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피아 내전은 끝났지만...

입력 1993.01.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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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식민지의 역사를 갖지 않은 나라가 에디오피아입니다. 6.25 전쟁당시 유엔참전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에디오피아도 심한 가뭄과 오랜 내전으로 많은 국민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영 프로듀서가 에디오피아의 실상을 전해왔습니다.


박종영 프로듀서 :

3000년의 오랜 역사.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문자를 가진 나라.

유럽 제국시대의 유일한 독립국. 한국전 참전국. 에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첫인상은 그러나 궁핍 그 자체였습니다.

30년 내전이 끝난 지 이제 1년 6개월.

아직도 걸인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고 전쟁유민들의 오두막집들이 담벼락을 따라서 길게 형성돼 있습니다.

에디오피아인들의 높다는 자존심은 이제 시내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40년 전의 서울거리처럼 많은 구두 닦기 소년들이 보입니다.

한국 6.25 참전용사는 40년 전 절망적인 모습이었던 한국의 발전에 놀라워하고 있었습니다.


제게예 (6.25 참전용사) :

영화에서 보니 대구, 부산 등이 모두 큰 도시가 되었더군요.

이제 한국은 부자가 된 것 같군요.


박종영 프로듀서 :

랭귀스튜하의 16년 독재정권은 소수민족의 반발을 일으켜 격렬한 내전이 계속됐고 에디오피아 사람들의 고난도 가중됐습니다. 아디스아바바교회의 코테비 캠프에는 7,000여명의 전쟁 피난민들이 모여살고 있습니다. 주로 북부의 에리토리아 지방에서 쫓겨나온 사람들입니다.

하나의 천막에서 네다섯 가족이 함께 기거하며 부족한 정부의 구호물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북부의 에리토리아 지방에서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질 :

왜 왔죠 ?


답 :

내전을 피해서 왔습니다.


답 :

식량 배급량이라야 한사람에 한 달에 15kg정도뿐입니다.

이것으로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박종영 프로듀서 :

그러나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에디오피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재작년 5월 랭귀스튜 정권의 몰락이 사실상의 내전의 종식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꿈을 꾸고 있습니다.

코데비 난민촌의 가장 큰 희망은 그러나 아이들입니다. 6.25때의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천막속의 교시들에서 많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잇슈얼해피. 언젠가는 행복해 지리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테클러 (에디오피아 언론인) :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습니다.

지난 17-8년 동안 우리는 이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디오피아의 당면문제는 안정화입니다.

우리는 현재 오랜 독재정권이 만들어 놓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박종영 프로듀서 :

에디오피아의 비극은 물론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내전의 여파는 아직도 700만 명의 전쟁유민을 굶주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주요 산업인 농업도 피폐합니다. 아직 75%이상의 농토가 버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에디오피아 사람들은 올 4월에 총선거를 통해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랜 궁핍과 불안에서 벗어나 3000년 역사의 에디오피아의 자존심을 찾는 방법은 완전한 평화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KBS뉴스 박종영입니다.


김광일 앵커 :

아프리카의 현지 르포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안정, 정치적, 사회적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곡식을 심어도 거둘 수 없고 또 내 것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이들 나라의 비극을 보면서 끊임없는 혼란과 불안이 계속되는 한 참다운 삶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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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디오피아 내전은 끝났지만...
    • 입력 1993-01-03 21:00:00
    뉴스 9

김광일 앵커 :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식민지의 역사를 갖지 않은 나라가 에디오피아입니다. 6.25 전쟁당시 유엔참전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에디오피아도 심한 가뭄과 오랜 내전으로 많은 국민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영 프로듀서가 에디오피아의 실상을 전해왔습니다.


박종영 프로듀서 :

3000년의 오랜 역사.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문자를 가진 나라.

유럽 제국시대의 유일한 독립국. 한국전 참전국. 에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첫인상은 그러나 궁핍 그 자체였습니다.

30년 내전이 끝난 지 이제 1년 6개월.

아직도 걸인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고 전쟁유민들의 오두막집들이 담벼락을 따라서 길게 형성돼 있습니다.

에디오피아인들의 높다는 자존심은 이제 시내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40년 전의 서울거리처럼 많은 구두 닦기 소년들이 보입니다.

한국 6.25 참전용사는 40년 전 절망적인 모습이었던 한국의 발전에 놀라워하고 있었습니다.


제게예 (6.25 참전용사) :

영화에서 보니 대구, 부산 등이 모두 큰 도시가 되었더군요.

이제 한국은 부자가 된 것 같군요.


박종영 프로듀서 :

랭귀스튜하의 16년 독재정권은 소수민족의 반발을 일으켜 격렬한 내전이 계속됐고 에디오피아 사람들의 고난도 가중됐습니다. 아디스아바바교회의 코테비 캠프에는 7,000여명의 전쟁 피난민들이 모여살고 있습니다. 주로 북부의 에리토리아 지방에서 쫓겨나온 사람들입니다.

하나의 천막에서 네다섯 가족이 함께 기거하며 부족한 정부의 구호물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북부의 에리토리아 지방에서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질 :

왜 왔죠 ?


답 :

내전을 피해서 왔습니다.


답 :

식량 배급량이라야 한사람에 한 달에 15kg정도뿐입니다.

이것으로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박종영 프로듀서 :

그러나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에디오피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재작년 5월 랭귀스튜 정권의 몰락이 사실상의 내전의 종식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꿈을 꾸고 있습니다.

코데비 난민촌의 가장 큰 희망은 그러나 아이들입니다. 6.25때의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천막속의 교시들에서 많은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미래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잇슈얼해피. 언젠가는 행복해 지리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테클러 (에디오피아 언론인) :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습니다.

지난 17-8년 동안 우리는 이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디오피아의 당면문제는 안정화입니다.

우리는 현재 오랜 독재정권이 만들어 놓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박종영 프로듀서 :

에디오피아의 비극은 물론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내전의 여파는 아직도 700만 명의 전쟁유민을 굶주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주요 산업인 농업도 피폐합니다. 아직 75%이상의 농토가 버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에디오피아 사람들은 올 4월에 총선거를 통해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랜 궁핍과 불안에서 벗어나 3000년 역사의 에디오피아의 자존심을 찾는 방법은 완전한 평화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KBS뉴스 박종영입니다.


김광일 앵커 :

아프리카의 현지 르포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안정, 정치적, 사회적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곡식을 심어도 거둘 수 없고 또 내 것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이들 나라의 비극을 보면서 끊임없는 혼란과 불안이 계속되는 한 참다운 삶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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