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뒷돈’ 오간 아파트 부실 보수 공사

입력 2018.04.19 (08:30) 수정 2018.04.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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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파트도 오래되면 외벽 도색같이 손 볼 곳이 많아지죠.

규모가 큰 만큼 공사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사비는 모두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데, 이게 어떻게 쓰이는지 혹시 관심을 가져보신 적 있으신가요.

외벽 도색을 새로 한 아파트인데, 얼마 못 가 칠이 벗겨지는 등 부실 공사투성이였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6억 원 짜리 공사인데, 실제로 공사비로는 절반도 안되는 6억 5천만 원을 썼습니다.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4년 전에 외벽 도색을 했는데, 벌써 페인트칠이 여기저기 벗겨져 있습니다.

[피해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더울 때 문 열어 놓으면 가루가 떨어지는 게 있어서 이게 바람에 흩날려서 집안으로 들어와요. 밤에 좀 흉가 같은, 폐가 같은 느낌이 많이 들고……."]

도색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자는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페인트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유현순/피해 아파트 주민 : "여기 딱 보이죠. 이것이 벌써 들떠서 떨어진 현상이에요. 여기도 보면 이렇게 금이 가 있잖아요. 모든 동에서 이런 현상이 있다고 보시면 돼요."]

주민들은 외벽 색칠을 할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공사 과정이 한눈에 보기에도 허술했다는 건데요.

[유현순/피해 아파트 주민 : "주민들이 다니면서 여기 문제가 있으니까 확실하게 다시 칠해달라고 부탁해도 들은 척도 안 해요. 반장한테도 얘기하고 거기 소장인가 책임자한테도 얘기했는데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들은 척도 안 하니까……."]

참다못한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공사도 빨리 진행됐습니다.

[유현순/피해 아파트 주민 : "3,710세대 33동을 다 칠하는데 3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거든요. 그때는 또 장마철이었어요. 비가 오는 데도 페인트 작업을 하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심지어 입구에 몇 동인지를 표시하는 글자가 없거나 아파트 상징 마크를 빼먹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경찰에 수사를 해달라며 탄원서를 냈습니다.

[구미숙/피해 아파트 주민 : "이 도색 공사에 대해서 비리에 연루돼 있는 거 같다.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의혹에 대해서 수사를 좀 해달라."]

또 다른 아파트 단지도 같은 업체에 아파트 보수 공사를 맡겼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피해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너무나 날림으로 빨리빨리 진행됐고, 7동 주차장 공사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14동 하고 있는데 7동에서 벌써 하자가 발생되는 거예요."]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고, 페인트칠을 한 곳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부실 공사의 원인이 드러납니다.

["저희가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았어요. 혐의는 일단 담합하고 무등록업자한테 하청 준거요."]

경찰 수사 결과, 공사를 맡은 업체는 직접 시공을 하지 않고, 무허가 업체에 하청을 줬습니다.

또 이 무허가 하청 업체는 단가를 낮춰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는, 하청에 재하청 구조였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하도급 업자들은 자격증이 없습니다. (수주받은 건설) 회사의 조끼나 명함을 가지고 회사 직원으로 등록해서 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도급이 이어지면서 실제 공사에 투입된 비용도 절반 이하로 터무니없이 낮아졌습니다.

실제 공사비가 적다 보니 공사도 부실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페인트를 한 번, 두 번, 세 번을 칠해야 될 거를 한 번을 칠하게 함으로써 그 피해는 순수하게 피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하청 업자/음성변조 : "로비로 해서 딴 공사들은 금액 자체가 그냥 최저가, 금액이 아주 바닥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공사를 해달라고 우리한테 맡기는 거죠."]

아파트 동대표와 관리사무소도 부실 공사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적게는 1백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까지 건설업체에서 뒷돈을 받고, 입찰 단계에서부터 편의를 제공해온 겁니다.

주민들이 부실 공사에 대해 항의를 하는데도 묵묵부답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동대표와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로비를 담당하는 건설업체 영업 전무가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동대표를 통해서 사전에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고, 뇌물을 준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동대표들이나 관리사무소에 로비를 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2012년부터 4년여 동안 수도권 110여 개 아파트에서 따낸 공사비만 17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원청업체의 의무는 소홀했습니다.

불공정한 계약서를 하청업체에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원청 업체에서 하자를 보수해줘야 하는데 자신들이 직접 하지 않고 하청 업자에게 1, 2년간 책임지게 하는 계약서를 받는 등 불공정행위까지 드러났습니다."]

[하청 업자/음성변조 : "(원청 업체가) 책임진다는 말은 하나도 없고 전부 하도 업자가 책임지는 것으로 그렇게 되어있고 (거부하면) 공사를 안 줘버리니까 그리고 소문 내버리고 하니까……."]

주민들은 믿었던 동 대표와 관리사무소가 입찰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소식에 배신감이 컸습니다.

[구미숙/피해 아파트 주민 : "관리사무소라고 하면 우리가 챙기지 않아도 우리 돈을 잘 집행해주고 아파트 관리를 잘하겠거니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돈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배신감도 느껴지고...."]

