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풍요의 함정에 빠진 먹거리 이야기 ‘바나나 제국의 몰락’

입력 2018.04.06 (1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자:롭 던/출판사:반니저자:롭 던/출판사:반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식생활을 하고 있다. 풍요롭다는 것은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종류의 다양성에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특정 먹거리만 놓고 봤을 때는 다양성하고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나나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이다. 그런데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를 주름잡던 품종은 그로미셸이었다. 잘 나가던 그로미셸이 캐번디시에게 밀린 것은 파나마병 때문이었다. 곰팡이균에 의한 파나마병은 그로미셸 종을 멸종 위기로 몰고 갔고, 결국 병에 강한 캐번디시가 '바나나의 표준 품종'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번디시도 위기다. 진화한 신종 파나마병이 캐번디시 종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아직 캐번디시를 대체할 새 품종을 개발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식탁에서 바나나 구경하기가 힘들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응용생태학 교수인 저자 롭 던은 거대 농업기업들에 의해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똑같은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며 이런 식물 다양성의 감소가 위기의 진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바나나뿐만 아니라 19세기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감자 역병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단일 품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한다.

저자는 병충해의 확산 속도가 작물의 이동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데도 인류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병균은 너무 많다며 생물 다양성 확보가 위기 예방에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또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활동한 과학자들과 그들의 노력을 조명한다. '버려지는 음식 줄이기' 등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일상생활 속 실천 방안도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의 입은 자연을 위협하지만 동시에 자연에 의존한다"고….

저자:정승철/출판사:창비저자:정승철/출판사:창비

방송 출연자가 심한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문제 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차별주의자'라는 멍에를 안고 혹독한 대가를 치를 테지만 80년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981년 5월 16일 자 모 일간지에는 당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드라마「호랑이 선생님」에 대한 '안방 시청기'가 다음과 같이 실렸다.

"보다 좋은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들을 이겨나가야 할 것 같다. (중략) 교육적 효과라는 차원에서 보면 장승포에서 전학 온 '준철'의 사투리는 이제는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지방 학생의 특이한 사항이나 적응 과정을 그릴 때만큼은 사투리가 필요하겠지만 극 중 준철은 오래 시일이 흘러 학급을 주도할 정도의 인물이 된 지금 사투리가 얼마나 더 필요하겠는가."

2, 30대라면 잘 이해할 수 없겠지만 1980년대 우리 사회의 사투리에 대한 인식은 이랬다. 이런 대우를 받던 사투리가 요즘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으니 말하자면 사투리가 부흥기를 맞은 셈이다.

우리나라 방언 연구의 지평을 넓혀 온 저자는 표준어와 방언의 대결 구도를 사회문화사적으로 추적했다. 방언을 다룬 조선 시대 문헌부터 일제강점기 소설, 현대의 드라마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우리 문화 속 방언의 위상을 여러모로 살펴봤다.

저자는 표준어를 만들기 전만 해도 서울말과 방언이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 없이 존재했고 방언은 각 지역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언어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표준어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해 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저자는 사투리가 푸대접을 받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하면서 서울말과 지방어 사이에 위계가 생겨났고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국가 주도의 표준어 정책이 시행되자 방언은 교정 대상으로 억압받아왔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사투리는 '방송심의규정'을 통과해야 했고 '사투리 쓰지 않기 운동'을 피해 음지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고 말하며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문화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방언 사용 권리'가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도를 판가름하는 척도임을 지적하며 방언을 사용할 권리는 곧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역설한다. 다름이 차별이 돼서는 안 되며, 그 원칙은 일상의 언어에도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류승연/출판사:푸른숲저자:류승연/출판사:푸른숲

지하철에 발달장애인이 타면 당황하는 승객들이 있다. 발달장애인이 큰소리를 내거나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 불안해진 승객들은 시선을 돌리거나 몸을 피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장애인 보호자는 한 번 더 가슴앓이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편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승객들이 잘 알지 못해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발달장애인과 마주쳤을 때 담담하게 시선을 나누는 방법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아이가 머지않은 미래에 '동네 바보 형'이라 불리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까 두려워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 친구이자 동료, 이웃집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장애인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6년 11월부터 약 2년간 온라인 매체에 연재한 '동네 바보 형'을 새로 정리해 이 책을 내놓았는데, 책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발달장애인 아이를 키워온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이 가득 실려있다.

또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도 여실히 드러나 있는데, 장애 아이를 키우며 부딪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 놓은 책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의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책 끝에서 저자가 장애 아이 부모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는 인상적이다.

