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기싸움 본격화…고비 맞은 북미 정상회담

입력 2018.05.19 (07:48) 수정 2018.05.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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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잘 진행되는가 싶던 남북관계, 또 북미관계가 고비를 맞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갑작스레 우리 측에 고위급회담 중단을 통보하고, 미국을 향해서도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면서 북미 간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북한이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지만,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우리 정부 역할, 한층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다솔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새벽 0시 반. 북측으로부터 갑작스레 한 통의 통지문이 날아들었습니다.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무분별한 북침전쟁소동과 대결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 3시가 좀 넘은 시각.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고위급회담 연기 사실을 공식적으로 대외에 알렸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미국도 남조선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 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아울러 미국을 향해서도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한미 두 나라의 앞으로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오전 11시20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담화도 발표했습니다.

김계관 부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회담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5월 16일 :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입니다."]

정부는 북한에 유감의 뜻을 밝히고 조속한 회담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청와대도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정확한 의도 파악에 착수했습니다.

백악관은 미국의 북핵 해법은 리비아식 해법과 다른 이른바‘트럼프 모델’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리비아 모델은 적용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김정은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17일 : "미국은 리비아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핵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리비아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합의를 이뤄내면 김 위원장에게 매우 기쁜 일이 생길 겁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과 본격적인 기 싸움에 나서면서 순항하던 북미 정상회담이 첫 고비를 맞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도 차는 있지만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한국과 미국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 중인 물밑 협상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서는 동시에 올 초부터 숨 가쁘게 진행돼 온 남북관계에서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이유로 가장 먼저 제시한 건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입니다.

북한은 특히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전략 폭격기의 참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 이번 연합훈련에는 지난해보다 2대 많은 F-22 전투기 8대가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B-52 폭격기의 경우 이번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또 참여할 계획도 없었다고 한미 국방당국은 밝혔습니다.

북한은 우리 특사단의 방북 이후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한미 훈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훈련에 핵 공격이 가능한 전투기가 참여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5월 15일 :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서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북한은 또 최고 존엄과 북한 체제를 헐뜯었다는 점도 회담 취소 이유로 거론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지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태영호/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5월 14일 : "진정한 핵 폐기, 또 완전한 CVID로 볼 수 있겠느냐? 저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종착적인 결론은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라 비핵화 종이로 포장된 결국은 핵보유국 이것이 종착점이 아니겠는가. 북한 핵문제의 종착적인 해결, 진정한 해결을 바란다면 레짐 체인지와 인권 보장의 길로밖에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은 더 나아가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한 현 정권과 마주 앉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판문점 선언 어디에 침략전쟁 연습을 최대 규모로 진행하고 비방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게 있냐며 현 상황이 최악의 사태로 번지는 데 대해 고심할 것을 우리 측에 요구했습니다.

우리 측을 압박해 한미 연합 훈련 규모나 수위를 낮추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김계관 부상의 담화에선 초점을 미국에 맞췄습니다.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건 이른바‘리비아식 모델’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비핵화 방식.

북한은 먼저 핵을 폐기한 뒤에 보상하는 이런 방식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핵 폐기에 걸맞은 미국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강조하며 북한 일방적으로 선행조치를 취하는 식으로협상 판이 짜이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핵을 포기한 리비아 카다피 대통령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듯,이런 방식의 비핵화가 결국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미국이 비핵화 대가로 경제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그런 기대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핵 폐기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북미관계 개선이나 북미 수교 등 정작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과 관련해 미국이 침묵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미정상회담을 약속하고 난 다음 상황에서 미국에서 북한에 요구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이 굉장히 불만스러울 것이고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얻어낸 다음에 핵을 포기하겠다 이런 의사를 보여준 거라고 봐야 되겠죠."]

북한은 특히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 칭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식 모델은 물론 영구적 비핵화, 즉 PVID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생화학 무기 폐기까지 거론하며 비핵화 담판의 문턱을 높여 왔습니다.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5월 13일 : "비핵화 결정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고 해체해서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체적 장소까지 거론하며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가져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어떻게 보면 폼페이오하고 실제 협의를 맺었던 새로운 대안에서의 실제 내용과 상당 부분 거리감있는, 갭이 있는 것들을 여전히 볼턴이 떠들고 있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뭐랄까요? 볼턴이 어떤 소리를 하더라도 우리는 일단 이 판을 우리 스스로 깨지 않고 계속 가는데 만약 하지 않으면 책임은 그렇게 지키지 않은 미국이 책임을 져야 된다."]

