상희 소장님, 죄를 지었으니까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어느 범죄보다도 더 나쁜 범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 박상희
네, 그런데 저는 아까 이 교수님께서 얘기하신 사안별로 아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요. 과연 우리가 미투운동에 동의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몇몇의 잘못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굉장히 사회적으로 매장을 하고 이런 것일까 하고 묻는다면 저는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런 권력에 의해서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고 말도 안 되는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이 만연히 깔려 있는 이런 사회가 이제는 좀 클린사회로 되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어떤 잘못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지 우리가 지금 무슨 분노를 계속 표현을 하거나 화풀이를 하거나 이러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잘못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분명히 법적인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를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고맙습니다. 청취자 분들 문자 많이 보내주시는데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하기는 힘들지만 제가 되는 대로 좀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 뒷자리 0300 쓰시는 분이요. “저도 문화예술인 가운데 한 명이고 또 대학강사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문화예술인 여성이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전혀 아닙니다.”
0139님 “자신들이 선생님이다, 교수님이다, 불렀던 사람들이고 더구나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선배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용기에 더 응원을 보냅니다.”
1842 쓰시는 분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당했다고 폭로하신 여성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용기 있는 행동만이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0419 쓰시는 분 “의료인들의 환자나 같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추행도 너무 많이 숨겨져 있거든요. 제 딸도 당했는데 잊어버리자고 달래고 말았지요.”
6624님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작은 회사에서 회식 등에서 추행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들은 말도 못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0135님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권력층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동안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가 흐지부지됐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0230 쓰시는 분 “전체를 털어도 먼지는 날 거고 안 털어도 난다는 건 적폐, 즉 권력의 중심에 남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바로잡아갔으면 합니다.”
박옥련 청취자님 “예전부터 회식 자리에서 남자선배의 스킨십과 음담패설은 당연한 것처럼 여겼습니다. 꼭 문화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당연시됐죠. 이번 기회에 짧은 촛불이 아닌 영구적인 촛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7306 쓰시는 분 “애청자입니다. 미투운동은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무시하는 인식이 바꿔가는 사회로 변화하는 초석이 마음입니다.”
아까 소개했던 문자에 대한 피드백인데요. 강정문 청취자님 “미필적 과실은 이 정도는 괜찮으니 문제 안 되겠지 하는 실수나 과실을 하게 된 개념에 가까운 의미로, 20년 전부터 법률용어와 달리 실생활에 쓰이던 표현입니다.”

□ 이선경
죄송합니다. 제가 몰랐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런 문자들이 왔는데요. 소개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좀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0761 쓰시는 분이요. “패널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지금 많은 남성들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꽃뱀에 의해서 당한 사례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답변해 주시겠습니까? 박상희 소장님.

