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중화장실이 두려워”…확산되는 ‘몰카 공포’

입력 2018.05.31 (08:31) 수정 2018.05.31 (10: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시청자 분들 가운데 여성분들은 요즘 공중 화장실 이용하실 때 혹시 불안한 생각드신 적이 없으신지요?

누군가가 몰래 찍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른바 '몰래카메라' 공포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요,

최근 한 대학교 여자 화장실에선 불법 촬영을 시도한 남성이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 성능이 좋아지다보니 공공장소에서 몰래 촬영이 끊이지 않고요, 여기에 몰래카메라 성능도 날로 진화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확산되는 몰카 공포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복도 벽에 학생들의 항의 글들이 붙어있습니다.

화장실 바로 옆에 하나 둘 늘기 시작한 쪽지들.

지난 29일 오전,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서 침입해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여학생이 이제 화장실을 쓰고 있는데 (남자가) 들어온 겁니다. 여학생이 보니깐 휴대전화가 계속 보였다.”]

여학생에게 발각이 되자 곧바로 도망을 친 남성.

피해 학생은 CCTV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연령대 이런 게 전혀 특정이 안 되고 있습니다.”]

CCTV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 학생은 말할 것도 없이 해당 학교 학생들의 충격은 큽니다.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학교 안에서 마음 놓고 화장실 가기가 어려워지죠. 이제는…….”]

[박철우/○○대학교 학생 : “당황했죠.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저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정말 분노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용의자가 외부 침입자인지, 학교 관계자인지 알 수 없게 되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저희 학교 학생이라고 치면 과 동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나가다가 한 번쯤 본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랑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게…….”]

사건이 알려진 뒤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몰래카메라가 의심되는 곳들을 찾아 점검에 나섰습니다.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 전체를 돌면서 의심되는 구멍을 저희가 직접 찾아서 막은 거고요. 근데 몰래카메라로 보이는 정황은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시내 또 다른 대학가 사진관엔 사과문이 붙어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했다는 내용.

발단은 지난 2월 사진관 직원 A씨가 휴대전화로 한 여대생을 몰래 촬영하다 들킨 겁니다.

그런데 A씨의 범행,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2017년 5월 4일부터 2018년 2월 2일간에 피해자로 보이는 215명의 사진을 확보했죠. 215명 중 75명 특정해서 30명은 피해 진술을 다 받았어요.”]

9개월간 개인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이용해 불법 촬영을 해온 건데, 피해자는 200여 명이 넘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이메일 주소를 적으면 나중에 사진 원본을 보내준다 그러면 허리를 구부리고 적잖아요. 적을 때 짧은 치마 입었으면 뒤에서 보면 아슬아슬하잖아요. 그럴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뒤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추행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해당 사진관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해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찾는 곳.

다행히 유출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혹시 피해지가 된 건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관 이용자/음성변조 : “제가 여기 가본 적이 있는데 (그게) 작년 일인데 정말 굉장히 불쾌하고 나의 얼굴이 어디든지 떠돌아다닐 수 있겠다…….”]

연이은 몰카 사건.

학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이 더해졌을 뿐,

사실 여성들이 느끼는 몰래카메라 공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공중화장실.

[인근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가능하면 공중 화장실을 안 가요. 공중 화장실에 가면 구멍들이 다 막혀있더라고요, 휴지로. 그거 보면 좀 소름 끼쳐요.”]

[인근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몰카) 촬영해서 유포하고 이런 것도 많으니까 괜히 나사나 이런 거 있으면 조명 비춰보고…….”]

지하철역 화장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여자 화장실은 문에 나 있는 구멍을 휴지로 막아놓았고, 벽면에 나 있는 구멍은 실리콘이 발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 문에 구멍은 없었고, 내부 벽도 깨끗합니다.

상가 건물에 있는 여자 화장실 역시 용도를 알 수 위치에 뚫린 구멍들이 보입니다.

구멍이 있다고 무조건 몰카 용도는 아니겠죠, 하지만,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를 외면하긴 어렵습니다.

SNS엔 몰카 구멍을 발견했을 때 대응법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은채/서울시 은평구 : “화장실 몰카 같은 경우에는 실리콘이나 이런 거로 막아본다든가 아니면 실핀이나 뾰족한 것으로 카메라 액정을 깨부수는 방법을 듣긴 들었거든요.”]

지난 10여 년 간 성폭력 범죄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한 건 바로 몰카 범죄.

2007년 5백여 건에서 2015년 7천7백여 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변혜정/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과거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카메라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남의 몸을 함부로 찍어서 그것이 소비될 수 있다는 문화, 굉장히 폭력적인 시각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몰래 카메라의 진화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몰래카메라를 판매하는 매장. 3~4mm 정도 되는 작은 렌즈를 이용해 몰래카메라를 만든다고 합니다.

[몰카 판매 상인/음성변조 : “핀홀 카메라를 넣으면 되는 건데 렌즈를 돌출시켜서 내가 원하는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고, 녹화가 되는 본체가 있고……. ”]

크기는 물론, USB, 차 키, 시계, 안경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 가능하다고 합니다.

[몰카 판매 상인/음성변조 : “온라인으로 보고 여기 나와서 실물 보고…….”]

게다가 인터넷상에서도 구입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교묘해지는 몰래카메라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실리콘과 송곳을 가지고 다닌다는 여성들.

