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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투표율 공신’ 사전투표, 기간 더 늘려야할까요?
입력 2018.06.16 (15:20) 수정 2018.06.16 (17:53) 취재후
6.13 지방선거 최종투표율이 23년 만에 가장 높은 60.2%로 확정됐습니다. 이런 '기록적인 투표율'을 투표일 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에게도 선거일 당일까지 투표율 60%는 목표이고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국민투표 무산, 북미정상회담…투표율을 위협한 이슈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을 위협한 이슈가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먼저 지방선거를 한달 반 앞두고 개헌 국민투표와 동시 투표 실시가 무산됐습니다. 30년 만의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되면 지방선거도 높은 투표율이 보장될 것으로 보였지만,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에 국민투표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국민투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방선거 한달을 남기고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선거일 하루 전인 6월 12일로 확정됐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때 회담을 취소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롤러코스터 국면이 이어지면서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이 갈수록 집중됐습니다. 선거 열기가 가장 고조되는 투표일 전날, 이목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싱가포르로 쏠렸습니다.

이에 더해 경합 지역이 적은 일방적인 선거 구도와 선거일 다음날 시작되는 월드컵까지, 지방선거 흥행에 도움이 될만한 요인은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선관위로서는 낭패인 상황이었습니다.


사전 투표소 체감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일반 투표소 개수의 1/4

그런데 우려가 무색하게 기록적인 투표율을 끌어올린 요인은 사전투표율이었습니다. 8~9일 진행된 사전투표 열기는 선거일만큼 뜨거웠습니다.

기자가 방문한 오피스 빌딩이 몰려있는 여의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점심시간 긴 줄을 서야할 정도였습니다. 투표소가 설치된 4층부터 건물 1층밖까지 투표를 하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대기 시간을 가늠해보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사전투표소 열기가 투표일만큼 높았다는 것은 기자가 어림짐작한 느낌만이 아닙니다. 선관위 자료를 보면, 사전투표소는 3512곳으로, 선거일에 설치되는 투표소 14134곳의 1/4 수준입니다.

공직선거법에 사전투표소는 읍·면·동마다 1개소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 투표소보다 적게 설치됩니다. 서울역 사전투표소도 사실은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철도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역에 설치한 것입니다.

사전투표가 이틀간 진행되고 선거일에 투표한 유권자가 사전투표일보다 2배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전투표소와 투표소를 방문한 투표소당 유권자 수는 비슷했던 셈입니다. 체감하는 투표 열기가 사전투표소와 선거일 투표소가 비슷했던 이유입니다. 다음 선거에서 사전 투표율이 더 오른다면, 선거일보다 사전투표소가 더 붐비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내 투표인, 관외 투표인의 2배

줄 선 시민들에게 사전투표를 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니, 선거일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 일정 때문에 미리 투표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전투표 덕분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사흘로 늘어난 셈이어서, 선거일은 임시 공휴일로 홀가분하게 활용한다는 것이죠.

사전투표를 집계한 선관위 자료를 보면, 실제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세 명 중 두 명은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서 '미리' 투표한 관내 투표자로 나타났습니다. 사전투표 선거인 864만 명 가운데 관내 투표자가 573만 3천여 명으로 관외 투표자보다 2배 수준입니다.

사전투표의 편의성은 장소에 구애없이 투표할 수 있다는 것보다 투표일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틀로 정해진 사전투표 기간, 확대해야 할까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사전투표 기간을 더 늘려서 전체 투표율을 더 높이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러려면 사전투표 기간을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 동안"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은 일단 부정적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들이 주어진 모든 정보를 토대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선거일과 사전 선거일 사이의 시차가 커지면 그럴 수 없다는 겁니다.

선거일에 임박해 새로운 상황과 정보가 제공되면 이미 사전투표한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없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또, 실무적으로 사전투표가 확대되면 선관위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사전투표 후 개표일까지 투표함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고, 우편으로 회송한 관외 투표용지를 개표하려면 하나하나 봉투를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기간을 더 늘린다면 투표율이 더 오르기보다는 전체 투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전투표 참여가 선거일 투표를 뛰어넘는 역전현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고민도 느껴졌습니다.

