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반대’ 의사협회 대규모 시위…왜?

입력 2018.03.19 (08:08) 수정 2018.03.19 (09: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전국의 의사 대표들이 어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보건의료 정책이죠?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의사들이 이렇게 항의하는 이유가 뭔지, 친절한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정다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정 기자, 어서 오세요.

'문재인케어'와 관련해서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인데, 일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케어'의 내용부터 알아야 할 거 같아요?

[기자]
네, '문재인케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에 직접 발표했던 의료 대책입니다.

건강보험을 확대해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단 건데요.

목표는, 큰 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 부담 때문에 가정 생계가 파탄나는 일을 막겠다, 또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

크게 보면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앵커]
목표는 참 좋은 거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의사들이 왜 이렇게 항의를 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자]
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는 넓히고, 의료비 중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을 낮추겠단 거죠.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3%거든요?

그러니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경우에, 가령 치료비가 만 원이 나왔다면 이 중 6300원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가는 거고요, 3700원만 환자가 부담하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임기 안에 7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고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죠? '비급여 항목' 3800개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하겠다.

이렇게 방침을 정했습니다.

미용이랑 성형, 건강검진 정도만 빼고, <치료와 관련된 비급여 항목>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하니까요.

비싼 초음파나 MRI, 간병비도 환자 부담금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단 얘기죠.

[앵커]
환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얘기 아닌가요? 그런데 의사 단체에서 왜 이렇게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일단 의사들 주장은 경영이 악화돼서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고급 인력을 쓰려는 병원이 줄어들겠고요, 의사들의 외과 기피 현상도 심해질 거란 우려죠.

안 그래도 의사들이 이미 힘든 수술 하는 과를 기피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용이랑 성형만 비급여 항목을 유지하게 되니까요,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선호하는 의사만 늘어나지 않겠느냐, 이런 시각입니다.

특히 정부가 '의료수가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 항목만 늘리면 병원이 줄도산할 거란 말도 함께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료수가' 말이 좀 어려운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기자]
'의료수가'는 의료 행위를 제공한 대가로 의료인이 환자나 건보공단에서 받는 돈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의 의료수가는 정부에서 책정하죠.

문제는 이 수가가 치료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의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친단 겁니다.

의료계나 학계는 지금의 의료수가를 원가의 70%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요,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수가가 원가의 90%도 안 된다고 발표했죠.

일단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수가를 올리면 국민들이 내야 할 건강보험료도 올라가니까요,

수가를 올리는 게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거죠.

이 적자를 지금까진 사실 비급여 항목으로 메워 왔거든요?

비급여 항목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주로 인건비를 줄였습니다.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채용한다거나, 사람을 적게 뽑고 일을 오래 시키는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해 온 거죠.

그런데 정부가 비급여 항목을 대거 보험으로 돌린다고 하니까 병원마다 비상이 걸린 거예요.

의료수가부터 현실에 맞게 올리고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 넣어라. 이게 의사단체의 요구사항이고요,

정부도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료수가를 올리려면 국민들이 부담할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를지도 살펴봐야겠고, 병원의 경영난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네요.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우선 의사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금세 바닥날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들어갈 추가 예산을 30조 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의사들 생각은 좀 다릅니다.

병원비 부담이 줄면, 꼭 초음파 안 찍어도 될 환자도 초음파를 편하게 찍을 것이고 MRI 수요도 늘어날 거고요.

이렇게 되면 의료 소비 자체가 늘어서 재정이 파탄 날 거란 얘기죠.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내다봤고요,

지금 건강보험 적립금이 21조 원인데, 8년 뒤죠? 2026년에는 모두 소진될 거란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정부가 비급여 부담액을 잘못 계산하지 않았느냐는 의문과도 맞물려 있어요.

보건복지부가 2015년에 추산한 비급여 의료비 부담액이 1년에 13조 5천억 원인데요,

그런데 또 같은 보건복지부에서 2014년에 낸 국민보건계정 보고서를 보면, 비급여 본인부담금이 24조 9천억 원 정도로 나와 있거든요?

거의 두 배죠? 정부 안에서도 통계 결과가 엇갈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비급여 부담액을 제대로 추산해서, 건강보험에 포함할 비급여 항목 수를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거겠죠.

[앵커]
결국 의사단체의 불만이 커지면서 도심 집회까지 연 건데, 해결 조짐이 좀 있습니까?

[기자]
사실 의사단체랑 정부의 갈등은 점점 격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원래는 의사협회와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논의하기 위해서 만든 실무협의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죠.

그래서 의사협회 비대위가 총사퇴를 했고, 3월 5일 이후엔 협상 테이블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정부가 간이나 췌장 같은 상복부 초음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겠다, 이 계획을 행정예고했더니 여기에 반발해서 의사협회가 어제 집회를 연 거예요.

정부가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의사 13만 명이 모두 참여하는 총파업을 불사하겠다, 이런 강경한 입장도 보이고 있고요.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와 최대한 대화를 해 보겠단 원론적인 입장을 지키는 상황이고요.

국민건강보험 노조도 어제 집회를 열었는데, 국민들의 병원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서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을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주에 의사협회장 선거가 있습니다.

최종 투표 결과는 23일 금요일에 나오는데요,

어떤 후보가 당선돼서 3년간 협회를 이끌어갈지가 향후 '문재인 케어'가 갈 방향에 주요 변수가 될 거고요.

