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평등문화 만들자”…연극인 궐기대회

입력 2018.03.18 (16:47) 수정 2018.03.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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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연극인 궐기대회를 열고 문화예술계 평등문화 조성과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를 다짐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단체에 당사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예술계에서 잇따라 성폭력 사건이 드러난 데 대해 "이는 결코 개인 혹은 단체의 일탈이 아니라 공연예술계에 만연한 권위주의와 억압적 위계 구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폭력 사건의 법적 처벌과 예술계 변화를 위해 끝까지 지켜보고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인 궐기대회에선 참여한 연극인들과 학생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황정원 성동연극협회 부회장은 "20년 전 한 연습실에서 여자 선배들에게 가해졌던 연출자의 성적인 언어폭력 앞에 새내기로서 분노해 따졌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선배들의 이야기에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 "미투 운동이 계속되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모두 방관자였다"며, "이제 변화된 연극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성폭력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모임'에서 활동 중인 백혜경 씨는 "고 조민기 씨가 숨진 뒤, 피해자들이 SNS 댓글 등으로 인한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며, 이를 당장 멈춰 줄 것을 호소했다. 백 씨는 악의적인 댓글들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넘어서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유발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피해자들은 성폭력으로 인한 고통이 가라앉기 전에 또 다른 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예술인노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성폭력 사건 실태조사와 분야별 성폭력신고센터 설립 추진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는 "그동안 정부기관이 추진하는 사업들은 기관 중심, 관료 주도로 운영돼 실제 당사자들의 요구와 절실함은 반영되지 못하고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 문체부가 추진하는 분야별 성폭력신고센터 설립과 운영에 당사자인 예술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연예술계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의식개선 캠페인을 분야별로 지속해서 지원하고,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간담회, 워크숍 등도 연례행사로 추진하고 개최할 것을 문체부 등에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밖에 공연예술계의 불평등 행태와 폭력 상황을 주시하고 피해자를 지지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연예술인들은 결의문을 통해 스스로 공연예술계의 성 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어를 비롯한 일체의 폭력을 행하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폭력적 상황을 마주쳤을 때 잘못을 지적하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동료가 처한 부당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연대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구제와 법적 처벌까지 연대하고, 공연예술계의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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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8 16:47:24
    • 수정2018-03-19 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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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연극인 궐기대회를 열고 문화예술계 평등문화 조성과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를 다짐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단체에 당사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예술계에서 잇따라 성폭력 사건이 드러난 데 대해 "이는 결코 개인 혹은 단체의 일탈이 아니라 공연예술계에 만연한 권위주의와 억압적 위계 구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폭력 사건의 법적 처벌과 예술계 변화를 위해 끝까지 지켜보고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인 궐기대회에선 참여한 연극인들과 학생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황정원 성동연극협회 부회장은 "20년 전 한 연습실에서 여자 선배들에게 가해졌던 연출자의 성적인 언어폭력 앞에 새내기로서 분노해 따졌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선배들의 이야기에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 "미투 운동이 계속되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모두 방관자였다"며, "이제 변화된 연극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성폭력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모임'에서 활동 중인 백혜경 씨는 "고 조민기 씨가 숨진 뒤, 피해자들이 SNS 댓글 등으로 인한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며, 이를 당장 멈춰 줄 것을 호소했다. 백 씨는 악의적인 댓글들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넘어서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유발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피해자들은 성폭력으로 인한 고통이 가라앉기 전에 또 다른 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예술인노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성폭력 사건 실태조사와 분야별 성폭력신고센터 설립 추진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는 "그동안 정부기관이 추진하는 사업들은 기관 중심, 관료 주도로 운영돼 실제 당사자들의 요구와 절실함은 반영되지 못하고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 문체부가 추진하는 분야별 성폭력신고센터 설립과 운영에 당사자인 예술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연예술계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의식개선 캠페인을 분야별로 지속해서 지원하고,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간담회, 워크숍 등도 연례행사로 추진하고 개최할 것을 문체부 등에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밖에 공연예술계의 불평등 행태와 폭력 상황을 주시하고 피해자를 지지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연예술인들은 결의문을 통해 스스로 공연예술계의 성 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어를 비롯한 일체의 폭력을 행하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폭력적 상황을 마주쳤을 때 잘못을 지적하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동료가 처한 부당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연대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구제와 법적 처벌까지 연대하고, 공연예술계의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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