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PD 보직 변경 뒤 스트레스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기자에서 PD로 보직을 바꾼 뒤 갑작스레 사망한 방송국 직원의 죽음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5부는 사망한 직원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모 방송사 직원 전 모 씨는 지난 2015년 2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갑작스레 구토를 하며 기절한 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1990년 입사한 전 씨는 대부분 기자 혹은 관리직으로 근무했지만, 2013년 6월 갑자기 라디오 피디로 발령받았다.

아무런 교육 없이 바로 생방송 PD로 투입되면서 수 차례 방송사고로 경위서를 쓰는가 하면, 하루에 두 개의 생방송을 진행하느라 초과근무도 잦았다. 개편 문제 등으로 직속 상사와 언성을 높이기까지 하는 등 업무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전 씨는 사망 당일에도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생방송 때문에 쉴 수 없다며 출근했다가 갑작스레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전 씨가 PD로 보직을 옮긴 시점이 사망 2년 전이었다는 점, 평소 고콜레스테롤증이 있었던 것에 반해 사망 전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 스트레스가 전 씨의 질병을 악화시킨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더해져 질병이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전 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