의료는 공공재인 만큼, 국민 건강과 의료계 현실을 함께 고려한 정책 검토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재인 케어 반대’ 의사협회 대규모 시위…왜?
    • 입력 2018-03-19 08:11:12
    • 수정2018-03-19 09:03:31
    아침뉴스타임
[앵커]

전국의 의사 대표들이 어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보건의료 정책이죠?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의사들이 이렇게 항의하는 이유가 뭔지, 친절한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정다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정 기자, 어서 오세요.

'문재인케어'와 관련해서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인데, 일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케어'의 내용부터 알아야 할 거 같아요?

[기자]
네, '문재인케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에 직접 발표했던 의료 대책입니다.

건강보험을 확대해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단 건데요.

목표는, 큰 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 부담 때문에 가정 생계가 파탄나는 일을 막겠다, 또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

크게 보면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앵커]
목표는 참 좋은 거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의사들이 왜 이렇게 항의를 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자]
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는 넓히고, 의료비 중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을 낮추겠단 거죠.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3%거든요?

그러니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경우에, 가령 치료비가 만 원이 나왔다면 이 중 6300원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가는 거고요, 3700원만 환자가 부담하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임기 안에 7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고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죠? '비급여 항목' 3800개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하겠다.

이렇게 방침을 정했습니다.

미용이랑 성형, 건강검진 정도만 빼고, <치료와 관련된 비급여 항목>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하니까요.

비싼 초음파나 MRI, 간병비도 환자 부담금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단 얘기죠.

[앵커]
환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얘기 아닌가요? 그런데 의사 단체에서 왜 이렇게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일단 의사들 주장은 경영이 악화돼서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고급 인력을 쓰려는 병원이 줄어들겠고요, 의사들의 외과 기피 현상도 심해질 거란 우려죠.

안 그래도 의사들이 이미 힘든 수술 하는 과를 기피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용이랑 성형만 비급여 항목을 유지하게 되니까요,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선호하는 의사만 늘어나지 않겠느냐, 이런 시각입니다.

특히 정부가 '의료수가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 항목만 늘리면 병원이 줄도산할 거란 말도 함께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료수가' 말이 좀 어려운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기자]
'의료수가'는 의료 행위를 제공한 대가로 의료인이 환자나 건보공단에서 받는 돈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의 의료수가는 정부에서 책정하죠.

문제는 이 수가가 치료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의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친단 겁니다.

의료계나 학계는 지금의 의료수가를 원가의 70%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요,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수가가 원가의 90%도 안 된다고 발표했죠.

일단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수가를 올리면 국민들이 내야 할 건강보험료도 올라가니까요,

수가를 올리는 게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거죠.

이 적자를 지금까진 사실 비급여 항목으로 메워 왔거든요?

비급여 항목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주로 인건비를 줄였습니다.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채용한다거나, 사람을 적게 뽑고 일을 오래 시키는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해 온 거죠.

그런데 정부가 비급여 항목을 대거 보험으로 돌린다고 하니까 병원마다 비상이 걸린 거예요.

의료수가부터 현실에 맞게 올리고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 넣어라. 이게 의사단체의 요구사항이고요,

정부도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료수가를 올리려면 국민들이 부담할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를지도 살펴봐야겠고, 병원의 경영난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네요.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내고 있다고요?

[기자]
네, 우선 의사들은 건강보험 재정이 금세 바닥날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들어갈 추가 예산을 30조 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의사들 생각은 좀 다릅니다.

병원비 부담이 줄면, 꼭 초음파 안 찍어도 될 환자도 초음파를 편하게 찍을 것이고 MRI 수요도 늘어날 거고요.

이렇게 되면 의료 소비 자체가 늘어서 재정이 파탄 날 거란 얘기죠.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다>고 내다봤고요,

지금 건강보험 적립금이 21조 원인데, 8년 뒤죠? 2026년에는 모두 소진될 거란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정부가 비급여 부담액을 잘못 계산하지 않았느냐는 의문과도 맞물려 있어요.

보건복지부가 2015년에 추산한 비급여 의료비 부담액이 1년에 13조 5천억 원인데요,

그런데 또 같은 보건복지부에서 2014년에 낸 국민보건계정 보고서를 보면, 비급여 본인부담금이 24조 9천억 원 정도로 나와 있거든요?

거의 두 배죠? 정부 안에서도 통계 결과가 엇갈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비급여 부담액을 제대로 추산해서, 건강보험에 포함할 비급여 항목 수를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거겠죠.

[앵커]
결국 의사단체의 불만이 커지면서 도심 집회까지 연 건데, 해결 조짐이 좀 있습니까?

[기자]
사실 의사단체랑 정부의 갈등은 점점 격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원래는 의사협회와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논의하기 위해서 만든 실무협의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죠.

그래서 의사협회 비대위가 총사퇴를 했고, 3월 5일 이후엔 협상 테이블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정부가 간이나 췌장 같은 상복부 초음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겠다, 이 계획을 행정예고했더니 여기에 반발해서 의사협회가 어제 집회를 연 거예요.

정부가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의사 13만 명이 모두 참여하는 총파업을 불사하겠다, 이런 강경한 입장도 보이고 있고요.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와 최대한 대화를 해 보겠단 원론적인 입장을 지키는 상황이고요.

국민건강보험 노조도 어제 집회를 열었는데, 국민들의 병원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서 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을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주에 의사협회장 선거가 있습니다.

최종 투표 결과는 23일 금요일에 나오는데요,

어떤 후보가 당선돼서 3년간 협회를 이끌어갈지가 향후 '문재인 케어'가 갈 방향에 주요 변수가 될 거고요.

의료는 공공재인 만큼, 국민 건강과 의료계 현실을 함께 고려한 정책 검토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