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 아이들 “게임학원 다녀요”

입력 2018.05.02 (06:08) 수정 2018.05.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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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 아이들 “게임학원 다녀요”

‘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 아이들 “게임학원 다녀요”

오는 6월 한국e스포츠협회가 위치한 건물에 반가운 장소가 문을 연다. 한국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드디어 개장하는 것이다. 전체 180평 크기의 전시장은 국내에서 배출한 e스포츠 스타 관련 전시품과 한국 e스포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콘텐츠로 꾸며질 예정이다.

게임을 매개체로 PC와 모바일 등 전자장비를 활용해 지적능력과 신체적능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만들 정도로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세계 e스포츠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1세대인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이제는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이하 '롤')와 '오버워치(OVERWATCH)'까지 한국 e스포츠는 축구로 치면 언제나 우승권에 속하는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e스포츠

현재 한국 e스포츠의 중심에는 세계 e스포츠의 최고 스타라고 할 수 있는 SKT T1의 '페이커' 이상혁이 있다. 18살이던 2013년 새로 창단한 SKT T1과 함께 '롤' 프로리그에 데뷔한 이상혁은 2013년 롤드컵에서 팀의 첫 우승을 이끌며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정상급 e스포츠 선수로 꼽히는 SKT T1 ‘페이커’ 이상혁 세계 최정상급 e스포츠 선수로 꼽히는 SKT T1 ‘페이커’ 이상혁

'롤드컵'은 롤이라는 게임에서 1년 1번 열리는 게임대회로 축구로 치면 월드컵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이벤트다. 이상혁은 소속팀인 SKT T1과 함께 201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매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면서 e스포츠 팬이라면 '페이커'라는 이름 석자를 다 알 정도의 스타가 됐다.

특히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페이커'는 주목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CNN이나 ESPN 등 세계적인 미디어들도 그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e스포츠 선수들의 몸값도 날로 치솟고 있다. 정확한 액수까지 밝힐 순 없지만 '페이커'의 경우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 가운데 손으로 꼽힐 정도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은퇴한 홍진호 등 1세대 선수들까지 지상파 방송이나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면서 어릴 때부터 e스포츠 선수를 지망하는 아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학원을 찾는 아이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함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 순위를 조사한 결과 e스포츠 선수는 당당히 8위에 올랐다. 7위는 법조인이었다. 특히 눈여겨볼 만 한 점은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학생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길을 찾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e스포츠 학원이다. e스포츠 선수가 너무 되고 싶어 사교육의 힘까지 빌리는 것이다.

코치와 수강생이 특정한 상황을 놓고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토론하고 있다. 코치와 수강생이 특정한 상황을 놓고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토론하고 있다.

기자가 실제로 한 e스포츠 양성학원을 찾아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해당 수업을듣고 있어서 놀랐다. 게임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게임 하는 법을 학원에서 배우냐?' 하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을 본 이후에는 이미 e스포츠 선수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하고 싶은 인기 직업이 됐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스포츠 강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했다. 강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물론 코치로 불리는 선생님과 수강생 간 1대 1 수업으로 구성된다. 수업에서 코치와 수강생이 각 플레이 상황마다 토론을 하는데 마치 시험을 마치고 문제풀이를 선생님과 하는 것처럼 진지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강의는 e스포츠 프로 선수나 코치 경험이 있는 강사들이 진행했다. 총감독을 맡은 조아람 감독은 "일단 학생이 처음 학원에 오면 테스트와 상담을 통해서 각자의 실력 측정을 한다"고 했다. 이후 학생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내주고 학생 스스로 가지고 온 답을 일명 '코치'로 불리는 강사와 함께 살펴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 "너 하고 싶은 걸 해" 달라진 부모들의 교육관

이 학원의 경우, e스포츠 양성반을 개설한 지 1년 만에 수강생이 150명가량으로 늘었다. 150명의 수강생은 중·고생과 2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고등학생이 각각 50%와 40%에 이른다.

아직도 e스포츠 하면 '게임 중독'이라는 말이 가장 떠올리는 부모님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의 선전과 인지도 상승으로 인해 이제는 조금씩 학부모들의 e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이진희 씨는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아이를 물심양면 돕고 있다. 처음부터 아들의 꿈에 동의했던 건 아니다. 부딪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의 꿈을 밀어주기로 했다. 이 씨는 "아들이 앞으로 e스포츠 선수가 될지 안 될지가 중요하지 않다"라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거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했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 정식 스포츠로 성장 중인 e스포츠

이처럼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e스포츠에서 역사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최초로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 지정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대는 바로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는 종목을 5월 안에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협회 문제로 대한체육회가 e스포츠 선수들의 아시안 출전에 난색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참가만 한다면 종목마다 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 2024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는 현재 e스포츠를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지정하려고 논의 중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대학리그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고, 실제 리그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임중독'을 부른다는 부정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e스포츠. 최근의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변할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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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 아이들 “게임학원 다녀요”
    • 입력 2018-05-02 06:08:28
    • 수정2018-05-02 09:48:50
    취재K
오는 6월 한국e스포츠협회가 위치한 건물에 반가운 장소가 문을 연다. 한국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드디어 개장하는 것이다. 전체 180평 크기의 전시장은 국내에서 배출한 e스포츠 스타 관련 전시품과 한국 e스포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콘텐츠로 꾸며질 예정이다.