□ 박상희
저는 법조인은 아니지만 꽃뱀이라는 단어는 정말로 어려운, 저는 요즘 사건이나 사고를 심리적으로 많이 분석을 하다 보니까, 솔직히 있습니다. 솔직히 거짓된 사랑을 가지고 남성에게 접근해서 결혼을 빌미로 해서 금품을 탈취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의 꽃뱀과 서지현 검사의, 법조계에서도 무슨 얘기를 했느냐 하면요. 이런 얘기를 법조계에서도 할 수 없는 게 마치 이렇게 내가 어떤 성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얘기하면 시간이 지나놓고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꽃뱀 아니야?’라는 2차 피해가 생긴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꽃뱀이라는 용어가 미투운동에서는 2차 피해를 나타낼 수 있는 굉장히 예민한 용어이기 때문에 정말 미투운동에서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싶고요. 그렇지만 또 꽃뱀이라는 진짜 범죄가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무고의 범위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어떤 몇 개의 잘못된 미투도 있을 수 있죠. 그런 것 때문에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허위, 잘못된 미투운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또 면밀한 검토를, 사실관계를 파악을 해야죠. 파악을 못 하면 안 되죠. 그렇지만 그것이 미투운동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되고 미투운동에서 얘기하는 꽃뱀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2차 피해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현상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짚어보고요. 대책을 좀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문자 보내주신 분 대학가에서, 또 의료계에서 이런 문제들 얘기하셨는데요. 오늘 아침에 어떤 매체를 보니까 가장 지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국회다, 그런 얘기도 있습니다. 특히 보좌진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말도 못 하고 있는데 누구 한 사람만 터뜨리면 와르르 터질 것이다, 그런 글도 올라왔다고 해요. 혹시 짐작건대 지금 의료계라든지 국회라든지 다른 곳, 대체로 권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계 우리가 짚어봤듯이요. 어떤 쪽에서 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시는지, 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예단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좀 촉구를 한다면 어디를 얘기하고 싶으신지요.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우리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참 사람들이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물론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졌습니다. 필요조건입니다. 그런데 충분조건은 아니고요.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졌어도 실업자라고 집에 있으면 그 성의식을 발현할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에 진짜 범죄적 마인드를 가지지 않는 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즉, 권력 안 가진 남성도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질 수 있죠. 물론 권력을 가지고도 안 가질 수도 있고요. 저는 그래서 이 사건은 성 그 자체보다도, 그러니까 성을 탐했다기보다도 어떤 면에서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한 통제권, 그 권력의 맛을 즐겼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권력의 핵심부에서 많이 터지는 것이고요. 그 핵심부위는 말씀하셨다시피 당연히 우리가 얘기하는 정치권력이 있고 또 언론권력이 있고요. 당연히 학계도 권력집단이라면 권력집단이고. 그래서 그런 조직에서, 검찰도 대표적인 권력집단이고. 그래서 거기서 터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위계구조에 성별차별이 들어가 있고 이런 곳은 당연히 많이 노출이 될 것이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권력이 있는 곳에서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집단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지금 사회자님께서 읽어주신 독자,

□ 백운기 / 진행
청취자들이요.

□ 이주희
청취자 분들의 문자에서 되게 감명을 많이 받은 게, 아까도 말씀이 나왔지만 실제로 이게 기업에서도 되게 만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알듯이, 저번에 성희롱 때도 얘기를 했다시피. 그러므로 오히려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또 얘기를 해 봤자 언론이 주의를 기울여주지 않는, 비정규직 여성이라든지 하청 고리에 있는 여성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포괄해서 저는 만연한 사회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딱 짚기가 힘드네요.

□ 백운기 / 진행
네, 어디로 번져갈 것인지 전망을 좀 여쭤봤는데요. 사실 지금 권력기관에서 그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주희 교수님 그렇게 지적을 하셨는데 그 권력기관의 권력은 외부를 향한 권력이고 성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내부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구별이 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이주희
그런데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 보통 자신의 잘못을 많이 보호받을 수가 있죠.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전망을 한번 하신다면.

□ 이선경
전망을 꼭 해야 되겠죠. 사실은 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요. 또 한편은 2016년처럼 살짝 타올랐다가 그냥 꺼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다만 이것은 전망이 아니라 제 바람입니다만 어쩌면 이건 대한민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선진국가로 도약하느냐 아니냐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노래방에 가면 블루스를 추고 블루스를 추는 것이 추행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그런 시대에서 이제는 그런 것을 하면 당연히 징계 받는 시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그런 시대로 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은의 변호사님께서는요?

