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한 ‘냉각탑 폭파’…이번엔 생중계할까?

입력 2018.04.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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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한 ‘냉각탑 폭파’…이번엔 생중계할까?

아직도 생생한 ‘냉각탑 폭파’…이번엔 생중계할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를 공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음 달 북한의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자는 데 합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늘(29일)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즉시 환영했고, 양 정상은 준비되는 대로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북부 핵실험장이란 바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해 9월 3일 핵실험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폐기의 대상은 1차 핵실험 때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1번 갱도와 6차 핵실험으로 붕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2번 갱도가 아닌 3~4번 갱도로 점쳐지고 있다.

핵실험장 폐기, 10년전 '냉각탑 폭파' 연상

북한은 이미 10년 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공개한 바 있다.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미국 CNN과 한국 방송사 등 6자 회담 참가국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시켰다.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면서 미국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절차에 착수했고, 북한이 핵 불능화 대상이던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라는 이벤트로 미국의 조처에 화답한 것이다.

당시 한미 정보당국은 냉각탑 수증기 유무를 인공위성으로 관찰해 영변 원자로 가동 여부를 판단해 왔기 때문에 냉각탑은 북한 핵 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였다.

일부 '정치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냉각탑이 거대한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반도가 비핵화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을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냉각탑 폭파 장면은 폭파 후 수 시간 뒤에 전 세계에 녹화 중계됐다. 영변 지역에 위성을 송출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국 방송사들은 당시 북한 내 위성 송출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었던 평양으로 녹화 테이프를 가져온 뒤에야 방송할 수 있었다.



북한, 진정성 보이려 핵실험장 폐기 생중계로?

이번엔 핵실험장 폐기 장면이 생중계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선 생중계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위성 송출 기술이 발전해 간단한 장비로도 생중계가 가능해진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핵실험장 폐기'는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를 하기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과시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했던 '구체적 행동'을 이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성사된 직후인 지난달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구체적 행동을 보지 않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실험장 폐기는 '냉각탑 폭파'와 무게감 달라

일각에선 이번에도 '정치쇼'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년 전 북한이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공개하고도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노후화된 곳"이라며 "너무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으로 이미 붕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것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이유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과학기술대 원롄싱 교수 연구진은 6차 핵실험의 폭발력으로 직경 200m 크기의 공간이 생기고 바위와 산등성이 등이 부서져 함몰됐다고 분석했다.중국과학기술대 원롄싱 교수 연구진은 6차 핵실험의 폭발력으로 직경 200m 크기의 공간이 생기고 바위와 산등성이 등이 부서져 함몰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시 냉각탑은 2007년 북핵 2·13 합의에 따른 불능화 조치의 일환으로 내열제와 증발장치 등이 이미 제거돼 용도 폐기된 '빈 껍데기' 상태였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일부 갱도가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에게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해 일부에서 지적하는 '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북측은 한국 언론을 비롯해 외부 언론에서 나오는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를 4.27 당일에 하지 않은 것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합의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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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생생한 ‘냉각탑 폭파’…이번엔 생중계할까?
    • 입력 2018-04-29 17:35:38
    취재K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를 공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음 달 북한의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자는 데 합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늘(29일)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즉시 환영했고, 양 정상은 준비되는 대로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북부 핵실험장이란 바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말하는 것으로 지난해 9월 3일 핵실험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폐기의 대상은 1차 핵실험 때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1번 갱도와 6차 핵실험으로 붕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2번 갱도가 아닌 3~4번 갱도로 점쳐지고 있다.

핵실험장 폐기, 10년전 '냉각탑 폭파' 연상

북한은 이미 10년 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공개한 바 있다.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미국 CNN과 한국 방송사 등 6자 회담 참가국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시켰다.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면서 미국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절차에 착수했고, 북한이 핵 불능화 대상이던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라는 이벤트로 미국의 조처에 화답한 것이다.

당시 한미 정보당국은 냉각탑 수증기 유무를 인공위성으로 관찰해 영변 원자로 가동 여부를 판단해 왔기 때문에 냉각탑은 북한 핵 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였다.

일부 '정치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냉각탑이 거대한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반도가 비핵화를 향해 내딛는 첫걸음을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냉각탑 폭파 장면은 폭파 후 수 시간 뒤에 전 세계에 녹화 중계됐다. 영변 지역에 위성을 송출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국 방송사들은 당시 북한 내 위성 송출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었던 평양으로 녹화 테이프를 가져온 뒤에야 방송할 수 있었다.



북한, 진정성 보이려 핵실험장 폐기 생중계로?

이번엔 핵실험장 폐기 장면이 생중계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선 생중계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위성 송출 기술이 발전해 간단한 장비로도 생중계가 가능해진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핵실험장 폐기'는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를 하기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과시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했던 '구체적 행동'을 이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성사된 직후인 지난달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구체적 행동을 보지 않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실험장 폐기는 '냉각탑 폭파'와 무게감 달라

일각에선 이번에도 '정치쇼'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년 전 북한이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공개하고도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노후화된 곳"이라며 "너무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으로 이미 붕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것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이유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과학기술대 원롄싱 교수 연구진은 6차 핵실험의 폭발력으로 직경 200m 크기의 공간이 생기고 바위와 산등성이 등이 부서져 함몰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시 냉각탑은 2007년 북핵 2·13 합의에 따른 불능화 조치의 일환으로 내열제와 증발장치 등이 이미 제거돼 용도 폐기된 '빈 껍데기' 상태였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일부 갱도가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에게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해 일부에서 지적하는 '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북측은 한국 언론을 비롯해 외부 언론에서 나오는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를 4.27 당일에 하지 않은 것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합의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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