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234 ; 불법주차단속 실적올리기 급급

입력 1991.10.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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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홍 앵커 :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던 불법 주차 단속은 그동안 거리질서 확립의 차원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구잡이 단속과 차량 견인으로 일부 빈축을 사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구청과 경찰 등 주차단속권을 가진 일부 공무원들이 민간 견인 업체와 연결돼 실적 올리기 단속을 하는 현장이 KBS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현장 1234, 김진수 기자의 추적입니다.


김진수 기자 :

서울 서초구청입니다.

지금 시각이 오전 10시, 구청 앞마당에는 주차 단속 차량 2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단속원들은 이 2대의 차량을 타고 단속을 나갑니다.

저희 취재팀은 무전기 안테나가 달린 이 봉고차량을 추적해 보기로 했습니다.

견인차 석 대가 길가에 차를 대 놓고 단속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견인차의 소속회사는 금융입니다. 단속 첫 지점입니다.

단속원들이 차에서 내려서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1분도 채 안 돼 견인차가 골목 안으로 모습을 나타냅니다.

다른 단속지점입니다.

역시 단속원들이 차에서 내려 단속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그동안 단속 차의 운전자는 어딘가에 무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단속원들이 주변을 돌며 불법 주차 차량을 찾는 동안 벌써 2대의 견인 차량이 눈에 띕니다.

불과 3분도 안된 시간입니다.

또 다른 단속지점입니다.

주차 단속원들이 단속을 마치고 다시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단속된 차량은 이 2대입니다.

취재팀이 차에서 내려 단속된 차량을 찍으려는 순간 벌써 견인차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확히 2대의 견인차가 동원됐습니다.

역시 금융 소속의 견인차입니다.

견인차가 떠나려는 순간 차주인인 듯한 사람이 견인차 운전사에게 사정을 합니다.

그러나 견인차가 차주인의 말을 들어줄 리 만무합니다.


견인당한 차주인 :

금방 써 가지고 얼른 갔다 오니까 차를 견인 딱지를 붙이고 끌고 가더라고요.

제가 주인인데 차를 좀 세워 달라 그래도 막무가내로 끌고 갔습니다.


김진수 기자 :

그래서 이 사람은 과태료 3만 원외에 견인료 2만 원을 더 물게 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단속과 거의 동시에 견인차가 나타나는 것인가, 무전기 이것하고 통하는 거예요?, 견인차하고?

무전기 통하는 겁니까? 이 견인차하고?

바로 이 무전기가 저 견인차하고 바로 직통으로 통하게 돼있는 무전기입니다.

제가 한번 직접 실험을 해 보겠습니다.

거기 내 말 들립니까?


견인차 :

네, 아주 잘 들리고 있습니다.


김진수 기자 :

금융의 무전기가 부착된 이 단속 차는 아무리 봐도 공무용 차 같지가 않습니다.

서울52의 3839 이 단속 차는 취재팀의 확인결과 금융의 사주인 김금용 씨 소유의 차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단속원들은 민간 견인 업체의 차를 타고 다니며 단속을 했고 이 업체의 직원인 운전기사는 가는 곳마다 단속지점을 견인차에게 무전으로 알려 줬던 것입니다.


서초구청 지역교통 과장 :

...쓴다 하는 이야기는 알고 있는데 회사 차를 빌려 쓰고 있다는 거는 제가...


김진수 기자 :

그러다보니 금융의 견인 실적은 서울 시내 다른 회사보다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말 하반기 보름 동안의 견인 실적을 보면 금융이 605대로 동양, 동아 등 다른 업체보다 무려 200대 이상 더 견인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 옆에 난에 있는 선진의 견인 실적도 이에 크게 뒤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선진은 또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높은 실적을 올리는 것인가.

서초구 내의 한 골목길에서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견인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미 단속된 차량을 견인하고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 견인차가 끌어가려는 차량에 경찰이 단속 스티커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한창 견인 작업이 진행 중이 차에 뒤늦게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견인차의 소속은 선진입니다.

견인 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딘가에 무전을 보냅니다.

경찰의 단속은 앞에 세워 둔 봉고차에도 계속됩니다.

이들이 떠나고 난 뒤 1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견인차가 모습을 보입니다.

이 차 역시 선진 소속입니다.

그러니까 금융은 구청 단속원들을 끼고 영업을 한다면 선진은 경찰과 함께 영업을 하는 셈입니다.

서초경찰서 교통 센터 앞입니다.

선진의 견인차 넉 대가 서있고 업자와 경찰이 나란히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속 스티커 용지가 모자라 용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단속이 시작됐습니다.

역시 방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저씨, 선진회사 직원이죠? 그렇죠?

이 무전기가 저 레커차하고 연결되는 거지요?

어떻게 생각해요.


경찰관 :

알았으니까, 센터 가서 얘기하세요.


김진수 기자 :

경찰관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경찰관 :

센터 가서 말씀하세요. 아저씨.


김진수 기자 :

단속 경찰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업자는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집니다.

단속 경찰이 말하는 대로 교통 센터로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센터로 가서 말해보라는 단속 경찰은 웬일인지 상관에게 야단만 맞습니다.


상관 :

견인차 타고 누가 다니랬어.

태우, 자세가 왜 임마, 이따위야, 이게.


한기수 기자 (김진수 기자?) :

현장 1234입니다.


