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핵 폐기’ 의지가 관건

입력 2018.03.17 (07:42) 수정 2018.03.17 (08: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재현 해설위원]

한 달여 뒤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대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어제 열렸습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5월에 열릴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해 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달 간격으로 열리는 두 회담이 한반도의 명운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던 북핵 대치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건 분명 큰 진전이지만, 확실한 비핵화의 길을 열지 못하면 곧바로 파국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회담 준비에 각별한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번 북핵 위기는 지난 1994년 1차 핵 위기 때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국과 북한은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벼랑 끝 대치를 벌였습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 사드가 배치된 것처럼, 당시에는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국내로 반입됐습니다.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김일성 주석이 급사하면서 회담은 무산됐고, 이른바 ‘조문 파동’을 겪으며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됐습니다. 이번 북핵 위기도 일명 ‘코피 작전’ 등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던 초긴장 국면에서 남-북, 미-북 연쇄 정상회담 합의로 극적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텁니다. 원자폭탄 1개를 만들 정도의 플루토늄만 갖고 있던 94년의 북한과 이미 6차례의 핵실험에 성공했고, 플루토늄은 물론 고농축 우라늄까지 다량 보유한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돕니다. 북핵 폐기의 길이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게 된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잡한 협상 대신 이른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잘라 버렸던 것처럼 일괄타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연이은 두 정상회담 중 세계가 더 주목하는 건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핵 담판입니다. 아무리 좋은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이뤄져도 미북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다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은 북한에 속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는 미국에 북한이 얼마나 진솔하게 핵 폐기 의지를 밝힐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진정성 있는 핵 폐기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핵 폐기’ 의지가 관건
    • 입력 2018-03-17 07:44:40
    • 수정2018-03-17 08:06:20
    뉴스광장
[최재현 해설위원]

한 달여 뒤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대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어제 열렸습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5월에 열릴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해 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달 간격으로 열리는 두 회담이 한반도의 명운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던 북핵 대치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건 분명 큰 진전이지만, 확실한 비핵화의 길을 열지 못하면 곧바로 파국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회담 준비에 각별한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번 북핵 위기는 지난 1994년 1차 핵 위기 때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국과 북한은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벼랑 끝 대치를 벌였습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 사드가 배치된 것처럼, 당시에는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국내로 반입됐습니다.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김일성 주석이 급사하면서 회담은 무산됐고, 이른바 ‘조문 파동’을 겪으며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됐습니다. 이번 북핵 위기도 일명 ‘코피 작전’ 등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던 초긴장 국면에서 남-북, 미-북 연쇄 정상회담 합의로 극적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텁니다. 원자폭탄 1개를 만들 정도의 플루토늄만 갖고 있던 94년의 북한과 이미 6차례의 핵실험에 성공했고, 플루토늄은 물론 고농축 우라늄까지 다량 보유한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돕니다. 북핵 폐기의 길이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게 된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잡한 협상 대신 이른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잘라 버렸던 것처럼 일괄타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연이은 두 정상회담 중 세계가 더 주목하는 건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핵 담판입니다. 아무리 좋은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이뤄져도 미북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다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은 북한에 속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는 미국에 북한이 얼마나 진솔하게 핵 폐기 의지를 밝힐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진정성 있는 핵 폐기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