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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日 스모 여성차별 여전!
입력 2018.04.14 (08:10) 수정 2018.04.14 (16:10) 특파원 리포트
스모 경기를 하는 도효(土俵) 위에 여성이 올라갈 수 없다는 일본 스모 협회의 '전통 고수(?)' 원칙을 놓고 일본에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2일 도쿄 신문은 일본 스모 협회가 지역에서 열리는 어린이 대상 홍보 행사에서 여자 어린이들은 배제하라는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시즈오카 시에서 열리는 '후지산 시즈오카 대회'에서는 매년 봄철 순회 경기 중 '어린이 스모' 행사(스모 선수들이 어린이들과 대결을 펼치고 지도하는)를 가졌는데, 지난해까지는 여자 어린이들도 참여했음에도 돌연 올해는 빼라고 한 것. 참가를 기대했던 여자 어린이들로부터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스모판(도효)에서 쓰러진 교토부 마이즈루 시의 시장을 응급처치하기 위해 도효에 오른 여성 관객을 상대로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라"고 수차례 방송을 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이번 조치로 일본 스모 협회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 스모 협회는 왜 이렇게 여성이 도효에 오르는 걸 꺼리는 걸까?

스모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일본 스모 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역사책인 고서기(712년)와 일본서기(720년)에 힘겨루기 등에 대한 신화가 실려 있어 기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씨름이 농번기 서민들의 놀이로 이어져 온 것과 달리 스모는 권력층의 스포츠로 일찍이 자리를 잡아왔다. 수확을 모두 마친 후 벌어지는 마츠리(축제)에 치러지는 의식의 하나로서, 또 궁정 행사의 하나로 수백 년간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8세기 헤이안 시대부터 천황이 있는 궁에서 스모를 보는 의식이 있었고, 연중행사로 치러졌다고 한다.

또 에도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스모를 직업으로 삼는 전문 '역사'들이 나왔고 전국적인 대회도 있었다고 하니 상당히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스모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스모의 원형도 이미 에도 시대에 거의 수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예를 들어 스모 경기가 이뤄지는 도효(土俵)에 오르는 의식, 천하장사인 요코즈나가 펼치는 의식 등은 옛 방식 그대로 펼쳐져 스모팬들에게 경기 외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모가 일본의 국기인 이유도 이처럼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신도의 영향으로 스모 도효를 지키는 신이 존재하고 이에 따른 의식을 행한다는 점, 또 심판도 일종의 신관으로서 위치 짓는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스포츠이면서도 종교적 색채까지 띤다는 면에서 일본 스모 협회가 "스모가 시작된 이후 여성은 도효에 오르지 않았다"는 원칙에 집착하는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도효에 오를 수 없다는 원칙이 과연 계속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단적인 예로 과거에는 여성이 스모 경기를 관람하는 것 자체도 금지됐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현재는 여성팬이 없다면 스모의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결국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스모 협회는 '프로' 스모를 관장해 도효에 여성이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마추어 경기를 주관하는 일본 스모 연맹 산하에는 여성 스모 경기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전통보다는 스포츠 정신을 더 중시한 결과다.

훈련 중인 여성 스모 선수들(시즈오카 현 스모연맹 페이스북에서)훈련 중인 여성 스모 선수들(시즈오카 현 스모연맹 페이스북에서)

