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좋은 통일’은 무엇인가?…탈북민 통일학 박사

입력 2018.04.07 (08:21) 수정 2018.04.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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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남북관계를 남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바로 탈북민들입니다.

네, 누구보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을 텐데요.

탈북민 가운데 처음으로 통일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 있다죠?

네, 지금은 강단에 서고 있고 무엇보다 좋은 통일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단 극복과 탈북민과의 화합을 호소하고 있는 통일학 박사 주승현 교수를 이다솜 리포터와 만나보시죠.

[리포트]

인천 소래 포구 근처에 있는 한 서점입니다.

한가로운 오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책도 읽는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지역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이곳에선 매달 읽을거리를 추천합니다.

이달의 추천 도서는 탈북민에 관한 책입니다.

[이재필/서점 대표 : "동계올림픽 이후에 남북 화해 무드에서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탈북민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 이런 부분들을 좀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얼마 전 이 추천 도서를 읽은 정연정 씨.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탈북민 이웃들과의 관계를 깊이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정연정/서울시 구로구 : "(책에) 탈북민 아이들에 대한 얘기가 있어요. 해서 ‘이 아이들이 치유 받지 못한 상태로 (사회에) 나가면 아이들도 또 한국사회에도 불행한 일이 될 거다.’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이웃의 아이도 잘 커야 되고..."]

우리 주변의 탈북민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쓴 건 특별한 경력을 가진 탈북 청년인데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KBS 뉴스7’/2002년 2월 20일 : “무장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어젯밤 도라산역 북방 비무장지대를 통해 귀순해 한때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16년 전, 비무장지대에서 대남 방송 요원으로 근무하던 북한군인 한 명이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했습니다.

단 25분 만에 북한군 병사에서 귀순용사가 됐던 22살의 청년.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주승현 씹니다.

탈북민 출신의 첫 통일학 박사이기도 한데요.

그가 자신의 정착 과정 등을 담아 탈북민의 이야기를 묶어낸 이유는 뭘까요?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사실은 한반도 분단을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분단 사회에 살면서 분단을 망각한 사람들이 굉징히 많거든요.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 그리고 개인적인 어떤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단 극복이, 저는 분단국가의 최우선 과제야 되어야 한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목숨까지 걸었지만,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대한민국.

그는 책을 통해서 아직도 많은 탈북민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남북한이 문화도 다 다르고요. 언어도 사실은 한국에서는 굉장히 많은 외래어를 쓰지 않습니까? 일식집에서 채용이 돼서 일을 했었는데 월급이 굉장히 다른 사람보다 적었어요. 50만 원 이상 차이가 나서... 많은 탈북민들이 사실은 그 비슷한 차별을 겪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주승현 씨는 한국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데요.

오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초청돼 인천의 한 대학을 찾았습니다.

[이갑영/인천대 남북아카데미 원장 : "분단과 남북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도시기 때문에 시민들이 남북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넓게 또 친숙하게 느껴보라고 강좌를 마련한 겁니다."]

탈북민들의 탈북 과정에서부터 북한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현장감 있는 강의가 이어지는데요.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놀라운 것은 불이 문제가 아니고요. (북한에)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수강생들은 주승현 씨를 통해 사뭇 다른 관점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통일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정원철/변호사 : "어릴 때부터 북한에 대해서 뭐 수업시간에도 도덕시간에도 배우고 했는데 그것과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이제 시장경제가 많이 침투가 되어서 장마당이 생기고 북한 정부가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은정/재무설계사 : "‘통일을 해야 되면 어떻게 해야 되나, 어떤 점이 좋나’만 생각했는데 그 좋음보다는 ‘함께, 더불어, 같이’라는 생각을, ‘남한만이 아닌 북한과 함께 이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반성하게 됐습니다."]

탈북 병사에서 통일학 박사가 된 주승현 씨. 그는 책을 통해서, 또 강의를 통해서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마음의 벽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이자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합니다.

주승현 씨는 책과 강의에서 탈북민들을 항해 도중 재난을 만난 ‘조난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70년이 넘게 지속된 ‘분단’의 희생자라는 의미입니다.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탈북민들이 사실은 한국에 와서 남한에서 이제 여기 주민들하고 함께 사는 것부터가 통일의 실험인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실 탈북민들하고 잘 섞이거나 아니면 잘 화합하지 못하면 통일 이후에 북한 주민들하고 우리가 절대로 상생할 수 없는 것을 지금 먼저 온 탈북민들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의 이런 노력이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데요.

[정연정/서울시 구로구 : "이들의 처지를 보면서 ‘안됐다’, 이제 좀 동정을 넘어서야 되지 않을까, 왜냐면 내가 저 처지가 되지 않아서 난 다행이야(라기 보다) 지금은 운이 좋지만 나도 상황과 배경이 바뀌면 저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좋은 통일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리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탈북민 통일학 박사 주승현 씨.