□ 이은의
저는 이번에도 다시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 전망이 왜 필요할까요?’라고 반문하고 싶은 게 사실은 문화예술계가 제일 문제가 많아서 이렇게 터져나왔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그 전망을 하는 게 무의미한 건 어디가 제일 문제가 많을 것이다 같은 전망, 어떤 그 기준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혹은 피해자들이 어느 직군이 제일 용감할 것이다, 이런 전망인 건가. 그런데 그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언론이 다룰 만한 곳들, 그리고 대중이 관심을 갖는 곳들이 어쨌든 우리 눈에 보이게 드러나겠죠. 그런데 저는 그 전망을 하는 대신에 ‘이건 어떻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론은 자유로운가요? KBS는 자유로운가요? 그동안 내부, 예를 들면 기자가 비정규직 여사원을 추행한 문제 같은 것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해왔나요? 징계 다 하셨습니까? 하고 방송사들에도 신문사들에도 이렇게 다 개별적으로 한번 묻고 싶습니다. 그뿐인가요? 언론이 이런 문제를 대중들에게 배달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법부는 어땠나요? 경찰은 어땠나요? 검찰은 어땠나요? 우리는 이번에 터져나오는 이야기들 속에서 국민이 이 정도면 이것은 폭력이다, 이것은 성폭력이다, 하고 느끼는 지점이 어느 수위인지를, 국민 법 감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가 나는 추행이고 이 정도면 성폭력을 당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가지고 법조로 온다고 다 판단되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법적 안정성의 문제 때문에 과거 판례를 따라서 계속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한번 우리가 어느 정도를 폭력으로서 사회가 좀 보호하고 그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는가. 그래서 현재의 이 미투가, 현재 이렇게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이 법조에도 어떻게 반영이 되고 또 그게 어떻게 선순환되는지 저는 그것이 무척 궁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우문에 현답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희 소장님, 내친 김에 어리석은 질문 제가 마치고 싶은데요.

□ 박상희
저는 방송계, 학계, 체육계, 군, 경찰, 종교계, 의료계, 재계 다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저는 법조계, 종교계까지라면 사실 우리를 가장 지켜줘야 되는 사법, 법조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그리고 우리 윤리성의 마지막 보루라고 하는 종교계에서도 지금 굉장히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죠. 종교계까지도 다 미투운동의 열풍. 그러니까 저는 사회에 만연해있을 거라고 거의 확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다만, 이 운동이 저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 미투운동은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목표가 되어야지 저는 정말 성대결로 치닫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주희 교수님 어떤 말씀,

□ 이주희
저는 예측이라고 그러셨는데 솔직히 저 정도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2, 30년 하다 보면 이게 하나도 무슨 예측이 아니라 그냥 체득한, 그리고 여러 가지 간접경험으로 아는 사항들이거든요. 그러므로 특히 예측이 필요 없고, 종교계도 예를 들어서 가톨릭 신부들이 남자 아기들 성추행하는 것으로 쓴 돈도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정말 이미 굉장히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가 지금 처음 드러나기 시작해서 이 미투운동을 통해서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오실 수 있지만 실제로 사회생활을 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만연하다는 것은 지금 저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사실 천주교 사제 한 분도 문제가 됐는데. 이주희 교수님, 어떻게 보면 이번 미투운동이 아니었더라면 그 사제의 성폭력 문제가 드러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 이주희
저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건이 예전에 안 일어났던 게 당연히 아니어서, 저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소셜미디어를 안 하거든요. 너무 정신이 산란하고 보지도 않고 그런데 저는 이번 일을 기화로 테크놀로지 발전이 도와주는 것도 굉장히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모든 변화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다면 우리가 이 사실을 잘 알고 해석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에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KBS <공감토론> 오늘은 미투운동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남은 시간 이제 미투운동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라고 할까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결실을 맺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대책일 수도 있는데요. 지금 강력한 처벌을 해야 된다, 또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 된다, 무엇보다도 사회문화의식이 달라져야 된다, 그런 얘기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먼저 대책과 관련해서요. 일단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 미투운동이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분명히 정부 쪽에서도 어떤 대책은 좀 세우고 있을 것 같고요. 문재인 대통령도 강력하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문화가 바뀌는 것 맨 마지막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당장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그런 대책이 과연 세워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은데. 박상희 소장님,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을까요?