나와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공중화장실이 두려워”…확산되는 ‘몰카 공포’
    • 입력 2018-05-31 08:32:43
    • 수정2018-05-31 10:16:00
    아침뉴스타임
[기자]

시청자 분들 가운데 여성분들은 요즘 공중 화장실 이용하실 때 혹시 불안한 생각드신 적이 없으신지요?

누군가가 몰래 찍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른바 '몰래카메라' 공포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요,

최근 한 대학교 여자 화장실에선 불법 촬영을 시도한 남성이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 성능이 좋아지다보니 공공장소에서 몰래 촬영이 끊이지 않고요, 여기에 몰래카메라 성능도 날로 진화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확산되는 몰카 공포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복도 벽에 학생들의 항의 글들이 붙어있습니다.

화장실 바로 옆에 하나 둘 늘기 시작한 쪽지들.

지난 29일 오전,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서 침입해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여학생이 이제 화장실을 쓰고 있는데 (남자가) 들어온 겁니다. 여학생이 보니깐 휴대전화가 계속 보였다.”]

여학생에게 발각이 되자 곧바로 도망을 친 남성.

피해 학생은 CCTV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연령대 이런 게 전혀 특정이 안 되고 있습니다.”]

CCTV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 학생은 말할 것도 없이 해당 학교 학생들의 충격은 큽니다.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학교 안에서 마음 놓고 화장실 가기가 어려워지죠. 이제는…….”]

[박철우/○○대학교 학생 : “당황했죠.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저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정말 분노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용의자가 외부 침입자인지, 학교 관계자인지 알 수 없게 되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저희 학교 학생이라고 치면 과 동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나가다가 한 번쯤 본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랑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게…….”]

사건이 알려진 뒤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몰래카메라가 의심되는 곳들을 찾아 점검에 나섰습니다.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 전체를 돌면서 의심되는 구멍을 저희가 직접 찾아서 막은 거고요. 근데 몰래카메라로 보이는 정황은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시내 또 다른 대학가 사진관엔 사과문이 붙어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했다는 내용.

발단은 지난 2월 사진관 직원 A씨가 휴대전화로 한 여대생을 몰래 촬영하다 들킨 겁니다.

그런데 A씨의 범행,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2017년 5월 4일부터 2018년 2월 2일간에 피해자로 보이는 215명의 사진을 확보했죠. 215명 중 75명 특정해서 30명은 피해 진술을 다 받았어요.”]

9개월간 개인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이용해 불법 촬영을 해온 건데, 피해자는 200여 명이 넘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이메일 주소를 적으면 나중에 사진 원본을 보내준다 그러면 허리를 구부리고 적잖아요. 적을 때 짧은 치마 입었으면 뒤에서 보면 아슬아슬하잖아요. 그럴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뒤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추행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해당 사진관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해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찾는 곳.

다행히 유출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혹시 피해지가 된 건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관 이용자/음성변조 : “제가 여기 가본 적이 있는데 (그게) 작년 일인데 정말 굉장히 불쾌하고 나의 얼굴이 어디든지 떠돌아다닐 수 있겠다…….”]

연이은 몰카 사건.

학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이 더해졌을 뿐,

사실 여성들이 느끼는 몰래카메라 공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공중화장실.

[인근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가능하면 공중 화장실을 안 가요. 공중 화장실에 가면 구멍들이 다 막혀있더라고요, 휴지로. 그거 보면 좀 소름 끼쳐요.”]

[인근 대학교 학생/음성변조 : “(몰카) 촬영해서 유포하고 이런 것도 많으니까 괜히 나사나 이런 거 있으면 조명 비춰보고…….”]

지하철역 화장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여자 화장실은 문에 나 있는 구멍을 휴지로 막아놓았고, 벽면에 나 있는 구멍은 실리콘이 발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 문에 구멍은 없었고, 내부 벽도 깨끗합니다.

상가 건물에 있는 여자 화장실 역시 용도를 알 수 위치에 뚫린 구멍들이 보입니다.

구멍이 있다고 무조건 몰카 용도는 아니겠죠, 하지만,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를 외면하긴 어렵습니다.

SNS엔 몰카 구멍을 발견했을 때 대응법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은채/서울시 은평구 : “화장실 몰카 같은 경우에는 실리콘이나 이런 거로 막아본다든가 아니면 실핀이나 뾰족한 것으로 카메라 액정을 깨부수는 방법을 듣긴 들었거든요.”]

지난 10여 년 간 성폭력 범죄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한 건 바로 몰카 범죄.

2007년 5백여 건에서 2015년 7천7백여 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변혜정/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과거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카메라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남의 몸을 함부로 찍어서 그것이 소비될 수 있다는 문화, 굉장히 폭력적인 시각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몰래 카메라의 진화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몰래카메라를 판매하는 매장. 3~4mm 정도 되는 작은 렌즈를 이용해 몰래카메라를 만든다고 합니다.

[몰카 판매 상인/음성변조 : “핀홀 카메라를 넣으면 되는 건데 렌즈를 돌출시켜서 내가 원하는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고, 녹화가 되는 본체가 있고……. ”]

크기는 물론, USB, 차 키, 시계, 안경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 가능하다고 합니다.

[몰카 판매 상인/음성변조 : “온라인으로 보고 여기 나와서 실물 보고…….”]

게다가 인터넷상에서도 구입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교묘해지는 몰래카메라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실리콘과 송곳을 가지고 다닌다는 여성들.

나와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