게임을 매개체로 PC와 모바일 등 전자장비를 활용해 지적능력과 신체적능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만들 정도로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세계 e스포츠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1세대인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이제는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이하 '롤')와 '오버워치(OVERWATCH)'까지 한국 e스포츠는 축구로 치면 언제나 우승권에 속하는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e스포츠

현재 한국 e스포츠의 중심에는 세계 e스포츠의 최고 스타라고 할 수 있는 SKT T1의 '페이커' 이상혁이 있다. 18살이던 2013년 새로 창단한 SKT T1과 함께 '롤' 프로리그에 데뷔한 이상혁은 2013년 롤드컵에서 팀의 첫 우승을 이끌며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정상급 e스포츠 선수로 꼽히는 SKT T1 ‘페이커’ 이상혁
'롤드컵'은 롤이라는 게임에서 1년 1번 열리는 게임대회로 축구로 치면 월드컵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이벤트다. 이상혁은 소속팀인 SKT T1과 함께 201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매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면서 e스포츠 팬이라면 '페이커'라는 이름 석자를 다 알 정도의 스타가 됐다.

특히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페이커'는 주목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CNN이나 ESPN 등 세계적인 미디어들도 그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e스포츠 선수들의 몸값도 날로 치솟고 있다. 정확한 액수까지 밝힐 순 없지만 '페이커'의 경우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 가운데 손으로 꼽힐 정도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은퇴한 홍진호 등 1세대 선수들까지 지상파 방송이나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면서 어릴 때부터 e스포츠 선수를 지망하는 아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학원을 찾는 아이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함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 순위를 조사한 결과 e스포츠 선수는 당당히 8위에 올랐다. 7위는 법조인이었다. 특히 눈여겨볼 만 한 점은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학생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길을 찾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e스포츠 학원이다. e스포츠 선수가 너무 되고 싶어 사교육의 힘까지 빌리는 것이다.

코치와 수강생이 특정한 상황을 놓고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토론하고 있다.
기자가 실제로 한 e스포츠 양성학원을 찾아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해당 수업을듣고 있어서 놀랐다. 게임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게임 하는 법을 학원에서 배우냐?' 하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을 본 이후에는 이미 e스포츠 선수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하고 싶은 인기 직업이 됐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스포츠 강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했다. 강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물론 코치로 불리는 선생님과 수강생 간 1대 1 수업으로 구성된다. 수업에서 코치와 수강생이 각 플레이 상황마다 토론을 하는데 마치 시험을 마치고 문제풀이를 선생님과 하는 것처럼 진지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강의는 e스포츠 프로 선수나 코치 경험이 있는 강사들이 진행했다. 총감독을 맡은 조아람 감독은 "일단 학생이 처음 학원에 오면 테스트와 상담을 통해서 각자의 실력 측정을 한다"고 했다. 이후 학생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내주고 학생 스스로 가지고 온 답을 일명 '코치'로 불리는 강사와 함께 살펴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 "너 하고 싶은 걸 해" 달라진 부모들의 교육관

이 학원의 경우, e스포츠 양성반을 개설한 지 1년 만에 수강생이 150명가량으로 늘었다. 150명의 수강생은 중·고생과 2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고등학생이 각각 50%와 40%에 이른다.

아직도 e스포츠 하면 '게임 중독'이라는 말이 가장 떠올리는 부모님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의 선전과 인지도 상승으로 인해 이제는 조금씩 학부모들의 e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이진희 씨는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아이를 물심양면 돕고 있다. 처음부터 아들의 꿈에 동의했던 건 아니다. 부딪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의 꿈을 밀어주기로 했다. 이 씨는 "아들이 앞으로 e스포츠 선수가 될지 안 될지가 중요하지 않다"라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거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했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 정식 스포츠로 성장 중인 e스포츠

이처럼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e스포츠에서 역사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최초로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 지정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대는 바로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는 종목을 5월 안에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협회 문제로 대한체육회가 e스포츠 선수들의 아시안 출전에 난색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참가만 한다면 종목마다 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 2024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는 현재 e스포츠를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지정하려고 논의 중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대학리그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고, 실제 리그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임중독'을 부른다는 부정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e스포츠. 최근의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변할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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