□ 박상희
저는 사실 상담사입니다. 제가 맨 처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상담사이기 때문에 법적인 대책, 정부의 대책 이런 것은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다른 패널들께서 다 얘기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정말 실질적인 도움을 좀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성희롱 문제나 성추행 문제가 있을 때 제가 맨 처음에도 말씀을 드렸듯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얘기하면서 결국에 시간이 지나면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얘기하고 그다음에 그 해결이 되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8년, 10년, 20년, 27년, 이렇게 지나온 겁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얘기해? 한참 지났는데 지금 와서 얘기하는 의도가 뭐야?’라고 얘기를 하면 27년 동안 그 트라우마는 안 잊히고 그냥 고통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시공간을 초월한 고통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지지해 주지 않았어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당신은 피해자야.’라고 얘기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얘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줄 알았던 거죠. 그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저도 상담사지만 누군가가 찾아오면 상담을 해 주지 적극적으로 그런 분들에게 가서 손을 내밀지는 못하거든요. 그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되는데 누가 해줘야 되나? 결국 여가부나 문체부나 이런 정부기관들이라든가 그 여성들이 언제나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어떤 기관이나 사람들이 저는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다음에 1차 피해는 물론이고 지금 2차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투, 나 정말 괴로웠어, 하고 얘기를 해서 정말 아픈 부분을 개복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다 지나고 나서 그 개복된 것을 수술을 통해서 꿰매주지 않으면 이분들은 또 얘기해놓고 더 아프게 시간이 지나갈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2차 피해가 없도록 같이 개복의 현장에 있어 주는 것, 공감을 넘어서 연대까지 가주는 것, 저는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들이 나와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은의 변호사님, 대책을 세운다면 어떤 대책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이은의
일단 저는 우리나라 사법부에도 성범죄를 전담적으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재판부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왜냐하면 기존에 적용되어 왔던 기준들이 사실은 굉장히 가해 남성 중심의 시선에 좀 몰입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신중한 것도 좋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좋은데 그걸 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실제적 진실의 발견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에 대해서 너무 오랜 세월 법적 안정성의 부분에만 착안해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에서 나오는 정책 혹은 행정부 각종 부처에서 나오는 정책들을 보고 있는데요. 가령 지금 어젠가 그제만 해도 벌금 2, 300만 원 이상 넘으면 어떻게 하겠다, 이런 것들 나오잖아요. 그런데 당장 오늘 저는 저의 의뢰인과 관련해서 서울시에 질의를 했는데요. 그 사건이 부하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했어요. 벌금 500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징계는 정직 15일인가 한 달이 나왔어요. 굉장히 경한 징계인데 이걸 중한 징계라고 얘기하면서 법조문을 붙여서 보내는 게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책을 맨날 내보내면 뭐하나요? 그 정책을 실제로 실천하는 부서도 없죠, 그걸 실천해서 모니터링 하는 부서도 없죠, 그게 잘 안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대안은 그 정책에 빠져 있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 표면적으로만 내세우는 정책 얘기하지 말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좀 차분히 내세울 수 있는, 그걸 좀 기다려주는 사회문화도 물론 필요하겠죠. 그런 것들이 아쉽습니다.

□ 백운기 / 진행
지금 사법부에서 운영하는 전담재판부는 뭐뭐 있습니까?

□ 이은의
그게 전담재판부라고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 사건만 다루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전문적으로 하는 판사진들로 운영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만이 문제가 아니라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서 성폭력에 관한 무고사건이라든가 성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을 해서 만약에 피소가 된 사건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런 시각을 견지한 재판부가 있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 백운기 / 진행
네, 이선경 변호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대책이 있다면요?