반세기를 훌쩍 넘긴 분단 국가에 살지만 그것이 빚어낸 비극에는 점점 둔감해져 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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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좋은 통일’은 무엇인가?…탈북민 통일학 박사
    • 입력 2018-04-07 08:45:32
    • 수정2018-04-07 0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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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남북관계를 남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바로 탈북민들입니다.

네, 누구보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을 텐데요.

탈북민 가운데 처음으로 통일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 있다죠?

네, 지금은 강단에 서고 있고 무엇보다 좋은 통일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단 극복과 탈북민과의 화합을 호소하고 있는 통일학 박사 주승현 교수를 이다솜 리포터와 만나보시죠.

[리포트]

인천 소래 포구 근처에 있는 한 서점입니다.

한가로운 오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책도 읽는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지역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이곳에선 매달 읽을거리를 추천합니다.

이달의 추천 도서는 탈북민에 관한 책입니다.

[이재필/서점 대표 : "동계올림픽 이후에 남북 화해 무드에서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탈북민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 이런 부분들을 좀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얼마 전 이 추천 도서를 읽은 정연정 씨.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탈북민 이웃들과의 관계를 깊이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정연정/서울시 구로구 : "(책에) 탈북민 아이들에 대한 얘기가 있어요. 해서 ‘이 아이들이 치유 받지 못한 상태로 (사회에) 나가면 아이들도 또 한국사회에도 불행한 일이 될 거다.’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이웃의 아이도 잘 커야 되고..."]

우리 주변의 탈북민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쓴 건 특별한 경력을 가진 탈북 청년인데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KBS 뉴스7’/2002년 2월 20일 : “무장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어젯밤 도라산역 북방 비무장지대를 통해 귀순해 한때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16년 전, 비무장지대에서 대남 방송 요원으로 근무하던 북한군인 한 명이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했습니다.

단 25분 만에 북한군 병사에서 귀순용사가 됐던 22살의 청년.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주승현 씹니다.

탈북민 출신의 첫 통일학 박사이기도 한데요.

그가 자신의 정착 과정 등을 담아 탈북민의 이야기를 묶어낸 이유는 뭘까요?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사실은 한반도 분단을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분단 사회에 살면서 분단을 망각한 사람들이 굉징히 많거든요.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 그리고 개인적인 어떤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단 극복이, 저는 분단국가의 최우선 과제야 되어야 한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목숨까지 걸었지만,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대한민국.

그는 책을 통해서 아직도 많은 탈북민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남북한이 문화도 다 다르고요. 언어도 사실은 한국에서는 굉장히 많은 외래어를 쓰지 않습니까? 일식집에서 채용이 돼서 일을 했었는데 월급이 굉장히 다른 사람보다 적었어요. 50만 원 이상 차이가 나서... 많은 탈북민들이 사실은 그 비슷한 차별을 겪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주승현 씨는 한국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데요.

오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초청돼 인천의 한 대학을 찾았습니다.

[이갑영/인천대 남북아카데미 원장 : "분단과 남북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도시기 때문에 시민들이 남북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넓게 또 친숙하게 느껴보라고 강좌를 마련한 겁니다."]

탈북민들의 탈북 과정에서부터 북한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현장감 있는 강의가 이어지는데요.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놀라운 것은 불이 문제가 아니고요. (북한에)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수강생들은 주승현 씨를 통해 사뭇 다른 관점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통일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정원철/변호사 : "어릴 때부터 북한에 대해서 뭐 수업시간에도 도덕시간에도 배우고 했는데 그것과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이제 시장경제가 많이 침투가 되어서 장마당이 생기고 북한 정부가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은정/재무설계사 : "‘통일을 해야 되면 어떻게 해야 되나, 어떤 점이 좋나’만 생각했는데 그 좋음보다는 ‘함께, 더불어, 같이’라는 생각을, ‘남한만이 아닌 북한과 함께 이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반성하게 됐습니다."]

탈북 병사에서 통일학 박사가 된 주승현 씨. 그는 책을 통해서, 또 강의를 통해서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마음의 벽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이자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합니다.

주승현 씨는 책과 강의에서 탈북민들을 항해 도중 재난을 만난 ‘조난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70년이 넘게 지속된 ‘분단’의 희생자라는 의미입니다.

[주승현/전주기전대 교수/탈북민 : "탈북민들이 사실은 한국에 와서 남한에서 이제 여기 주민들하고 함께 사는 것부터가 통일의 실험인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실 탈북민들하고 잘 섞이거나 아니면 잘 화합하지 못하면 통일 이후에 북한 주민들하고 우리가 절대로 상생할 수 없는 것을 지금 먼저 온 탈북민들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의 이런 노력이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데요.

[정연정/서울시 구로구 : "이들의 처지를 보면서 ‘안됐다’, 이제 좀 동정을 넘어서야 되지 않을까, 왜냐면 내가 저 처지가 되지 않아서 난 다행이야(라기 보다) 지금은 운이 좋지만 나도 상황과 배경이 바뀌면 저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좋은 통일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리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탈북민 통일학 박사 주승현 씨.

반세기를 훌쩍 넘긴 분단 국가에 살지만 그것이 빚어낸 비극에는 점점 둔감해져 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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