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곳 중 하나”…북미회담 어디서 하나?

입력 2018.04.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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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곳 중 하나”…북미회담 어디서 하나?

트럼프 “5곳 중 하나”…북미회담 어디서 하나?

1. 회담 장소가 곧 회담 이미지·성패 갈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과연 어디에서 개최될지가 관심사입니다.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회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장소부터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가 결정돼야 시기와 의전, 경호 등의 실무회담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가 간에 첨예한 이슈를 놓고 회담을 할 때는 회담 장소를 정하는 단계부터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곤 합니다. 스포츠 경기도 홈에서 하는지 원정경기인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것처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민감한 사안을 두고 다투고 있을 때는 회담 당사국이 아닌 제3국, 특히 중립국에서 회담을 열기도 합니다.

2. 회담 장소 선정 기준은?

회담 장소를 정할 때는 경호와 의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군 통수권자인 국가의 정상끼리 만나는 만큼, 최고 수준의 경호와 의전이 동원되는데요. 국가 정상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회담 개최를 꺼리는 편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장소가 주는 이미지가 고려되는데요. 회담 개최지가 역사적 의의가 있거나, 회담 당사국 모두가 공평하다고 판단하는 장소를 고르게 됩니다.
오는 6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회담도 개최장소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아직 장소를 정하지 않았지만 5곳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미국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언론보도와 외교소식통의 전언을 종합하면 5곳은 아마도 평양, 판문점, 제주도, 몽골 울란바토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추정됩니다.

3. 트럼프 평양 방문?

평양의 경우,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알려져있습니다. 북한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도 평양을 주장한바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대규모의 경호 인력을 대동하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 내부에 미국의 존재감을 알리고 본인도 '평양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어 선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 행정부 내에서는 경호 문제를 들어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공격받을 수도 있고, 도청당할 수도 있는 적성국가 한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들어가는 건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까지 갔는데,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4. 한반도 분단의 상징 판문점? 평화의 섬 제주도?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리면, 북한과 미국 모두 골치 아픈 경호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남북의 경계점이기 때문에 양국 군대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고, 장소 자체도 민간으로부터 통제된 공간이기 때문에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전쟁이 중단됐던 장소에서 다시 평화를 논의한다는데 의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판문점이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기회라고 보고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변에 "북한을 배려한 형태로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판문점이 유력한 장소로 꼽힙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북한도, 미국도 판문점을 매력적인 장소로 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판문점에서 개최될 경우 북미회담 자체에 대한 의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제주도도 채택 가능성이 낮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회담 장소와 공항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섬이기 때문에 비상 탈출로 확보가 힘들다는 경호상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양국 모두 꺼릴 것으로 보입니다.

5. 김정은, 몽골 울란바토르행 기차 탈까?

또 하나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로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가 꼽힙니다. 먼저, 제3국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적고, 회담 자체의 의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또 북한으로서는 우방국인 데다가 육로로 이동할 수 있어 심리적 거리가 가깝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몽골이 1992년 독자적으로 비핵국가를 선포하고, 북핵 문제를 다루는 '울란바토르 안보 대화'를 진행하는 등 비핵화의 상징성을 담보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중재국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이 변수입니다.


6. 북한엔 너무 먼 서방

이번 북미회담 장소 선정에서 독특한 점은 북한 비행기의 성능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소 행보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나라도 몽골 같은 제3국으로서의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전용기의 성능상 제약 등으로 인해 장거리 비행보다는 육로로 이동이 가능한 곳을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북한의 지도자들은 대대로 광폭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주로 국내 정치에 몰두하는 '은둔형'에 가까웠기 때문에 서방세계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해도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겁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와 판문점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7. 역사에 길이 남을 회담되길

역사적으로 의미깊은 회담은 그 장소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회담이 바로 1989년 지중해 몰타 공화국에서 열린 미소정상회담입니다.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만나 사실상의 냉전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미소는 핵무기 감축을 하기로 약속했고, 미국은 소련의 경제 개혁정책을 지원하기로 했죠. 몰타 회담은 냉전 종식의 상징이 됐고, 평화의 실마리를 풀어낸 역사적인 회담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제2의 몰타회담이 되려면 장소선정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어온 핵무기와 ICBM을 판 돈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거대한 도박을 시작한 셈입니다. 북한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시작하는 회담인 만큼 장소 선정부터 의제 설정까지 그야말로 가장 치열하게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곳에서 개최되건,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북미 정상회담이 제2의 몰타회담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내실있게 진행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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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5곳 중 하나”…북미회담 어디서 하나?
    • 입력 2018-04-19 10:29:34
    취재K
1. 회담 장소가 곧 회담 이미지·성패 갈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과연 어디에서 개최될지가 관심사입니다.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회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장소부터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가 결정돼야 시기와 의전, 경호 등의 실무회담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가 간에 첨예한 이슈를 놓고 회담을 할 때는 회담 장소를 정하는 단계부터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곤 합니다. 스포츠 경기도 홈에서 하는지 원정경기인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것처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민감한 사안을 두고 다투고 있을 때는 회담 당사국이 아닌 제3국, 특히 중립국에서 회담을 열기도 합니다.

