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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나도 당했다”…‘미투’ 파문 확산
성폭력 만연한 국회…‘미투’가 없는 이유는?
입력 2018.05.02 (18:04) 취재K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 사회는 문화계, 종교계, 학계 등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여성들의 '미투(Metoo)' 운동이 뜨거웠다.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의원들은 잇단 '미투'에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렇다면 '미투' 법안을 처리할 국회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가 공개됐다.

여성 국회의원도 예외 없는 성희롱 피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 2,75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국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거나 들은 적이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성추행, 스토킹, 음란물 노출, 강간 미수, 강간 및 유사 강간의 순으로 집계됐다.

국회에서 성희롱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338명으로 유효 응답자의 38.1%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2/3는 여성이었고, 특히 7직급 이하에서 이 같은 경험이 많았다.

직접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 99명 가운데 97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2명에 그쳤다.

피해 당시 여성 직원의 직급은 7급 이하가 86.9%를 차지했다. 반면 가해자의 직급은 인턴에서부터 국회의원까지 전 직급에 고루 분포돼 있었다. 4급이 21명으로 전체 가해자의 30%를 차지했고, 국회의원도 8명이 있다는 답이 나왔지만, 익명 설문이어서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다.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경우 가해 행위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 가운데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이 46.8%에 이르렀고, 5차례 3.2%, 수십 번 3.2%를 더하면, 성희롱 가해는 상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자 중에는 여성 국회의원도 있었다. 이 여성 의원은 국회의원 현직에 있으면서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 메일을 직접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성폭행까지... 국회에도 만연한 성폭력

국회 내 성폭력은 성희롱에 그치지 않았다. 6급 남성 직원에게 7급인 여성 직원이 강간 또는 유사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4급 남성 직원도 이 같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여성 인턴 1명은 강간 미수를, 여성 10명은 스토킹 피해를 당하였다고 밝혔다.

심한 성추행을 입었다는 직원은 12명이었다. 여성 피해자는 인턴 4명, 9급 직원 4명을 비롯해 모두 7급 이하였고 가해자는 6급 이상의 선임자가 60%를 차지했다. 심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7급 남성 직원도 5급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였다.

이러한 성폭력은 언어 또는 말 없는 위력으로 진행된 경우가 35.9%로 가장 많았고 실수를 가장한 신체접촉으로 진행된 경우가 30.1%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국회 내의 성폭력 범죄 피해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폭력으로 인해 여성 8명은 신체적 상처를, 여성 54명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타인에 대한 혐오 또는 불신이 들었고(29.9%), 직장을 옮기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거나 실제 다른 직장을 알아봤으며(25.8%), 일상생활에서 위축됐다(18.6%)고 응답했다.

만연한 국회 내 성폭력...미투 고발 없는 이유는?

이처럼 성폭력이 만연한데도 피해 당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피해 사실이 있는 응답자 92명 중 53.3%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갔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경우가 13.3%였다.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는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27.2%로 가장 많았고 "말을 안 들으면 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16%, 그 사람의 행동이 성폭력인 줄 몰라서라는 응답도 14.8%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성폭력 피해를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경우는 72명이었다. 이들은 범인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증거가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움을 요청한 대상은 주로 같은 의원실 동료나 상급자 등이었다. 국회 안에 성희롱 고충전담 창구가 설치되어 있지만, 응답자의 94.3%는 신고센터의 존재를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과제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77.1%,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지원대책 마련 59.0%, 사건 발생 후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58.7%로 나타났다.

국회 내 성폭력에 대한 신고가 미미했던 주요한 이유는 이처럼 피해를 신고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회 사무처에 고발된 성 비위 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은 9건에 불과했고 징계수위도 3개월 이내의 감봉이나 정직 1, 2월 등으로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이와 함께 성 인지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수율을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국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1%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 응답자 가운데 가해자가 많았던 상위 직급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회 윤리특위의 의뢰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연구책임자 박인혜)가 4월 3일부터 사흘간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의원 48명을 포함해 958명이 응답했는데, 응답자는 여성 43.1%, 남성은 56.6%로 남성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국회 보좌진의 성별 비중에서 여성이 17.1%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 응답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유승희 윤리특위위원장은 "상급 보좌직원 여성채용할당제, 국회 공무원의 성범죄 신고의무 신설, 국회의원 및 보좌진 성 인지교육 의무화, 여성보좌진협의회 법제화 등의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만간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성폭력 만연한 국회…‘미투’가 없는 이유는?
    • 입력 2018-05-02 18:04:04
    취재K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 사회는 문화계, 종교계, 학계 등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여성들의 '미투(Metoo)' 운동이 뜨거웠다.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의원들은 잇단 '미투'에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렇다면 '미투' 법안을 처리할 국회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가 공개됐다.