□ 이선경
제가 어제 오늘 계속 토론회 때 하도 문체부하고 여가부 대책을 비판을 많이 해놔서. 아무튼 그래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 해야 되는 것은요. 지금 미투를 했거나 하려고 준비 중인 피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 피해자들이 홀로 글을 쓴 이후에 두려워하면서 떨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한테 변호사를 붙여주고요. 심리상담 받을 수 있게 상담기관을 연계해 주고 상담료를 지원해 주고 이것이 가장 지금 필요하고, 무분별하게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피해사실을 선정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는 언론. 언론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보도방향을 좀 다시 잡을 필요가 있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피해자한테 언론에 대고 이렇게 따지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해서 문체부나 여가부가 그런 지침을 좀 내려주셔야 되는 거죠. 지금 당장은 그렇게 개별피해자들을 보호를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해야 합니다. 관련해서 국회에 제출할 의견서를 지금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에서 준비하려고 하고 있고요. 준비 중에 있고. 그 밖에도 비동의간음죄 신설과 같은 그런 대책들, 아까 말씀드렸던 실태조사라든지 권력구조 개편이라든지 이런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 백운기 / 진행
여가부, 문체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았길래 혼을 내셨는지 궁금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 시간이 다 돼서 여쭤보지 못하겠습니다.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그 여가부, 문체부 저도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여가부, 문체부가 보통 100일간 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만들어서 운영한다, 공무원에게 이런저런 처벌을 더 한다, TF를 만든다, 이런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나쁘지 않고요. 없는 것보다는 좋고요. 일단 저는 정부부처 중에서 제일 중요한 부처가 고용노동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 관련 민간사업장을 관할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이고 특히 위계적인 권력 남용에 의한 성폭력은 직군 분리 같은 성별 직무격리 때문에 여성이 고위직에 없고 토큰만 일부 있는, 여성을 낮은 지위에 묶어두고자 하는 성차별이 핵심적인 이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노동부가 차별 및 성희롱 구제 그리고 예방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노동위원회에서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구제절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서 그것은 굉장히 여러 가지 실효성 있게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가장 핵심적인 대안은 이겁니다. 일단은 문화권력을 포함해서, 문체부에서는 이런 신고센터를 운영해도 좋고요. 그것에 더해서 가능한 한 독립예술인 지원이라든지 아까 말씀하신 권력집중을 해소하는 방안을 생각을 해야 되고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우리는 조직 내 지배구조, 그리고 조직 운영상의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됩니다.

□ 백운기 / 진행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대책들 필요하다고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이제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미투운동과 관련해서 꼭 이것만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 듣고 싶습니다. 30초씩밖에 못 드릴 것 같은데요. 이은의 변호사님.

□ 이은의
우리 사회는 자꾸 피해자들한테 뭐 하라고 얘기하죠. 그리고 아직 피해자들을 잘 보호하지 못합니다. 억울하면 소명하기에 앞서서 억울한 일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는데도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다시 이 질문을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는 판단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누군가의 주변인이시기도 할 거고요. 증인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어떤 참고인이 되시기도 할 겁니다. 그런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를, 피해자들에게 뭔가 얘기하거나 피해자들에게 뭔가 요구하기에 앞서서 그런 부분들을 돌아볼 때 우리 사회는 그래도 아프지만 진일보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 백운기 / 진행
고맙습니다. 이선경 변호사님.

□ 이선경
이은의 변호사님 말씀에 동의하고, 괴물을 키운 건 사실 우리 자신들일 수도 있습니다. 방관하고 묵인하면서 그 괴물의 권력이 커진 거라서요. 스스로 괴물을 키우는 공범이 되지 않도록 되돌아봐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지금 현재 나타난 미투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다음 타자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조속한 정부의 대책을 요청 드립니다.

□ 백운기 / 진행
이주희 교수님.

□ 이주희
이게 이전에도 있었지만 왜 지금 이랬을까? 저는 우리가 지금 겪었던 촛불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데요. 우리가 정치적 민주화, 형식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집단, 조직 내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되살리면서 이번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단체도 우리와 같은 전문가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이 부분을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감사합니다. 박상희 소장님.

□ 박상희
참 좋은 영어단어였어요. 미투, 위드유. 우리나라 말로는 나도 마찬가지였어, 나는 너와 함께 있어, 이런 얘기인데 이 너와 함께 있는 것은 우리가 지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끝까지 본인의 주체성을 찾을 때까지 함께 있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우리 딸들이 사는 세상은 다시는 이런 권력에 의한 갑질 같은 것들은 이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백운기 / 진행
고맙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네 분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패널
수고하셨습니다.

□ 백운기 / 진행
KBS <공감토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KBS <공감토론> 백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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