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폭파’는 1차 관문…북한의 선택, 시나리오는?

입력 2018.05.21 (15:23) 수정 2018.05.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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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간주됐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폭파 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풍계리 일대에서는 폭파 행사를 준비하는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고, 현장을 취재할 5개국 기자들도 방북을 위해 속속 베이징에 집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태도를 돌변한 북한이 풍계리 행사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23~25일 예정된 폭파쇼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제기자단의 출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과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이마저 연기 또는 무산시키는 카드를 꺼냄으로써 추가 압박에 나설 것인가?

북한의 선택에 따라 최근 이상기류가 형성된 한반도 정세는 다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내일밤 한미 정상이 워싱턴에서 밝힐 대북 메시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풍계리 폭파 준비 ‘착착’…상부만 지시만 남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위한 실무 준비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징후는 무엇보다 최근 풍계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폭파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로 추정되는 설치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1주일 전에 비해 서쪽 갱도 근처에서 4단으로 보이는 물체의 높이 변화가 확인되는데, 방문자들이 폭파 장면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 등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풍계리 폭파 행사를 취재할 국제기자단 수송을 위해 원산과 길주를 잇는 철도를 보수하고 열차를 시험 운행한 정황도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북한의 준비 정황은 대외선전매체 보도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조선의 오늘'은 어제(20일) 보도를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공화국이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여전히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오전 기사에서 "(북한이) 5월 중에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는 것을 발표하였다"는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비록 풍계리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행사 변경을 시사하는 언급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일련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북한 당국은 풍계리 폭파 행사 진행을 위한 실무 차원의 준비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 상부의 지시만 기다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출처 : 연합 그래픽출처 : 연합 그래픽

南 취재진 명단 접수 또 거부…내일 사증 발급이 가늠자 될 듯

북한의 풍계리 폭파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을 전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중·러·영의 5개국 취재단은 일단 출발지인 베이징으로 집결하고 있다.

AP통신과 CNN 등 북한의 초청을 받은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내일(22일) 오전 11시까지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으로 집결하라는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풍계리 폭파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이들은 내일 오전 사증을 발급받은 뒤 전용기 편으로 원산 갈마 비행장에 도착하게 되고, 특별 열차를 이용해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제기자단에 대한 북한대사관의 사증 발급과 베이징공항 출발 가능 여부가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우리 측 취재진도 방북을 위해 오늘 오전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북한은 다시 한 번 우리 측 취재진의 명단 접수를 거부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8일에도 우리 정부가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국제 기자단의 방북을 허용하더라도 우리 취재진의 동행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남측 언론이 배제된 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예단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다"면서 "어쨌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략적 모호성’과 선택, 향후 시나리오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북한이 시간을 끌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대체적으로는 내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후원을 이끌어낸 북한이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렸고, "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미국을 향해서도 '리비아식 모델' 등을 운운하며 계속 고강도 압박에 나설 경우, 비핵화는 물론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혀진다.

이에 따라 북한은 23일 새벽(현지시간 22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본 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의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풍계리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기자들의 참관을 허용하게 되면, 최근 조성된 남북, 북미 간의 갈등은 급속도로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 국제사회와 약속한 풍계리 폭파 행사 이벤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초강수를 두고 나올 경우, 상황은 예측 불허의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받게되면서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던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을 치게 되고, 미국 내 여론이 악화돼 다음 달 12일 예고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망도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모레 새벽 발표되는 한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 북한의 풍계리 행사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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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계리 폭파’는 1차 관문…북한의 선택, 시나리오는?
    • 입력 2018-05-21 15:23:54
    • 수정2018-05-21 19:58:29
    취재K
한반도 비핵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간주됐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폭파 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풍계리 일대에서는 폭파 행사를 준비하는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고, 현장을 취재할 5개국 기자들도 방북을 위해 속속 베이징에 집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태도를 돌변한 북한이 풍계리 행사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23~25일 예정된 폭파쇼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제기자단의 출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과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이마저 연기 또는 무산시키는 카드를 꺼냄으로써 추가 압박에 나설 것인가?

북한의 선택에 따라 최근 이상기류가 형성된 한반도 정세는 다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내일밤 한미 정상이 워싱턴에서 밝힐 대북 메시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풍계리 폭파 준비 ‘착착’…상부만 지시만 남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위한 실무 준비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징후는 무엇보다 최근 풍계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폭파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로 추정되는 설치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1주일 전에 비해 서쪽 갱도 근처에서 4단으로 보이는 물체의 높이 변화가 확인되는데, 방문자들이 폭파 장면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 등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풍계리 폭파 행사를 취재할 국제기자단 수송을 위해 원산과 길주를 잇는 철도를 보수하고 열차를 시험 운행한 정황도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북한의 준비 정황은 대외선전매체 보도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조선의 오늘'은 어제(20일) 보도를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공화국이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여전히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오전 기사에서 "(북한이) 5월 중에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는 것을 발표하였다"는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을 그대로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비록 풍계리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행사 변경을 시사하는 언급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일련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북한 당국은 풍계리 폭파 행사 진행을 위한 실무 차원의 준비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 상부의 지시만 기다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출처 : 연합 그래픽
南 취재진 명단 접수 또 거부…내일 사증 발급이 가늠자 될 듯

북한의 풍계리 폭파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을 전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중·러·영의 5개국 취재단은 일단 출발지인 베이징으로 집결하고 있다.

AP통신과 CNN 등 북한의 초청을 받은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내일(22일) 오전 11시까지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으로 집결하라는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풍계리 폭파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이들은 내일 오전 사증을 발급받은 뒤 전용기 편으로 원산 갈마 비행장에 도착하게 되고, 특별 열차를 이용해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제기자단에 대한 북한대사관의 사증 발급과 베이징공항 출발 가능 여부가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우리 측 취재진도 방북을 위해 오늘 오전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북한은 다시 한 번 우리 측 취재진의 명단 접수를 거부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8일에도 우리 정부가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국제 기자단의 방북을 허용하더라도 우리 취재진의 동행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남측 언론이 배제된 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예단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다"면서 "어쨌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략적 모호성’과 선택, 향후 시나리오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북한이 시간을 끌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대체적으로는 내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후원을 이끌어낸 북한이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렸고, "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미국을 향해서도 '리비아식 모델' 등을 운운하며 계속 고강도 압박에 나설 경우, 비핵화는 물론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혀진다.

이에 따라 북한은 23일 새벽(현지시간 22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본 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의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풍계리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기자들의 참관을 허용하게 되면, 최근 조성된 남북, 북미 간의 갈등은 급속도로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 국제사회와 약속한 풍계리 폭파 행사 이벤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초강수를 두고 나올 경우, 상황은 예측 불허의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받게되면서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던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을 치게 되고, 미국 내 여론이 악화돼 다음 달 12일 예고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망도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모레 새벽 발표되는 한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 북한의 풍계리 행사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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