김 홍 앵커 :

방금 과잉 단속의 현장을 보셨습니다마는 불법 주차 단속, 그 자체는 당연하고도 또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단속의 정도가 지나쳐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단속의 명분이 그만큼 흐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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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1234 ; 불법주차단속 실적올리기 급급
    • 입력 1991-10-20 21:00:00
    뉴스 9

김 홍 앵커 :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던 불법 주차 단속은 그동안 거리질서 확립의 차원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구잡이 단속과 차량 견인으로 일부 빈축을 사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구청과 경찰 등 주차단속권을 가진 일부 공무원들이 민간 견인 업체와 연결돼 실적 올리기 단속을 하는 현장이 KBS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현장 1234, 김진수 기자의 추적입니다.


김진수 기자 :

서울 서초구청입니다.

지금 시각이 오전 10시, 구청 앞마당에는 주차 단속 차량 2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단속원들은 이 2대의 차량을 타고 단속을 나갑니다.

저희 취재팀은 무전기 안테나가 달린 이 봉고차량을 추적해 보기로 했습니다.

견인차 석 대가 길가에 차를 대 놓고 단속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견인차의 소속회사는 금융입니다. 단속 첫 지점입니다.

단속원들이 차에서 내려서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1분도 채 안 돼 견인차가 골목 안으로 모습을 나타냅니다.

다른 단속지점입니다.

역시 단속원들이 차에서 내려 단속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그동안 단속 차의 운전자는 어딘가에 무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단속원들이 주변을 돌며 불법 주차 차량을 찾는 동안 벌써 2대의 견인 차량이 눈에 띕니다.

불과 3분도 안된 시간입니다.

또 다른 단속지점입니다.

주차 단속원들이 단속을 마치고 다시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단속된 차량은 이 2대입니다.

취재팀이 차에서 내려 단속된 차량을 찍으려는 순간 벌써 견인차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확히 2대의 견인차가 동원됐습니다.

역시 금융 소속의 견인차입니다.

견인차가 떠나려는 순간 차주인인 듯한 사람이 견인차 운전사에게 사정을 합니다.

그러나 견인차가 차주인의 말을 들어줄 리 만무합니다.


견인당한 차주인 :

금방 써 가지고 얼른 갔다 오니까 차를 견인 딱지를 붙이고 끌고 가더라고요.

제가 주인인데 차를 좀 세워 달라 그래도 막무가내로 끌고 갔습니다.


김진수 기자 :

그래서 이 사람은 과태료 3만 원외에 견인료 2만 원을 더 물게 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단속과 거의 동시에 견인차가 나타나는 것인가, 무전기 이것하고 통하는 거예요?, 견인차하고?

무전기 통하는 겁니까? 이 견인차하고?

바로 이 무전기가 저 견인차하고 바로 직통으로 통하게 돼있는 무전기입니다.

제가 한번 직접 실험을 해 보겠습니다.

거기 내 말 들립니까?


견인차 :

네, 아주 잘 들리고 있습니다.


김진수 기자 :

금융의 무전기가 부착된 이 단속 차는 아무리 봐도 공무용 차 같지가 않습니다.

서울52의 3839 이 단속 차는 취재팀의 확인결과 금융의 사주인 김금용 씨 소유의 차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단속원들은 민간 견인 업체의 차를 타고 다니며 단속을 했고 이 업체의 직원인 운전기사는 가는 곳마다 단속지점을 견인차에게 무전으로 알려 줬던 것입니다.


서초구청 지역교통 과장 :

...쓴다 하는 이야기는 알고 있는데 회사 차를 빌려 쓰고 있다는 거는 제가...


김진수 기자 :

그러다보니 금융의 견인 실적은 서울 시내 다른 회사보다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말 하반기 보름 동안의 견인 실적을 보면 금융이 605대로 동양, 동아 등 다른 업체보다 무려 200대 이상 더 견인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 옆에 난에 있는 선진의 견인 실적도 이에 크게 뒤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선진은 또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높은 실적을 올리는 것인가.

서초구 내의 한 골목길에서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견인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미 단속된 차량을 견인하고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 견인차가 끌어가려는 차량에 경찰이 단속 스티커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한창 견인 작업이 진행 중이 차에 뒤늦게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견인차의 소속은 선진입니다.

견인 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딘가에 무전을 보냅니다.

경찰의 단속은 앞에 세워 둔 봉고차에도 계속됩니다.

이들이 떠나고 난 뒤 1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견인차가 모습을 보입니다.

이 차 역시 선진 소속입니다.

그러니까 금융은 구청 단속원들을 끼고 영업을 한다면 선진은 경찰과 함께 영업을 하는 셈입니다.

서초경찰서 교통 센터 앞입니다.

선진의 견인차 넉 대가 서있고 업자와 경찰이 나란히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속 스티커 용지가 모자라 용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단속이 시작됐습니다.

역시 방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저씨, 선진회사 직원이죠? 그렇죠?

이 무전기가 저 레커차하고 연결되는 거지요?

어떻게 생각해요.


경찰관 :

알았으니까, 센터 가서 얘기하세요.


김진수 기자 :

경찰관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경찰관 :

센터 가서 말씀하세요. 아저씨.


김진수 기자 :

단속 경찰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업자는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집니다.

단속 경찰이 말하는 대로 교통 센터로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센터로 가서 말해보라는 단속 경찰은 웬일인지 상관에게 야단만 맞습니다.


상관 :

견인차 타고 누가 다니랬어.

태우, 자세가 왜 임마, 이따위야, 이게.


한기수 기자 (김진수 기자?) :

현장 1234입니다.


김 홍 앵커 :

방금 과잉 단속의 현장을 보셨습니다마는 불법 주차 단속, 그 자체는 당연하고도 또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단속의 정도가 지나쳐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단속의 명분이 그만큼 흐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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