북한은 두 차례의 통지와 담화에서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과 관련된 현 국면을 깨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다."]

리선권 위원장은 구름이 걷히면 하늘은 맑고 푸르게 되는 법이다, 또 김계관 부상 담화에서는 미국이 진정성을 갖고 나오면 호응하겠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반응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기선잡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이른바‘슈퍼 매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집중 견제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배제시키거나 입지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아직까지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전체 상황이 깨질 것 같다, 이렇게 보긴 굉장히 힘든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후에 미국 안에서 나오는 요구사항들이 너무 과한 것에 대한 불만표시라고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기보다는 자기들이 원하는 걸 얻어가면서 전체적인 협상을 진행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최근 잇단 외교 정세 변화에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데서 올 수 있는 군부의 반발과 실망감을 다독이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올해 들어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관계를 다소 관리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향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당장 이달 중으로 예고됐던 장성급 군사회담은 물론, 실무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산가족 상봉 논의도 불투명해졌는데요.

아울러 다음 주로 예정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앞서 오는 23일부터 25일 사이 핵 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의 국제 기자단 취재도 허용됐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5월 15일 : "(북측은)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에 남측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의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후 북한 당국은 핵 실험장 폐기와 관련해 추가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만큼,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 인민들한테 공개하는 것은 나는 확실히 이건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는 것을 인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분명히 보여주는 그리고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긍정적인 국면에 있어서 남쪽이나 미국의 행동에 한번 경고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신들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어떤 그런 차원에서한번 정도 속도조절하고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장성급 군사회담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등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들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이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그리고 남북 사이 입장을 긴밀하게 조율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채 한 달도 안 남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격 힘겨루기에 들어간 북한과 미국.

실타래가 더 꼬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도 막중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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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기싸움 본격화…고비 맞은 북미 정상회담
    • 입력 2018-05-19 08:29:12
    • 수정2018-05-19 08: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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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잘 진행되는가 싶던 남북관계, 또 북미관계가 고비를 맞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갑작스레 우리 측에 고위급회담 중단을 통보하고, 미국을 향해서도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면서 북미 간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북한이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지만,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우리 정부 역할, 한층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다솔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새벽 0시 반. 북측으로부터 갑작스레 한 통의 통지문이 날아들었습니다.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무분별한 북침전쟁소동과 대결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 3시가 좀 넘은 시각.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고위급회담 연기 사실을 공식적으로 대외에 알렸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미국도 남조선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 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아울러 미국을 향해서도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한미 두 나라의 앞으로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오전 11시20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담화도 발표했습니다.

김계관 부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회담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5월 16일 :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입니다."]

정부는 북한에 유감의 뜻을 밝히고 조속한 회담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청와대도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정확한 의도 파악에 착수했습니다.

백악관은 미국의 북핵 해법은 리비아식 해법과 다른 이른바‘트럼프 모델’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리비아 모델은 적용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김정은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5월 17일 : "미국은 리비아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핵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리비아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합의를 이뤄내면 김 위원장에게 매우 기쁜 일이 생길 겁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과 본격적인 기 싸움에 나서면서 순항하던 북미 정상회담이 첫 고비를 맞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도 차는 있지만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한국과 미국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 중인 물밑 협상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서는 동시에 올 초부터 숨 가쁘게 진행돼 온 남북관계에서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이유로 가장 먼저 제시한 건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입니다.

북한은 특히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전략 폭격기의 참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 이번 연합훈련에는 지난해보다 2대 많은 F-22 전투기 8대가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B-52 폭격기의 경우 이번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또 참여할 계획도 없었다고 한미 국방당국은 밝혔습니다.