"이 길은 힘든 길이기에 축하해줄 수가 없다. 하지만 슬픔만 있는 길은 아니다. 이 세계에도 기쁨은 있고, 이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기쁨일 터이다. 그러니 나는 말한다. 괜찮다고.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되었어도 괜찮다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저자:위고 메르시에·당 스페르베르/출판사:생각연구소저자:위고 메르시에·당 스페르베르/출판사:생각연구소

현대 과학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정치·경제·사회 등 공적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겪는 숱한 문제들의 원인이 인간의 완전하지 못한 이성 때문이라는 걸 밝혀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성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의 근저에는 이성이 직관의 오류를 수정해 더 나은 신념과 의사결정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인지과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들은 이 같은 믿음에 대해 반박한다. 이성은 인간이 혼자서 더 나은 신념과 결정에 도달하는 것을 돕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성은 우리의 신념과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정당화할 때,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다른 사람이 제시한 견해와 논증을 평가할 때 우리를 돕는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즉 이성은 개인 차원의 인지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들이대는 현상도 언뜻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에 반하는 행동 같지만, 저자들이 내세우는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이성의 본질에 지극히 어울리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이성의 가설'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을 보이는지, 사실이 드러나도 왜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지, 당장 내려야 할 결정을 왜 뒤로 미루는지, 광신적인 집단적 추론이 왜 일어나는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살펴보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성에 대한 자신들의 독창적 해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사막 개미부터 최신의 인지과학,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대의 심리학 대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과 이론들을 놓고 흥미로운 지적 탐구를 한다. 그러면서 인류가 지금까지는 이성의 단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막연하게나마 단점을 깨닫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처 방법과 제도들을 잘 발전시키고 활용한다면 논쟁과 논증이 생산적으로 전개될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클라우스 슈밥/출판사:새로운현재저자:클라우스 슈밥/출판사:새로운현재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집행위원장이면서 이 책의 저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지난 2016년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정의, 4차 산업혁명의 명과 암, 새로운 글로벌 성장 동력 발굴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기술이 인류 공익을 위해 일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는데 이 책의 속편이 바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전작을 보완한다. 첫째, 혁신에 대한 관점을 기르고 새로운 기술, 글로벌 과제 등을 조망하여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둘째,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첨단소재, 적층가공기술, 생명공학, 가상현실, 증강현실, 우주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 12가지를 선정하고 최근 사례와 세계적 전문가의 관점을 집대성해, 독자들이 기술 핵심과 관리 체계에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18개월에 걸쳐 수천 명의 전문가와 기업 임원,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240명이 넘는 사상가들과의 심층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정리됐다. 슈밥은 이 같은 작업의 궁극적 목표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기술이 갖는 기회와 위험을 모두 살피면서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비관 대신 인류 공통의 이익을 위한 공동의 책임이 작동해야 함을 강조하는 데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새로 나온 책] 풍요의 함정에 빠진 먹거리 이야기 ‘바나나 제국의 몰락’
    • 입력 2018-04-06 18:00:39
    취재K
저자:롭 던/출판사:반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식생활을 하고 있다. 풍요롭다는 것은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종류의 다양성에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특정 먹거리만 놓고 봤을 때는 다양성하고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나나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이다. 그런데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를 주름잡던 품종은 그로미셸이었다. 잘 나가던 그로미셸이 캐번디시에게 밀린 것은 파나마병 때문이었다. 곰팡이균에 의한 파나마병은 그로미셸 종을 멸종 위기로 몰고 갔고, 결국 병에 강한 캐번디시가 '바나나의 표준 품종'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번디시도 위기다. 진화한 신종 파나마병이 캐번디시 종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아직 캐번디시를 대체할 새 품종을 개발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식탁에서 바나나 구경하기가 힘들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응용생태학 교수인 저자 롭 던은 거대 농업기업들에 의해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똑같은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며 이런 식물 다양성의 감소가 위기의 진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바나나뿐만 아니라 19세기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감자 역병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단일 품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한다.

저자는 병충해의 확산 속도가 작물의 이동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데도 인류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병균은 너무 많다며 생물 다양성 확보가 위기 예방에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또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활동한 과학자들과 그들의 노력을 조명한다. '버려지는 음식 줄이기' 등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일상생활 속 실천 방안도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의 입은 자연을 위협하지만 동시에 자연에 의존한다"고….

저자:정승철/출판사:창비
방송 출연자가 심한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문제 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차별주의자'라는 멍에를 안고 혹독한 대가를 치를 테지만 80년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981년 5월 16일 자 모 일간지에는 당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드라마「호랑이 선생님」에 대한 '안방 시청기'가 다음과 같이 실렸다.

"보다 좋은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들을 이겨나가야 할 것 같다. (중략) 교육적 효과라는 차원에서 보면 장승포에서 전학 온 '준철'의 사투리는 이제는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지방 학생의 특이한 사항이나 적응 과정을 그릴 때만큼은 사투리가 필요하겠지만 극 중 준철은 오래 시일이 흘러 학급을 주도할 정도의 인물이 된 지금 사투리가 얼마나 더 필요하겠는가."

