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온 장교가 성폭행 하겠느냐?” 피해자 두번 울리는 경찰

입력 2018.04.19 (06:20) 수정 2018.04.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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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았는데 "당신도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심정이 어떨까요?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성폭력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수사 관행이 여전합니다.

황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여성 A씨는 지난 1월 전 남자친구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의 수사에 기대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수치스러운 질문과 비난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 배석한 A 씨의 변호인이 수사관의 발언을 적은 내용입니다.

'4년제 대학 나온 장교가 그런 무모한 짓을 하겠느냐', '나도 관계를 해봤는데 바지를 끝까지 안 내리면 안 된다'며 거침이 없습니다.

'고소인 여성도 문제가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타박까지 합니다.

[A 씨/음성변조 : "답답하고 억울하죠. 자꾸만 본인 주관이 계속 개입되는 느낌이 들어서 '뭘 해도 말이 안 통하겠구나' 그런 기분이었어요."]

경찰은 양측의 말이 다른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 파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모든 사항이 우리가 다 올바른 질문이었고 필요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부득이하게 그 행위에 대해서 다시 물어볼 수 밖에,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거든요."]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성폭력 고소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사기관의 세심한 배려입니다.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장 : "'경찰조차도 이 폭력 문제를 이렇게밖에 못 바라보나?' 이런 데서 좌절감, 분노 이런 것들을 느끼게 되는 거죠."]

지난 13일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분쟁에서 피해자의 두려움과 성적 수치심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기준을 내놨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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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나온 장교가 성폭행 하겠느냐?” 피해자 두번 울리는 경찰
    • 입력 2018-04-19 06:22:11
    • 수정2018-04-19 06: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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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았는데 "당신도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심정이 어떨까요?

여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성폭력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수사 관행이 여전합니다.

황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여성 A씨는 지난 1월 전 남자친구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의 수사에 기대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수치스러운 질문과 비난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 배석한 A 씨의 변호인이 수사관의 발언을 적은 내용입니다.

'4년제 대학 나온 장교가 그런 무모한 짓을 하겠느냐', '나도 관계를 해봤는데 바지를 끝까지 안 내리면 안 된다'며 거침이 없습니다.

'고소인 여성도 문제가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타박까지 합니다.

[A 씨/음성변조 : "답답하고 억울하죠. 자꾸만 본인 주관이 계속 개입되는 느낌이 들어서 '뭘 해도 말이 안 통하겠구나' 그런 기분이었어요."]

경찰은 양측의 말이 다른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 파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모든 사항이 우리가 다 올바른 질문이었고 필요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부득이하게 그 행위에 대해서 다시 물어볼 수 밖에,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거든요."]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성폭력 고소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사기관의 세심한 배려입니다.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상담소장 : "'경찰조차도 이 폭력 문제를 이렇게밖에 못 바라보나?' 이런 데서 좌절감, 분노 이런 것들을 느끼게 되는 거죠."]

지난 13일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분쟁에서 피해자의 두려움과 성적 수치심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기준을 내놨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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