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폼페이오가 달라졌어요”…미국의 속내는?

입력 2018.04.14 (13:22) 수정 2018.04.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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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북한 협상의 최대 쟁점 ‘CVID’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이 생경한 약어는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합니다. 미국은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기 때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이러한 원칙을 세웠고, 이 원칙은 2018년 4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CVID란 단어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미국이 패전국에나 강요할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협상의 출구를 막아버린다는 거죠. 북한은 그동안 CVID 정책에 반발해 오히려 미국 적대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조만간 열릴 북미 정상회담 협상의 최대 쟁점은 결국 이 CVID가 될 전망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청문회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청문회

■ “강경파 폼페이오가 달라졌어요”

북한과의 공식 협상 파트너,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북한에 CVID를 강하게 요구하는 대표적인 강경파입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슈퍼 매파'라고도 불립니다. 미국에서는 현지시각 12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당연히 모든 관심은 폼페이오의 입에 쏠렸죠.

그런데 5시간에 걸친 청문회에서 폼페이오는 단 한 번도 'CVID'란 핵심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북 강경파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이 북미 정상회담의 정확한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북핵의 위험을 완전히 없애고 검증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가드너 상원의원은 의아해 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유일한 목표가 CVID인지 확실히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폼페이오는 또 "이번 회담의 목표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돌려 말했습니다.

답답했던 가드너 의원. 이번엔 "그래서 우리의 목표가 CVID라는 거죠"라고 재차 확인합니다. 그제야 폼페이오는 "네 맞습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결국, 비핵화의 목표가 CVID란 점을 인정했지만, 굳이 본인 입으로는 단어를 내뱉지 않은 셈입니다. 폼페이오는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슈퍼 매파' 답지 않은 신중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김정은·트럼프김정은·트럼프

■ 달라진 미국 백악관 분위기…속내는 뭘까

더 흥미로운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CVID란 표현을 쓰진 않았습니다. 비핵화 (de-nuking, denuclearization)란 표현과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란 표현까진 썼지만 정작 핵심 용어인 CVID란 말을 쓰진 않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12일 "김정은과의 회담은 아주 멋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미국이 달라진 걸까요?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트럼프가 CVID를 언급하지 않은 건, 전문용어를 잘 쓰지 않는 습성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도 "평창 올림픽 이후 대화 국면이 시작되고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백악관의 태도가 유화적으로 바뀐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협상 전략을 연구해온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 또한 하나의 협상 전략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목표는 여전히 CVID이지만, 북한과의 대타협을 조속히 이뤄내기 위해서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북한도 변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의 업적을 추대하면서 핵보유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 또한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5주년을 기념하면서도 핵보유국 업적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또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략을 펼치고 있단 시각도 있습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 대화 국면이 무르익는 긍정적인 시그널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목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평행선에 있습니다. 한 발 한 발 태도를 바꿔가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결국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 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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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파 폼페이오가 달라졌어요”…미국의 속내는?
    • 입력 2018-04-14 13:22:46
    • 수정2018-04-14 18:52:17
    취재K
■ 미국과 북한 협상의 최대 쟁점 ‘CVID’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이 생경한 약어는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합니다. 미국은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기 때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이러한 원칙을 세웠고, 이 원칙은 2018년 4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CVID란 단어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미국이 패전국에나 강요할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협상의 출구를 막아버린다는 거죠. 북한은 그동안 CVID 정책에 반발해 오히려 미국 적대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조만간 열릴 북미 정상회담 협상의 최대 쟁점은 결국 이 CVID가 될 전망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청문회
■ “강경파 폼페이오가 달라졌어요”

북한과의 공식 협상 파트너,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북한에 CVID를 강하게 요구하는 대표적인 강경파입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슈퍼 매파'라고도 불립니다. 미국에서는 현지시각 12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당연히 모든 관심은 폼페이오의 입에 쏠렸죠.

그런데 5시간에 걸친 청문회에서 폼페이오는 단 한 번도 'CVID'란 핵심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북 강경파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이 북미 정상회담의 정확한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북핵의 위험을 완전히 없애고 검증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가드너 상원의원은 의아해 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유일한 목표가 CVID인지 확실히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폼페이오는 또 "이번 회담의 목표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돌려 말했습니다.

답답했던 가드너 의원. 이번엔 "그래서 우리의 목표가 CVID라는 거죠"라고 재차 확인합니다. 그제야 폼페이오는 "네 맞습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결국, 비핵화의 목표가 CVID란 점을 인정했지만, 굳이 본인 입으로는 단어를 내뱉지 않은 셈입니다. 폼페이오는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슈퍼 매파' 답지 않은 신중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김정은·트럼프
■ 달라진 미국 백악관 분위기…속내는 뭘까

더 흥미로운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CVID란 표현을 쓰진 않았습니다. 비핵화 (de-nuking, denuclearization)란 표현과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란 표현까진 썼지만 정작 핵심 용어인 CVID란 말을 쓰진 않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12일 "김정은과의 회담은 아주 멋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미국이 달라진 걸까요?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트럼프가 CVID를 언급하지 않은 건, 전문용어를 잘 쓰지 않는 습성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도 "평창 올림픽 이후 대화 국면이 시작되고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백악관의 태도가 유화적으로 바뀐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협상 전략을 연구해온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 또한 하나의 협상 전략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목표는 여전히 CVID이지만, 북한과의 대타협을 조속히 이뤄내기 위해서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북한도 변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의 업적을 추대하면서 핵보유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 또한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5주년을 기념하면서도 핵보유국 업적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또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략을 펼치고 있단 시각도 있습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 대화 국면이 무르익는 긍정적인 시그널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목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평행선에 있습니다. 한 발 한 발 태도를 바꿔가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결국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 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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