2, 30대라면 잘 이해할 수 없겠지만 1980년대 우리 사회의 사투리에 대한 인식은 이랬다. 이런 대우를 받던 사투리가 요즘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으니 말하자면 사투리가 부흥기를 맞은 셈이다.

우리나라 방언 연구의 지평을 넓혀 온 저자는 표준어와 방언의 대결 구도를 사회문화사적으로 추적했다. 방언을 다룬 조선 시대 문헌부터 일제강점기 소설, 현대의 드라마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우리 문화 속 방언의 위상을 여러모로 살펴봤다.

저자는 표준어를 만들기 전만 해도 서울말과 방언이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 없이 존재했고 방언은 각 지역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언어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표준어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해 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저자는 사투리가 푸대접을 받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하면서 서울말과 지방어 사이에 위계가 생겨났고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국가 주도의 표준어 정책이 시행되자 방언은 교정 대상으로 억압받아왔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사투리는 '방송심의규정'을 통과해야 했고 '사투리 쓰지 않기 운동'을 피해 음지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고 말하며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문화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방언 사용 권리'가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도를 판가름하는 척도임을 지적하며 방언을 사용할 권리는 곧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역설한다. 다름이 차별이 돼서는 안 되며, 그 원칙은 일상의 언어에도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류승연/출판사:푸른숲
지하철에 발달장애인이 타면 당황하는 승객들이 있다. 발달장애인이 큰소리를 내거나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 불안해진 승객들은 시선을 돌리거나 몸을 피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장애인 보호자는 한 번 더 가슴앓이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편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승객들이 잘 알지 못해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발달장애인과 마주쳤을 때 담담하게 시선을 나누는 방법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아이가 머지않은 미래에 '동네 바보 형'이라 불리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까 두려워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 친구이자 동료, 이웃집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장애인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6년 11월부터 약 2년간 온라인 매체에 연재한 '동네 바보 형'을 새로 정리해 이 책을 내놓았는데, 책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발달장애인 아이를 키워온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이 가득 실려있다.

또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도 여실히 드러나 있는데, 장애 아이를 키우며 부딪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 놓은 책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의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책 끝에서 저자가 장애 아이 부모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는 인상적이다.

"이 길은 힘든 길이기에 축하해줄 수가 없다. 하지만 슬픔만 있는 길은 아니다. 이 세계에도 기쁨은 있고, 이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기쁨일 터이다. 그러니 나는 말한다. 괜찮다고.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되었어도 괜찮다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저자:위고 메르시에·당 스페르베르/출판사:생각연구소
현대 과학은 개인의 삶에서부터 정치·경제·사회 등 공적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겪는 숱한 문제들의 원인이 인간의 완전하지 못한 이성 때문이라는 걸 밝혀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성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의 근저에는 이성이 직관의 오류를 수정해 더 나은 신념과 의사결정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인지과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들은 이 같은 믿음에 대해 반박한다. 이성은 인간이 혼자서 더 나은 신념과 결정에 도달하는 것을 돕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성은 우리의 신념과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정당화할 때,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다른 사람이 제시한 견해와 논증을 평가할 때 우리를 돕는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즉 이성은 개인 차원의 인지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들이대는 현상도 언뜻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에 반하는 행동 같지만, 저자들이 내세우는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이성의 본질에 지극히 어울리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이성의 가설'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을 보이는지, 사실이 드러나도 왜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지, 당장 내려야 할 결정을 왜 뒤로 미루는지, 광신적인 집단적 추론이 왜 일어나는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살펴보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이성에 대한 자신들의 독창적 해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사막 개미부터 최신의 인지과학,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대의 심리학 대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과 이론들을 놓고 흥미로운 지적 탐구를 한다. 그러면서 인류가 지금까지는 이성의 단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막연하게나마 단점을 깨닫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처 방법과 제도들을 잘 발전시키고 활용한다면 논쟁과 논증이 생산적으로 전개될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클라우스 슈밥/출판사:새로운현재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집행위원장이면서 이 책의 저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지난 2016년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정의, 4차 산업혁명의 명과 암, 새로운 글로벌 성장 동력 발굴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기술이 인류 공익을 위해 일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는데 이 책의 속편이 바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전작을 보완한다. 첫째, 혁신에 대한 관점을 기르고 새로운 기술, 글로벌 과제 등을 조망하여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둘째,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첨단소재, 적층가공기술, 생명공학, 가상현실, 증강현실, 우주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 12가지를 선정하고 최근 사례와 세계적 전문가의 관점을 집대성해, 독자들이 기술 핵심과 관리 체계에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18개월에 걸쳐 수천 명의 전문가와 기업 임원,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240명이 넘는 사상가들과의 심층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정리됐다. 슈밥은 이 같은 작업의 궁극적 목표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기술이 갖는 기회와 위험을 모두 살피면서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비관 대신 인류 공통의 이익을 위한 공동의 책임이 작동해야 함을 강조하는 데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