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폼페이오 “뉴욕스테이크 먹으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바라봤다”

입력 2018.05.31 (19:38) 수정 2018.05.3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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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화기애애한 만찬 사진이다. 창밖으로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마천루가 어깨 높이에 펼쳐져있다. 미 국무부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을 마주치지 않도록 계류장에서 바로 김영철 일행을 모셔갔다. 국가원수급 경호로 평가된다.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이 호텔에 여장을 푼 뒤 두 사람의 첫 일정인 만찬이 바로 이 곳에서 진행됐다. 미 유엔 차석대사의 관저인 코린티안콘도 고층 아파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무엇일까?

맨해튼 동쪽 끝인 1번가와 2번가 사이 38번로에 위치한 코린티안콘도는 지난 1988년에 문을 열 당시엔 뉴욕에서 가장 큰 주거용 아파트 건물이었다. 지상 55개층에 840여개 아파트가 있다.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창문을 벽에서 돌출되는 원통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망각을 최대한 넓게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무부에서 배포한 사진들에서는 유엔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유엔건물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아파트의 조망권은 반대편, 즉 맨해튼의 서쪽을 향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아파트 고층에서는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찬이 진행되는 원통형 공간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또다른 창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서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혹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아닐까?


실제로 국무부 관리는, 만찬이 진행되전 중 언론에 이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여기가 뉴욕이다, 랜드마크들을 보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같은 뉴욕의 상징적 건물들을 바라봤음을 짐작케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스스로 이 장면을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언론이 이에 주목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의 랜드마크들을 보면서, 북한의 밝은 미래와 관련한 많은 생각들을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관리는, 미국의 목표는 북한핵의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수 없는 폐기라고 분명히 전제한 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북한이 안전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게 북한을 더 불안전하게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안보와 체제 보장"은 물론 그를 뛰어넘어, "더 큰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은 물론 미국에 처음 온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뉴욕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 형태인, '맨해튼 스카이라인 바라보기'를 체험토록 하면서, 북한도 핵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뉴욕 같은 세계적 도시를 꿈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미국에 처음 온 당신을 위해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

두 사람은 무엇을 먹었을까? 미 국무부 관리는 만찬 메뉴에 대한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에 처음 왔고, 김영철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만찬 메뉴는 다음과 같다.
전채로는 상추와 완두콩 샐러드에 브라타 치즈와 페스토소스를 곁들였다.
주요리로는 스테이크 가운데서도 가장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 종류인 필레미뇽에 옥수수퓨레, 볶은 시금치, 데친 샐러리가 함께 나왔다.
디저트로는 초콜렛 트러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졌다.

'상추와 콩 샐러드에 옥수수와 시금치를 곁들여 스테이크를 먹고, 초콜렛과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사실 매우 평범해보이는, 어쩌면 그래서 '가장 미국적인' 만찬 메뉴다. 폼페이오 장관의,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진짜 미국을 경험하게 하고 진짜 미국을 알려주고, 진짜로 미국은 북한의 변화를 도울 의지가 있다'라는 뜻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시 느껴지는 대목이다.

짜여진 각본은 청신호?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한국시간 31일 밤 10시부터 회담을 갖는다. 그리고 그 5시간 뒤인 한국 시간 새벽 3시 15분에 기자 회견을 열기로 했다. 설사 점심을 같이 먹는다고 해도, 기자회견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서너시간 밖에 회담을 못한다는 거다. 회담에 앞서 먼저 화기애애한 만찬을 하고, 서너시간의 회담에, 회견 일정까지 미리 공지했다. 북미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의제, 즉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과 관련한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거두고 있다는 뜻일까?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방문이,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청신호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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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철-폼페이오 “뉴욕스테이크 먹으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바라봤다”
    • 입력 2018-05-31 19:38:46
    • 수정2018-05-31 21:41:53
    취재K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화기애애한 만찬 사진이다. 창밖으로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마천루가 어깨 높이에 펼쳐져있다. 미 국무부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을 마주치지 않도록 계류장에서 바로 김영철 일행을 모셔갔다. 국가원수급 경호로 평가된다.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이 호텔에 여장을 푼 뒤 두 사람의 첫 일정인 만찬이 바로 이 곳에서 진행됐다. 미 유엔 차석대사의 관저인 코린티안콘도 고층 아파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무엇일까?

맨해튼 동쪽 끝인 1번가와 2번가 사이 38번로에 위치한 코린티안콘도는 지난 1988년에 문을 열 당시엔 뉴욕에서 가장 큰 주거용 아파트 건물이었다. 지상 55개층에 840여개 아파트가 있다.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창문을 벽에서 돌출되는 원통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망각을 최대한 넓게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무부에서 배포한 사진들에서는 유엔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유엔건물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아파트의 조망권은 반대편, 즉 맨해튼의 서쪽을 향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아파트 고층에서는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찬이 진행되는 원통형 공간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또다른 창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서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혹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아닐까?


실제로 국무부 관리는, 만찬이 진행되전 중 언론에 이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여기가 뉴욕이다, 랜드마크들을 보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같은 뉴욕의 상징적 건물들을 바라봤음을 짐작케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스스로 이 장면을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언론이 이에 주목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의 랜드마크들을 보면서, 북한의 밝은 미래와 관련한 많은 생각들을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관리는, 미국의 목표는 북한핵의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수 없는 폐기라고 분명히 전제한 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북한이 안전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게 북한을 더 불안전하게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안보와 체제 보장"은 물론 그를 뛰어넘어, "더 큰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은 물론 미국에 처음 온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뉴욕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 형태인, '맨해튼 스카이라인 바라보기'를 체험토록 하면서, 북한도 핵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뉴욕 같은 세계적 도시를 꿈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미국에 처음 온 당신을 위해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

두 사람은 무엇을 먹었을까? 미 국무부 관리는 만찬 메뉴에 대한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에 처음 왔고, 김영철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만찬 메뉴는 다음과 같다.
전채로는 상추와 완두콩 샐러드에 브라타 치즈와 페스토소스를 곁들였다.
주요리로는 스테이크 가운데서도 가장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 종류인 필레미뇽에 옥수수퓨레, 볶은 시금치, 데친 샐러리가 함께 나왔다.
디저트로는 초콜렛 트러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졌다.

'상추와 콩 샐러드에 옥수수와 시금치를 곁들여 스테이크를 먹고, 초콜렛과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사실 매우 평범해보이는, 어쩌면 그래서 '가장 미국적인' 만찬 메뉴다. 폼페이오 장관의,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진짜 미국을 경험하게 하고 진짜 미국을 알려주고, 진짜로 미국은 북한의 변화를 도울 의지가 있다'라는 뜻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시 느껴지는 대목이다.

짜여진 각본은 청신호?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한국시간 31일 밤 10시부터 회담을 갖는다. 그리고 그 5시간 뒤인 한국 시간 새벽 3시 15분에 기자 회견을 열기로 했다. 설사 점심을 같이 먹는다고 해도, 기자회견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서너시간 밖에 회담을 못한다는 거다. 회담에 앞서 먼저 화기애애한 만찬을 하고, 서너시간의 회담에, 회견 일정까지 미리 공지했다. 북미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의제, 즉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과 관련한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거두고 있다는 뜻일까?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뉴욕 방문이,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청신호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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