고대 레슬링 경기장에 여성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과거 여성을 금지했던 영역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바뀌어 온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일본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오랜 전통(?) 아닌 전통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릴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이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IOC까지 나서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었다. 골프장은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기로 정책을 바꿨지만, 오랜 스모 협회의 고집은 이번에도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여자 어린아이는 금지하는가 하면, 효고 현 다카라즈카 시의 여성 시장이 지난 6일 지역 스모 대회의 개막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요청받고는 도효 위에서 하겠다고 정식 공문을 보냈지만, 스모협회는 이를 단박에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00년에도 여성인 후사에 오사카 지사가 도효 위에서 상을 수여하려다 '협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문제 제기는 됐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뭔가 잘못된 줄 알아도 뭐든 바뀌기 참 힘든 일본의 일면이다.
  • [특파원리포트]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日 스모 여성차별 여전!
    • 입력 2018-04-14 08:10:07
    • 수정2018-04-14 16:10:27
    특파원 리포트
스모 경기를 하는 도효(土俵) 위에 여성이 올라갈 수 없다는 일본 스모 협회의 '전통 고수(?)' 원칙을 놓고 일본에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2일 도쿄 신문은 일본 스모 협회가 지역에서 열리는 어린이 대상 홍보 행사에서 여자 어린이들은 배제하라는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시즈오카 시에서 열리는 '후지산 시즈오카 대회'에서는 매년 봄철 순회 경기 중 '어린이 스모' 행사(스모 선수들이 어린이들과 대결을 펼치고 지도하는)를 가졌는데, 지난해까지는 여자 어린이들도 참여했음에도 돌연 올해는 빼라고 한 것. 참가를 기대했던 여자 어린이들로부터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스모판(도효)에서 쓰러진 교토부 마이즈루 시의 시장을 응급처치하기 위해 도효에 오른 여성 관객을 상대로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라"고 수차례 방송을 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이번 조치로 일본 스모 협회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 스모 협회는 왜 이렇게 여성이 도효에 오르는 걸 꺼리는 걸까?

스모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일본 스모 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역사책인 고서기(712년)와 일본서기(720년)에 힘겨루기 등에 대한 신화가 실려 있어 기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씨름이 농번기 서민들의 놀이로 이어져 온 것과 달리 스모는 권력층의 스포츠로 일찍이 자리를 잡아왔다. 수확을 모두 마친 후 벌어지는 마츠리(축제)에 치러지는 의식의 하나로서, 또 궁정 행사의 하나로 수백 년간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8세기 헤이안 시대부터 천황이 있는 궁에서 스모를 보는 의식이 있었고, 연중행사로 치러졌다고 한다.

또 에도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스모를 직업으로 삼는 전문 '역사'들이 나왔고 전국적인 대회도 있었다고 하니 상당히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스모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스모의 원형도 이미 에도 시대에 거의 수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예를 들어 스모 경기가 이뤄지는 도효(土俵)에 오르는 의식, 천하장사인 요코즈나가 펼치는 의식 등은 옛 방식 그대로 펼쳐져 스모팬들에게 경기 외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모가 일본의 국기인 이유도 이처럼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신도의 영향으로 스모 도효를 지키는 신이 존재하고 이에 따른 의식을 행한다는 점, 또 심판도 일종의 신관으로서 위치 짓는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스포츠이면서도 종교적 색채까지 띤다는 면에서 일본 스모 협회가 "스모가 시작된 이후 여성은 도효에 오르지 않았다"는 원칙에 집착하는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도효에 오를 수 없다는 원칙이 과연 계속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단적인 예로 과거에는 여성이 스모 경기를 관람하는 것 자체도 금지됐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현재는 여성팬이 없다면 스모의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결국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스모 협회는 '프로' 스모를 관장해 도효에 여성이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마추어 경기를 주관하는 일본 스모 연맹 산하에는 여성 스모 경기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전통보다는 스포츠 정신을 더 중시한 결과다.

훈련 중인 여성 스모 선수들(시즈오카 현 스모연맹 페이스북에서)훈련 중인 여성 스모 선수들(시즈오카 현 스모연맹 페이스북에서)

고대 레슬링 경기장에 여성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과거 여성을 금지했던 영역이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바뀌어 온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일본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오랜 전통(?) 아닌 전통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릴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이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IOC까지 나서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었다. 골프장은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기로 정책을 바꿨지만, 오랜 스모 협회의 고집은 이번에도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여자 어린아이는 금지하는가 하면, 효고 현 다카라즈카 시의 여성 시장이 지난 6일 지역 스모 대회의 개막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요청받고는 도효 위에서 하겠다고 정식 공문을 보냈지만, 스모협회는 이를 단박에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00년에도 여성인 후사에 오사카 지사가 도효 위에서 상을 수여하려다 '협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문제 제기는 됐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뭔가 잘못된 줄 알아도 뭐든 바뀌기 참 힘든 일본의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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