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조치 VS 사태수습…‘전국법관대표회의’ 선택은?

입력 2018.06.11 (18:31) 수정 2018.06.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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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일산 사법연수원을 향했습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 때문입니다. 회의를 계기로 이번 사태도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까요?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200여 쪽의 보고서는 사법부를 전례없는 파문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었습니다.

'판사 사찰은 있었지만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다' , '재판 개입 시도는 있었지만 실제 개입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조사단의 발표에 논란이 이어졌고, 재판 개입 의혹 피해자들이 사법부를 성토하고 나서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쟁점은 하나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입니다.


■ 형사조치 VS 사태수습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기 전, 전국 각급 법원에서는 이미 이 사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회의 끝에 수사의뢰나 형사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은 곳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는 형사 조치에 선을 그었습니다. 법원장회의는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느쪽 의견이 더 우세할까요? 참고삼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관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진상조사와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었고,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한 판사는 응답자의 40%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양측 의견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형사조치, 왜 반대할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특조단의 결과 발표에도 선뜻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왜 형사조치와 강제 수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조사에 대한 거부감' 입니다. 검찰은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조직으로 여겨집니다. 그런 검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를 수사한다면, 사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또, 이후 영장실질심사, 압수수색영장 발부, 재판 등에서 법원이 법원의 잘못을 심판하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검찰과 법원 모두에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제 3의 방법...국정조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 3의 중재안도 최근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바로 국정조사입니다. 검찰 조사가 정 부담스럽다면,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조사를 진행한 뒤 문제가 있으면 연루된 판사들을 탄핵하자는 얘깁니다.

다만, 국정조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탄핵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직 판사에 대해서만 가능할 뿐, 이미 퇴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핵심 인사들의 책임은 묻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또, 강제 수사에 비해서는 정확한 조사와 진실 규명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결과를 참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의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모여 이루어지는만큼 상징성이 큽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번 사태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법관대표회의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전국법관대표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회의, 어떻게 진행됐나?

오전 10시, 전국 각지 법원의 판사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직접 참석해 판사들과 질의응답을 가졌습니다.

판사들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문건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오후부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선언 내용을 놓고 논의와 투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판사들이 뜻을 같이 했지만, 역시나 수사 필요성 부분에 대해서는 격론이 오갔습니다.

일부 판사의 경우 이번 사태가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속되는 파문...결말은?


사태가 불거진 이후 법조계 안팎에선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변호사 2000여 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 밖에도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판사 사찰'의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가 '유엔인권이사회 법관과 변호사 독립에 관한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KTX 판결 등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당사자들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특조단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논란이 불거진 뒤 벌써 2주가 지났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판사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이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결 결과,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종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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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사조치 VS 사태수습…‘전국법관대표회의’ 선택은?
    • 입력 2018-06-11 18:31:53
    • 수정2018-06-11 18:33:24
    취재K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일산 사법연수원을 향했습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 때문입니다. 회의를 계기로 이번 사태도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까요?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200여 쪽의 보고서는 사법부를 전례없는 파문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었습니다.

'판사 사찰은 있었지만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다' , '재판 개입 시도는 있었지만 실제 개입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조사단의 발표에 논란이 이어졌고, 재판 개입 의혹 피해자들이 사법부를 성토하고 나서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쟁점은 하나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입니다.


■ 형사조치 VS 사태수습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기 전, 전국 각급 법원에서는 이미 이 사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회의 끝에 수사의뢰나 형사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은 곳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는 형사 조치에 선을 그었습니다. 법원장회의는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느쪽 의견이 더 우세할까요? 참고삼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관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진상조사와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었고,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한 판사는 응답자의 40%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양측 의견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형사조치, 왜 반대할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특조단의 결과 발표에도 선뜻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왜 형사조치와 강제 수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조사에 대한 거부감' 입니다. 검찰은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조직으로 여겨집니다. 그런 검찰이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를 수사한다면, 사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또, 이후 영장실질심사, 압수수색영장 발부, 재판 등에서 법원이 법원의 잘못을 심판하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검찰과 법원 모두에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제 3의 방법...국정조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 3의 중재안도 최근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바로 국정조사입니다. 검찰 조사가 정 부담스럽다면,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조사를 진행한 뒤 문제가 있으면 연루된 판사들을 탄핵하자는 얘깁니다.

다만, 국정조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탄핵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직 판사에 대해서만 가능할 뿐, 이미 퇴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핵심 인사들의 책임은 묻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또, 강제 수사에 비해서는 정확한 조사와 진실 규명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결과를 참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의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모여 이루어지는만큼 상징성이 큽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번 사태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법관대표회의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회의, 어떻게 진행됐나?

오전 10시, 전국 각지 법원의 판사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직접 참석해 판사들과 질의응답을 가졌습니다.

판사들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문건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오후부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선언 내용을 놓고 논의와 투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판사들이 뜻을 같이 했지만, 역시나 수사 필요성 부분에 대해서는 격론이 오갔습니다.

일부 판사의 경우 이번 사태가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속되는 파문...결말은?


사태가 불거진 이후 법조계 안팎에선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변호사 2000여 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 밖에도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판사 사찰'의 피해자인 차성안 판사가 '유엔인권이사회 법관과 변호사 독립에 관한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KTX 판결 등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당사자들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특조단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논란이 불거진 뒤 벌써 2주가 지났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판사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이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결 결과,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종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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