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여배우들, 칸 영화제서 ‘레드카펫 시위’…왜?

입력 2018.05.15 (20:39) 수정 2018.05.15 (20: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해마다 5월이면 전세계의 눈과 귀가 프랑스 남부 작은 해변도시에 쏠립니다.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하기 때문이죠.

올해 71회를 맞은 오랜 전통의 칸 영화제 역시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열풍을 피해갈 수 없었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국제부 정아연 기자와 함께 칸 영화제에도 불어닥친 성평등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정 기자,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하면 전세계 영화인들에게는 꿈의 무대 같은 곳이잖아요,

이 레드카펫에서 보기드문 광경이 벌어졌다고요.

[기자]

지난 주 막을 올린 칸 영화제에서 여성 영화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또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화면으로 보겠습니다.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독차지해도 모자랄 레드카펫 위에 저렇게 여럿이 팔짱을 끼고 줄지어 행진을 합니다.

페넬로페 크루즈, 셀마 헤이엑,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을 비롯해서, 감독, 제작자... 모두 여성 영화인들입니다.

뤼미에르 대극장 계단에 도열한 모습만으로도 장관인데,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A4 1장짜리 성명서까지 준비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칸 영화제 경쟁부분 심사위원장 : "여성은 이 세상의 소수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산업의 흐름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성으로서 우리는 특수한 도전과 직면했습니다."]

영화계의 성 차별, 성 불평등을 바꾸기 위해 여성 영화인들이 도전에 나서겠다는 시위를 벌인 겁니다.

[앵커]

영화제의 미투 운동, 작년부터 시작됐잖아요,

칸 영화제여서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칸 국제영화제가 시작된지 올해로 일흔한번째, 70년이 넘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명성, 위상에 비해서 여성 영화인 발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남성 편향적이라는 거죠.

아까 보신 레드카펫 위 시위 사진 보시면 이들이 82명입니다.

이 숫자가 무슨 의미냐면 71회를 맞은 칸 영화제에서 1600명 넘는 남성 감독이 저 계단을 올라갔지만, 여성 감독은 82명뿐이었다, 그래서 그 숫자만큼 시위를 벌인 겁니다.

최고 영예인 이 황금 종려상을 받은 여성감독도 엄밀히 따지면 영화 '피아노'의 제인캠피온 감독이 유일합니다.

칸 영화제가 역사는 깊지만, 성평등 문제에는 소홀했다는 반증일 수 있죠.

또, 영화계 성추문 사태를 일으킨 하비 와인스타인, 이 사람이 칸 영화제에서만 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와인스타인 사태 이후 세계를 강타한 영화계 미투 운동이 칸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렸던 거죠.

[앵커]

그만큼 칸 영화제가 보수적인 면이 있었다는 건데요,

이제는 좀 달라지는 건가요?

[기자]

일단은 그렇게 보입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수상작 선정의 공정성과 성평등을 위해서 그동안 남성 위주였던 심사위원 성비부터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티에리 프레모/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 "변화는 칸영화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 아까 보신 케이트 블란쳇이고요,

심사위원도 9명 중에 반 이상인 5명이 여성입니다.

변화하고 있다, 고 볼 수 있는 거죠.

프랑스 정부도 변화의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이번 영화제 기간 성폭력 신고 전용 핫라인을 개설했고요,

여성 감독의 영화 연출을 지원하는 국제기금도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일례로, 칸 영화제는 드레스코드 복장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남자는 검은색 정장과 나비넥타이, 여자는 드레스와 하이힐, 2015년에 일부 여성 관객들이 하이힐 대신에 플랫슈즈, 굽낮은 신발을 신고 왔다가 시사회장 입장이 저지돼서 논란이 됐습니다.

화면 보시면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가 레드카펫위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가잖아요,

그런 까다로운 복장규정에 대한 반발의 의미입니다.

맨발 시위인 거죠,

하지만 여전히 이 규정은 수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21편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여성이 감독인 영화는 3편뿐입니다.

영화의 경쟁력 문제도 있겠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거죠.

[앵커]

앞으로 얼마나 개선되고 변화할지 지켜봐야겠는데요,

칸 영화제에서 성평등 이슈 말고도 화제가 된 게 또 있을까요?

[기자]

올해 칸 영화제에서 금지된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셀피, 우리말로 하면 셀카 셀프카메라 인데요.

영화제에서 팬들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레드카펫 위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저렇게 제지를 당합니다.