2. 회담 장소 선정 기준은?

회담 장소를 정할 때는 경호와 의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군 통수권자인 국가의 정상끼리 만나는 만큼, 최고 수준의 경호와 의전이 동원되는데요. 국가 정상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회담 개최를 꺼리는 편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장소가 주는 이미지가 고려되는데요. 회담 개최지가 역사적 의의가 있거나, 회담 당사국 모두가 공평하다고 판단하는 장소를 고르게 됩니다.
오는 6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회담도 개최장소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아직 장소를 정하지 않았지만 5곳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미국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언론보도와 외교소식통의 전언을 종합하면 5곳은 아마도 평양, 판문점, 제주도, 몽골 울란바토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추정됩니다.

3. 트럼프 평양 방문?

평양의 경우,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알려져있습니다. 북한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도 평양을 주장한바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대규모의 경호 인력을 대동하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 내부에 미국의 존재감을 알리고 본인도 '평양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어 선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 행정부 내에서는 경호 문제를 들어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공격받을 수도 있고, 도청당할 수도 있는 적성국가 한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들어가는 건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까지 갔는데,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4. 한반도 분단의 상징 판문점? 평화의 섬 제주도?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리면, 북한과 미국 모두 골치 아픈 경호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남북의 경계점이기 때문에 양국 군대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고, 장소 자체도 민간으로부터 통제된 공간이기 때문에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전쟁이 중단됐던 장소에서 다시 평화를 논의한다는데 의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판문점이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기회라고 보고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변에 "북한을 배려한 형태로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판문점이 유력한 장소로 꼽힙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북한도, 미국도 판문점을 매력적인 장소로 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판문점에서 개최될 경우 북미회담 자체에 대한 의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제주도도 채택 가능성이 낮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회담 장소와 공항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섬이기 때문에 비상 탈출로 확보가 힘들다는 경호상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양국 모두 꺼릴 것으로 보입니다.

5. 김정은, 몽골 울란바토르행 기차 탈까?

또 하나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로는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가 꼽힙니다. 먼저, 제3국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적고, 회담 자체의 의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또 북한으로서는 우방국인 데다가 육로로 이동할 수 있어 심리적 거리가 가깝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몽골이 1992년 독자적으로 비핵국가를 선포하고, 북핵 문제를 다루는 '울란바토르 안보 대화'를 진행하는 등 비핵화의 상징성을 담보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중재국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이 변수입니다.


6. 북한엔 너무 먼 서방

이번 북미회담 장소 선정에서 독특한 점은 북한 비행기의 성능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소 행보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나라도 몽골 같은 제3국으로서의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전용기의 성능상 제약 등으로 인해 장거리 비행보다는 육로로 이동이 가능한 곳을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북한의 지도자들은 대대로 광폭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주로 국내 정치에 몰두하는 '은둔형'에 가까웠기 때문에 서방세계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해도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겁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와 판문점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7. 역사에 길이 남을 회담되길

역사적으로 의미깊은 회담은 그 장소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회담이 바로 1989년 지중해 몰타 공화국에서 열린 미소정상회담입니다.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만나 사실상의 냉전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미소는 핵무기 감축을 하기로 약속했고, 미국은 소련의 경제 개혁정책을 지원하기로 했죠. 몰타 회담은 냉전 종식의 상징이 됐고, 평화의 실마리를 풀어낸 역사적인 회담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제2의 몰타회담이 되려면 장소선정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어온 핵무기와 ICBM을 판 돈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거대한 도박을 시작한 셈입니다. 북한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시작하는 회담인 만큼 장소 선정부터 의제 설정까지 그야말로 가장 치열하게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곳에서 개최되건,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북미 정상회담이 제2의 몰타회담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내실있게 진행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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