북한은 우리 특사단의 방북 이후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한미 훈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훈련에 핵 공격이 가능한 전투기가 참여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5월 15일 :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서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북한은 또 최고 존엄과 북한 체제를 헐뜯었다는 점도 회담 취소 이유로 거론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지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태영호/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5월 14일 : "진정한 핵 폐기, 또 완전한 CVID로 볼 수 있겠느냐? 저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종착적인 결론은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라 비핵화 종이로 포장된 결국은 핵보유국 이것이 종착점이 아니겠는가. 북한 핵문제의 종착적인 해결, 진정한 해결을 바란다면 레짐 체인지와 인권 보장의 길로밖에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은 더 나아가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한 현 정권과 마주 앉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판문점 선언 어디에 침략전쟁 연습을 최대 규모로 진행하고 비방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게 있냐며 현 상황이 최악의 사태로 번지는 데 대해 고심할 것을 우리 측에 요구했습니다.

우리 측을 압박해 한미 연합 훈련 규모나 수위를 낮추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김계관 부상의 담화에선 초점을 미국에 맞췄습니다.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건 이른바‘리비아식 모델’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비핵화 방식.

북한은 먼저 핵을 폐기한 뒤에 보상하는 이런 방식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핵 폐기에 걸맞은 미국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강조하며 북한 일방적으로 선행조치를 취하는 식으로협상 판이 짜이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핵을 포기한 리비아 카다피 대통령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듯,이런 방식의 비핵화가 결국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미국이 비핵화 대가로 경제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그런 기대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핵 폐기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북미관계 개선이나 북미 수교 등 정작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과 관련해 미국이 침묵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미정상회담을 약속하고 난 다음 상황에서 미국에서 북한에 요구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이 굉장히 불만스러울 것이고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얻어낸 다음에 핵을 포기하겠다 이런 의사를 보여준 거라고 봐야 되겠죠."]

북한은 특히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 칭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식 모델은 물론 영구적 비핵화, 즉 PVID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생화학 무기 폐기까지 거론하며 비핵화 담판의 문턱을 높여 왔습니다.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5월 13일 : "비핵화 결정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고 해체해서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체적 장소까지 거론하며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가져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어떻게 보면 폼페이오하고 실제 협의를 맺었던 새로운 대안에서의 실제 내용과 상당 부분 거리감있는, 갭이 있는 것들을 여전히 볼턴이 떠들고 있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뭐랄까요? 볼턴이 어떤 소리를 하더라도 우리는 일단 이 판을 우리 스스로 깨지 않고 계속 가는데 만약 하지 않으면 책임은 그렇게 지키지 않은 미국이 책임을 져야 된다."]

북한은 두 차례의 통지와 담화에서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과 관련된 현 국면을 깨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조선중앙TV/5월 16일 :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다."]

리선권 위원장은 구름이 걷히면 하늘은 맑고 푸르게 되는 법이다, 또 김계관 부상 담화에서는 미국이 진정성을 갖고 나오면 호응하겠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반응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기선잡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이른바‘슈퍼 매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집중 견제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배제시키거나 입지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아직까지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전체 상황이 깨질 것 같다, 이렇게 보긴 굉장히 힘든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후에 미국 안에서 나오는 요구사항들이 너무 과한 것에 대한 불만표시라고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다기보다는 자기들이 원하는 걸 얻어가면서 전체적인 협상을 진행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최근 잇단 외교 정세 변화에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데서 올 수 있는 군부의 반발과 실망감을 다독이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올해 들어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관계를 다소 관리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향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당장 이달 중으로 예고됐던 장성급 군사회담은 물론, 실무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산가족 상봉 논의도 불투명해졌는데요.

아울러 다음 주로 예정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앞서 오는 23일부터 25일 사이 핵 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의 국제 기자단 취재도 허용됐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5월 15일 : "(북측은)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에 남측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의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후 북한 당국은 핵 실험장 폐기와 관련해 추가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만큼,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 인민들한테 공개하는 것은 나는 확실히 이건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는 것을 인민들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분명히 보여주는 그리고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긍정적인 국면에 있어서 남쪽이나 미국의 행동에 한번 경고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신들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어떤 그런 차원에서한번 정도 속도조절하고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장성급 군사회담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등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들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이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그리고 남북 사이 입장을 긴밀하게 조율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채 한 달도 안 남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격 힘겨루기에 들어간 북한과 미국.

실타래가 더 꼬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도 막중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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