여성 국회의원도 예외 없는 성희롱 피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 2,75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국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거나 들은 적이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성추행, 스토킹, 음란물 노출, 강간 미수, 강간 및 유사 강간의 순으로 집계됐다.

국회에서 성희롱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338명으로 유효 응답자의 38.1%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2/3는 여성이었고, 특히 7직급 이하에서 이 같은 경험이 많았다.

직접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 99명 가운데 97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2명에 그쳤다.

피해 당시 여성 직원의 직급은 7급 이하가 86.9%를 차지했다. 반면 가해자의 직급은 인턴에서부터 국회의원까지 전 직급에 고루 분포돼 있었다. 4급이 21명으로 전체 가해자의 30%를 차지했고, 국회의원도 8명이 있다는 답이 나왔지만, 익명 설문이어서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다.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경우 가해 행위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 가운데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이 46.8%에 이르렀고, 5차례 3.2%, 수십 번 3.2%를 더하면, 성희롱 가해는 상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자 중에는 여성 국회의원도 있었다. 이 여성 의원은 국회의원 현직에 있으면서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 메일을 직접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성폭행까지... 국회에도 만연한 성폭력

국회 내 성폭력은 성희롱에 그치지 않았다. 6급 남성 직원에게 7급인 여성 직원이 강간 또는 유사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4급 남성 직원도 이 같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여성 인턴 1명은 강간 미수를, 여성 10명은 스토킹 피해를 당하였다고 밝혔다.

심한 성추행을 입었다는 직원은 12명이었다. 여성 피해자는 인턴 4명, 9급 직원 4명을 비롯해 모두 7급 이하였고 가해자는 6급 이상의 선임자가 60%를 차지했다. 심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7급 남성 직원도 5급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였다.

이러한 성폭력은 언어 또는 말 없는 위력으로 진행된 경우가 35.9%로 가장 많았고 실수를 가장한 신체접촉으로 진행된 경우가 30.1%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국회 내의 성폭력 범죄 피해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폭력으로 인해 여성 8명은 신체적 상처를, 여성 54명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타인에 대한 혐오 또는 불신이 들었고(29.9%), 직장을 옮기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거나 실제 다른 직장을 알아봤으며(25.8%), 일상생활에서 위축됐다(18.6%)고 응답했다.

만연한 국회 내 성폭력...미투 고발 없는 이유는?

이처럼 성폭력이 만연한데도 피해 당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피해 사실이 있는 응답자 92명 중 53.3%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갔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경우가 13.3%였다.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는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27.2%로 가장 많았고 "말을 안 들으면 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16%, 그 사람의 행동이 성폭력인 줄 몰라서라는 응답도 14.8%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성폭력 피해를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는 경우는 72명이었다. 이들은 범인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증거가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움을 요청한 대상은 주로 같은 의원실 동료나 상급자 등이었다. 국회 안에 성희롱 고충전담 창구가 설치되어 있지만, 응답자의 94.3%는 신고센터의 존재를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과제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77.1%,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지원대책 마련 59.0%, 사건 발생 후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58.7%로 나타났다.

국회 내 성폭력에 대한 신고가 미미했던 주요한 이유는 이처럼 피해를 신고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회 사무처에 고발된 성 비위 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은 9건에 불과했고 징계수위도 3개월 이내의 감봉이나 정직 1, 2월 등으로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이와 함께 성 인지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수율을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국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1%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 응답자 가운데 가해자가 많았던 상위 직급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회 윤리특위의 의뢰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연구책임자 박인혜)가 4월 3일부터 사흘간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의원 48명을 포함해 958명이 응답했는데, 응답자는 여성 43.1%, 남성은 56.6%로 남성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국회 보좌진의 성별 비중에서 여성이 17.1%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 응답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유승희 윤리특위위원장은 "상급 보좌직원 여성채용할당제, 국회 공무원의 성범죄 신고의무 신설, 국회의원 및 보좌진 성 인지교육 의무화, 여성보좌진협의회 법제화 등의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만간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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