경찰은 도색전문업체 임직원 등 86명을 입찰담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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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뒷돈’ 오간 아파트 부실 보수 공사
    • 입력 2018-04-19 08:40:29
    • 수정2018-04-19 08: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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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파트도 오래되면 외벽 도색같이 손 볼 곳이 많아지죠.

규모가 큰 만큼 공사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사비는 모두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데, 이게 어떻게 쓰이는지 혹시 관심을 가져보신 적 있으신가요.

외벽 도색을 새로 한 아파트인데, 얼마 못 가 칠이 벗겨지는 등 부실 공사투성이였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6억 원 짜리 공사인데, 실제로 공사비로는 절반도 안되는 6억 5천만 원을 썼습니다.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4년 전에 외벽 도색을 했는데, 벌써 페인트칠이 여기저기 벗겨져 있습니다.

[피해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더울 때 문 열어 놓으면 가루가 떨어지는 게 있어서 이게 바람에 흩날려서 집안으로 들어와요. 밤에 좀 흉가 같은, 폐가 같은 느낌이 많이 들고……."]

도색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자는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페인트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유현순/피해 아파트 주민 : "여기 딱 보이죠. 이것이 벌써 들떠서 떨어진 현상이에요. 여기도 보면 이렇게 금이 가 있잖아요. 모든 동에서 이런 현상이 있다고 보시면 돼요."]

주민들은 외벽 색칠을 할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공사 과정이 한눈에 보기에도 허술했다는 건데요.

[유현순/피해 아파트 주민 : "주민들이 다니면서 여기 문제가 있으니까 확실하게 다시 칠해달라고 부탁해도 들은 척도 안 해요. 반장한테도 얘기하고 거기 소장인가 책임자한테도 얘기했는데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들은 척도 안 하니까……."]

참다못한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공사도 빨리 진행됐습니다.

[유현순/피해 아파트 주민 : "3,710세대 33동을 다 칠하는데 3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거든요. 그때는 또 장마철이었어요. 비가 오는 데도 페인트 작업을 하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심지어 입구에 몇 동인지를 표시하는 글자가 없거나 아파트 상징 마크를 빼먹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경찰에 수사를 해달라며 탄원서를 냈습니다.

[구미숙/피해 아파트 주민 : "이 도색 공사에 대해서 비리에 연루돼 있는 거 같다.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의혹에 대해서 수사를 좀 해달라."]

또 다른 아파트 단지도 같은 업체에 아파트 보수 공사를 맡겼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피해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너무나 날림으로 빨리빨리 진행됐고, 7동 주차장 공사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14동 하고 있는데 7동에서 벌써 하자가 발생되는 거예요."]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고, 페인트칠을 한 곳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부실 공사의 원인이 드러납니다.

["저희가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았어요. 혐의는 일단 담합하고 무등록업자한테 하청 준거요."]

경찰 수사 결과, 공사를 맡은 업체는 직접 시공을 하지 않고, 무허가 업체에 하청을 줬습니다.

또 이 무허가 하청 업체는 단가를 낮춰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는, 하청에 재하청 구조였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하도급 업자들은 자격증이 없습니다. (수주받은 건설) 회사의 조끼나 명함을 가지고 회사 직원으로 등록해서 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도급이 이어지면서 실제 공사에 투입된 비용도 절반 이하로 터무니없이 낮아졌습니다.

실제 공사비가 적다 보니 공사도 부실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페인트를 한 번, 두 번, 세 번을 칠해야 될 거를 한 번을 칠하게 함으로써 그 피해는 순수하게 피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하청 업자/음성변조 : "로비로 해서 딴 공사들은 금액 자체가 그냥 최저가, 금액이 아주 바닥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공사를 해달라고 우리한테 맡기는 거죠."]

아파트 동대표와 관리사무소도 부실 공사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적게는 1백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까지 건설업체에서 뒷돈을 받고, 입찰 단계에서부터 편의를 제공해온 겁니다.

주민들이 부실 공사에 대해 항의를 하는데도 묵묵부답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동대표와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로비를 담당하는 건설업체 영업 전무가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동대표를 통해서 사전에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고, 뇌물을 준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동대표들이나 관리사무소에 로비를 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2012년부터 4년여 동안 수도권 110여 개 아파트에서 따낸 공사비만 17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원청업체의 의무는 소홀했습니다.

불공정한 계약서를 하청업체에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규희/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3계장 : "원청 업체에서 하자를 보수해줘야 하는데 자신들이 직접 하지 않고 하청 업자에게 1, 2년간 책임지게 하는 계약서를 받는 등 불공정행위까지 드러났습니다."]

[하청 업자/음성변조 : "(원청 업체가) 책임진다는 말은 하나도 없고 전부 하도 업자가 책임지는 것으로 그렇게 되어있고 (거부하면) 공사를 안 줘버리니까 그리고 소문 내버리고 하니까……."]

주민들은 믿었던 동 대표와 관리사무소가 입찰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소식에 배신감이 컸습니다.

[구미숙/피해 아파트 주민 : "관리사무소라고 하면 우리가 챙기지 않아도 우리 돈을 잘 집행해주고 아파트 관리를 잘하겠거니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돈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배신감도 느껴지고...."]

경찰은 도색전문업체 임직원 등 86명을 입찰담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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