행사가 지연되고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제가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 소식도 들려왔는데요,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는 안기부 스파이를 다룬 영화 '공작'이 최근 남북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 상당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칸 국제영화제 앞으로 4일 정도 남겨놓고 있는데요,

미투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면서 영화 산업계의 변화를 이끌어갈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여배우들, 칸 영화제서 ‘레드카펫 시위’…왜?
    • 입력 2018-05-15 20:32:11
    • 수정2018-05-15 20:53:02
    글로벌24
[앵커]

해마다 5월이면 전세계의 눈과 귀가 프랑스 남부 작은 해변도시에 쏠립니다.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하기 때문이죠.

올해 71회를 맞은 오랜 전통의 칸 영화제 역시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열풍을 피해갈 수 없었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국제부 정아연 기자와 함께 칸 영화제에도 불어닥친 성평등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정 기자,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하면 전세계 영화인들에게는 꿈의 무대 같은 곳이잖아요,

이 레드카펫에서 보기드문 광경이 벌어졌다고요.

[기자]

지난 주 막을 올린 칸 영화제에서 여성 영화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또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화면으로 보겠습니다.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독차지해도 모자랄 레드카펫 위에 저렇게 여럿이 팔짱을 끼고 줄지어 행진을 합니다.

페넬로페 크루즈, 셀마 헤이엑,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을 비롯해서, 감독, 제작자... 모두 여성 영화인들입니다.

뤼미에르 대극장 계단에 도열한 모습만으로도 장관인데,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A4 1장짜리 성명서까지 준비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칸 영화제 경쟁부분 심사위원장 : "여성은 이 세상의 소수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산업의 흐름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성으로서 우리는 특수한 도전과 직면했습니다."]

영화계의 성 차별, 성 불평등을 바꾸기 위해 여성 영화인들이 도전에 나서겠다는 시위를 벌인 겁니다.

[앵커]

영화제의 미투 운동, 작년부터 시작됐잖아요,

칸 영화제여서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칸 국제영화제가 시작된지 올해로 일흔한번째, 70년이 넘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명성, 위상에 비해서 여성 영화인 발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남성 편향적이라는 거죠.

아까 보신 레드카펫 위 시위 사진 보시면 이들이 82명입니다.

이 숫자가 무슨 의미냐면 71회를 맞은 칸 영화제에서 1600명 넘는 남성 감독이 저 계단을 올라갔지만, 여성 감독은 82명뿐이었다, 그래서 그 숫자만큼 시위를 벌인 겁니다.

최고 영예인 이 황금 종려상을 받은 여성감독도 엄밀히 따지면 영화 '피아노'의 제인캠피온 감독이 유일합니다.

칸 영화제가 역사는 깊지만, 성평등 문제에는 소홀했다는 반증일 수 있죠.

또, 영화계 성추문 사태를 일으킨 하비 와인스타인, 이 사람이 칸 영화제에서만 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와인스타인 사태 이후 세계를 강타한 영화계 미투 운동이 칸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렸던 거죠.

[앵커]

그만큼 칸 영화제가 보수적인 면이 있었다는 건데요,

이제는 좀 달라지는 건가요?

[기자]

일단은 그렇게 보입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수상작 선정의 공정성과 성평등을 위해서 그동안 남성 위주였던 심사위원 성비부터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티에리 프레모/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 "변화는 칸영화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 아까 보신 케이트 블란쳇이고요,

심사위원도 9명 중에 반 이상인 5명이 여성입니다.

변화하고 있다, 고 볼 수 있는 거죠.

프랑스 정부도 변화의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이번 영화제 기간 성폭력 신고 전용 핫라인을 개설했고요,

여성 감독의 영화 연출을 지원하는 국제기금도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일례로, 칸 영화제는 드레스코드 복장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남자는 검은색 정장과 나비넥타이, 여자는 드레스와 하이힐, 2015년에 일부 여성 관객들이 하이힐 대신에 플랫슈즈, 굽낮은 신발을 신고 왔다가 시사회장 입장이 저지돼서 논란이 됐습니다.

화면 보시면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가 레드카펫위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가잖아요,

그런 까다로운 복장규정에 대한 반발의 의미입니다.

맨발 시위인 거죠,

하지만 여전히 이 규정은 수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21편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여성이 감독인 영화는 3편뿐입니다.

영화의 경쟁력 문제도 있겠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거죠.

[앵커]

앞으로 얼마나 개선되고 변화할지 지켜봐야겠는데요,

칸 영화제에서 성평등 이슈 말고도 화제가 된 게 또 있을까요?

[기자]

올해 칸 영화제에서 금지된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셀피, 우리말로 하면 셀카 셀프카메라 인데요.

영화제에서 팬들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레드카펫 위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저렇게 제지를 당합니다.

행사가 지연되고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제가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 소식도 들려왔는데요,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는 안기부 스파이를 다룬 영화 '공작'이 최근 남북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 상당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칸 국제영화제 앞으로 4일 정도 남겨놓고 있는데요,

미투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면서 영화 산업계의 변화를 이끌어갈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