사전투표 기간 확대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취재후] ‘투표율 공신’ 사전투표, 기간 더 늘려야할까요?
    • 입력 2018-06-16 15:20:21
    • 수정2018-06-16 17:53:51
    취재후
6.13 지방선거 최종투표율이 23년 만에 가장 높은 60.2%로 확정됐습니다. 이런 '기록적인 투표율'을 투표일 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에게도 선거일 당일까지 투표율 60%는 목표이고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국민투표 무산, 북미정상회담…투표율을 위협한 이슈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을 위협한 이슈가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먼저 지방선거를 한달 반 앞두고 개헌 국민투표와 동시 투표 실시가 무산됐습니다. 30년 만의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되면 지방선거도 높은 투표율이 보장될 것으로 보였지만,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에 국민투표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국민투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지방선거 한달을 남기고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선거일 하루 전인 6월 12일로 확정됐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때 회담을 취소하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롤러코스터 국면이 이어지면서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이 갈수록 집중됐습니다. 선거 열기가 가장 고조되는 투표일 전날, 이목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싱가포르로 쏠렸습니다.

이에 더해 경합 지역이 적은 일방적인 선거 구도와 선거일 다음날 시작되는 월드컵까지, 지방선거 흥행에 도움이 될만한 요인은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선관위로서는 낭패인 상황이었습니다.


사전 투표소 체감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일반 투표소 개수의 1/4

그런데 우려가 무색하게 기록적인 투표율을 끌어올린 요인은 사전투표율이었습니다. 8~9일 진행된 사전투표 열기는 선거일만큼 뜨거웠습니다.

기자가 방문한 오피스 빌딩이 몰려있는 여의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점심시간 긴 줄을 서야할 정도였습니다. 투표소가 설치된 4층부터 건물 1층밖까지 투표를 하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대기 시간을 가늠해보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사전투표소 열기가 투표일만큼 높았다는 것은 기자가 어림짐작한 느낌만이 아닙니다. 선관위 자료를 보면, 사전투표소는 3512곳으로, 선거일에 설치되는 투표소 14134곳의 1/4 수준입니다.

공직선거법에 사전투표소는 읍·면·동마다 1개소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 투표소보다 적게 설치됩니다. 서울역 사전투표소도 사실은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철도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역에 설치한 것입니다.

사전투표가 이틀간 진행되고 선거일에 투표한 유권자가 사전투표일보다 2배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전투표소와 투표소를 방문한 투표소당 유권자 수는 비슷했던 셈입니다. 체감하는 투표 열기가 사전투표소와 선거일 투표소가 비슷했던 이유입니다. 다음 선거에서 사전 투표율이 더 오른다면, 선거일보다 사전투표소가 더 붐비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내 투표인, 관외 투표인의 2배

줄 선 시민들에게 사전투표를 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니, 선거일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 일정 때문에 미리 투표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전투표 덕분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사흘로 늘어난 셈이어서, 선거일은 임시 공휴일로 홀가분하게 활용한다는 것이죠.

사전투표를 집계한 선관위 자료를 보면, 실제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세 명 중 두 명은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서 '미리' 투표한 관내 투표자로 나타났습니다. 사전투표 선거인 864만 명 가운데 관내 투표자가 573만 3천여 명으로 관외 투표자보다 2배 수준입니다.

사전투표의 편의성은 장소에 구애없이 투표할 수 있다는 것보다 투표일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틀로 정해진 사전투표 기간, 확대해야 할까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사전투표 기간을 더 늘려서 전체 투표율을 더 높이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러려면 사전투표 기간을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 동안"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은 일단 부정적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들이 주어진 모든 정보를 토대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선거일과 사전 선거일 사이의 시차가 커지면 그럴 수 없다는 겁니다.

선거일에 임박해 새로운 상황과 정보가 제공되면 이미 사전투표한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 없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또, 실무적으로 사전투표가 확대되면 선관위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사전투표 후 개표일까지 투표함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고, 우편으로 회송한 관외 투표용지를 개표하려면 하나하나 봉투를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기간을 더 늘린다면 투표율이 더 오르기보다는 전체 투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전투표 참여가 선거일 투표를 뛰어넘는 역전현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고민도 느껴졌습니다.

사전투표 기간 확대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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