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남북정상회담 기대 속 납북 피해자 가족만 속앓이”

입력 2018.04.17 (19:00) 수정 2018.04.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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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65)씨는 15세 때 조업에 나간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봤다. 그 뒤로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야 아버지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뒤 끌려간 것을 알게 됐다. 최씨의 아버지는 3년 동안 잡혀있다가 공개 처형됐다.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에는 진전이 없어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체념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씨 아버지처럼 납북됐다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500명 이상에 달하며, 이중 100여명은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에 관해서 한국 정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3천835명의 남한 사람이 북한에 납치돼 이중 3천319명이 돌아오거나 탈출했다. 516명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최씨는 "이것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그동안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하면서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 놔뒀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가 다뤄지기를 원하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이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인권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납치는 수십 년간 북한 정권의 전략 중 하나였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60년대에 경제 부흥을 이끌 인적자본 확충 차원에서 수백 명의 남한 인사들을 납치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전 세계에 첩보원을 보내 남한의 전문가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

지난 16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타계한 원로배우 최은희와 신상옥 감독 커플 역시 홍콩에서 납치돼 한동안 북한에서 체제를 선전하는 영화를 찍어야 했다.

납북자 문제를 돕고 있는 김규호 목사는 "납북자 가족들은 최소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라도 알고 싶어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국민들을 다시 데려오는데 노력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1970∼1980년대 17명의 자국민이 북한에 납치된 뒤로 이들을 데려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일본 총리는 납북 피해자 가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통일부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으며, 이들의 생사 여부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를 비롯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최씨는 "정부는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짜증 나게 하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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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 “남북정상회담 기대 속 납북 피해자 가족만 속앓이”
    • 입력 2018-04-17 19:00:43
    • 수정2018-04-17 19: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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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65)씨는 15세 때 조업에 나간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봤다. 그 뒤로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야 아버지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뒤 끌려간 것을 알게 됐다. 최씨의 아버지는 3년 동안 잡혀있다가 공개 처형됐다.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에는 진전이 없어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체념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씨 아버지처럼 납북됐다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500명 이상에 달하며, 이중 100여명은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에 관해서 한국 정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3천835명의 남한 사람이 북한에 납치돼 이중 3천319명이 돌아오거나 탈출했다. 516명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최씨는 "이것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그동안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하면서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 놔뒀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가 다뤄지기를 원하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이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인권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납치는 수십 년간 북한 정권의 전략 중 하나였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60년대에 경제 부흥을 이끌 인적자본 확충 차원에서 수백 명의 남한 인사들을 납치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전 세계에 첩보원을 보내 남한의 전문가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

지난 16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타계한 원로배우 최은희와 신상옥 감독 커플 역시 홍콩에서 납치돼 한동안 북한에서 체제를 선전하는 영화를 찍어야 했다.

납북자 문제를 돕고 있는 김규호 목사는 "납북자 가족들은 최소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라도 알고 싶어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국민들을 다시 데려오는데 노력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1970∼1980년대 17명의 자국민이 북한에 납치된 뒤로 이들을 데려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일본 총리는 납북 피해자 가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통일부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으며, 이들의 생사 여부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를 비롯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최씨는 "정부는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짜증 나게 하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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